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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을 꿈꾸는 이부영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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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minjok.c… 작성일01-11-09 00:00 조회1,6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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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1일자에서 이부영 의원과 대담을 갖고 그의 의중을 알아봤다. 그는 "신당창당이 조건이 성숙됐다"고 보도하면서 "한나라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대단히 어렵다"고 지적해 오늘의 야당이 안고 있는 문제가 심각한 것을 시사했다. 이 대담 소식을 전재한다.[민족통신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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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오연호, 장유정 기자 외 20명
정리 / 이병한, 손병관 기자
사진 / 이종호 기자

011031_lee_06.jpg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는 10월 31일 밤 <오마이뉴스>와 가진 열린인터뷰에서 "중도적 입장에서 타협하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며 신당 창당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부총재는 "(지금) 갈등을 해소하고 남북화해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어느 지역 중심이 아니라 전국에 걸친 중간세력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나는 그 여건이 성숙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는 그 "여건의 성숙"에 대해 1) 내년 말 DJ가 퇴임하면서 지역주의 정치의 보스들이 물러난다 2) 이념공세, 색깔론이 힘을 발휘하는 추세가 완화되고 있다 3) 국민들이 돈선거·돈정치에 대해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부총재는 특히 "내년 연말 김대중 대통령까지 임기가 끝나게 되면 지역주의의 맹주들은 보수정치에 손을 떼게 된다, 아니 떼야 된다, 떼게 만들어야 한다"며 3김 정치의 청산을 강조했다. 하지만 신당 창당의 시기가 내년 대선 전인가 후인가에 대해 "그런 것은 미묘한 이야기이니 오늘 이 자리에서 확정짓지 말자"고 직답을 피하면서 "그것이 대선 때부터라면 더 좋은지 모르겠다"라고만 답했다.

이 부총재는 "중도화해 세력이 결집된 신당의 필요성"을 구한말-해방정국-1990년대("꼬마민주당" 등)의 중도파 정치인들의 "시도와 좌절"을 10여분간 강의하듯 예로 들며 "조건이 성숙한 만큼 국민들에게 새시대의 선물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해 상당한 내적 준비를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국민들에게 새 시대의 선물 준비해야"

이 부총재와의 열린인터뷰는 오마이뉴스 편집국(종로구 내수동 세종문화회관 뒤)에서 기자만들기 수강생 등 20여 명의 기자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밤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부총재는 10·25 재보선의 한나라당 압승에 대해 "국민들은 여당이 싫어서 야당을 찍은 것이지 야당이 좋아서 찍은 것이 아니다"고 진단하고 "민심이 여당을 떠나서 야당으로 갔다는 말에는 승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의 최대 과오는 "대통령 자신의 독선"이라며 "참모들 누구도 "아니오" 소리를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여권 소장파들이 "권노갑-박지원 퇴진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들이 "아니오" 소리를 용납 못하는 김 대통령의 뜻을 가장 충실하게 헤아려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서 "같이 권력을 누렸던, 내부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의원들이 두 사람을 지목해 국정쇄신의 핵심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잘못 알고 그러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부총재는 "두 사람은 검찰수사를 당장 받고 있는 대상도 아닌데 퇴진요구는 무리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검찰조사를 받을 일이 있는 지는 정권이 지나봐야 안다"고 답했다.

이 부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이) 후계자로 정권을 잇게 하겠다, 내 영향력 아래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집착을 가지면 가질수록 (정권재창출의 길은) 더 멀어질 것"이라면서 "자기 영향이 아닌 후보의 자생능력으로 뚫고 올라온 후보라야 야당 후보와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는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은 분열될 가능성이 있고 한나라당은 그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며 "지난 대선과는 거꾸로 되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총재는 "추구하는 노선이 민주당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한나라당에 있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대단히 어렵다고 본다"며 "한나라당에 내가 있는 것은 나에게 그 소임(한나라당의 변화)에 기여하라고 어떤 분이 거기에 갖다 놓으신 모양이다, 그 일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음은 A4 10페이지 분량의 인터뷰 전문을 요약한 것이다.

"이 정도 민심이반이면, 한나라당이 압승했어야 옳다"

- 우선, 경향신문이 뽑은 "한국의 55인"에서 정치인 2명(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부영 한나라당 부총재)중 한 명으로 선정됐는데, 어제 시상식 자리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
"그 자리에서도 소감으로 이야기했지만 우리사회가 다양화되면서 그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고 있는데 그것을 조정해야 하는 정치가 아직 제몫을 못하는 것 같아 대단히 송구스럽다. 정치인 두명에게 상을 준 것은 옛말 "주마가편(走馬加鞭)"과 같이 더 잘하라,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라는 채찍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 한나라당은 이번 10·25 재보선에서 세 군데 모두 승리하면서 미소가 넘쳐 흐르고 있다. 이번 선거의 승리요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이번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김대중 정권으로부터 민심이 굉장히 돌아섰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하나는 여권내 개혁파의 당정청 개편, 국정쇄신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다. 국민들이 이 정권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폐증에 걸렸구나, 시정되지 않는구나 하는 낙담과 실망감에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국정운영능력, 판단력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밖에 최근의 부정비리에 여권의 핵심이 관련됐다는 끊임없는 의혹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할 것은 이 정도의 민심이반이라면 특히 서울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했어야 옳다. 하지만 시소게임을 벌였다는 것은 한나라당도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여당이 싫어서 야당을 찍은 것이지 야당이 좋아서 찍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민심이 여당을 떠나서 야당으로 갔다는 말에는 승복하지 못한다."

- 재보선에 영향을 일정하게 미친 것이 의혹공방이다. 김홍일 의원이 검찰 간부와 제주도 여행을 간 것에 대해 야당이 공격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김홍일 의원에 대해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듯 그렇게 단정짓고 싶은 마음은 없다. 선거 직전에는 어느당 대변인이든 좀 거북한 말을 많이 쓴다.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단지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국회의원, 그것도 대통령의 큰아들이 검찰의 간부와, 더구나 조폭 출신과 어떻게 같이 있는가. 그런 사람들과 같이 휴가를 보냈다는 상황만으로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자리는 그만큼 처신이 어려운 것이다."

- 한 독자는 미리 받은 열린인터뷰 질문에 이런 것을 올렸다. "이 부총재는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추구하는 정책의 일부는 민주당과 맥을 같이 하거나 진보적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우리 사회가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놓고, 이쪽은 어디고 저쪽은 어디라고 판단할 만큼 간단한 사회가 아니라고 본다. 민주당은 변할 것이 없고 한나라당은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면 두부모를 잘라서 양쪽으로 나누는 시각이다. 나는 한나라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대단히 어렵다고 본다. 한나라당에 내가 있는 것은 나에게 그 소임에 기여하라고 어떤 분이 거기에 갖다 놓으신 모양이구나, 그 일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치 민주당 안에도 보스주의, 지역주의, 파당주의를 고치려고 애쓰는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있는 것처럼."

- 정당은 비슷한 정책과 이념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이 부총재는 한나라당과 틀린 면이 있지 않은가.
"그 말은 부분적으로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들은 그런 원칙에 맞는 근대적 의미의 정당이 아니다. 어느 정당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지역주의 정당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정당들이 역사적으로 일관된 방향을 가지고 발전된 것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편의에 따라 이 세력 저 세력을 다 끌어모은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보스 중심으로, 물론 어느 지역 중심이기는 하지만, 비빔밥을 만들어놓았다. 여나 야나 마찬가지다.

여러분들은 좀 젊은 분들이 많은데 그럴수록 더 개혁적이고 더 진보적인 것을 원하기 마련이다. 나도 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당에 참여하도록 권유도 받았다. 하지만 여러분들과 같은 유권자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런 정당으로는 당선자를 내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하는가. 현재 민주당이 좀 진보적이고 한나라당이 좀 보수적인 차이는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정책으로 들어가보면 큰 차이가 없다."


"한나라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대단히 어렵다"

- 앞으로 신당 창당의 주축이 될 생각은 없는가.
"중도적 입장에서 타협하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냉전 해체, 이데올로기 대립이 완화되는 이 시기에 우리 안에서 그 대립이 기승을 부릴 아무 이유가 없다. 냉전시대의 단단한 기득권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해소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갈등을 해소하고 남북화해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어느 지역 중심이 아니라 전국에 걸친 중간세력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나는 그 여건이 성숙됐다고 본다."

- 심지어 JP가 이끄는 자민련도 현재 15명의 국회의원을 가지고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 부총재 등 한나라당 개혁세력이 합치면 10명을 넘을 것이다. 대선 전에 신당을 만들 생각은 없는가.

"지금 이 이야기가 이 자리의 가장 중요한 얘기일텐데... 나는 지금까지 10년 정도 정치에 참여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언제나 행랑채 곁방살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 안방 아랫목에 앉아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솔직히 우리 역사가 내가 생각하는 역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사람이 비 오고 눈보라 칠 때는 행랑채고 두엄더미고 가릴 것이 없지 않은가. 이른바 재야출신, 국민들이 개혁세력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들은 항상 "이 집이 내가 살 집인가", "이 행랑채가 내가 정말 앞에 널려 있는 큰 농사를 수확할 만한가", "창고도 별로 없고 농사지어봐야 주인이 독차지해버리고 우리는 흑싸리 껍데기만 갖는 것 같은데 이게 정상적인가"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당황스럽고 답답한 것은 그렇게 방향을 정해져 "새로운 집으로 가자" 했을 때, 국민들은 소수를 제외하고 그분들을 머슴으로 써주지 않는단 말이야.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많이 비판하는 언론의 문제, 현실적으로 정당을 운영해야하는 평상적인 비용 등.

특히 지난 15대 총선 때 우리가 한번 해봤지 않은가. 당시 3김 그늘 아래에서 이른바 "작은 민주당"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개혁세력이 시도했는데, 서울에서 나 하나, 경기에서 제정구 의원 빼고는 이철, 박계동 등 다 떨어졌다. 지난 15대 총선에서 개혁세력의 실패는 3김 세력이 "그것 봐라, 꼴좋다, 한국에서 정치하려면 3김의 지역주의 그늘에서, 그들이 재벌과 결탁해 받아오는 돈으로, 그들이 길들인 언론을 등에 업고 해야 한다"고 비웃게 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게 만든 것이다. 그 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 앞에 더 있었다. 한겨레 민주당이 그랬고 민중당이 그랬다.

그러나, 이 "그러나"가 중요하다(웃음). 난 그때와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내년 연말, 김대중 대통령까지 임기가 끝나게 되면, 지역주의의 맹주들은 보스정치에 손을 떼게 된다. 아니 떼야 된다. 떼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큰 조건이고 또 하나의 조건은 요즘도 용공음해가 성행하지만 이데올로기적인 대칭점이 상당히 균형점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함부로 빨갱이로 몰면 증거를 대라고 한다. 이념공세, 색깔론의 추세가 완화되거나 거의 균형점에 이르렀다. 또한 국민들이 돈선거·돈정치에 대해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게 됐다.

이 세 가지 정도가 새로운 중도세력, 지역적으로 이념적으로 중도적이면서 화해협력·타협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 그런 조건이 완벽하게 조성되는 시간은 언제인가. 또 어느 정치세력까지 포괄할 생각인가.
"시기 같은 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 대선 전인가 후인가.
"그런 것은 미묘한 이야기이니 오늘 이 자리에서 확정짓지 말자. 그것이 이번 대선부터라면 더 좋은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분간은 집권과는 거리가 멀게 생각을 해야 한다.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신당창당 조건이 성숙했다"

- 같은 재야출신인 김근태나 노무현 씨는 이번 대선에 나간다고 했는데, 이 부총재는 출마한다는 특별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노무현 씨나 김근태 씨는 능력이 출중하고 나이도 그만하면 성숙했다. 또한 여당에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조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생긴다 해도 상당기간동안은 "곁방살이"다. 과욕을 부리면 안된다. 변화의 주역이지 무엇을 가지려는 그런 위치는 아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랬다고, (양 손을 어깨넓이 만큼 벌리며) 누울 자리가 요만큼 밖에 안되는데 발부터 뻗으면 어쩌느냐."

- 서울 시장자리도 중요한 자리인데, 수도권지역에서 인기가 있으니 당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정치권에 온 뒤에도 국회의원도 내가 입을 옷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내 생각을 실현하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서울시장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서울시장이 대통령 되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면 서울시는 망한다. 시장은 시장으로 끝낼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부적격이다. 그렇다고 내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중앙정치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국회 주변에서 맞지 않는 옷이라도 입고 얼쩡거려야겠다."

- 남북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통일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할 텐데, 지금 한나라당의 통일정책을 보면 만약 한나라당 집권하면 냉전시대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생긴다.
"서독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수상이 1969년 이후 집권했을 때 특별 보좌관으로 일하며 서독의 동방정책을 수립하고 협상까지 마무리한 에곤 바를 최근 만났다. 그는 동독과 협상을 하기 전에 야당인 기민당과 미국 정부에 동독과의 협상 내용을 다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얻게 됐다. 당시 기민당도 지금의 한나라당처럼 똑같이 퍼주기다, 속고 있다는 등 엄청난 비판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됐는가. 나중에 헬무트 콜 수상이 이끄는 기민당이 집권한 후 통일을 완성했다.

이것은 남북협상문제야말로 초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에곤 바 씨에게 좀 창피하지만 6·15 남북정상회담 전에 야당은 일체 정보를 공유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총선 이틀전 정상회담 발표를 해서 야당의 가슴에 못이 박히도록, 극도의 불신을 가지게 했다.

나는 내년 선거가 임박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온다면 나라 안에 커다란 혼란이 올 것으로 본다. 나는 가능하면 올해 안에 오는 것이 시한이라고 본다. 아니면 내년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새 정부와 이야기해서 그때 방문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내년에 온다 안온다로 또다시 남남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신정부 들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 DJ정부의 가장 잘한 것과 가장 못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대중 정부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6·15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실패한 것은 김 대통령의 독선이다. 대단히 뛰어난 분이지만 자기 혼자 하려고 한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대통령 앞에서 "아니오" 소리를 못한다. 장관이나 정부조직을 일일이 청와대가 참견하고 지시하고, 또 밑에 사람은 지시가 올 때까지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이 이 정부의 실패요인이다."

- 지금 민주당 내 소장파 의원들이 "권노갑-박지원 씨는 정계를 은퇴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여권 내부가 시끄럽다. 당장 검찰수사를 받을만한 사안도 없는데 퇴진하라는 것은 무리 아닌가.
"이분들이 "아니오" 소리를 용납 못하는 김 대통령의 뜻을 가장 충실하게 헤아려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같이 권력을 누렸던, 내부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의원들이 두 사람을 지목해 국정쇄신의 핵심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잘못알고 그러겠느냐. 검찰조사를 받을 일이 있는지는 정권이 지나봐야 안다."

-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DJ가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인가.
"나도 그분과 당을 같이 해보고 일해봤는데 굉장히 부지런하고 말씀도 잘한다. 자신이 제일 우수하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 분이다. 이제 더 하실 게 없지 않은가. 대통령에 노벨 평화상까지. 이제 그분이 할 일은 끈을 놓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 순간에 했다는 "사즉생(死卽生)". 이제 나의 후계자를 정권을 잇게 하겠다, 내 영향력 아래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집착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멀어질 것이다. 자기 영향이 아닌 후보의 자생능력이랄까, 이런 것으로 뚫고 올라온 후보라야 야당 후보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장차 DJ가 할 일이 있다고 본다. 2010년쯤 되면 전기와 물이 모자라게 된다. 우리는 현재 반대에 부딪혀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가스 발전소를 세우는 일이다. 그러려면 시베리아에서 파이프라인을 가져와야 한다. 가스 파이프라인이 북한과 휴전선을 통과해야 한다. 그 재원을 마련하고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들이 해야할 일이다. 러시아·중국·몽고·일본·남북한이 다 관련된 일이다.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분이니 나는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것이 진정 자신이 이루어놓은 6·15 공동선언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크게 당신이 할 일을 설정하면 퇴임후에도 재임중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대선에서 JP 또는 JP와 YS의 연대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리라고 보는가.
"나는 그분들이 큰 역할을 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는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내년 지자체 선거를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자체 선거는 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모이게 마련이다. 그들은 대부분 지역의 명망가나 재력가다. 그때 모여들어 일정한 풀을 집적하게 되면 그것이 일종의 바기닝 칩(bargaining chip - 교섭을 유리하게 이끄는 비장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역할이 일정정도 있다고 본다."

- 이 총재가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후보로 적당하다고 보는가.
"이 총재는 한나라당에서 제일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고, 또 대선에 이미 나와봤기 때문에 지명도에서 다른 사람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지난 대선 때와는 달리 이번에 민주당은 분열될 가능성이 있고 한나라당은 그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지난번과 거꾸로 된 셈이다."

- "한국의 얼굴 55인"에 함께 선정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친일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21세기다운 것이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총재와 당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문제에 대해서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 민주당은 분열할 것"

- "한국의 얼굴 55인" 수상할 때 부인께도 영광을 돌린다고 했는데,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주제는 전근대 시대의 장자상속제도와 연결되는 것이다. 아들에게만 재산을 상속하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문중 땅을 왜 남자들끼리만 나눠 갖느냐, 시집간 딸들에게도 달라는 민사소송도 제기되고 있다. 호주제는 이미 무너진 거나 다름없다."

- 시간이 오래 지났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혼란이 일어나는 이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그분들 시대의 엄청난 참화에 비하면 우리는 이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나는 잔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인 불황, 중국의 끊임없는 도전 등, 지금은 분명히 위기다. 국내정치도 위기지만 우리 주변도 굉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 일해야 한다. 잔치는 끝났다.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화해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남북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옛말에 광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우리 광이 텅 비었는데 북한에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잔치는 끝났다. 다시 손톱이 빠지게 일해야 한다." 이병한/이종호 기자 han@ohmynews.com

[출처:오마이뉴스 11/0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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