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민 학생회장의 옥중편지 > 기타

본문 바로가기
영문뉴스 보기
2025년 10월 6일
남북공동선언 관철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기타

임종민 학생회장의 옥중편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minjok@minjok.c… 작성일01-11-29 00:00 조회1,502회 댓글0건

본문

부경대 임종민 총학생회장이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를 유뉴스 19일자가 보도했다. 전문을 싣는다.[민족통신 편집실]
.......................................................................

학우들에게

오랜만에 햇살이란 것을 보았습니다. 담장 너머 세상 이야기를, 불과 얼마 전까지 내가 속해있던 곳의 이야기를 들으러 몇 발자국을 움직였을 때 밝은 햇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기만해도 참 포근하고 따뜻할 것 같습니다. 0.98평의 독거실은 이미 한 겨울입니다. 24시간 동안 한 번도 꺼지지 않는 형광등이 유일한 말친구이며 몇 번씩 읽고 있는 철 지난 주간지, 책들이 긴 하루를 지켜주는 벗들입니다.

독거실의 밤은 무척 깁니다. 저녁 8시면 누워 잠을 청해보면 다음날 6시까지 아무도 훼방할 수 없는 고요한 수면시간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도 열흘이 지났지만 그 수면시간만큼 잠을 자본 적은 없답니다. 무슨 후회와 연민, 그리고 다짐들이 많은지 꼭 네다섯시간씩 뒤척거립니다. 행여 세상에 대한 걱정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졸업하기 전에 우리 학우들만큼은 사람들간의 따스한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켜냈으면 하는 소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원보다는 제 노력이 부족했나 봅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맞는 것처럼 마음이 아픕니다. 모두가 다 지킬 수 있다고 믿었는데 말입니다.

이 독거방이 이미 겨울인지라 따뜻하고 포근한 생각만 하려고 해선지 이런 밤이면 더욱 간절해집니다. 늦기 전에,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붙잡고 싶어도 붙잡지 못하는 그런 순긴이 오기 전에 모두들 서로의 따뜻한 손 한 번씩 잡아보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 한 마디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말입니다.

이 곳에서도 취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강력 범죄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경제사범, 민생사범이 많아서인지 그 짧은 운동시간에도 저 같은 사람을 걱정해주기도 한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인지 아니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사형수, 용 문신한 깍두기 아저씨들, 마약사범 등―이 많아서 첨엔 어리둥절했지만 모두들 다 착합니다. 저보고는 다 애틋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챙겨줍니다. 사회적으로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제겐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이제 둥지를 떠나실 분들이 많겠군요. 다들 좋은 소식 있기를 기원합니다. 대지를 포근히 덮어줄 하얀 눈이 한두 번쯤 내리고, 녹고를 반복했을 때쯤 어엿한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의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올 겨울의 시작을 한 해의 마무리로 받아들이고 다들 열심히 사셨으면 합니다. 좋은 날씨에 감사하면서, 햇볕을 쬘 수 있다는 것 등 그런 소박한 것들에도 고마워하면서 다들 잘 지냈으면 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주례에서 드립니다.
.....................................................................
부경대 박혜수 기자

[출처:유뉴스01년 11월 19일]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부고]노길남 박사
노길남 박사 추모관
조선문학예술
조선중앙TV
추천홈페이지
우리민족끼리
자주시보
사람일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한겨레
경향신문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
재카나다동포연합
오마이뉴스
재중조선인총련합회
재오스트랄리아동포전국연합회
통일부


Copyright (c)1999-2025 MinJok-TongShin / E-mail : minjoktongshin@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