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박종철 역 최동성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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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jok@minjok.c… 작성일02-07-19 00:00 조회1,5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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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MBC에서는 조금 특별한 드라마 한 편을 내보냈다. "순수청년 박종철"(노연재, 여정미 극본 | 이정표 연출). 그러나 조금 촌스러운 듯한 제목의 이 드라마는 뜨거운 월드컵 열기에 가려져 다소 묻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방영이 끝나고 나자 MBC게시판에는 이 작품에 관한 시청자들의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7월 5일 경에는 "순수청년 박종철" 코너 자유게시판의 게시물 수가 약 1000개에 달했다.
▲박종철열사 흉상 옆에 선 최동성군. / SNUnow
언뜻 보기에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재방영을 해 달라"는 요청이 눈에 띄게 많다. 또한 "잊혀져가는 우리 역사의 일부를 되돌아보게 한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박종철을 인간적으로 조명한 것이 감동적이었다" 는 등의 내용이 주류.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박종철에 대해 잘 몰랐는데 보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등의 글을 올린 경우도 많았다.
일명 "길거리 캐스팅"으로 드라마의 주인공 박종철 역을 맡게 된 우리학교 경제학부 01학번 최동성 씨에 대한 의견도 빠질 수 없다. "(박종철과) 정말 닮았다"는 내용이 상당수, 그리고 "처음 연기하는 사람답지 않다"는 칭찬과 "아무래도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었다.
"박종철 역에 어떤 무명의 서울대생이 캐스팅되었다"는 것은 한동안 학교 안의 작은 화제였다. 이제 촬영도 끝나고, 방영까지 마친 지금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6월 29일 터키와 한국이 3,4위전을 하는 토요일 오후, 한적한 학교 안에서 최동성(서울대 경제학과 3)씨를 만나보았다.
"장터에서 캐스팅 되신 거라면서요" 하고 운을 떼어본다.
"학생회관 앞에서 장터를 하다가... 화채를 만들다가 누가 와서 잠깐만 와 달라고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뭐 일 시키려나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책상을 옮겨달라든가..) 평소에 박종철이랑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역시 프로는 프로더라고요. PD님이. 평소에 머릿속에 항상 그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아, 저놈한테 까만 뿔테안경만 씌워놓으면 딱이구나, 이런 걸 알아채신 거예요."
"촬영하는 거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처음엔 다들 신기해하죠, 신기해 하고... 안 믿어요. 뻥이라고. (웃음) 그러다가 나중에 전화왔는데 내가 "야야 나 촬영중이야 끊어 끊어" 이러면 믿죠.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고."
"드라마 나온 것은 누구와 함께 보셨어요?"
"부모님하고 같이 집에서 봤어요."
"보고 나니 어떤 느낌이었어요?"
"잘 나왔더라구요. 저는 만족해요."
대체로 그는 이번 드라마 촬영 전반에 대하여 만족스럽다는 평을 내린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미진한 구석이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지만, 초보 연기자가 촬영을 하며 겪었을 어려움들을 생각해보면 "결과물에 만족한다"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저기,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아.. 없어요. 다들 그거 물어봐요. 기자들도 그렇고..^^"
"그럼 그 박종철 여자친구 역의 은주라는 인물은 실존 인물인가요?"
이에 대해 최동성 씨는 아마 아닐 거다, 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박종철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박종철의 장례식장에서 시 낭송을 맡기도 했었다고.
"그거 좀 간지럽던데. 은주야 이 책을 너에게 준다. 널 사랑한다 책 앞에 이렇게 쓰는 거 말이예요."
최동성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연기지만 첫사랑의 연인과 포옹하는 장면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작 촬영 때는 애틋한 감정이 살아났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혹자는 이 "은주"배역에 대하여 너무 청순가련형의 여자라서 좀 비현실적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형으로 나온 사람도 실존 인물은 아니었어요. 연기를 잘 하는 형이예요."
"그럼 박종철 부검 때 들어갔다는 것도.."
"실제로는 안 들어갔겠죠. 이 드라마를 캐스팅할 때 박종철 같은 실존인물, 그리고 얼굴이 많이 알려진 인물은 신체조건-얼굴이 닮은 것에 비중을 두어 캐스팅을 했대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을 쓰는게 더 낫겠지만, (박종철 같은 사람은) 얼굴을 아는 사람들도 많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죠."
흠.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요한 역인데도 길거리 캐스팅을 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구나.
"촬영을 하면서 박종철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음.... 제가 원래 영혼이나 미신 같은 것을 믿지 않는 편인데요, 이번 촬영을 하면서 굉장히 신기한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부산 영도구 청학동 출신인데요, PD 님이 어떤 서류에 본적을 적으면서 부산 영도구 청학동.... 이렇게 적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저기 그거 제 본적 주소인가요 아니면 박종철 씨 주소인가요?" 하고 물어봤거든요. 근데 박종철 주소라는 거예요. 저랑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거죠. 계산해보니까 한 7년 정도 같은 동네에 있었더라구요. 그때는 물론 몰랐지만.
(부산 출신이어서 사투리를 쓸 수 있다는 것도 그가 캐스팅된 요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날 장터에 나가서 화채를 만들던 것도 상당히 우연적인 요소가 많았어요. 원래 제가 그 시간에 듣는 전공 수업이(최동성 씨는 경제학부 B반이다) 출석이 엄청 중요한 거라서, 빠질 수가 없거든요. 근데 그날만 어떻게 마음을 먹고 기숙사 노조 돕기 장터에 갔어요. 평소에는 장터에서 일한 적 별로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수업도 빠지게 되고 그랬는데 그날 마침 순수청년 박종철 드라마 팀이 학생회관 근처에 왔다가 저를 본 거죠. 신기하죠.
그리고 이 드라마는 박종철을 투사, 열사로 그리는 것 보다는 인간적으로 그린 거라서, 그런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날의 인터뷰는 찜닭집으로, 호프집으로, 보드게임 까페로 이어졌다. 어디까지가 인터뷰였고 어디까지가 아닌지 불분명한 가운데, 머리를 2:8로 만드는 게 어려웠다는 둥, PD가 386이 아닌가 궁금하다는 둥,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순수청년 박종철 홈페이지에서 최동성 씨는 간략하게 "인간 박종철 보다는 "열사" 박종철로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열사가 아닌 우리들과 같은 삶을 살았던 따뜻한 우리의 친구, 사랑 받는 아들, 순수했던 한 청년으로 조금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조금 더 나아진 삶을 누릴 수 있는 데에는 누군가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겠다" 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촬영으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기말고사와 학점, 그 이상의 소득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혹시 당신은 박종철의 흉상 옆 시비를 눈여겨본 적이 있는가? 사람의 머리 모양이 거꾸로 형상화 되어 있고, 옆에 한 마리 새가 앉아있는 모습. 파란 굴곡들, 그 사이에 점점이 박힌 기포. 학교를 다닌지 4년째인 6월 초의 어느 날에야 나는, "아, 저게 물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었다.
박종철의 죽음은 우연한 것-운이 나빠서 고문받고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배태한 것이다. 제작진의 기획 의도 역시 이러한 박종철을 좀 더 인간적으로, 바로 우리 주변의 누군가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리라.
실제로 이 드라마가 얼마나 성공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평가는 다를 것이다.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묻혀져가는 "박종철"을 다시 세상에 환기시켰다는 점 덕분이다. 또, 다소 실제와 다르더라도 드라마적 요소를 갖추려고 노력한 것 역시 좋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일 가량의 짧은 촬영기간, 조금은 급한 느낌의 편집과 연출 때문에 나는 일단 20점을 깎아두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공중파 방송을 타고 나올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의 의미만큼은 인정해주어야 할 듯 싶다.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것은, 그것의 현재 의미를 되묻는다는 말과도 같다. 지난 2001년 2월 25일, 55회 서울대 졸업식(학위수여식)에서는 고 박종철 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주었다. "종철아 잘 가그래이"라던 박종철의 아버지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불의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위해 싸운 이들에 대한 일종의 공식적인 사면, 복권, 나아가 "화해"인 셈이다. 이것은 일면 우리 내부의 정치적 민주화를 가늠하게 하면서 동시에 "싸움의 박제화", "상황의 종료"를 선포당한 듯한 여운을 남긴다.
과연, 그는 우리 안에 어떤 의미로 기억되어 있는가? 단순한 "상징"으로 남기 이전에 그가 한 "사람" 이었음을 되새겨볼 일이다.
사족 :
드라마에는 박종철이 잡혀가기 얼마 전에 수배중인 선배를 만나 1만원을 건네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박종철은 잡혀가 박종운의 거처를 대라는 요구를 거절하다가 고문을 받고 사망하게 된다. 그렇지만 박종운, 그는 이제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당당한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던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맡은 담당검사 안상수 씨 역시 현재 한나라당의 중견 정치인이다. 드라마에서 다소 영웅처럼 그려진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은 상당부분 그의 현재 모습이 탐탁치 않음에 기인했을 것이다.
[출처; 유뉴스 7-12-02]
하지만 방영이 끝나고 나자 MBC게시판에는 이 작품에 관한 시청자들의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7월 5일 경에는 "순수청년 박종철" 코너 자유게시판의 게시물 수가 약 1000개에 달했다.

언뜻 보기에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재방영을 해 달라"는 요청이 눈에 띄게 많다. 또한 "잊혀져가는 우리 역사의 일부를 되돌아보게 한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박종철을 인간적으로 조명한 것이 감동적이었다" 는 등의 내용이 주류.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박종철에 대해 잘 몰랐는데 보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등의 글을 올린 경우도 많았다.
일명 "길거리 캐스팅"으로 드라마의 주인공 박종철 역을 맡게 된 우리학교 경제학부 01학번 최동성 씨에 대한 의견도 빠질 수 없다. "(박종철과) 정말 닮았다"는 내용이 상당수, 그리고 "처음 연기하는 사람답지 않다"는 칭찬과 "아무래도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었다.
"박종철 역에 어떤 무명의 서울대생이 캐스팅되었다"는 것은 한동안 학교 안의 작은 화제였다. 이제 촬영도 끝나고, 방영까지 마친 지금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6월 29일 터키와 한국이 3,4위전을 하는 토요일 오후, 한적한 학교 안에서 최동성(서울대 경제학과 3)씨를 만나보았다.
"장터에서 캐스팅 되신 거라면서요" 하고 운을 떼어본다.
"학생회관 앞에서 장터를 하다가... 화채를 만들다가 누가 와서 잠깐만 와 달라고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뭐 일 시키려나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책상을 옮겨달라든가..) 평소에 박종철이랑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역시 프로는 프로더라고요. PD님이. 평소에 머릿속에 항상 그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아, 저놈한테 까만 뿔테안경만 씌워놓으면 딱이구나, 이런 걸 알아채신 거예요."
"촬영하는 거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처음엔 다들 신기해하죠, 신기해 하고... 안 믿어요. 뻥이라고. (웃음) 그러다가 나중에 전화왔는데 내가 "야야 나 촬영중이야 끊어 끊어" 이러면 믿죠.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고."
"드라마 나온 것은 누구와 함께 보셨어요?"
"부모님하고 같이 집에서 봤어요."
"보고 나니 어떤 느낌이었어요?"
"잘 나왔더라구요. 저는 만족해요."
대체로 그는 이번 드라마 촬영 전반에 대하여 만족스럽다는 평을 내린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미진한 구석이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지만, 초보 연기자가 촬영을 하며 겪었을 어려움들을 생각해보면 "결과물에 만족한다"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저기,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아.. 없어요. 다들 그거 물어봐요. 기자들도 그렇고..^^"
"그럼 그 박종철 여자친구 역의 은주라는 인물은 실존 인물인가요?"
이에 대해 최동성 씨는 아마 아닐 거다, 라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박종철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박종철의 장례식장에서 시 낭송을 맡기도 했었다고.
"그거 좀 간지럽던데. 은주야 이 책을 너에게 준다. 널 사랑한다 책 앞에 이렇게 쓰는 거 말이예요."
최동성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연기지만 첫사랑의 연인과 포옹하는 장면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작 촬영 때는 애틋한 감정이 살아났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혹자는 이 "은주"배역에 대하여 너무 청순가련형의 여자라서 좀 비현실적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형으로 나온 사람도 실존 인물은 아니었어요. 연기를 잘 하는 형이예요."
"그럼 박종철 부검 때 들어갔다는 것도.."
"실제로는 안 들어갔겠죠. 이 드라마를 캐스팅할 때 박종철 같은 실존인물, 그리고 얼굴이 많이 알려진 인물은 신체조건-얼굴이 닮은 것에 비중을 두어 캐스팅을 했대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을 쓰는게 더 낫겠지만, (박종철 같은 사람은) 얼굴을 아는 사람들도 많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죠."
흠.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요한 역인데도 길거리 캐스팅을 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구나.
"촬영을 하면서 박종철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음.... 제가 원래 영혼이나 미신 같은 것을 믿지 않는 편인데요, 이번 촬영을 하면서 굉장히 신기한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부산 영도구 청학동 출신인데요, PD 님이 어떤 서류에 본적을 적으면서 부산 영도구 청학동.... 이렇게 적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저기 그거 제 본적 주소인가요 아니면 박종철 씨 주소인가요?" 하고 물어봤거든요. 근데 박종철 주소라는 거예요. 저랑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거죠. 계산해보니까 한 7년 정도 같은 동네에 있었더라구요. 그때는 물론 몰랐지만.
(부산 출신이어서 사투리를 쓸 수 있다는 것도 그가 캐스팅된 요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날 장터에 나가서 화채를 만들던 것도 상당히 우연적인 요소가 많았어요. 원래 제가 그 시간에 듣는 전공 수업이(최동성 씨는 경제학부 B반이다) 출석이 엄청 중요한 거라서, 빠질 수가 없거든요. 근데 그날만 어떻게 마음을 먹고 기숙사 노조 돕기 장터에 갔어요. 평소에는 장터에서 일한 적 별로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수업도 빠지게 되고 그랬는데 그날 마침 순수청년 박종철 드라마 팀이 학생회관 근처에 왔다가 저를 본 거죠. 신기하죠.
그리고 이 드라마는 박종철을 투사, 열사로 그리는 것 보다는 인간적으로 그린 거라서, 그런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날의 인터뷰는 찜닭집으로, 호프집으로, 보드게임 까페로 이어졌다. 어디까지가 인터뷰였고 어디까지가 아닌지 불분명한 가운데, 머리를 2:8로 만드는 게 어려웠다는 둥, PD가 386이 아닌가 궁금하다는 둥,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순수청년 박종철 홈페이지에서 최동성 씨는 간략하게 "인간 박종철 보다는 "열사" 박종철로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열사가 아닌 우리들과 같은 삶을 살았던 따뜻한 우리의 친구, 사랑 받는 아들, 순수했던 한 청년으로 조금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조금 더 나아진 삶을 누릴 수 있는 데에는 누군가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겠다" 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촬영으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기말고사와 학점, 그 이상의 소득을 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혹시 당신은 박종철의 흉상 옆 시비를 눈여겨본 적이 있는가? 사람의 머리 모양이 거꾸로 형상화 되어 있고, 옆에 한 마리 새가 앉아있는 모습. 파란 굴곡들, 그 사이에 점점이 박힌 기포. 학교를 다닌지 4년째인 6월 초의 어느 날에야 나는, "아, 저게 물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었다.
박종철의 죽음은 우연한 것-운이 나빠서 고문받고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배태한 것이다. 제작진의 기획 의도 역시 이러한 박종철을 좀 더 인간적으로, 바로 우리 주변의 누군가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리라.
실제로 이 드라마가 얼마나 성공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평가는 다를 것이다.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묻혀져가는 "박종철"을 다시 세상에 환기시켰다는 점 덕분이다. 또, 다소 실제와 다르더라도 드라마적 요소를 갖추려고 노력한 것 역시 좋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일 가량의 짧은 촬영기간, 조금은 급한 느낌의 편집과 연출 때문에 나는 일단 20점을 깎아두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공중파 방송을 타고 나올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의 의미만큼은 인정해주어야 할 듯 싶다.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것은, 그것의 현재 의미를 되묻는다는 말과도 같다. 지난 2001년 2월 25일, 55회 서울대 졸업식(학위수여식)에서는 고 박종철 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주었다. "종철아 잘 가그래이"라던 박종철의 아버지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불의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위해 싸운 이들에 대한 일종의 공식적인 사면, 복권, 나아가 "화해"인 셈이다. 이것은 일면 우리 내부의 정치적 민주화를 가늠하게 하면서 동시에 "싸움의 박제화", "상황의 종료"를 선포당한 듯한 여운을 남긴다.
과연, 그는 우리 안에 어떤 의미로 기억되어 있는가? 단순한 "상징"으로 남기 이전에 그가 한 "사람" 이었음을 되새겨볼 일이다.

드라마에는 박종철이 잡혀가기 얼마 전에 수배중인 선배를 만나 1만원을 건네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박종철은 잡혀가 박종운의 거처를 대라는 요구를 거절하다가 고문을 받고 사망하게 된다. 그렇지만 박종운, 그는 이제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당당한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던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맡은 담당검사 안상수 씨 역시 현재 한나라당의 중견 정치인이다. 드라마에서 다소 영웅처럼 그려진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은 상당부분 그의 현재 모습이 탐탁치 않음에 기인했을 것이다.
[출처; 유뉴스 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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