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건 한자 아닌 한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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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2-04-21 00:00 조회1,56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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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부터 한자교육을 실시하라는 전직 교육부장관들의 건의를 계기로 한자교육 강화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건의문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라는 것을 보면, 이 단체가 이 움직임의 중심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등학생에 대한 한자교육은 해 보아야 `한글전용"이라는 어문정책에 혼란을 초래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학습 부담만 가중시킬 뿐, 효과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한글이 창제된 것은 1446년의 일이지만, 우리 글로서 주인의 자리를 찾은 것은 해방 후의 일이다. 한자를 빌려 써 왔던 천년 역사에 비해 고작 50여년 사이에 한글만으로 문자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한글전용 정책의 정당성을 웅변한다. 우리 국민의 100%에 가까운 문자해독률, 정보화의 놀라운 진전 또한 쉽고도 과학적인 한글 덕분이다. 지금은 30여년간 폐지됐던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되살릴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한글을 갈고 닦아 한자의존에서 벗어날 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다.
과거 천년간 한자를 빌려 써 온 탓에 우리가 쓰는 말의 70%가 한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학술·전문용어, 특히 일본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용어들이 거의 한자말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중학교에서부터 기초한자 교육을 하고 있으며, 마치 서양에서 학자들이 라틴어를 공부하듯, 한자를 필요로 하는 전문가들은 한자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미 우리말이 된 용어의 한자를 익혀 옛날식의 어문생활로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젊은층의 `한자 무식"을 기성세대가 한탄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한글만으로 어문생활에 별 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한자교육을 해도 별 효과가 없으리라는 것은 그래서 하는 말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한글을 잘 쓸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다.
[한겨레 사설 20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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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초등생 한자교육 건의 시대착오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위원장 이수호)은 11일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시 건의와 관련해 성명을 내어 “초등 한자교육은 현실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특별활동을 포함, 12개 과목에 주당 32시간씩 과중한 학습부담에 시달리는 초등생에게 한자교육까지 시키자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중학교에서 한자교육 과정을 충실히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신귀희 사무처장도 “초등 한자교육은 특기적성교육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전직 교육부장관 13명은 9일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시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와 교육부에 제출했었다.
강성만 기자sungman@hani.co.kr
[한겨레 2002.4.11]
한글이 창제된 것은 1446년의 일이지만, 우리 글로서 주인의 자리를 찾은 것은 해방 후의 일이다. 한자를 빌려 써 왔던 천년 역사에 비해 고작 50여년 사이에 한글만으로 문자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한글전용 정책의 정당성을 웅변한다. 우리 국민의 100%에 가까운 문자해독률, 정보화의 놀라운 진전 또한 쉽고도 과학적인 한글 덕분이다. 지금은 30여년간 폐지됐던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되살릴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한글을 갈고 닦아 한자의존에서 벗어날 방안을 연구해야 할 때다.
과거 천년간 한자를 빌려 써 온 탓에 우리가 쓰는 말의 70%가 한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학술·전문용어, 특히 일본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용어들이 거의 한자말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중학교에서부터 기초한자 교육을 하고 있으며, 마치 서양에서 학자들이 라틴어를 공부하듯, 한자를 필요로 하는 전문가들은 한자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미 우리말이 된 용어의 한자를 익혀 옛날식의 어문생활로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젊은층의 `한자 무식"을 기성세대가 한탄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한글만으로 어문생활에 별 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 한자교육을 해도 별 효과가 없으리라는 것은 그래서 하는 말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한글을 잘 쓸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다.
[한겨레 사설 20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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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초등생 한자교육 건의 시대착오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위원장 이수호)은 11일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의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시 건의와 관련해 성명을 내어 “초등 한자교육은 현실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특별활동을 포함, 12개 과목에 주당 32시간씩 과중한 학습부담에 시달리는 초등생에게 한자교육까지 시키자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중학교에서 한자교육 과정을 충실히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신귀희 사무처장도 “초등 한자교육은 특기적성교육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전직 교육부장관 13명은 9일 초등학교 한자교육 실시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청와대와 교육부에 제출했었다.
강성만 기자sungman@hani.co.kr
[한겨레 20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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