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green>단병호 의원, 국회내 문제점 토로</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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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4-07-28 00:00 조회1,6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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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 민주노동당 출신 의원은 지난 40일동안의 의정생활을 통해 뼈져리게 느꼈던 점들을 총화했다.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진보정치 16일자가 보도했다. 전문을 싣는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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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단병호의원의 특별기고문]
안녕하십니까. 민주노동당 노동자 국회의원 단병호입니다. 5월30일 17대 국회의원으로서 임기가 시작되고, 아직도 생소한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으로 일한 지 약 50일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6월5일 시작된 개원국회와 7월5일 개회된 임시국회까지 합치면 40일간의 의사일정이 경과했습니다.
비록 국회 회기 40일의 대부분을 ‘기다리는 것’으로 허비했지만, 40일간의 짧은 회기 동안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국회 원 구성·상임위 활동·비정규직 권리보호에 관한 입법안 발의·추경 예산안 심의·본회의 대정부질문 등을 거쳤으니, 어쩌면 국회의 본래 기능은 다 겪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대정부질문을 할 때에는, 제한된 시간에 쫓기면서 연단 탁자 위에 조그맣게 놓여진 시계와 질문지를 번갈아 초조하게 쳐다보느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질문들을 다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때는 정말 발언 시간을 15분부터 0분까지 거꾸로 재는 탁상시계가 곧 터질 시한폭탄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쨌든 그 40일간의 의정 경험과 국회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게 너무도 많은데, 그 중에 몇 가지라도, 제가 대표하고자 했던 노동자·국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국회에서 생활한 50일 동안 쉽게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문화적인 차이였습니다. 그 차이는 평소에 자주 접하던 사람들과 공간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이라기보다는 다소 거칠게 표현해서 집단적인 이질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국회에서 느낄 수 있는 규격화되고, 형식화된 문화는 제가 노동조합이나 당에서 느낄 수 있는 집단적인 문화와는 아주 판이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를 하더라도, 우리는 참석하는 모두가 주체가 되어 활발하게 토론하고 서로의 에너지와 의지를 확인하면서, 문제를 풀기 위한 지혜를 모아나가는 문화입니다.
그러나 국회의 모든 회의는 참석하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비주체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잘 짜여진 각본처럼, 정해진 규범에 따라 의례적으로 풀어 나가는 회의는 답답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느껴지는 것은, 국회라는 곳이 상징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인 곳이어야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민주적인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국회 운영과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나타납니다. 양당 교섭단체 위주의 국회 운영은 효율성을 가장한 비민주적, 폐쇄적, 독점적, 비효율적인 운영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소수정당인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만이 느끼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제가 접해본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몇몇 의원들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의원들은 자신들이 속한 당 내부에서도 비민주적이고 지도부 중심의 폐쇄적인 운영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주노동당 소속의 의원들이 실제 겪은 것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지나간 40일은, 제가 20년 가까운 세월을 민주노조 운동에 헌신하면서 겪었던 그 어떤 때보다도 인내하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의원들이 자기가 왜 기다려야 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면서, 10시간씩 본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문제를 제기하고 전달할 기회와 경로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10명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인내심을 시험당하면서, 파행적이고 독단적인 양당 교섭단체 위주의 폐쇄적인 국회 운영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모두가 초선인 소수정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는 데서 느끼는 점입니다. 국회의원은 정부 부처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초로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반면에 기존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정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막연히, 국회에 들어가면 수십 년 굳어온 장벽들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는 정도의 각오를 했지만, 실제 그 장벽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대중들은 10명의 의원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반해, 의회 내에 존재하는 장벽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자칫 실망만 안겨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담감이 더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너무 어렵게 느낀 부분들만 얘기한 것 같은데, 물론 가능성을 발견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것은 진보정당의 원내외를 아우르는 의정활동의 방향을 구체화시키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동권보장, 장애인고용, 여성의 정치적 진출 등의 문제와 관련된 정책이나 법안은 민주노동당의 의견을 상당히 반영하여 제출한다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실제로 이라크 전쟁 중단 촉구 결의안의 경우에는 50명에 이르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실현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에 제가 발의했던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 공동 발의만 하더라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소속 의원들을 단속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본질적으로 자본과 노동의 첨예한 대립이 빚어지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입법화는 물론이고, 사회적 쟁점화도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민주노동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지라도, 집권당이 되지 못하는 한 여전히 남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공유할 수 있는 의제로부터 사안 하나하나마다 우리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의회 내에서 진보정당의 진지를 넓힐 수 있으리라고 보여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중의 힘에 기반한 입법추진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초선의원으로서 제가 17대 개원국회를 마치며 얻은 고민과 과제입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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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단병호의원의 특별기고문]
안녕하십니까. 민주노동당 노동자 국회의원 단병호입니다. 5월30일 17대 국회의원으로서 임기가 시작되고, 아직도 생소한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으로 일한 지 약 50일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6월5일 시작된 개원국회와 7월5일 개회된 임시국회까지 합치면 40일간의 의사일정이 경과했습니다.

특히 대정부질문을 할 때에는, 제한된 시간에 쫓기면서 연단 탁자 위에 조그맣게 놓여진 시계와 질문지를 번갈아 초조하게 쳐다보느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질문들을 다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때는 정말 발언 시간을 15분부터 0분까지 거꾸로 재는 탁상시계가 곧 터질 시한폭탄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쨌든 그 40일간의 의정 경험과 국회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게 너무도 많은데, 그 중에 몇 가지라도, 제가 대표하고자 했던 노동자·국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국회에서 생활한 50일 동안 쉽게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은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문화적인 차이였습니다. 그 차이는 평소에 자주 접하던 사람들과 공간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이라기보다는 다소 거칠게 표현해서 집단적인 이질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국회에서 느낄 수 있는 규격화되고, 형식화된 문화는 제가 노동조합이나 당에서 느낄 수 있는 집단적인 문화와는 아주 판이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를 하더라도, 우리는 참석하는 모두가 주체가 되어 활발하게 토론하고 서로의 에너지와 의지를 확인하면서, 문제를 풀기 위한 지혜를 모아나가는 문화입니다.
그러나 국회의 모든 회의는 참석하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비주체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잘 짜여진 각본처럼, 정해진 규범에 따라 의례적으로 풀어 나가는 회의는 답답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느껴지는 것은, 국회라는 곳이 상징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인 곳이어야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민주적인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국회 운영과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나타납니다. 양당 교섭단체 위주의 국회 운영은 효율성을 가장한 비민주적, 폐쇄적, 독점적, 비효율적인 운영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소수정당인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만이 느끼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제가 접해본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몇몇 의원들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의원들은 자신들이 속한 당 내부에서도 비민주적이고 지도부 중심의 폐쇄적인 운영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주노동당 소속의 의원들이 실제 겪은 것은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지나간 40일은, 제가 20년 가까운 세월을 민주노조 운동에 헌신하면서 겪었던 그 어떤 때보다도 인내하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의원들이 자기가 왜 기다려야 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면서, 10시간씩 본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문제를 제기하고 전달할 기회와 경로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10명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인내심을 시험당하면서, 파행적이고 독단적인 양당 교섭단체 위주의 폐쇄적인 국회 운영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모두가 초선인 소수정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는 데서 느끼는 점입니다. 국회의원은 정부 부처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초로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반면에 기존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정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막연히, 국회에 들어가면 수십 년 굳어온 장벽들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는 정도의 각오를 했지만, 실제 그 장벽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대중들은 10명의 의원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반해, 의회 내에 존재하는 장벽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자칫 실망만 안겨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담감이 더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너무 어렵게 느낀 부분들만 얘기한 것 같은데, 물론 가능성을 발견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것은 진보정당의 원내외를 아우르는 의정활동의 방향을 구체화시키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동권보장, 장애인고용, 여성의 정치적 진출 등의 문제와 관련된 정책이나 법안은 민주노동당의 의견을 상당히 반영하여 제출한다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실제로 이라크 전쟁 중단 촉구 결의안의 경우에는 50명에 이르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실현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에 제가 발의했던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 공동 발의만 하더라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소속 의원들을 단속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본질적으로 자본과 노동의 첨예한 대립이 빚어지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입법화는 물론이고, 사회적 쟁점화도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민주노동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지라도, 집권당이 되지 못하는 한 여전히 남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공유할 수 있는 의제로부터 사안 하나하나마다 우리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의회 내에서 진보정당의 진지를 넓힐 수 있으리라고 보여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중의 힘에 기반한 입법추진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초선의원으로서 제가 17대 개원국회를 마치며 얻은 고민과 과제입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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