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출판사 이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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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2-12-23 00:00 조회1,54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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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동안 사진 전문서적 150여권을 낸 눈빛출판사 이규상(42) 사장은 꿈을 꾼다. 기껏해야 1000부인 사진집 시장에서, 그것도 10여년에 걸쳐 3배 정도 늘어난 게 그 정도인 데, 100년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의 뚝심과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사진의 힘" 탓이다.

"100년 뒤에도 남을 사진집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의 작업은 `발굴"이다. 여순반란 사건에 관한 이경모의 <격동기의 현장>과 수복직후의 서울모습을 담은 성두경의 <다시 돌아본 서울> 등이 그것이다. 당사자와 유족을 설득하여 되살려낸 현대사 자료다. 서울대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된 유리원판 사진 1000여장도 강점기 한국학 자료로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주제와 작가를 발굴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달동네, 경의선, 탈북어린이와 외국인 노동자, 종군위안부, 탄광촌, 매향리 등 사회성 짙은 흑백사진을 묶어냈고 김기찬, 김천길, 김명철 등의 진면목을 찾아 제대로 대접했다.
그가 돈 안되는 사진전문 출판사를 차린 것은 1989년. 살롱사진이 주류인 때 “사진은 생산적인 매체여야 한다”는 생각에 다큐 사진으로 반기를 들었다. 역사의 뒤안과 사회의 그늘에 그의 눈길이 머물렀고, 그렇게 되살려낸 민초의 삶이 사진집 50여권에 오롯이 담겼다.
이렇게 이단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은 그가 `찍사" 아닌 문창과 출신인 까닭이다. `눈빛"을 스스로 사진계의 사생아 출판사라고 했다. 예술전문 출판사에서 3년동안 사진에 관한 안목을 키우면서 사진과 인문과학을 자연스럽게 접붙일 수 있었다.
그런데 고민이 있다고 했다. 연변에 사는 옛 인민군의 모습을 찍고 그들의 수첩에서 나온 사진자료를 모았는데, 이것이 빛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책의 운명이 결정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이란 역사처럼 입체적이어서, 남쪽 시각으로 찍은 것과 더불어 북쪽의 것도 갖춰야 한국전쟁의 실체를 통째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요즘 인터넷 경매에 관심이 많다. 최근 건진 보물이 100여년전인 1904년 미 P. F. Collier&Son 출판사에서 낸 사진집 <러-일전쟁>과 1951년 도쿄에서 출간된 호레이스 브리스톨의 사진집 <코리아>다. 앞 책에는 러·일 군대의 움직임 뒤로 흰옷 입은 조선인과 황폐한 산야가 드러나 있고, 뒤 책에는 미군정기 와해 직전의 한국 중산층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음 책의 훌륭한 자료다.
`발굴" 성과가 웬만해지면 기획에 무게를 둘 요량이다. 이러저러한 주제를 선정해 사진작가에게 주문하고, 디카나 로모 등 경쾌한 사진으로 저변을 넓히고 싶다. 북한이 개방되어 변하기 전에 그 모습을 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래서 그는 기획출판을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의 꿈 `100년 뒤에도 남을 사진집"은, 결국, `사진으로 만든 집"인 셈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출처: 한겨레 2002-12-11]

"100년 뒤에도 남을 사진집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의 작업은 `발굴"이다. 여순반란 사건에 관한 이경모의 <격동기의 현장>과 수복직후의 서울모습을 담은 성두경의 <다시 돌아본 서울> 등이 그것이다. 당사자와 유족을 설득하여 되살려낸 현대사 자료다. 서울대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된 유리원판 사진 1000여장도 강점기 한국학 자료로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주제와 작가를 발굴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달동네, 경의선, 탈북어린이와 외국인 노동자, 종군위안부, 탄광촌, 매향리 등 사회성 짙은 흑백사진을 묶어냈고 김기찬, 김천길, 김명철 등의 진면목을 찾아 제대로 대접했다.
그가 돈 안되는 사진전문 출판사를 차린 것은 1989년. 살롱사진이 주류인 때 “사진은 생산적인 매체여야 한다”는 생각에 다큐 사진으로 반기를 들었다. 역사의 뒤안과 사회의 그늘에 그의 눈길이 머물렀고, 그렇게 되살려낸 민초의 삶이 사진집 50여권에 오롯이 담겼다.
이렇게 이단적인 작업이 가능한 것은 그가 `찍사" 아닌 문창과 출신인 까닭이다. `눈빛"을 스스로 사진계의 사생아 출판사라고 했다. 예술전문 출판사에서 3년동안 사진에 관한 안목을 키우면서 사진과 인문과학을 자연스럽게 접붙일 수 있었다.
그런데 고민이 있다고 했다. 연변에 사는 옛 인민군의 모습을 찍고 그들의 수첩에서 나온 사진자료를 모았는데, 이것이 빛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책의 운명이 결정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진이란 역사처럼 입체적이어서, 남쪽 시각으로 찍은 것과 더불어 북쪽의 것도 갖춰야 한국전쟁의 실체를 통째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요즘 인터넷 경매에 관심이 많다. 최근 건진 보물이 100여년전인 1904년 미 P. F. Collier&Son 출판사에서 낸 사진집 <러-일전쟁>과 1951년 도쿄에서 출간된 호레이스 브리스톨의 사진집 <코리아>다. 앞 책에는 러·일 군대의 움직임 뒤로 흰옷 입은 조선인과 황폐한 산야가 드러나 있고, 뒤 책에는 미군정기 와해 직전의 한국 중산층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음 책의 훌륭한 자료다.
`발굴" 성과가 웬만해지면 기획에 무게를 둘 요량이다. 이러저러한 주제를 선정해 사진작가에게 주문하고, 디카나 로모 등 경쾌한 사진으로 저변을 넓히고 싶다. 북한이 개방되어 변하기 전에 그 모습을 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래서 그는 기획출판을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의 꿈 `100년 뒤에도 남을 사진집"은, 결국, `사진으로 만든 집"인 셈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출처: 한겨레 200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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