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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성모병원 간호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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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3-01-28 00:00 조회1,9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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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직권중재라는 미명하에 파업으로 내몰고 또 장기화시켰습니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면 파업을 아예할 수 없게 만드는 법이지요.”

헌법재판소에서도 5대4로 위헌판단이 앞섰던, 노동계의 국가보안법이라 불리는‘직권중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주호 정책국장은 사측인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이 직권중재를 악용해 파업을 유도했다고 말한다. OECD국가를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공사부문에 두루 걸쳐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단체행동권을 원천봉쇄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20030103501.jpg[사진은 12월20일 농성중이던 명동성당 입구에선 이상미(왼쪽)씨과 이민희씨]

하지만 무엇보다 간호사들을 분노하게 한 것은 다른 사업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인 가톨릭의 ‘반가톨릭적’모습이라고조합원들은 입을 모았다. 9월11일 공권력투입을 요청한 성직자, 대화를 요구하는 단식으로 간호사들이 줄줄이 구급차에 실려나가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교회측에 대한 간호사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지난 5월23일 파업 시작 전부터 씨엠씨측은 노조의 대화와 교섭 제의를 무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업장들은 밤샘 협상으로 극적 타결을 이루어냈고 일부 병원들도 얼마 후 타결을 이끌어 낸데 반해 장기파업으로 이어진 곳은 공교롭게도 씨엠씨 산하 세 개 병원이었다.

이에 대해 사측이 ‘불법파업’이라는 빌미를 이용해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다는 우려가 높다. 여성의 몸으로 조합원들이 2백일 넘는 파업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노조에 대한 가톨릭중앙의료원측의 시대착오적인 관점과 함께, 성모병원의 열악한 현장환경과 노동강도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단 한 번도 대화에 응하지 않는 병원측의 묵묵부답 7개월.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그들의 얼굴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여의도성모병원, 강남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간호사들은 연말도 크리스마스도 명동에서 보내고 있었다. 12월20일, 명동성당 들머리 농성장에서 간호사 이상미(25·강남성모병원 내과병동)씨와 이민희(23·의정부성모병원 내과병동)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파업이 끝나도 걱정”

20030103302.jpg역시 경제적 어려움은 피할 수 없는 큰 부담이었다. “방세 25만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파업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어요. 7개월째 받지 못한 월급에 남은 건 마이너스 통장이고 1월에 군대갈 남동생에게 용돈 몇 푼 쥐어주지도 못합니다.”파업이끝나도 빚갚기가 걱정이라는 이민희씨는 그래도 주택대출낸 기혼자들보다는 상황이 낫다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 듯 했다.

“몰랐던 것과 잘못된 부분을 파업을 통해 알게됐지요.” 잘못된 걸 잘못됐다 하는데 죄인취급하는 사측의 태도가 자신을 파업에 참여하게 했다고 전한다.

“우리는 주사기에 찔리거나 일하다 다쳐도 산재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고용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지요. 간호사들은 솔직히 십년을 넘기기 어려운데 퇴직수당도 얼마 되지 않아요. 사립학교연금법 문제는 심각합니다.”이미 많은 사립대병원들이 사학연금 본인분담금 비율을 25% 이하로 축소하거나 사측이 전액 부담하는 분위기지만, 50%를 분담하는 씨엠씨 산하 세 개 병원 간호사들의 비율 축소 요구에 사측은 전혀 응하지 않았다고 이상미씨는 말한다. “업무중에 다쳐도 경위서조차 눈치보며 써야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민희씨도 못내 속상해했다. “물품을 잃어버려도 사비로 채워 넣어야 했지요. 넘쳐나는 일에 시달리느라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굶어가며 일했는데….”

“기혼자 10명중 3명꼴 유산 경험”

성모병원은 무엇보다 인력충원이 급하다는 데 두사람은 의견을 같이 했다. “실제 간호사 1명이 환자의 중증정도나 간호사의 숙련정도에 관계없이 환자14명 정도를 담당합니다. 게다가의사가 담당할 진료적인 측면까지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환자복이나 수술실 쓰레기 같은 것까지 치워야 합니다. 그런 일도할 수는 있지만 중요한 건 주어진 환자 간호에만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이상미씨의 설명은 계속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계 해주고 받을 때 3 0분 내지 1시간이 앞뒤로 추가되곤 합니다. 오버타임이 분명해도 신청서 쓰기가 쉽지 않아요. 쓰라고는 하지만 실제 쓰면 ‘능력이 부족해 그런 것 아니냐’는 말만 되돌아오거든요.” 신청서가 받아들여져도 실제 월급에는 반영이 안 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중간선에서 ‘알아서’자르기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육한다, 뭐 한다며 일 끝나고 남으라거나 휴일도 나오라는 날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탄절이라고 병동 장식해야 한다 뭐 이런 거죠. 자기 쉴 시간 쪼개가며 하는데 중간관리자들은 그걸 어떻게든 더 잘 할려고 무지 애를 씁니다. 잘해봐야 상이라고 주는 건 귤 한 박스 뭐 이런 식이죠. 군대보다 더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수간호사가 임의로 짜는 교대근무표는 밤낮이 제멋대로 뒤죽박죽인데다,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휴가를 내려면 한 달 전에 신청해도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고 이민희씨는 말한다.

명동성당 들머리에는 가톨릭병원의 반카톨릭적 탄압을 고발하는 선전물이 많았다

“임신을 하게 되면 간호사를 충원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게 됩니다. 교대근무가 워낙 힘든데다 노동강도도 세다보니 결혼 후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결과 기혼자 10명중에 3명꼴로 유산경험이 있을 정도입니다.” 낙태를 엄격히 금하는 가톨릭의 입장과 비인간적인 노동강도 사이에 심각한 모순이 자리하고 있다며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이른바 ‘임신순번제’라는 것을 소개한다.

“쉽게 말해 ‘계획 있으면 미리 얘기하라’는 것이죠. ‘넌 이때, 넌 다음에’달력에 표시해가면서 얘기하는데도 있습니다. 임신이라는 게 그렇게 바로 뜻대로 되는 게 아니고 인력으로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임신순번제’라고 불립니다.”

정작 파업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명절 때 충남 서산의 집에 갈 수 있었다는 이민희씨는 전업주부인어머니가 ‘내가 직장이라도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2백여 일이 넘게 밥 해먹고 잠자고 회의했던 농성천막 내부

환자곁에 있을 때 가장 보람

“내과다 보니 암환자가 많습니다. 다른 병동은 주로 쓰러져서 들어와 걸어나가는 데, 우리 병동은 걸어 들어와 쓰러져서 나갑니다. 마지막가는 길 덜 힘들게 돕다 보면 정도 들지요. 그래서 더 힘들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씩씩하게 걸어 나가면 더 좋지만요. 가끔 길에서 건강한 모습보면 얼마나 반가운데요.” 환자들 얘기에 이민희씨의 표정이 금새 밝아졌다. 이상미씨도 마찬가지다. “별로 친절하게 해 준 것도 없는데 고맙다고 편지 보내주고 선물주고 할때, 난 누군지도 모르는데 먼저 인사해줄 때, 별거 아니지만 보람을 느낍니다. 내 생각위주로만 살다가 병원가면 아픈 사람 위주로 생각하게 되죠.”

“끼니도 못 챙겨먹지 않냐며 환자분들이 밥먹으라고 주실 때가 많은데 그럼 우리는‘환자꺼 뺏어 먹으면 빨리 안 나아요’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지요. 과일 깎아 입에 넣어주시기도 하고, 바빠서 밥도 못 먹고 땀 삐질삐질 흘리며 일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면 누가 넣었는지도 모르는 사탕이나 초콜렛이 들어 있기도 하고. 간호사가 환자가 보고 싶으면 안 되는데 보고 싶네요.”소박하지만 이민희씨에게는 큰 행복이었다.

20030103301.jpg"환자들 퇴원할 때 ‘담에 뵈요’하는데 우린 ‘절대 오지 마세요, 딴데서 봐요’그런답니다.”이상미씨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서로 눈코 뜰 새 없이 일에 치이다 보니 검사일정잡는 거나, 환자 내려보내는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방사선과나 임상병리과 등과 일반병동 간호사 사이가 썩 좋지 않았는데 2백여 일 파업하며 너무 친해졌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제 다시 일하게 되면 손발이 척척 맞겠다’는 말에 잠시 시름을 잊은 듯 두 사람은 밝게 웃어 보였다.

우리나라 노동자로서 옳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파업을 하며 깨달았다는 두 간호사. 그들이 전하는 이번 대선 이야기 한 토막이

다. “권영길 후보의 3.9%가 좀 아쉽기도 합니다. 사실 민주노동당의 공약이 꿈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 그 꿈같은 공약이 이루어지는 날이 머지않아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목청을 높이는 모습이 민주노동당 당원같다고 하자 ‘모두 파업의 결과’라며 씩 웃는 그들의 주먹에는 불끈 힘이 들어가 있었다.

가톨릭 교단과 병원측에 대화를 촉구하는 2박3일간의 명동성당 노숙투쟁이 끝나갈 무렵인 12월24일 밤, 파업대책본부 한용문 본부장은 “헌신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교섭을 통한 문제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전 조합원에게 현장복귀를 선언했다. ‘무노동 무임금’적용으로 7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한 조합원들의 생활문제를 비롯해 20명이 넘는 해고자, 손해배상과 가압류, 고소 및 고발 취하등 각종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대화와 교섭요구를 철저히 거부해온 사측의 입장에 맞서 장기파업속에서 조직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노조의 눈물어린 결단으로 풀이된다.

어렸을 때 암투병하던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내가할 일은 이거다 싶었다’는 4년차 간호사 이상미씨. IMF때 졸업해 안정적이고 돈 잘 벌 것 같아 간호학과를 지원했지만 이제는‘내몸 버려가며 남 살리는’이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2년차 간호사 이민희씨. 그들이 복귀할 현장에는 2백16일간의 파업보다 더한 겹겹의 시련이 도사리고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파업의 결과’라며 힘주어 말하던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향한 꿈은 이제 현장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글 이동원 기자 | 사진 이치열 객원기자

[출처; 우리 2003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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