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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평양에 다녀와서/오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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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ohkilnam 작성일00-12-27 00:00 조회2,3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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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고 서서시 다가가자

글: 오미영

평양을 방문하자면 공항에 내리면서 안내를 담당해줄 누군가와 만나게끔 되어 있다. 그들과는 짧은 일정이라 해도 늘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별 어려움 없이 친숙해질 수 있고, 결국 그들이라는 창을 통해 북한 사람과 북한사회를 들여다보게 된다.

대화 도중 때때로 문학도다운 감성을 나타내 인상적이었던 ㄹ선생. 그가 하루는 황석영 선생의 방북체험을 담은 <사람이 살고 있었네>란 책을 읽어보았느냐고 물었다. 못 읽었다고 답하자 “지하도에 술 취해 쓰러진 자, 노상 방뇨하는 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요. 우리도 그렇게 삽네다”라고 말했다. 한달 사이 두 번에 걸친 평양방문을 마친 지금, 그 책 제목이야말로 북한 사람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과 궁금증을 정확하게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 사람에 대한 첫 인상을 얘기하자면 맨 먼저 고려항공 여승무원이 떠오른다.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도 어쩐지 두근거리는 마음이 되어 자꾸 훔쳐본 그 얼굴은 이후 평양에서 만날 수 있었던 다른 젊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하얗고 고운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약간 비음이 섞인 듯한 말투가 애교 있게 들렸고 목소리는 조용조용한 편이지만 일단 말을 시작하면 놀라우리만치 똑 부러지게 말을 잘 했다.

남성들은 수줍음을 타는 소년 같은 면모가 있었다. 하지만 농담은 꽤 즐기는 편이었는데 들으면서 얼굴 붉힐 만하지 않은, 은근하면서도 유쾌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대체로 술을 마다하지 않는 듯했고 담배를 유독 많이 피웠는데 양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회적으로 남녀가 동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기혼여성인 `애 엄마"(그렇게 부르곤 했다)의 적극적인 활동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체류 기간 동안 `국제 부녀절" 혹은 `3.8절"(우리에겐 `세계 여성의 날")이라고 부르는 명절을 맞았는데 만나는 남성마다 많은 축하인사를 보내면서 내가 비운 서울 집안 걱정을 해주기도 하였다.

한편 한민족의 우수성과 긍지에 대해 자주 얘기했으며 조금이라도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을 드러내기를 무척 꺼려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 대해서도 “락관적으로 생각하고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면서, “단지 좀 더 잘 사는 것이 부럽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통일에 대한 열망은 매우 커서 누구든 만나서 듣게 되는 첫 마디가 바로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할텐데…”라는 말이다.

사용하는 언어 가운데 우리가 아는 것과 그 의미가 완전히 거꾸로인 것도 있었는데 오징어는 낙지, 낙지는 오징어라 부르고 목련을 목란, 목란을 목련이라고도 했다. 또 우리가 국호를 한국이라고 칭하고 남한, 북한이라고 말하는데 거부감이 느껴진다면서, “남쪽, 북쪽으로 부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이든 북이든 무의식중에 “우리 나라에서는…”이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 순간마다 매우 착잡한 심정이 되곤 했다.

방북 시 두 차례 모두 평양의 고려호텔에서 묵었는데 처음에는 타인에게 상당히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두 번째 갔을 땐 모두들 기억을 하고 먼저 말을 건네며 정을 표현해오기도 했다. 처음에 느꼈던 다소 쌀쌀맞은 듯한 인상은 그러니까 일종의 낯가림이었던 듯하다. 마음을 열고 서서히 다가가는 일이 남북한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오미영/방송인

*이글은 한겨레신문 인터넷 사이트 남북협력시대 기획에 특별기고한 글을 옮겨 온 것임


한겨레 4/2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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