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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green>백악관 앞서 20년 평화시위</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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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minjok.c… 작성일02-06-05 00:00 조회1,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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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둥, 둥"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스님이 "평화"를 바라는, 남의 나라 대통령이 사는 곳까지 오셔서 맨바닥에 앉아 기도 드리는 그 마음이 눈물겹고 왠지 서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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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곧 통일됩니다-백악관 앞에서 20년 넘게 반전운동을 해 온 콘셉션 피시노트 씨. 어떻게 저 피켓이 그녀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외침대로 "한국은 곧 통일 됩니다!"

"둥, 둥, 둥"
스님의 지그시 눈감고 두드리시는 낮고 깊은 목탁소리는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이야기가 더 이상 나에게,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정조차 일으키지 않는 무서우리만큼 "전쟁"이 일상화 된 세상에 살고 있는 나를, 또 그렇게 잊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누구" 눈에는 "무엇"만 보인다더니, 스님의 목탁소리를 들으며 차분해진, 조금은 비장한 마음으로 라파예트 광장을 막 나오려는 참이었다. "한국은 곧 통일 됩니다"라는 조그만 피켓이 여러 잡동사니(?)들과 함께 땅바닥에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닌가? 며칠 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본 "자유는 아무런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와 똑같은 "한글"로 말이다. 그렇게 난 또 한 명의 백악관 문지기, 콘셉션 피시노트라는 반전운동가를 만났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난 그녀가 "집 없는 사람, 거지"인 줄 알았다. 밥그릇, 이불 등의 그녀의 너저분한 생활용품들과 다 떨어진 그녀의 옷가지들이 영락없이 거지처럼 보여 별 관심 없이 지나쳤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생활용품들 중 "한국은 통일 됩니다"라고 똑똑히 적혀있는 하얀 종이가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만남으로 이끌었다.

"어떻게 이 피켓을 갖게 됐느냐"고 물었는데, 자꾸 "자기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내 신통치 않은 영어에 아쉬움을 느낀다. 작년 8·15 전후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백악관 앞에서 단식투쟁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못 하는 영어지만, 용기를 내 수첩까지 꺼내들고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에 관한 이야기는 이 보도자료에 다 있다"며 준비되어 있는 자료들 중에서 몇 장을 신속히 챙겨주었다. 심지어 한국어로 된 것까지.

"24시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백악관 불빛 바라보며 침묵시위/ 침대의 감촉 잊은 지 오래, 겨울밤에도 외투 한 벌로 잠들어" 지난 1991년 워싱턴 동아일보에 소개되었던 기사의 부제목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고 했더니, 그녀는 한국과 관련된 피켓을 찾아 들고 능숙한 포즈를 취한다. "U·S is evil! Out of korea!" 등의 구호까지 외치면서 말이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외침이라 조금 당황했지만, 이렇게 온몸으로 "평화"를 바라는 사람, 우리나라 문제를 함께 생각해주고 있는 사람을 만나 마음이 든든해짐을, 또한 고마움을 느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이미 잘 정돈돼 있는 잔디밭에 색이 고운 꽃들을 심고 있는 인부들을 보았다. 녹색 자연, 새소리 등이 주는 "평화로움"이 미국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라면, 오늘 우연히 만난 스님의 목탁소리와 반전운동가의 "U·S, out of korea!"라는 외침은 미국이 본래 갖고 있는, 허나 감추어진 모습이라고 감히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워싱턴 곳곳에 나무를 심고, 푸르게 가꾸어 놓았지만 이 푸름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닌 "꾸밈"의 모습임을 나를 비롯한, 전세계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초록 워싱턴 속의 새의 지저귐과 조용히 울리는 목탁소리, 평화를 사랑한다는 말과, 전쟁을 일삼는 행동. 도시가 말하고 있었다.

[반전운동가 콘셉션 피시노트의 홈페이지-여기를 짤각하세요]http://prop1.org/conch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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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반핵 투쟁 10년

백악관의 정면에 있는 라파엣 공원에는 24시간 년중무휴로 반핵운동을 하는 여성이 있다. 입간판 두 개를 들고 무더운 여름이나 엄동설한에도 백악관을 바라보면서 이 운동을 전개한지 10년째가 되는 콘셉션 피시노트(47세) 여사는 스페인 가리시아 출신이며 29년전에 뉴욕복지사업단 국제연맹 스페인 영사활동을 거쳐 79년부터 워싱턴에서 정치활동을 시작. 미국의 군비증강을 우려하여 스스로 연방의원을 만나는 등 로비활동에 투신했다.

그러나 혼자서 하는 정치활동에는 한계점이 있었다. "대통령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은 81년. 가재도구 일체를 팔아 입간판을 만들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그 후 10년. 백악관 앞의 공원은 그녀의 집이며 정원이 되었다. 미·소간의 긴장이 완화되어도 핵무기가 폐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 3세계에서는 핵 보유국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일부에서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는 비난도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이상론은 지칠 줄 모른다. 입간판에는 히로시마, 나가사끼의 원폭피해자 사진들이 붙어 있다. 백악관앞에는 항상 관광버스들이 정차하는 데 세계각국의 관광객들이 이 간판을 보고 내려와 이야기도 나눈다. "세계각국에 반핵을 호소하고 싶었다. 여기 있으면 그것이 실현된다. 내가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세계를 상대할 수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식기 시작한 반핵사상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여러 사람들에게 핵무기 폐지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함"이라면서 현재까지 외롭게 버티고 있다. 그러한 그녀이 버팀은 고귀해도 생활은 말이 아니다. 식사는 근처의 빵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과 지원자가 가끔 사주는 것으로 해결하며 수입은 전혀 없다.

눈이 내리는 겨울밤에도 두터운 코트 한벌로 지낸다. 그렇지만 지난 10년동안 병으로 고생한 적은 없다. "침대의 감촉따위는 벌써 잊은 지 오래다"고 중얼거리는 그녀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햇볕에 그을린 검을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우면서 "궁극적인 정의가 필요할 뿐"이라며 백악관을 향해 눈을 돌린다. "핵무기가 이 세상에서 폐지 되는 날까지 계속 할 생각이며 여기에서 죽는 다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1991년 9월 26일 The Dong-A Daily News>>



윤홍은 기자 happyend21@hanmail.net
[출처:오마이뉴스 200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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