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서 새해 맞는 한총련 수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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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 작성일03-01-21 00:00 조회1,5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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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 편집자주] <민중의소리>는 2002년을 마감하면서 "거리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을 찾아나섭니다. 장기파업으로 일터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 정치수배로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이들, 철거 위협으로 망루에서 새해를 맞는 이들을 찾아나서려고 합니다. 이 기사는 그 첫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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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께 효도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
경상남도 진주의 경상대학교. 학생회관 맨 꼭대기에 위치한 총학생회.
창문 틈으로 비추는 겨울 햇살을 등지고 의자에서 깜박깜박 졸고 있는 김준형 학생.
그 전날 있었던 일정으로 약간은 피곤한 듯 보였지만 금새 선잠을 쫓으면서 반갑게 맞이해준다.
주위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던 학생 수배자들이 모여든다. 그들 사이로 보이는 "진주 송년한마당" 현수막. 한해를 마무리하는 현수막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을까?
어려운 수배생활을 하게된 계기에 대해 물어보니 당돌한 대답이 되돌아온다.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는 주현군은 내년 2003년 경상대 총학생회를 이끌 총학생회장 당선자.
"한총련 대의원이 되기 전에는 많은 고민이 들었는데 지금은 별로 고민이 안됩니다. 하기로 했으니까 하는 것이지요. 단과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학우들에게 한총련과 한국학생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한총련 대의원을 하는것이구요. 수배 해제는 국가나 대통령이 해주는게 아닙니다. 한총련을 표방하는 학생운동이 자기 안에서의 노력을 통해 이적규정 철회를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지지가 없는데 이적규정 철회가 되면 뭐합니까?"
머슥하게 만드는 준형군에게 수배생활 중 언제가 가장 힘드냐고 아주 뻔한(?) 질문을 던졌다.
"부모님이 술한잔 하시고 전화 하실 때가 맘이 아픕니다. 저 때문에 부모님이 많이 다투세요. 그리고 겨울에 목욕탕 못 가는 것도 불편하고....그 것 말고는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습니다." 불편한게 없다고 말하는 준형군이 말을 끝마치자 홍규군이 옆에서 치고 들어온다.
"이빨 아플때가 가장 힘듭니다. 다치거나 찢어지면 아는 선배 의사 불러서 치료하면 되는데 치과는 가지 못하니까...아주 괴롭죠. 그냥 꾸욱 참고 있습니다."
호종군이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는 듯 이맛살을 약간 찌푸린다.
"올해 꼭 집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정준)
"새해를 맞아 부모님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엔 경상대 학교운동을 책임져 가는 그런 해이니만큼 준비는 미흡하지만 노력을 많이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수배자들의 모범을 따라 애인도 만들고....(웃음)" (김준형)
준형군을 빼고는 경상대 수배자들에겐 다들 애인이 있다고 한다.
성탄절에 쓸쓸하게 보내는것 아니냐고 은근히 놀리니까 준형군이 이때만이 "수배자의 외로움"을 알 수 있는거라고 웃는다.
"새로운 해와 함께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는 것이지요. 그런 희망만큼 새로운 세상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김홍규)
"올해보다 더 나은 수배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종)
이들이 엮어갈 내년,
그들의 개인적 바램과 함께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가 되기를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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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인상이 수배자답지 않게 깨끗하다 이런 거 쓸거죠?" >
올해 단국대 서울 총학생회장이면서 10기 서울지역남부지구총학생회연합(서남총련)의장인 조영수(27, 행정학과 4학년)군. 작년 정경대학생회장으로 올해 수배 2년차.
"경찰들이 찾아와 부모님께 "아들 인생 망친다.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온다." 이런 소릴 해대니까 부모님이 처음엔 많이 놀라셨어요. 작년에 등록금도 안주시고 추석 때도 안 찾아오시더니 올해는 많이 나아지셨어요."
"수배 생활을 하면서 먹는 게 제일 힘들어요. 매 끼니를 사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절 때 집에 못가는 건 괜찮은데 집에 안좋은 일 생길때 못갈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 외할머니께서 연로하시거든요. 학교에서 수배생활을 하는 형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 가지를 못했어요... "
부모님과 형제, 조부모의 병상이나 임종을 지키지 못한 한총련 수배자들의 소식은 그의 가슴을 짓누르는 고민중의 하나이다. "주위에 있는 동기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명절때 저 대신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집에서 우환꺼리죠. 부모님이 새벽에 깨시면 다시 잠이 안오신다고...몸이 아플때 힘들어요. 그리고 외부집회가 있으면 저는 나가지를 못하니까... 사람들 다 보내고나서 혼자있을 때 허탈감이랄까 그런 느낌도 들죠."
영수군은 작년까지 생활방을 스티로폼으로 대충 깔고 지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자랑을 한다. 그리고 매일 빨래를 해서 "뽀송뽀송"한 수건이 아니면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스스로의 계획적인 생활을 통해 수배 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는데 계속 바빠서 새해를 맞는 건지 어쩐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날짜 가는 정도... 아! 이제 수배 3년차를 맞는구나. 수배로 인한 앞날의 막연함 그런거지요."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에 대해 영수군은 담담하게 말한다.
"개인적 바램은 한총련 이적규정이 풀려서 내년 학생회장은 수배자가 안되는 것과 국가보안법 철폐이구요... 그리고 빨리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거에요."
이주연 기자
[출처;2002년12월25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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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께 효도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
경상남도 진주의 경상대학교. 학생회관 맨 꼭대기에 위치한 총학생회.
창문 틈으로 비추는 겨울 햇살을 등지고 의자에서 깜박깜박 졸고 있는 김준형 학생.

주위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던 학생 수배자들이 모여든다. 그들 사이로 보이는 "진주 송년한마당" 현수막. 한해를 마무리하는 현수막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을까?
어려운 수배생활을 하게된 계기에 대해 물어보니 당돌한 대답이 되돌아온다.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는 주현군은 내년 2003년 경상대 총학생회를 이끌 총학생회장 당선자.
"한총련 대의원이 되기 전에는 많은 고민이 들었는데 지금은 별로 고민이 안됩니다. 하기로 했으니까 하는 것이지요. 단과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학우들에게 한총련과 한국학생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한총련 대의원을 하는것이구요. 수배 해제는 국가나 대통령이 해주는게 아닙니다. 한총련을 표방하는 학생운동이 자기 안에서의 노력을 통해 이적규정 철회를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지지가 없는데 이적규정 철회가 되면 뭐합니까?"
머슥하게 만드는 준형군에게 수배생활 중 언제가 가장 힘드냐고 아주 뻔한(?) 질문을 던졌다.
"부모님이 술한잔 하시고 전화 하실 때가 맘이 아픕니다. 저 때문에 부모님이 많이 다투세요. 그리고 겨울에 목욕탕 못 가는 것도 불편하고....그 것 말고는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습니다." 불편한게 없다고 말하는 준형군이 말을 끝마치자 홍규군이 옆에서 치고 들어온다.
"이빨 아플때가 가장 힘듭니다. 다치거나 찢어지면 아는 선배 의사 불러서 치료하면 되는데 치과는 가지 못하니까...아주 괴롭죠. 그냥 꾸욱 참고 있습니다."
호종군이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는 듯 이맛살을 약간 찌푸린다.
"올해 꼭 집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정준)
"새해를 맞아 부모님이 건강했으면 좋겠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엔 경상대 학교운동을 책임져 가는 그런 해이니만큼 준비는 미흡하지만 노력을 많이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수배자들의 모범을 따라 애인도 만들고....(웃음)" (김준형)
준형군을 빼고는 경상대 수배자들에겐 다들 애인이 있다고 한다.
성탄절에 쓸쓸하게 보내는것 아니냐고 은근히 놀리니까 준형군이 이때만이 "수배자의 외로움"을 알 수 있는거라고 웃는다.
"새로운 해와 함께 새로운 희망이 떠오르는 것이지요. 그런 희망만큼 새로운 세상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김홍규)
"올해보다 더 나은 수배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호종)
이들이 엮어갈 내년,
그들의 개인적 바램과 함께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가 되기를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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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인상이 수배자답지 않게 깨끗하다 이런 거 쓸거죠?" >
올해 단국대 서울 총학생회장이면서 10기 서울지역남부지구총학생회연합(서남총련)의장인 조영수(27, 행정학과 4학년)군. 작년 정경대학생회장으로 올해 수배 2년차.

"수배 생활을 하면서 먹는 게 제일 힘들어요. 매 끼니를 사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절 때 집에 못가는 건 괜찮은데 집에 안좋은 일 생길때 못갈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 외할머니께서 연로하시거든요. 학교에서 수배생활을 하는 형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데 가지를 못했어요... "
부모님과 형제, 조부모의 병상이나 임종을 지키지 못한 한총련 수배자들의 소식은 그의 가슴을 짓누르는 고민중의 하나이다. "주위에 있는 동기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명절때 저 대신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집에서 우환꺼리죠. 부모님이 새벽에 깨시면 다시 잠이 안오신다고...몸이 아플때 힘들어요. 그리고 외부집회가 있으면 저는 나가지를 못하니까... 사람들 다 보내고나서 혼자있을 때 허탈감이랄까 그런 느낌도 들죠."
영수군은 작년까지 생활방을 스티로폼으로 대충 깔고 지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자랑을 한다. 그리고 매일 빨래를 해서 "뽀송뽀송"한 수건이 아니면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스스로의 계획적인 생활을 통해 수배 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는데 계속 바빠서 새해를 맞는 건지 어쩐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날짜 가는 정도... 아! 이제 수배 3년차를 맞는구나. 수배로 인한 앞날의 막연함 그런거지요."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에 대해 영수군은 담담하게 말한다.
"개인적 바램은 한총련 이적규정이 풀려서 내년 학생회장은 수배자가 안되는 것과 국가보안법 철폐이구요... 그리고 빨리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거에요."
이주연 기자
[출처;2002년12월25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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