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은 침략, 전국 누비는 장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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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4-01-01 00:00 조회1,47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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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파병저지 기차시위하는 비전향장기수 정순택 선생
이민숙 기자
대문은 열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혹시나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화를 해도 통화가 안되어 잰걸음으로 찾아간 서울 낙성대 "만남의 집".

2평 남짓한 선생의 방에는 책이 가지런히 꽃혀 있다.
『세계화의 덫』,『오만한 제국』,『미래의 역사에서 미국은 희망인가』등 제목만 대면 알만한 인문사회과학서적류들과 민족 21과 말지등 잡지들도 보인다.
"파병하는게 전쟁하는 것입니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선생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5차 반미 기차시위를 진행했다.
"첫발을 떼면 되는거야. 그러면 용기가 생겨. 물리적인 폭력에도 맞서야 되지만 사람들과 부딪쳤을때 이론적 준비 상태도 중요하지."
정 선생은 지난 2001년부터 짧게는 한달, 길게는 세달씩 "미군 가라", "반미는 민족의 양심"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기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나디고 있다.
4차 시위때까지 다닌 길은 총 35,459km. 남녘의 철도 총연장길이는 3,600여km인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모든 철도노선을 9 바퀴를 이상을 돈 것이다. 철도 뿐만 아니라 서울·부산·대구·인천 지하철과 함께 고향인 충청북도내에서 보행시위도 했다.
그가 처음으로 다닌 기차 시위에선 반미구호를 보고 일부러 선생을 노려보거나 따지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 우리나라 형편에서 미군이 나가면 어떻합니까?"
"그러면 미군이 우리나라에 영구히 있어도 된다는 말입니까?"
"6ㆍ25 전쟁때 북한이 우리에게 먼저 총을 쐈잖소"
정선생은 서로 다른 의견임을 인정하면서 논리적으로 말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원인에 대한 올바른 규명이 없이는 사건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가 없기에 질문하는 사람들의 수준을 보고 이해할 수 있게끔 대화를 이어간다고 한다.
"누가 먼저 총을 쐈는지가 중요하지 않소. 왜 쐈는지가 중요한거지. 미국의 퇴역장교인 하리마오씨가 쓴 『38선도 6·25 한국전쟁도 미국의 작품이었다』글을 읽어보셨소. 아니면 브루스 커밍스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은 읽어보셨소." "퍽 불손한 태도로 따지는"사람들에게 전쟁에 관련한 책 한권을 풀어 해설해 줬다고 한다.
"공중에 떠 다니는 것들을 밑천삼아 떠드니 말이 되나"라며 혀를 차는 정 선생은 그들에게 확실히 면박을 주었다. "미국놈 머슴다운 얘기 그만하쇼, 영원히 머슴 노릇할 것이요"
지난 달 11월 16일부터 시작한 5차 시위에서는 "파병 반대"와 "파병은 침략"이라는 구호띠를 매고 다녔다.

"지금 부시 대통령은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지만 현재 이라크인들을 지배하는 것은 후세인이 아니라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입니다. 반전운동을 강화하는 것은 제 2의 조선전쟁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파병동의안이 정부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23일, 정 선생은 여의도 국회 앞 파병반대 현장에 있었다.
"사람 모인 것을 보니 퍽 보기에 섭섭해요. 파병반대의 의지가 침투력이 약한 것 같습니다. 지도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이런 집회는 수가 말을 해주는데. 반전운동에 각 단체들이 힘을 들어야 합니다. 반전운동은 북미간 전쟁 방지차원에서도 큰 역할을 담보 하고 있습니다."
정 선생이 기차시위를 하면서 느낀 시민들의 반응은 무관심이라고 전했다. 예전에는 싸우기도 하면서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는데 이번엔 다들 무관심이라고. 그만큼 파병 반대의 의견을 높여야 할 때라고 정선생의 목소리 또한 높아진다.
"내년에 운수대통하기를"
북한 상업성 재정경리부 재정부장이던 정순택 선생은 58년 대남정치공작원으로 남파, 바로 체포되어 31년5개월을 복역했다. 그는 교도소 재소시 병을 얻어 전향의사를 표명했고 99년 4월 24일 한겨레신문 공고를 통해 전향의사를 철회했다.
정부는 2000년 송환대상자에서 과거 전향 전력이 있다며 그를 제외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처럼 전향서를 썼다가 전향 취소를 한 유연철(90)씨가 송환된 사실을 알고 대통령과 통일부, 법무부등에 수차례 편지와 민원을 넣어 송환과정의 선별 부당성을 호소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선생은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를 통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자신의 인권침해 사례를 제소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낸 청원서에는 "고문, 비인간적 처우, 사상의 자유침해, 이동의 자유침해, 차별적 법 집행"으로 인권이 침해 되었으니 "북송제외라는 차별적 법집행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과 북쪽으로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처음으로 점이라는 것을 봤는데 내가 역마살이 끼었대. 그리고 95세까지 살고 말년운이 아주 좋대. 내년엔 운수대통이라고 하네." 이 나이에 무슨 말년이냐고 점보는 이에게 물어 봤더니 장수할 상이라 나중을 말하는 거라고 대답했단다.
이달 초, 정 선생은 지인을 통해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서영훈 전 총재는 지난 10월 평양 방문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과 납북어부, 국군포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송환을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고위급에서 결정했으니 실무자끼리의 회담을 더 기다려 보라는 서영훈 전 총재의 말에 정 선생은 내년 운수대통의 운이 북송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민숙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12-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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