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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장의 행운아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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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9-09 06:01 조회5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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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신념의 산마루

3

심초향의 마음은 착잡하였다.

무뚝뚝한 리학문소좌의 만류를 뿌리치고 산을 내린것은 허찬중좌에 대한 리해가 있어서라기보다 부상병후송임무를 맡은 자기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끼치는 일이 마음에 꺼린 동시에 험산길보다는 야산지대에로의 행군이 한결 헐하리라는 생각때문이였다. 허찬의 주장대로 정말 자동차나 기차같은것을 얻어탈수도 있으리라는 한가닥의 기대도 없은것이 아니였다. 게다가 군의장으로부터 받은 임무도 하사와 허찬소좌를 잘 돌보라는것이 아니였던가.

허나 가고갈수록 그런 희망은 봄날의 얼음처럼 녹아버리기 시작했다.

산을 내려서부터 하사를 부축하는것은 전적으로 심초향의 몫으로 되여버렸다. 허찬은 적정을 살핀다면서 열나문걸음 앞서갔는데 뒤에서 따르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보다 나타날수 있는 적에 대한 경계에 온 정신이 쏠려있는것 같았다. 인생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그의 눈으로 볼 때에도 허찬은 변덕스러운 사람이였다. 모든 일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리해시키려 들었고 불리할 때에는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고 뒤엎는데 그럴 때마다 부인하기 어려운 론리가 작용하군 하는것이였다. 초향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그런 일들을 경악하여 지켜보기만 할뿐이였다.

《적이요!》

와삭와삭 수풀을 헤치고나가던 허찬이 갑자기 자세를 낮추며 입가에 손가락을 세우고 나직이 소리쳤다. 목소리는 낮았어도 불안과 긴장으로 한껏 켕기운것이였다.

순간 하사는 기관단총을 벗겨들었고 초향은 그를 끌고 나무뒤로 은페했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니 적은 멀리에 있었다. 한개 중대가량의 괴뢰군사병들이 화물차 3대를 세워놓고 길가에 피워놓은 모닥불가에서 정신없이 밥을 처먹고있었다. 경계초도 세워놓지 않은것을 보면 안심한것 같았다. 공연히 놀랐다는 생각이 들면서 허거픈 웃음마저 나왔다.

《하는수 없지, 에돌아갈수밖에… 일두 참, 칠팔월 수수잎 꼬이듯 돼가는군.》

혼자 툴툴거리고난 허찬은 좀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멀리 에돌자고 했다.

그들은 허위허위 걷다가 넘어지면 기면서 산기슭을 따라 우회해갔다. 그러자니 곱절 힘이 들었다. 다행히도 두줄기 궤도가 뻗어간 철길을 만났는데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정거장이 보였다.

《보란 말야, 내 말이 틀리는가. 정거장이 있잖나. 헌데 적들이 먼저 들어와있으면 야단인데… 여기서 감시하면서 좀 기다려보자구.》

《뭘 기다린다는겁니까?》

하사의 의문에 그는 거뿐하게 응수했다.

《기차를 말이요. 혹시 알겠소, 우리 사람들이 몰고오는 기차가 있겠는지. 신심을 잃지 마오.》

공허하게 들리는 그 말을 초향은 조금도 믿을수 없었으나 그렇다고 부인할수도 없었다. 적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그런 기적을 바란단 말인가.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수 없었다. 정찰병들을 그냥 따라갔을걸 하는 생각에 후회가 막급했어도 이제는 공연한것이였다.

정거장에서 멀찍한 산기슭 바위뒤에 숨어서 4시간은 실히 될만큼 지켜보았으나 오가는 적들만 보일뿐 아군의 모습은 그림자도 찾아볼수 없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한곳에 엎드려있자니 배도 고프려니와 저녁녘이 되여오면서 으쓸해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추운데 이렇게 감시만 하고있겠어요?》

초향의 목소리는 불안에 떨렸다.

《덤비지 말고 가만 있소. 까딱이면 꺼떡이요. 춥다고 모험하겠소?》

살얼음장 건너가듯 하는 허찬의 지나친 경계심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사도 참다못해 한마디 꺼냈다.

《비겁하게 주저하지만 말구 속시원히 나가봅시다, 대체 어떤 판인지.…》

허찬은 화를 버럭 내였다.

《동무! 말이면 다 하는줄 아오? 비겁하다구? 죽을둥살둥 모르구 날뛰는게 용감성이구 대담성인줄 아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감시만 하겠어요? 아이, 속상해!》

두사람의 불만앞에 생각이 좀 달라졌던지 한참 무슨 궁리를 굴리던 허찬이 아량있게 빙긋 웃었다.

《그럼 좀 에돌아서 감시각도를 바꿔보지, 몸풀이도 하는겸.》

그들은 엉기적거리며 다시 숲속으로 물러나 정거장을 시작점으로 활등선을 그어나갔다. 소나무가 드문드문 서있는 산기슭에는 수풀이 우거졌는데 가끔 댕댕이나 매지나무 비슷한 떨기나무들이 마구 뒤엉켜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그속을 헤쳐나가려니 손과 얼굴이 가시에 긁히고 옷자락이 찢기였다.

하사를 부축하고 비탈길을 지척지척 헤쳐나가던 초향이가 갑자기 환성을 질렀다.

《아이, 좋아라. 아가위예요.》

처녀는 하사를 소나무밑에 세워놓고 달려갔다. 거뭇하게 말라버린 열매들을 정신없이 따서는 군모에 담았다. 한알 입에 넣어보니 시큼털털하면서도 맛이 있었다.

《보란 말이요. 산을 내려온게 얼마나 좋은가!》

반달음쳐온 허찬도 욕심스럽게 아가위를 따서 입에 쓸어넣으며 장한 일을 한듯이 웅얼거렸다.

그때였다. 바로 등뒤의 소나무숲에서 2명의 군인이 기관단총을 들고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손들엇! 뒤돌아보지 말아!》

악 소리를 지르며 풀썩 주저앉았다가 엉거주춤 일어난 허찬이 먼저 두손을 들었다. 그러나 하사는 틀어잡은 기관단총을 움켜쥐더니 홱 휘두르려는 잡도리였다. 그러는 찰나 웬 녀성이 다박솔뒤에서 비호처럼 달려나오며 그의 총가목을 부여잡았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였다.

《총소리를 내지 말아요.》 그 녀성이 부르짖었다. 《아군이군요.》

심초향은 너무도 놀라와 벌어진 일을 관망하기만 할뿐이였다. 잠시후에야 견장없는 군관복을 입은 처녀와 인민군병사복차림을 한 2명의 사나이를 알아보았다.

《모두 숲속으로!》

군관복처녀가 부르짖었다. 그리고는 제 먼저 하사를 부축하고 웃몸을 낮춘채 앞서 달렸다.

깊은 수림속에 이르러서야 모두 멈춰섰다. 헐금씨금 숨소리들이 높았다.

《동무들은 어느 부대예요?》

곱살하게 생긴 군관복처녀는 목소리도 아름다왔다.

허찬이 목소리를 굵게 내여 틀을 차리려고 애쓰면서 응대했다.

《난 6사단 정찰과장이고 이 동무들은 사단군의소일행이요. 동무들은 어느 부대요?》

《아참, 자기 소개를 못했댔군요.》 처녀의 두볼에 인상적인 볼우물이 생겼다. 《난 정치공작대원이고 이 동무들은 소속이 각이해요. 절 권녕신이라고 불러주세요. 정황이 긴박한만큼 시간을 아낍시다. 구체적인것은 천천히…》

그 순간 허찬의 표정에서 기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불시에 숨을 헉 들이그었다가 옆사람들이 놀랄만큼 큰소리를 내뿜었다. 기연가미연가하던 기억력을 헤치고 낯익은 얼굴모습을 찾아냈던것이다.

《아니 이런, 이게 누구요? 군산에 파견됐던 정치공작원동무가 아니요?》

말허리를 뚝 끊기운 권녕신은 얼떠름해졌다.

《옳습니다. 헌데 그걸 어떻게?!》

허찬은 금덩이를 얻은것처럼 쾌재를 올렸다.

《글쎄 어쩐지 낯이 익다했지. 내 군산에서 동무를 보았소, 물론 동무는 날 못 보았겠지만. 소학교운동장에서 연설을 아주 멋들어지게 하더군.》

《그렇습니까. 하여간 반갑습니다. 그럼 후퇴길을 함께 가봅시다. 이제부터는 인민군대 군사규정대로 우리모두가 함께 행동해야 하겠습니다. 이건 최고사령부의 명령에 따른 행동조치예요. 군사칭호로 보아 지휘는 중좌동지가 맡아주세요. 정치책임은 제가 지겠어요.》

생김새와는 달리 결패가 있는 처녀였다. 그는 차후행동방향에 대하여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남해안일대에까지 나갔던 권녕신은 전략적인 일시적후퇴가 시작되자 인민군대에 편입되여 렬차로 후퇴길에 올랐는데 그것은 부상병들을 실은 렬차였다. 적들을 꼬리에 달고 맨 나중에야 후퇴길에 오른 렬차는 무시로 위험속을 뚫고나가야 했다. 적기의 폭격에 철길이 끊어져 그것을 복구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때에는 습격해오는 적들과 전투를 벌려야 하였다. 인천에 상륙한 적들이 후퇴길을 차단하기 전에 빠져나가느라고 최대마력을 다 내였으나 죽령을 넘어와서는 증기가 오르지 않아서 또다시 멈춰서지 않으면 안되였다. 침목을 쪼개여 화구에 집어넣고 한창 증기를 올리는데 자동차를 타고 따라온 괴뢰군놈들에게 꼬리를 물리게 되였다.

위험한 순간이였다. 적들이 쏘아대는 총알이 나무판자로 무은 화차벽을 피융― 피융― 뚫고나갔다. 부상자들뿐인 렬차에는 적들과 싸울 인원이 몇사람 되지 않았다. 적을 막아내지 못하면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될수 있었다. 놈들이 렬차에 붙지 못하게 앞질러나가 막아야만 했다.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러다간 다 죽어요. 기관사동무! 빨리 증기를 올리고 출발하세요. 우리가 적들을 막을테니 냅다 달리세요. 평양에서 다시 만납시다. 싸울수 있는 동무들은 모두 날 따르세요!》

권총을 뽑아든 권녕신이 화차에서 뛰여내리며 웨친 소리였다.

《처녀동무! 어쩌자구…》

거쿨진 기관사는 뜨거운것을 꿀꺽 삼키며 말끝을 채 맺지 못했다. 총알처럼 달려가는 처녀가 순식간에 기차후위쪽으로 사라졌던것이였다.

처녀를 따라선 사람은 열사람남짓했으나 결사적인 전투중에 거의가 전사했다. 그사이에 증기를 마저 올린 렬차는 울음소리와같은 기적소리를 남겨두고 역구내를 빠져나갔다. 결국 살아남은 세사람은 수림속으로 철수했는데 차후 행동방향을 확정하고 행군준비를 하느라 머물고있던중이였다. 전투끝에 모인 그들에게는 무기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참, 아쉽게 됐군. 조금만 일찍 당도했어도 그 렬차를 놓치지 않는건데…》

허찬은 정말로 아쉬워 같은 말을 몇번이고 외웠다.

《중좌동지, 그러지 마십시오. 설사 그렇다 해두 적들을 막아내느라고 렬차를 떠나보낸 동무들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됩니까.》

참다못해 하사가 한 말이였다.

《이 사람이?!》

허찬은 무슨 말인가 더 할듯 하더니 목구멍안으로 꿀꺽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은 숲속에서 숙영했다. 하루밤에 만리성을 쌓는다더니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일행모두가 구면지기처럼 되였다. 어려운 순간에 사람들의 진정이 더 잘 통하게 되는 모양이였다.

《난 말이요, 4사 통신병인데 락동강에서 분하게도 까무라치지 않았겠소, 미시리처럼.》

턱밑이 검실검실한 한줄배기 상등병이 원체 말수더구가 많은지 흥이 나서 이야기판을 펼쳐놓았다.

《건 왜요?》

하사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겠는지 조급하게 물었다.

《들어보오. 통신선을 늘이며 나가는데 이게 뭐야, 흑인검둥이놈이 갑자기 떡 막아서는게 아니겠어. 꼭 우리 고향 성황당에서 보던 장승같더란 말이야.》

《그래서요?》

《총은 어깨에다 멨는데 어디 손이 움직여줘야지. 권선기는 들었는데 팽가칠수도 없구.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구 이마로 그놈을 받아넘겼지. 그 순간에 쾅! 포탄이 튀지 않겠어. 그래서 까무라쳤구, 그래서 담가신세를 지면서 야전병원에 후송됐지.》

그러자 석줄배기 중사가 껄껄 웃으며 입을 씻었다.

《신통히 내가 겪은것과 꼭같구만. 하여튼 미국놈들은 겁쟁이들이야. 난 말이요, 팔공산전투때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겠소.

우리는 적들의 파도식공격을 열다섯차례나 막아냈는데 나는 중기사수였소.

총탄은 다 떨어졌지, 미국놈들은 떼를 지어 밀려들지, 우리는 최후의 시각이 왔다고 생각했소.

그런데 말이요, 날이 어둑어둑해오는데 갑자기 비구름이 몰려들더니 우르릉, 꽝꽝! 천둥이 울지 않겠소. 그러자 바보같은 미국놈들은 아군이 그 무슨 신형포를 쏘는줄로 알고 다 도망치더라니, 허허…

나는 전호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질렀소.

〈야, 이놈들아! 맞서보지도 않고 그냥 도망칠테야?〉

그러자 그놈들은 아군병사들이 제놈들의 뒤를 바싹 물고 추격하는줄로 알았는지 긴 다리를 성큼성큼 놀리며 더 필사적으로 달아빼겠지.

하여 우리는 적들의 열다섯번째 공격을 성과적으로 물리쳤다오. 그것도 전투라고 할수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증원부대가 도착했지.》

모두가 즐겁게 웃었다. 이야기재미에 긴 가을밤도 지루한줄 몰랐다. 그런데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허찬이 흐려놓았다.

《부끄럽지도 않소? 그런 이야기를 하기가 말이요. 용감성에 대한 이야기면 몰라도 우연적인걸 가지구 자랑하다니…》

몰풍스러운 핀잔이였다.

《뭐요?》

중사는 물론 상등병과 하사까지도 성이 올라 풀풀거렸다.

이런 때는 군사칭호와 직급보다도 인품이 모든것을 결정하는 법이다. 군사규정상의 요구를 지키면서도 이러저러하게 작용하는 인품의 영향은 때에 따라서 모든것을 초월할수도 있다.

허찬의 경우가 그러했다. 그는 지리한 밤을 유쾌하게 지새우고싶어하는 주위사람들의 심정은 아랑곳없이 단순한 론리만을 생각하는 형의 인간인것을 드러내고야말았다.

(산이 커야 그늘이 크다더니…)

그의 언행은 일행중의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것이였다.

다음날 이른아침, 여섯사람은 행군을 시작했다.

지휘권을 맡은 허찬과 정치책임을 진 권녕신은 나란히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찬이 먼저 동정에 겨운 어조로 말을 붙였다.

《녕신동문 고생을 사서 하게 됐구만. 렬차를 그냥 타고갔더라면 쉽게 후방에 가닿을수 있었을걸.》

권녕신은 대수롭지 않게 그러나 진정을 담아 응대했다.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고생을 사서 하지 않았더라면 렬차가 후방으로 가기는커녕 수많은 부상병동무들이 적들에게 붙잡혀 희생될번 했지요.》

《그게 헌신이구 희생정신이라는거겠지. 아주 론리적이요, 허허…》

허찬은 턱을 젖히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러다가 문뜩 생각난듯이 물었다.

《종합대학을 다니다가 나왔다고 했지?》

《옳아요.》

《난 동무가 군산시에서 연설하는걸 보았소. 아주 인상적이더군.

그런데 말이요. 리학문이라구 내밑에 있던 정찰부과장인데 동무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있더군.》

《리학문이라구요?!》

《잘 아는 사이요?》

권녕신은 잠시 생각을 더듬더니 도리머리를 했다.

《난 그런 사람을 몰라요. 기억에 없어요.》

《모른다?! 이상한 일이로군, 동무가 하는 연설을 들으면서 잘 아는 사이라고 하던데?》

이번에는 허찬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의심스럽다는듯 녕신을 슬쩍 곁눈질해보았다. 그것이 처녀의 화를 돋군것 같았다.

《별 시큰둥한 사람 다 보겠군요. 난 그런 사람 알지도 못하거니와 알고싶지도 않아요. 생판 초면인 처녀를 잘 아는 사이라고 소개하는 그런 싱검둥이가 있다는것이 놀랍군요.》

《허허… 이팔청춘 총각이니 그럴수도 있는게 아니겠소. 널리 량해하오. 하긴 나도 그 동무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소. 그래서 후퇴도중에 갈라졌소. 상급에 대한 태도도 좋지 않지만 모든것을 제멋대로만 하려는 이를테면 개인영웅주의자랄가… 여하튼 그런 동무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니 나도 마음이 놓이오.》

《개인영웅주의자라구요?》

《그런 일들이 있었지.》

허찬은 지금껏 리학문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두루두루 이야기했다. 대담하고 기민한 정찰행동으로 적들을 골탕먹이던 일들을 처녀의 호기심이 한껏 동하도록 늘어놓으면서도 그 과정에 리학문의 모험심과 위훈에 대한 탐욕때문에 자기가 애를 먹었다는 식으로 장황하게 엮어나갔다.

《마산일대에서 적정을 알아냈으면 빨리 부산으로 침투해들어가야 하는건데 그 사람은 어떻게 했는가. 영웅심에 들떠서 적을 한놈이라도 더 잡아야 하겠다! 이런 관념밖에 없었단 말이요. 그 결과 부산으로 깊숙이 들어갈 대신 이미 정찰을 끝낸 마산, 함안일대에 머물면서 적들과 전투만 벌렸거던. 이게 정찰병이 할일이요? 정찰병은 말그대로 적정을 알아내여 지휘부에 보고만 하면 되는건데…

개인영웅주의! 그건 이처럼 사람을 공명심에 들뜨게 하고 혁명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다주는 실로 무서운거요.》

말이 시작되니 제풀에 흥분되였고 실지 있었던 사실들을 자기의 론리로 그럴듯하게 가공해내는것이 퍽 재미있었다.

처녀는 정의감이 남달리 강해서인지 치솟는 격분을 표시하기도 하고 깜짝 놀라 눈섭을 치켜올리고 허찬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리학문?! 부과장?! 그런 사람을 과장이라는 이 중좌는 왜 그냥 내버려두었단 말인가?)

리학문이라는 사람이 지금 앞에 서있다면 규탄을 퍼붓고싶은 심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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