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사회가 유별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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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2-10-12 00:00 조회1,5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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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강필(35·사진·컴퓨터프로그래머)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순진한 사람” “유별난 사람”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10여년 동안 정보기술산업(IT)분야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잘 나가던’ 김씨가 인터넷 토론방에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인 북한을 고무·찬양하는 글을 올리고, 친북적인 이적표현물을 소지·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씨는 그 인터넷 토론 과정에서 줄곧 ‘단독비행(김강필)’이란 실명을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저질렀다. 김씨는 또 으레 국가보안법 사건이면 따라붙는 무슨 조직 하나 없이 그야말로 ‘단독비행’한 사상범이다.
김씨가 국가보안법의 마수()에 걸려든 것은 지난해 12월께 민주노동당 인터넷 게시판에서 불붙은 이른바 ‘주사파 논쟁’에 끼어들면서부터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그가 ‘북한은 주체사상이라는 세계관으로 봐야 제대로 보입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제가 북한 사회를 긍정하는 이유는 그 사회가 주체사상을 현실사회에서 구현하려 애쓰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 저는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지향하고 주체사상을 믿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라고 실명으로 적은 것으로 돼있다.
김씨 사건은 국가가 인터넷 토론 글을 근거로 한 사람의 생각과 사상을 ‘측정’해 처벌하려 한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의 전근대성을 다시한번 드러내는 것이었다. 김씨 사건은 특히 한 개인이 국가의 제도적 폭력에 의해 어떻게 희생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지인들이 전하는 김씨의 삶은 나름대로 순수하고 열정적인 것이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단독비행’( www.freechal.com/onlyflying의 운영자였다. 그는 이 커뮤니티에 대해 “사회적인 편견과 인습에 둘러싸여 어쩔수 없이 불평등한 결혼을 선택하는 대신 혼자서도 아름답고 행복한 비행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여성 혹은 남성들의 모임”이라고 적어놓았다. 그는 지문날인 반대운동에도 참여했다. 국가기관에 의한 지문날인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는 새 주민등록증을 만들지 않았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그는 투표소에서 파견나온 동사무소 직원을 상대로 한나절 동안 투표를 위한 신분확인을 요구하는 ‘나홀로 투쟁’을 벌였다고 한다.
사상 문제와 관련해 재판에서 그는 “주체사상을 신봉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묵비했다. 그 이유는 그 물음 자체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김씨가 페미니스트인지, 자유주의자인지, 아니면 주체사상 신봉자인지 여부는 오직 그만이 알 따름이다.
김씨 석방대책위의 문미정씨는 “김씨를 둘러싼 상황 자체가 공포스럽다”고 했다. 그는 “국가가 이처럼 개인의 양심을 난도질하고, 삶을 묶어놓을 수 있을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7월 연행되자 “왜 날 잡아왔느냐. 인터넷에서 실명으로 논쟁한 것도 죄냐”며 따졌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듯 김씨가 정말 ‘유별난’ 사람인지, 아니면 국가보안법의 굴레에 꽁꽁 묶인 우리 사회가 이상한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김강필 석방대책위(민주노동당 홈페이지) www.kdlp.org
한겨레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출처; 한겨레 2002-10-6]
10여년 동안 정보기술산업(IT)분야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잘 나가던’ 김씨가 인터넷 토론방에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인 북한을 고무·찬양하는 글을 올리고, 친북적인 이적표현물을 소지·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씨는 그 인터넷 토론 과정에서 줄곧 ‘단독비행(김강필)’이란 실명을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저질렀다. 김씨는 또 으레 국가보안법 사건이면 따라붙는 무슨 조직 하나 없이 그야말로 ‘단독비행’한 사상범이다.
김씨가 국가보안법의 마수()에 걸려든 것은 지난해 12월께 민주노동당 인터넷 게시판에서 불붙은 이른바 ‘주사파 논쟁’에 끼어들면서부터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그가 ‘북한은 주체사상이라는 세계관으로 봐야 제대로 보입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제가 북한 사회를 긍정하는 이유는 그 사회가 주체사상을 현실사회에서 구현하려 애쓰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 저는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지향하고 주체사상을 믿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라고 실명으로 적은 것으로 돼있다.
김씨 사건은 국가가 인터넷 토론 글을 근거로 한 사람의 생각과 사상을 ‘측정’해 처벌하려 한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의 전근대성을 다시한번 드러내는 것이었다. 김씨 사건은 특히 한 개인이 국가의 제도적 폭력에 의해 어떻게 희생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지인들이 전하는 김씨의 삶은 나름대로 순수하고 열정적인 것이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단독비행’( www.freechal.com/onlyflying의 운영자였다. 그는 이 커뮤니티에 대해 “사회적인 편견과 인습에 둘러싸여 어쩔수 없이 불평등한 결혼을 선택하는 대신 혼자서도 아름답고 행복한 비행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여성 혹은 남성들의 모임”이라고 적어놓았다. 그는 지문날인 반대운동에도 참여했다. 국가기관에 의한 지문날인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는 새 주민등록증을 만들지 않았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그는 투표소에서 파견나온 동사무소 직원을 상대로 한나절 동안 투표를 위한 신분확인을 요구하는 ‘나홀로 투쟁’을 벌였다고 한다.
사상 문제와 관련해 재판에서 그는 “주체사상을 신봉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묵비했다. 그 이유는 그 물음 자체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김씨가 페미니스트인지, 자유주의자인지, 아니면 주체사상 신봉자인지 여부는 오직 그만이 알 따름이다.
김씨 석방대책위의 문미정씨는 “김씨를 둘러싼 상황 자체가 공포스럽다”고 했다. 그는 “국가가 이처럼 개인의 양심을 난도질하고, 삶을 묶어놓을 수 있을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7월 연행되자 “왜 날 잡아왔느냐. 인터넷에서 실명으로 논쟁한 것도 죄냐”며 따졌다고 한다.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듯 김씨가 정말 ‘유별난’ 사람인지, 아니면 국가보안법의 굴레에 꽁꽁 묶인 우리 사회가 이상한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김강필 석방대책위(민주노동당 홈페이지) www.kdlp.org
한겨레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출처; 한겨레 20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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