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강만길 상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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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4-01-09 00:00 조회1,46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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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a개정운동,남북공조의식 확산에 기여할 것"
"평화정착 넘어 이젠 구체적 협상통일의 길로 가야"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역사학자 강만길 상지대 총장(71). 그는 한국현대사를 정의하는 ‘분단시대’란 용어를 만든 주인공이자 내재적 발전론과 통일지향적 역사인식을 발전시킨 사학계의 원로다.

최근 "우리 통일 어떻게 할까요"란 책을 통해 협상통일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강 총장으로 부터 최근 역사인식과 함께 통일 논의의 활성화, Corea개정문제, 남북경협 등에 대해 들었다. 이제는 사학계와 통일운동계의 "거목"처럼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는 그를 상지대 총장실에서 만나 "네 가지 역사이야기"를 들었다.
# "Corea" 되찾아야 완전한 광복
- 현재 "통일국호 Corea되찾기 연대회의"가 준비되고 남북학자간 학술회의가 열리는 등 Corea논의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왜 "Corea"인지 그리고 이 운동이 어떻게 전개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 지난번 월드컵대회에서 젊은 응원단이 자연스럽게 코리아를 "C"로 쓰고 나온 것이 Corea되찾기 논의의 큰 기폭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북쪽에서 공동학술회의를 하자고 제의해왔고 지난 8월 "Corea"를 주제로 한 남북역사토론회가 열렸었죠. 당시 참석했던 학자들의 결론은 한결같았습니다. 일제가 조선을 침략해 들어오기 전까진 거의 전부가 C코리아였는데 본격적 침략이 시작되는 1890년대 이후부터 급격히 K코리아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일본이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무슨 목적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일본측 문서자료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K코리아를 쓰는 한 아직도 광복이 오지 않은 게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예전부터 쓰던 C코리아를 되찾는 것이 완전한 광복이 아니겠습니까. 일각에선 J보다 C가 앞에 있어 뒤에 있는 K로 일본이 바꿨다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원래 우리가 쭉 써왔던 본래의 것(C코리아)을 되찾는다는 의미로 이해돼야 합니다. 학계는 C코리아가 K로 바뀌어가는 과정에 대해 연구를 더 해야 할 것입니다.
해방이 되고난 후 남북은 모두 K코리아(DPRK·ROK)를 써왔습니다. 지금 당장 바꾸기는 어렵지만 하나의 국가, 통일이 될 때 영문표기는 C코리아로 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까지는 토론회 당시 북측과 얘기가 됐습니다. 우선 민간 차원에서 남북이 같이 행사할 때나 스포츠경기를 할 때 한반도기에 C코리아를 넣어 썼으면 합니다. C코리아를 통해 남북이 동족 의식을 키워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통일국호 Corea되찾기 연대회의(준)"가 남북이 인식을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확산시켜나가 "공조"로까지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왜 C코리아를 쓰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일반 민족 구성원들이 이해하게끔 적극 알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중요한 것은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다
- 대구U대회,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 금강산관광 5주년, 개성공단 착공 등 통일의 과정이 실체적이고 구체성을 드러내가고 있습니다. 통일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통일과정에서 어떤 논의들이 있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 통일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베트남은 전쟁통일을 했고 독일은 흡수통일을 했는데 우리는 남북이 모두 이 두 방법으론 안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통일은 어떤 통일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되고 교육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일 중요해요. 우리는 통일, 통일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하는 논의는 거의 없습니다. 이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해요.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가 정해지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실제적 고민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이 있어 이러한 논의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하기에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자유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실정법적인 제약을 없애는 것이 우리 통일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어떤 통일을 할 것인가 하는 논의는 제대로 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언제 통일됩니까"라고 물어보는데 "어떤 통일이 가능합니까"가 먼저 나와야 하는 질문입니다. 방안 자체가 안나오니 현재 통일문제가 진전이 안되고 있어요. 경의선, 개성공단, 금강산육로관광…. 이것이 통일되는 게 아닙니다. 이건 다른 나라에 가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러시아와 같이 철도를 놓을 수도 있고 공단 조성이나 관광지 개발도 다른 곳에 가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평화정착과정"입니다.
남북은 이미 6·15공동선언 이후 대결모드에서 화해협력무드로 돌아섰습니다. 평화정착과정에 들어간 것이죠. 그 결과가 개성공단, 철도연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젠 통일로 가야 합니다. 전쟁통일도 아니고 흡수통일도 아닌 제3의 통일, 평화·호혜에 입각한 "협상통일"은 평화정착과정을 거쳐 하나의 국가가 되는 방안입니다.
# 남북경협, 같이 사는 "공조의식" 필요
- 북핵 등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남북 상호간의 신뢰회복 노력과 잦은 왕래로 남북경협이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경협에 있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 남북경제협력에서 어떤 이들은 "상호주의"를 얘기합니다. 그들은 남북간에 경제나 국력 차이가 엄청난 것을 고려하지 않아요. 경협도 타협입니다. 흥정을 해야 하는데 열 개 가진 사람이 다섯 개 가진 사람에게 "내가 1개 내놓을 테니 너도 하나 내놔라"하면 안되죠. "내가 2개 내놓을 테니 너는 한 개 내놔라" 이렇게 해야 협력이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양보정신이 필요합니다. 남북이 같이 사는 공조, 동족의식이 필요해요. 이는 형편이 나은 쪽에서 양보할 때 가능한 것이죠.
우선 인적교류가 좀더 많이 이뤄져야 해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제일 중요합니다. 교류를 많이 하게 되면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이란 게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양보할 수 있게 되죠. 이래야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자주 만나야 해요. 그래야 협상통일의 길이 열립니다. 학계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나 기업의 교류가 많아져야 하고 앞으로는 남에서 북으로 가는 것뿐만 아니라 북에서 남으로도 많이 내려와야 합니다.
인적교류가 많아지면 서로 협력해야 할 일이 많아집니다. 이를 통해 남북이 공조를 해갈 수 있게 된다고 봐요. 나는 학문하는 사람이니까 남북학술교류협의회를 만들어 될 수 있으면 남북교류를 더 활성화시키려 합니다. 이것이 협력에서 남북공조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지난번 북에 갔을 때 북측 학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개성에 고적이 많은데 개성고적을 남쪽의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빨리 개방해서 수학여행을 할 수 있게 하라고요. 아이들이 감명깊게 보고 돌아오면 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진다고 말이죠."
# 한반도 "지정학적 위치" 인식 중요
-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해표기, 독도문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발생하는 역사적 사안들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이들 문제를 앞에두고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사실 "동해냐 일본해냐", "독도가 우리땅이냐 일본땅이냐", "고구려가 우리 역사냐 중국역사냐"는 문제만 딱 놓고 보면 사실 해결방법이 없어요. 각자 자기주장을 할 테니까요. 왜 이런 현상이 지금 와서 벌어지고 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이는 한반도가 반세기 이상 분단돼 있다가 통일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것도 외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각성과 힘의 작용에 의해서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4강이 있습니다. 중국은 한반도가 미·일에 가깝게 통일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또 일본은 우리가 중·러에 가까운 통일을 하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아요. 일본의 경우 그렇게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고립되기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현재 우경화의 길로 치닫고 있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어디에도 가깝게 통일되기가 어려운 위치입니다. 중세시대까진 중국에 가까웠고 근대 들어 일본에 강점됐고 분단 이후 북측은 대륙세력권에, 남측은 해양세력권에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것을 극복하고 평화롭게 통일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어느 쪽에도 치우쳐선 통일될 수 없습니다. 이를 한반도에 살고 있는 전 민족구성원이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제3의 위치를 확보하면서 통일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고 있어요. 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지느냐에 우리의 통일이 달려 있습니다.
강만길 총장은 특히 "북에는 식량, 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며 "남쪽에선 쌀이 남아도는데 이것을 지원해주면 퍼주기니 뭐니 해서 원조가 안되고 있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공급이 미국의 간섭으로 제대로 안되고 있는데 남쪽에서 발전소라도 지어주든지 서해안에 발전선을 띄우든지 남쪽 전기를 공급해주든지 전력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수로도 중단되고 어려움이 있는 북쪽에 남쪽 정부가 미국과 잘 타협해서 에너지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북을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북을 동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양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북을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로 기성세대가 많아요. 그들은 6·25때 총을 겨누고 싸웠기 때문에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 사람들도 북을 적으로 보면 평화통일이 되겠습니까. 그러나 통일은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한편 지난 남북 학술토론회의 성과로 만들어진 "남북역사학자협의회"라는 공동기구가 1년에 2번 정도 남북학술회의를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에 대한 공동대처 등 2004년엔 역사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오는 2월 일제의 문화재 약탈에 대한 학술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낙관주의적, 이상주의적이라고 하는데 학자는 이상주의적일 수밖에 없어요. 학자가 정치인들처럼 현실주의자이면 안됩니다. 학자는 현실을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에요. 이상주의적 방향이 현실화되는 과정이 곧 역사발전과정입니다. 젊은 사람일수록 너무 현실에 얽매여 있으면 안돼요. 현실의 가혹함에 빠져 내일을 바라보지 못하면 민족의 장래가 없습니다. 민족의 장래를 어떻게 열어나갈지 하는 미래지향적 사고를 젊은이들이 하길 바랍니다."
통일에 대한 열정과 역사에 대한 낙관적 희망을 미래세대인 젊은이에게 요청하는 강 총장에게서 "협상통일"을 위한 대화와 토론, 토론과 대화가 가능하도록 실정법이 개정돼야 할 필요성을 들으면서 1시간여의 대담이 통일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진행 조대기 편집국장
글 조은성 기자 missing@ngotimes.net
사진 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
[출처; 시민의 신문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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