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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학우 위해 릴레이 감옥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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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9-25 00:00 조회1,5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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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을 위해"

구속학우의 고통을 나누는 릴레이 감옥 농성


서울대는 지난 7-8월에 있었던 미 공병단과 극동공병단 투쟁을 벌인 3인의 구속자를 위해 석방대책위를 구성하고 모의감옥농성을 8월 27일부터 시작했다. 이 글은 모의감옥농성에 참가한 대학원생(국문학내 비교문학 전공)의 참가글이다. [편집자주]


5837-440917005.jpg몇 년 전 명동성당을 지나가는데 조악하게 만든 듯한 모의 감옥 주위에 여러 국적을 가진 듯한 외국인들이 잔뜩 둘러싸여 있었다. 다가가서 알아보니 한국 양심수들의 석방을 바라는 고운 희망과 저항의 힘을 담은 연대로 국제사면위원회 활동가들을 비롯한 지구촌 인권운동가들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나라 밖 인권운동단체의 새로운 시위모습으로만 들어오던 모의감옥시위를 처음으로 구경한 날이었다.


당시 두 개의 모의감옥 안에는 호주 출신의 인권운동가와 한국의 젊은 변호사가 한 나절 넘게 조그마한 감옥 안에서 더위와 힘겹게 싸우며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한껏 부리던 그 여름의 한복판에,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이들이 덥고 비좁은 공간에 갇혀 끔찍하게 자유를 구속당한다는 점, 나아가 그것이 얼마나 한 인간에게 잔혹한 처사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호주인은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땀으로 뒤범벅된 몸으로 "더워서 혼났다"는 말을 수줍음 섞인 미소로 얘기했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는 여자변호사는 단박에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짧은 말과 눈물은 양심수들의 혹독한 "현재"를 그 어떤 거창한 구호나 거침없는 연설보다도 생생하고 정직하게 전달하며, 이윽고 내게 매서운 채찍으로 생생하게 다가오게끔 만들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평화적인 정치적 표현으로 그런 비참한 환경에 내몰리는 이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의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파업으로 맞선 노동자들은 용역깡패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각목 등을 사용했다(?)는 믿지 못할 이유로 어느새 폭력범이 되어서 철창 안에 갇히고, 도시철거민들과 노점상을 하는 분들은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몸으로 맞서다가 돌연 구속이 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어처구니없이 끌려가서 자유를 차단당하는 이들 중에는 청년학생들도 여럿 있다.


주한미군의 스트라이커부대는 이 땅에 처음 이전될 때부터 호전적이기 그지없는 전쟁용 부대라는 이유 등으로 평화운동가 등에 의해 거부된 부대 중의 으뜸이었다.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단순한 소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피부로 와 닿는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정치 군사적인 종속 압력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잠자코 침묵할 수 없는 일군의 젊은 한국의 대학생들은 열정과 애국심을 맨몸에 무기삼아 태극기와 플래카드와 유인물 등만을 소지한 채, 인류를 단번에 학살할 수 있는 살인무기들로 가득 찬 부대로 진입했다. 그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비록 잔인한 무기들로 뒤덮인 부대시설이지만 그 어떤 것도 파괴하지 않았다.

583740917001.jpg그러나 그들에게 되돌아온 것은 우리가 그만 잊어버리고 싶은 예전의 지리멸렬한 대응 그대로였다. 수구언론들은 담합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학생들에게 온갖 형언하기 힘든 험악한 꼬리표를 달아주었고, 이에 적잖은 국민들은 학생들의 행동에 차갑게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내 해당 학생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리라는 여론몰이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저들의 구미를 흡족하게 만족하게끔 만들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미군부대 진입과 관련된 문제로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긴장된 상황이다. 주권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주한미군이 주둔해있고, 주권국가의 영토 안에 버젓이 주둔한 미군부대에 맨몸으로 들어가서 태극기를 들고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은 자칫 범법자가 되어서 소중한 젊음을 방해받을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내가 감옥집회에 참여한 이유 중에는 위와 같은 정치적인 선택이 큰 몫을 담당했다.
작금의 한반도를 강렬하게 휩쓸고 있는 전쟁위협을 막아내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실천에서 나올 수 있는 영원한 과제인 것이다. 이에 우리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평화를 생각하고, 진지한 고민을 통해 나온 대안들을 행동에 올곧게 옮기는 것은 우리가 진정 역사에 대한 의무를 다하며 거듭나는 움직임일 것이다.

특히 이번에 연행돼서 재판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전쟁을 하려고 발버둥치는 미국의 군사력 범위 안에 있는 미군부대로 진입해 평화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기에 그들의 주장과 연대하고 싶었다. 또한 함께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우리에게서 그만 멀어진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우정 또한 나를 감옥시위에 동참하게끔 만들었다.

실제 감옥과 달리, 서슬 퍼런 간수도 없고 면회도 수시로 가능하고 자유롭게 다니는 학생들도 맘껏 볼 수 있는 모의감옥에서 한나절 남짓 보냈지만, 실제 감옥 안에서 고생하는 양심수 분들과 구속학우들을 떠올리니까 좀 더 진지하게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솔직히 몇 시간을 보내자 차츰 지루함이 엄습했고 마음도 흐트러지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엄살과 나약함을 반성하며 감옥시위를 지속했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한 것 같았다. 비웃음 섞인 냉소와 증오로 가득한 얼굴부터, 뭔가 행동을 함께 해서 싸움에 힘을 보태고 싶지만 미안함이 뒤섞인 얼굴로 그냥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는 학생들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친숙하게 지내던 학교친구들이 면회를 많이 와서, 가벼운 농담을 하다가 내가 감옥시위에 부족하게나마 참여한 이유를 이야기했다.

5837-140917002.jpg친구들 대부분 평소에 특별히 정치적인 관심이나 소신은 적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동학이 구속됐다는 것에 안타까워했고 그들과 정치적인 의견이 설령 다를지라도 어서 석방돼서 함께 공부할 수 있게끔 바라는 마음만큼은 나와 똑같았다. 내게는 그런 친구들의 격려가 가장 커다란 힘과 용기로 작용했다. 그들 하나 둘부터 옳음을 알고 실천한다면 작은 물방울이 광활한 바다를 이루듯이 언젠가 좀 더 많은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해서 함께 싸울 수 있는 원동력으로 성장할 것 같은 바람을 품어봤다.


예정대로 불과 몇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의 감옥집회를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마다 달려가기로, 감옥에 갇힌 친구들이 모두 석방돼서 반갑게 해후할 수 있는 날까지 싸움을 중단하지 않을 것을,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고 긴 싸움에 두둑한 뚝심으로 더불어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이후 구속 학우들의 단대와 석방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속학우들의 무죄석방을 위한 장터가 개최되어서 성공적으로 끝났다. 백 마디의 화려한 연대를 전하는 말 못지않게, 내가 맛없게 요리한 부침개나 순대볶음 등을 흔쾌히 사서 맛있게 먹어주는 여러 학우들과 당시 화물연대노조 동지들의 도움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고 감격스러웠다.

이와 동시에 지금까지 석방대책위원회 학생들은 친구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이유로 하루도 거르지 않은 채 돌아가며 감옥시위를 비가 거세게 퍼붓는 날에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대 학생들로 가장 많이 붐비는 학생회관 주위에서 학생들에게 문제를 알리는 선전전이나 서명운동, 구속학우 변호사비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 등에 힘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의 이런 움직임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신의철과 황지혁 친구는 석방돼서 우리 곁으로 기쁘게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김종혁 친구는 구치소 안에 갇혀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은 김종혁 친구를 비롯해 미군부대진입사건과 관련해서 구속된 여러 학우들이 석방되는 그날까지 힘을 아끼지 않은 채 끈질기고 굳세게 싸움을 지속할 것이다.


세상은 얼핏 보면 재미없고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블랙 코미디 같은 일들로 후끈 달아 있는 절망으로 뒤덮인 것 같다. 이는 나를 비롯한 사람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어서 잠들게끔 만든다. 하지만 다른 쪽을 보면, 그러한 척박한 현실을 온몸으로 소박한 뚝심과 희망으로 깨뜨려가는 이들의 부단한 움직임도 있다. 그것은 이기적이고 거만한 냉소로 가득 찬 나에게 고운 꿈을 안겨준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때로는 현실 위에 온전히 착지하지 않은 채, 허공 위를 부유하는 듯한 위태로움과 거리감을 안겨다주기도 한다. 그러나 얼기설기 엮은 저항의 몸짓과 ‘여전히 우리는 싸우고 있다’라는 오기로 세상 위에서 자유와 사랑을 찾아 끊임없이 날아다니는 사람들의 날갯짓이 좁다란 감옥이 아닌, 너른 하늘을 닮은 현실로 바뀔 때 우리가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오래된 꿈은 좀 더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박정준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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