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농민운동이 뭔지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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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 작성일02-11-17 00:00 조회1,50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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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라운드(UR), 더블유티오(WTO), 에프티에이(FTA)... 무슨뜻인지 알 수도 없는 생소한 단어들이 자꾸 생겨나고 거기에 우리 농민들 목이 조이는 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음리에 사는 김준동(48)씨의 사과농장. 11월은 사과따기 작업으로 한창 바쁜 시기. 아침 6시 30분께 김준동씨는 일손을 채우기 위해 안동에 나가 아주머니 일곱분을 차로 "모시고" 농장으로 향한다. 그사이 아내는 새참준비와 아침식사 준비,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의 등교 챙겨주기로 분주하다. 인근 군부대에서 대민지원까지 나와야 하는 상황. 이 날은 군인 두명이 일손을 거들기 위해 나왔다.
직장생활을 하다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 농사를 짓게 된 김희숙씨. 지금은 안동시 여성농민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처음엔 농민운동이 뭔지도 몰랐죠. 열심히 농사 지으면 왜 빚을 지고 사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열심히 일을 해도 농산물값은 제자리 걸음이고 오히려 폭락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10년전에 2만원 가까이 하던 사과 한상자값은 지금도 2만원, 2만 5천원. 아이들 운동화 값으로 따져보면 흔히 얘기하는 메이커 신발값이 10년전 2-3만원 하던 게 지금은 7-8만원.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농산물 값은 제자리 수준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는 물가안정 시킨다고 제일 먼저 농산물 값을 떨어뜨려요." 김희숙씨는 다른 것은 둘째치고라도 농산물값이 제값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촌
김씨는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로 첫째 "농촌의 고령화"를 꼽았다.
"사과따는 작업 같은 경우 하루에 500상자 정도를 가지에서 따서 꼭지를 따고 그걸 또 저장고까지 옮기는 힘든 과정이에요. 농촌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일할 사람을 돈 주고 불러옵니다." 그렇지도 못한 경우엔 노인들이 농장에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실제 그런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나이 들어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요. 60-70대 노인들도 농사를 짓는 게 현실이구요. 그분들 평생 땅만 보고 농사 지어온 분들이잖아요. 간혹 가다가 무슨 문제가 생겨 시청에 민원이라도 제기하러 가면 직원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용어들 써가며 대꾸를 해요. 그럼 잘 모르는 나이든 분들이 어쩌겠어요. 그냥 거기서 돌아섭니다. 그렇게 참고 지내는 모습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의 딸을 둔 40대의 김씨 부부는 만음리에서 그래도 젊은층에 꼽힌다. 농촌의 고령화는 농촌을 지켜 나갈 다음 세대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도시의 또래 아이들 만큼은 못하더라도 부모세대보다는 더 가르치기 위한 마음에 교육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비교해보면 도시와 생활수준은 크게 차이나진 않는다고 봐요. 하지만 농촌인구가 줄다보니 문닫는 학교는 자꾸 늘어나죠." 인근 길안지역의 중학교의 경우 한 학년수가 70명에 그치는 수준이고 그에 따라 안동으로 유학 아닌 유학을 나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안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 집에서 등하교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이들 자취방을 알아보게 되고 또 아이들이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밥값도 추가로 들고 2천만원 정도는 줘야 전세로 자취방도 얻을 수 있다. 다행히 고1인 아들은 학교 성적이 좋아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은 주말마다 집에 다녀간다고 한다.
30-50대 젊은층들은 1억이상의 빚을 얻고 사는 처지
두번째로 김씨가 지적한 것이 정부의 농산물값 정책.
"요즘 농촌이 겉보기엔 번드르해요. 그렇잖아요? 이젠 집집마다 자가용도 있고 트럭도 있고...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닙니다. 다들 빚을 지고 살아요. 돈을 안쓸래야 안쓰고는 못사니까요..."
30대에서 50대까지의 "젊은층"들은 평균 5천에서 7천평정도의 사과농사를 짓는다. 거기서 생산되는 사과는 2천에서 2천5백 상자. 사과 2천상자를 생산한다고 치고 1상자값을 2만원으로 계산하면 4천만원을 받는 셈이다.
5천평을 도지(賭地)해 총 1만평의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네 사과농사의 경우 1년 사과농사에 인건비, 비료값, 거름값 등 2천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팔순이 넘은 시아버님과 남편, 올해 고1인 아들, 초등학교 4학년인 딸까지 다섯식구가 사는 김씨 가족의 경우 생활비, 아이들 학비, 농자재값까지 포함해 한달에 3-4백만원이 지출된다.
나라가 어려울 때도 이 땅을 지켜온 건 농민들이었다.
김씨는 우리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FTA(한-칠레 자유무역협정)등 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것을 보는 것도 답답하다.
"쌀수입 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얘기하면 간혹 사과농사 짓는데 우리는 괜찮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쌀은 우리의 주권입니다. 지금껏 우리 민족을 먹여 살려온 쌀인데... 그것마저 다 내주면 이 나라에 남는 게 뭐가 있겠어요? 쌀시장 완전개방 이후에는 이 나라 농사는 끝인거죠."
"UR은 뭐고 WTO는 뭐고 FTA는 또 뭔지... 듣기에도 생소한 단어들이 자꾸 생겨날 때마다 농민들 목이 조여드는 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다고 농민들 없신 여기고 툭하면 농민들 외면하기 일쑤인데... 생각해 보세요. 정말 이 나라가 어렵고 힘들때 나라를 지켜온 게 누구인지 동학혁명때도 그랬지만 농민들 아녜요? 정말이지 농민들이 귀하게 대접받고 존중받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숙씨는 11월 15일까지는 사과를 모두 딸 계획을 갖고 있다. 대부분 주위사람들도 비슷한 처지. 11월 13일 농민대회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가긴 가야겠는데 서울 한번 다녀오면 차비며 밥값이며... 무엇보다 하루일을 쉬면 그 뒷감당 하기가 벅찬 게 사실이에요. 사실 그래서 망설이는 주민들도 있구요."
안동지역에서는 이번 농민대회를 위해 버스 50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차에 40명이 탄다고 치면 2천명 정도가 버스로 서울에 올라가게 된다.
"얘길 들어보니 의성에서는 150대, 영주는 100대 이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예년에 농민대회 하면 3만에서 5만명정도가 모인 걸로 알고 있어요. 안동에서 3대, 5대 올라간 적이 많았는데 아무튼 이번엔 다들 마음들이 남다른 것 같아요."
김씨는 매일같이 마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나 죄담회를 갖고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플랭카드도 걸고 곳곳에 포스터도 붙여왔다. 마을 곳곳에 서 있는 트럭마다 "가자, 11월 13일 농민대항쟁으로!!"라는 걸개들을 달고 있었다. 이번에는 면사무소 직원도 10명이나 함께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도균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2002-11-7]
직장생활을 하다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 농사를 짓게 된 김희숙씨. 지금은 안동시 여성농민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처음엔 농민운동이 뭔지도 몰랐죠. 열심히 농사 지으면 왜 빚을 지고 사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열심히 일을 해도 농산물값은 제자리 걸음이고 오히려 폭락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10년전에 2만원 가까이 하던 사과 한상자값은 지금도 2만원, 2만 5천원. 아이들 운동화 값으로 따져보면 흔히 얘기하는 메이커 신발값이 10년전 2-3만원 하던 게 지금은 7-8만원.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농산물 값은 제자리 수준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는 물가안정 시킨다고 제일 먼저 농산물 값을 떨어뜨려요." 김희숙씨는 다른 것은 둘째치고라도 농산물값이 제값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아이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촌
김씨는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로 첫째 "농촌의 고령화"를 꼽았다.
"사과따는 작업 같은 경우 하루에 500상자 정도를 가지에서 따서 꼭지를 따고 그걸 또 저장고까지 옮기는 힘든 과정이에요. 농촌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일할 사람을 돈 주고 불러옵니다." 그렇지도 못한 경우엔 노인들이 농장에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실제 그런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나이 들어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요. 60-70대 노인들도 농사를 짓는 게 현실이구요. 그분들 평생 땅만 보고 농사 지어온 분들이잖아요. 간혹 가다가 무슨 문제가 생겨 시청에 민원이라도 제기하러 가면 직원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용어들 써가며 대꾸를 해요. 그럼 잘 모르는 나이든 분들이 어쩌겠어요. 그냥 거기서 돌아섭니다. 그렇게 참고 지내는 모습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의 딸을 둔 40대의 김씨 부부는 만음리에서 그래도 젊은층에 꼽힌다. 농촌의 고령화는 농촌을 지켜 나갈 다음 세대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도시의 또래 아이들 만큼은 못하더라도 부모세대보다는 더 가르치기 위한 마음에 교육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비교해보면 도시와 생활수준은 크게 차이나진 않는다고 봐요. 하지만 농촌인구가 줄다보니 문닫는 학교는 자꾸 늘어나죠." 인근 길안지역의 중학교의 경우 한 학년수가 70명에 그치는 수준이고 그에 따라 안동으로 유학 아닌 유학을 나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안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 집에서 등하교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이들 자취방을 알아보게 되고 또 아이들이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밥값도 추가로 들고 2천만원 정도는 줘야 전세로 자취방도 얻을 수 있다. 다행히 고1인 아들은 학교 성적이 좋아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은 주말마다 집에 다녀간다고 한다.
30-50대 젊은층들은 1억이상의 빚을 얻고 사는 처지
두번째로 김씨가 지적한 것이 정부의 농산물값 정책.
"요즘 농촌이 겉보기엔 번드르해요. 그렇잖아요? 이젠 집집마다 자가용도 있고 트럭도 있고...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닙니다. 다들 빚을 지고 살아요. 돈을 안쓸래야 안쓰고는 못사니까요..."
30대에서 50대까지의 "젊은층"들은 평균 5천에서 7천평정도의 사과농사를 짓는다. 거기서 생산되는 사과는 2천에서 2천5백 상자. 사과 2천상자를 생산한다고 치고 1상자값을 2만원으로 계산하면 4천만원을 받는 셈이다.
5천평을 도지(賭地)해 총 1만평의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네 사과농사의 경우 1년 사과농사에 인건비, 비료값, 거름값 등 2천만원 이상이 들어간다. 팔순이 넘은 시아버님과 남편, 올해 고1인 아들, 초등학교 4학년인 딸까지 다섯식구가 사는 김씨 가족의 경우 생활비, 아이들 학비, 농자재값까지 포함해 한달에 3-4백만원이 지출된다.
나라가 어려울 때도 이 땅을 지켜온 건 농민들이었다.
김씨는 우리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FTA(한-칠레 자유무역협정)등 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것을 보는 것도 답답하다.
"쌀수입 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얘기하면 간혹 사과농사 짓는데 우리는 괜찮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쌀은 우리의 주권입니다. 지금껏 우리 민족을 먹여 살려온 쌀인데... 그것마저 다 내주면 이 나라에 남는 게 뭐가 있겠어요? 쌀시장 완전개방 이후에는 이 나라 농사는 끝인거죠."
"UR은 뭐고 WTO는 뭐고 FTA는 또 뭔지... 듣기에도 생소한 단어들이 자꾸 생겨날 때마다 농민들 목이 조여드는 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다고 농민들 없신 여기고 툭하면 농민들 외면하기 일쑤인데... 생각해 보세요. 정말 이 나라가 어렵고 힘들때 나라를 지켜온 게 누구인지 동학혁명때도 그랬지만 농민들 아녜요? 정말이지 농민들이 귀하게 대접받고 존중받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숙씨는 11월 15일까지는 사과를 모두 딸 계획을 갖고 있다. 대부분 주위사람들도 비슷한 처지. 11월 13일 농민대회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가긴 가야겠는데 서울 한번 다녀오면 차비며 밥값이며... 무엇보다 하루일을 쉬면 그 뒷감당 하기가 벅찬 게 사실이에요. 사실 그래서 망설이는 주민들도 있구요."
안동지역에서는 이번 농민대회를 위해 버스 50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차에 40명이 탄다고 치면 2천명 정도가 버스로 서울에 올라가게 된다.
김씨는 매일같이 마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나 죄담회를 갖고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플랭카드도 걸고 곳곳에 포스터도 붙여왔다. 마을 곳곳에 서 있는 트럭마다 "가자, 11월 13일 농민대항쟁으로!!"라는 걸개들을 달고 있었다. 이번에는 면사무소 직원도 10명이나 함께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도균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200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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