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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씨, 두권의 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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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2-12-05 00:00 조회1,4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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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정연주(56·<한겨레> 논설 주간)씨가 두 권의 책을 나란히 펴냈다. <기자인 것이 부끄럽다>가 정씨가 최근 10여년 동안 썼던 칼럼 모음이라면, <서울-워싱턴-평양>은 1970년대 햇병아리 기자 시절부터 90년대 <한겨레> 워싱턴특파원 시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01100300012002112200365013.jpg<서울-워싱턴-평양>에는 75년 <동아일보> 기자 대량해직사태, 유신정권아래 78년 긴급조치 9호 위반 구속과 감옥생활, 12·12쿠데타 이후 도망자 생활을 거친 뒤의 미국 유학생활, 새 신문 <한겨레>에 참여하기까지의 여정이 담겼다.

말하자면 <서울-워싱턴-평양>은 한 개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개인사에 그치지 않는다. 지은이가 기자로서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취재했고, 긴급조치 위반 등으로 옥고를 치르는 등 현대사의 격랑 속에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은이의 표현대로 이 책은 유신정권의 독선이 극으로 치닫던 시기, 신군부의 권력장악 기도 속에 인권 유린이 일상사로 벌어지던 어두웠던 시대 “개인의 삶을 헤아리기엔 너무나 역사의 무게가 무거웠던 세대”의 이야기인 탓이다.

책 속엔 예컨대 70년대말 구치소, 유치장 등에서 만난 정치범들과 ‘개털’죄수들 얘기에서부터, 80년대 도망자 시절 만났던 사람들이나, 전두환 군사정권 찬양에 앞장섰던 거짓 지식인들의 얘기가 담겨 있다. 지은이가 통과했던 당대의 풍경화가 이들 인간 군상들을 통해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것이다.

지은이는 1970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그 신문사 사주의 ‘전횡’을 체험한다. 72년엔 “기적처럼 터져나왔던” 유신반대 서울대생 시위 현장에서 “개와 기자는 접근금지”라는 팻말을 본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개가 되어 버렸다”고 지은이는 썼다.

80년 5·17 직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그가 신군부에 의해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엮이면서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 집 저 집 전전하던 그 시절에 그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아버지와는 딱 한번 ‘007작전’처럼 목욕탕에서 만난다. 귀가하는 손자를 길모퉁이에서 기다리는 어머니를 그 동네 노선버스를 몇 번이나 탄 끝에 먼 발치서 지켜봐야 했다. 이 만남을 끝으로 그는 부모의 부음을 열흘 간격으로, 그것도 장례식이 끝난 뒤에야 접하게 된다. “가슴을 칼로 에는 듯한 고통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역사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인가” 당시 개인의 삶은 이렇게 역사와 함께 나뒹굴었다.


01100300012002112200365629.jpgcolor=blue>△ 1974년 10월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이 편집국에서 긴급총회를 열어 ‘자유언론 실천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들은 강철같은 투사였지만, 나약한 인간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75년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 거사 직전 “거사가 취소됐으면…” 하고 내심 바랐다. “순하기만 하던” 아내는 ‘도바리 중인’ 남편 때문에 경찰서에 끌려가 고초를 당한다. ‘혀를 깨물고’ 독하게 맞서 결국 풀려나지만, 그는 귀갓길 그냥 까무러치고 만다.

6월항쟁이 노태우씨의 6·29 선언으로 귀결됐던 87년 어느날, 미국유학중이던 지은이는 선배 해직기자에게서 “꿈 같은” 전화를 받는다. “서울로 올 수 있겠어”

그렇게 <한겨레신문>에 참여하게 된 지은이에게 워싱턴특파원 발령 직후 있었던 89년 임수경씨 방북사건은 11년 특파원 생활 중에서도 깊이 각인돼 있는 듯하다. 국내보다도 오히려 워싱턴에서 다각취재가 가능했으며, 민간인이 판문점을 통해 “분단 사상 처음으로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사건이었다. 임수경씨와 문규현 신부가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 군사분계선은 “땅바닥보다 조금 높은 하나의 굵은 선일 뿐”이었다.

동유럽사회주의권의 도미노 붕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소비에트연방의 해체…. 80년대말 90년대초 세계는 대변화의 한가운데로 치닫는다. 지은이는 89년 12월 지중해의 조그만 섬나라 ‘몰타’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을 취재하는데,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대변인이 “냉전은 이제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선언했듯이 ‘몰타 회담’은 냉전체제 해체의 시작을 알리는 현장이었다. 그 이듬해에 한-소 수교가 이뤄졌다.

<서울-워싱턴-평양>에는 ‘정연주의 워싱턴 비망록 1’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가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가져온, 열 상자 남짓 분량의 자료 중 아주 일부만이 이 책에 녹아 있다 하니 “서울-워싱턴-평양이 이뤄내는 ‘삼각 추’”에 대한 그의 보고서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칼럼집 <기자인 것이 부끄럽다>는 한국의 ‘주류 언론’의 실상을 까발려온 그의 언론 관련 글과 남북문제, 통일에 관한 글,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칼럼들이 담겼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출처:한겨레 20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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