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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농민들의 걸어서 서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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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7-29 00:00 조회1,5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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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농민들의 "걸어서 서울까지"

"농사일 급하지만 농업 망하는 것보다 급하겠는가"


한-칠레 FTA 국회 비준 저지를 내걸고 농민연대 대표자들이 단식 중인 국회 앞 농성장에 16일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516101.jpg강원도 정선에서 서울까지 걸어온 성균관대 학생들에 이어 ‘걸어서 서울까지’ 2탄이라 할까. 이번에는 강원도 철원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도보로 사흘만에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철원군 농민회 정치위원장인 김용만 씨의 제의로 의기투합한 일곱 명의 농민들은 월요일인 14일 아침 발대식을 갖고 철원을 출발했다.

“오늘(16일) 낮 12시 반이 돼서야 미아리에 도착했죠. 제가 모두 다 올라가자고 그랬어요. 관심을 끌어보자는 생각도 물론 있었지만 여기 서울서 농민연대 대표자 분들이 단식한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가 올라가서 힘을 보태자고 생각한 거죠.”


김용만 위원장은 논일하다 마악 나온 사람처럼 밀짚모자를 썼는데, 앉은 곳이 논두렁이 아니라 여의도 아스팔트 바닥이라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이 나게 한다.

그러나 까맣게 탄 철원 벼농사 아저씨의 어조는 분명하다.

“농민들이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한번 호소해보겠다고 벼르며 준비한 지난 달 20일 전국 농민 상경투쟁이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물거품이 되었을 때 얼마나 원통하던지요. 좋다, 농기계로 올라가는 것 안 된다고 했으니 그럼 걸어가자. 가서 우리의 신념을 보여주자 결의한 거죠.”

농민회 부회장인 전흥준 씨는 발에 온통 물집이 잡혀 걸어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발을 한번 보자고 했더니 머쓱해 하면서 내민 발은 온통 실밥 투성이다. 물집을 빼기 위한 것이다.

“왜 저만 유난히 물집이 잡혔느냐고요? 월요일 아침에 발대식 마치고 나서 신발을 벗고 걷기 시작했거든요. 농민연대 대표자분들은 여의도에서 단식이라는 힘든 고행을 겪고 계신데 저희만 편하게 신발 신고 걸을 수 있나 하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신발을 안 신고 사흘을 걷는다는 것은 영 무리인 듯 싶다.

“그러잖아도 정 안될 것 같아 중간에 하루를 쉬었다”며 전 씨는 웃는다. 다른 농민들은 걷고 자신은 하루를 차로 이동했다고 한다.

“내 나이 이제 마흔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전망이 전혀 없어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농촌에서는 나처럼 40대가 제일 젊은 층이에요. 이게 내 나라인가 어쩔 때는 참 원망스럽기도 해요. 자기들만 살겠다고 농민들을 내몰고……. 가슴아프죠.”

지금쯤이면 모내기 끝나고 한창 바쁠 시기 아닌가? 모두 농민들인데……, 농사는 어떻게 하고 왔는지 궁금해졌다.

“안 바쁘긴요. 지금은 논에 이삭 나라고 이삭 거름 주고, 병충해 초기 방제할 시기죠. 우리 여기 온 대신 늙으신 우리 어머니, 아버지, 집사람들이 죽어나는 거죠 뭐. 그래도 별 수 있나요. 며칠 농사가 급한 게 아니라 농업이 망하고 나면 다시는 농사를 못 지을지도 모르는데…….”

점잖게 대답하는 이는 철원 농민회 김희용 회장이다.


“철원은 벼농사하고 축산이 대부분인데, 정부의 쌀 감산정책으로 휴경에 들어간 논이 많아요. 휴경을 하면 대신 약간의 보상금이 나오거든요. 근데 논 소유자가 외지 사람인 경우가 많아 직접 농사짓는 농민은 보상금도 못 받고 그냥 한 해 그 논은 쉬는 거죠. 보상금은 땅 주인한테 주니까.”

아니, 보상금하고 상관없이 그저 그 땅이 노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고 김 회장은 말한다.

“휴경 논을 바라보는 농민 심정은 정말 참담해요. 가을 들녘을 바라봐도 희망이 없어요. 농민이 씨를 뿌리고 거두며 기쁨을 느껴야 하는데,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아니까. 우리가 게으르고 놀아서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 위에서 누르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잘 살 수 없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수십 년 간 정부는 ‘사양산업’인 농업을 보조한다며 이런 저런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거의 모두가 실패로 끝났다.

농업을 개방의 희생양으로 취급하고 있는 정부의 농업 철학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농업 문제가 해결되려면 농업을 더 이상 자본의 논리로 재단하지 말고, 그것을 이윤이나 효율과는 무관한 필수 기본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농업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걸어서 서울까지’ 3탄, 4탄은 계속될 것이다.

임은경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7-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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