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 민주노동당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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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4-04-23 00:00 조회1,4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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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이제 너는 죽었다"
[인터뷰] 문정현 신부 "국회에 오물 던진 김두한처럼 하라" 당부
농부가 밭을 갈아 엎고 있고 아내로 보이는 아낙이 옆에서 씨를 뿌렸다. 4월의 익산 들녘은 이들 부부의 손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익산 시내에서 논밭길을 지나 더 들어간 "작은 자매의 집"에서 정신지체 어린이들과 생활하는 문 신부는 오는 5월 29일에 열리는 "평택 평화축제"에 쓰일 영상을 편집 중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참 나빠. 우리들을 참 힘들게 해. 새만금 간척사업, 부안 핵폐기장, 파병 그리고 탄핵까지. 언제나 조마조마하게 하잖아. 그리고는 결국엔 나쁜 놈들 중에서 덜 나쁜 놈들을 고르게 했잖아."
근래 식중독으로 호되게 병치레를 한 문 신부는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문 신부는 이번 총선을 "극우수구반동" 대 "진보"의 대결이라고 전제하고 짧게 말을 이어갔다.
"진보쪽으로 봤을 때 "열린우리당이 진보냐" 했을때 나는 "진보"가 아니라고 봐. 대통령이 되고 열린우리당이 뜬 다음부터 뭐 개혁적인 성향이 하나라도 있어야지. 운명ㆍ숙명론으로 했잖아.
제도정치권안에 당차게 자기 의견 말하는 사람 누가 있어? 없어. 돈먹은 것도 다 똑같애. 돈 액수는 상관없지. 돈이 없어서 선거를 못했나. 돈 없어도 당선된 사람 있잖아. 문제는 누가 개혁적인 행동을 했느냐 이거야."
그는 1966년 김두한 의원이 재벌 밀수사건과 관련해 대정부 질의가 진행중이던 국회 본회의에서 국무위원석에 오물을 던진 사건을 들며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의원이 되기를 당부했다.
"김두한이 국회에서 똥물을 던진 것을 보고 국민들은 그의 의원직을 따지기전에 속이 시원했다고.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이 막혀 하는것을 뚫어야 해. 미국 대사관에 걸린 성조기 태우러 들어가는 거. 이런 것은 정치권이 해야 해.
정치권이 안하니까 밖에서 하는거야. 정치권이 하면 우리는 "지지"만 하면 되는거야. 이제까지 의원들이 해야할 일을 국민들이 한거야. 이제 그런 목소리를 민노당이 내겠지. 행동으로 보여줘."
"힘이 없다, 의석수가 모자란다, 어쩔 수 없다, 국민이 막아줘야 한다"는 말 하지말고 먼저 나가 싸우라는 주문이렸다.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국민에게 "희망으로"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기자를 위해 기차역 근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계속했다. 오랜만의 시내 외출이라는 문 신부는 여러 시간 동안 4ㆍ15총선과 민주노동당에 대해 말했다.
"이 지역이 열린우리당 싹쓸이 지역인데...열우당에게 실망한지는 오래됐지. 부안 핵폐기장 건설 반대로 싸우는데 부상자는 속출하고, 연행되어 감옥가는데 아무도 안왔지. 올꺼라고 기대도 안했지만 그래도 나라를 걱정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관심을 갖고 찾아와야 하는것 아니야. 지역구 의원이면.
매사에 우리 편이 아니더라고. 파병동의안도, FTA(한칠레 자유무역협정)동의안도 서둘러 통과시키고 말이지. 그러면 그들이 말하는 개혁은 무엇이지? 무엇을 개혁하자는거지? 언론개혁, 어렵지. 어렵다고 주저앉으면 안되지. 재벌 개혁, 하긴 뭘해. 수구지...이건 개혁이 아니야.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가는 데마다 민주노동당 깃발이 있어. 집회장에 가건, 어디에 가던 민주노동당 깃발이야. 농민, 노동자, 도시 빈민, 통일과 반미 문제 등 어디든 깃발이 있어."
문 신부는 지난 1월에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하고자 인도 뭄바이에 갔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민주노동당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며 그때서야 "동지"로 인정했다고.
ⓒ민중의소리
"의석수가 15석만 됐어도 마음이 흡족할텐데 말이야. 여태 9석으로 알고 있었는데 섭섭하지만 10석이라니 다행이네."
문 신부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분과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노당 의원이면 수구보수의원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그는 이라크 파병을 예로 들면서 민노당 의원들이 "중요 분과"에 어떻게든 들어가야 한다고 "절절한 마음"으로 부탁했다.
"이라크 파병 반대 투쟁을 하는데 국회안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 1차 파병때는 장영달 국방위원장에게 전화를 했었지.(문정현 신부와 장영달 의원은 소위 "깜방 동기"다.) 전화해서 "3선인데 이제 본래의 너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국회의원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너의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겠나 라고 했지.
2차 때는 전화안했어.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나보고 장영달 국방위원장 집을 방문해 달라고 전화가 온거야. 오전 11시까지 있었는데 나중에 언론에 나온 것을 보니 챙피하더라. 그런 친구에게 내가 울먹이면서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런데도 통과를 시켜버렸단 말이야.
국회에는 우리 편이 아무도 없어. 의원이면 합법적인 발언권도 얻고 회의록도 공개될테고 극한 상황이라면 방망이라도 들고 도망갈 수 있지 않아. 정치권과 우리는 같이 가는 면이 있어야 하는데 없단 말이야. 개혁을 기치로 삼고 있는 열우당이 아니고 국회에 민노당이 들어가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야."
그러나 문 신부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기대감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 동안에 문제가 되었던 여러가지 사건을 예로 들면서 질책과 함께 당부도 했다. 제도정치권에 진입했더라도 서민의 입장을 견결히 고수할 것을 부탁했다.
"아무래도 제도정치권에 들어가면 운동권 방식으로는 안되겠지. 제도권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가능한 선에서 멈추고 거기서부터 수구보수들에게 끌려가겠지. 그때부터는 어쩔 수 없이 "다수의 횡포"에 의해 끌려가는거지. 여기서 "참" 중요해. "양보와 타협"하고, "끌려가는 것"은 다른 거야. 끌려가는 것은 안갈려 하는거지. 이것을 잘 찾아야지."
"서민정당이라고 했잖아. 항상 서민들 입장에서 서야 해. 벽에 부딪히겠지만 그랬다고 주저앉을꺼야? 당 색깔을 분명하게 해야 해. 국회의원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본래의 모습을 지녀야지. 의원 자리에 연연하면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거야. 정치권에 들어간 재야파 의원들 봐. 원래의 마음을 다 접었어. 주저앉으면 똑같게 되는거야.
서민의 정당으로서, 서민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국회에 갔다고 하면 그 입장을 고수해야 된다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에서 소환해야지. 정강에 반하는 의원이 있으면 소환해야 하는거야. 당이 소환시킬 수 있어야 해."
문 신부가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민중을 위해서라면 분신도 할 각오가 된 사람"이었다. 그는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국민들에게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목을 걸고" 그 역할을, 희망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야. 영화를 누릴려고 들어갔나, 고생하라고 들어갔지. 나라와 민족을 어깨에 짊어지고 국회에 들어간거지. 정치권이 그렇게 국민을 끌고가면 국민들이 바라보는 폭도 넓어지고 정치적 생명도 그렇고 저희들 포부도 그래. 국민들에게 먹혀들어가는거지.
우리는 바라볼 사람이 없었던 거야. 의원들은 우리보다 앞서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원들이 없었어. 우리가 바라보고, 쳐다 볼 수 있고, 앞장설 수 있도록 해야지.
우리는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거야. 민주노동당이 그 역할을 해야지. 극우보수세력은 잡아먹으려고 하겠지만 국민이 박수치는 의원이 돼야지. 민주노동당이 그 몫을 해야지."
문 신부는 진보정당의 의원 역할에 대해 말하면서 "민노당은 이젠 죽었다"며 웃는다. 남은 여생 동안 반미운동을 하다 죽을 것 같다는 그는 잔에 들어있는 남은 맥주를 한번에 들이키고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젠 나도 아스팔트에 안서도 되겠어.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할꺼니까. 나는 이제 국민들과 함께 의원들을 졸졸 따라 다니면서 지지와 성원을 보낼꺼야. 내가 가는 데마다 민주노동당 깃발이 있었으니까 가능하지."
이민숙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4-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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