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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렬차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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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12-14 18:44 조회4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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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 회


29

 

10월 초순.

푸른 하늘에는 붓으로 휘저어놓은것 같은 엷은 구름이 끼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청사의 집무실에서 로씨야 따스통신사가 서면으로 제기한 질문에 주실 대답을 쓰고계시였다.


조로친선의 고귀한 전통을 마련하시고 그 강화발전에 불멸의 공헌을 하신 위대한 김일성주석의 거룩한 자욱이 력력히 어려있는 사연많은 원동과 씨비리지역을 근 10년만에 다시 방문하니 참으로 감회가 깊었습니다.

새 세기에 들어와 세번째로 되는 이번 로씨야방문기간 우리는 원동의 대동력기지 부레야수력발전소와 씨비리의 명승 바이깔호를 비롯하여 여러 도시와 경제문화시설들을 돌아보면서 로씨야정부와 인민이 강력한 국가건설에서 이룩하고있는 성과들을 감명깊게 보았으며 용감하고 근면한 로씨야인민의 사상감정과 풍습에 대하여서도 더 잘 알게 되였습니다.

조로친선의 력사와 전통을 계속 심화발전시켜나가는것은 우리 두 나라 인민들의 리익에 전적으로 부합되며 동북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데서도 중대한 의의를 가집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8월 하순의 그날 렬차로 로씨야의 국경도시 하싼을 출발하시여 원동의 아무르주와 씨비리지역의 부랴찌야공화국을 방문하시고 자바이깔스크변강지역을 통과하여 중국 동북지방을 거쳐 돌아오기까지의 2만여리 대장정의 나날들을 돌이켜보시였다.

《오늘은 우리 부레야발전소가 건설되여 처음으로 외국국가수반을 모신 영광의 날입니다. 어제까지 계속 구질구질 비가 내려 천막이랑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오늘은 맑게 개였습니다. 장군님께서 부레야에 해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발전소지배인의 감동스런 영접인사말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며 겸허히 말씀하시였다.

《내가 해를 가져온것이 아니라 로씨야자연이 조선손님들을 반겨서 그러겠지요.》

발전소지배인이 비상수문을 열어놓자 드넓은 인공호수에 찬 부레야강물이 언제경사면을 따라 폭포처럼 쏟아져내리였다. 출렁이는 호수물을 둘러싼 푸른 산발, 해빛에 흰 구슬처럼 반짝이며 날리는 물보라, 자욱한 물안개… 아무르주 부레야산중의 보기드문 풍치였다. 아무르강의 지류인 부레야강을 막아 200만kw의 발전능력을 조성한 이 발전소는 용감하고 재능있는 로씨야인민이 30년이 넘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룩한 창조물이다. 그이께서는 빠넬식으로 지은 발전기실벽을 손으로 두드리며 세심히 돌아보시였고 언제높이와 락차고, 천정트라스, 배전설비상태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시였다.

그이의 관심은 참관손님으로서 흥미가 아니시였다. 사랑하는 조국에 건설하고있는 희천발전소와 대비해보며 작은 경험이라도 받아들이기 위한 수력발전기술전문가적인 관심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르주를 떠나 씨비리의 부랴찌야공화국으로 가시는 렬차에서 부레야수력발전소에 대한 부러움을 금치 못하는 일군들을 일깨워주시였다. 큰 나라인 로씨야가 평화로운 환경에서 부레야발전소를 30년나마 건설하였지만 우리 인민군군인들과 건설자들은 미국과 추종세력의 압살과 경제봉쇄속에서도 희천발전소를 2년남짓한 기간에 거의나 완공하고있지 않는가. 수력자원을 최대로 리용하면서도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주민지역들이 큰물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원칙에서 강상류에는 류역변경식고락차발전소를, 강하류에는 계단식으로 저락차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새로운 공법들로 많은 자재를 절약하고 공사기일을 앞당기고있는것이 우리 조국의 대자연정복모습이다.

지금 우리가 발전소들을 마음먹은대로 건설하고있는것은 일찌기 수령님께서 나라의 동력공업발전을 위해 발전기와 송변전설비들을 다 자체로 생산할수 있는 자립적민족경제의 튼튼한 토대를 마련해주시였기때문이다. 지금까지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에서 생산한 발전설비들을 다른 나라에서 사왔더라면 수십억의 외화가 들었을것이다.

자립적민족경제의 거대한 잠재력, 선군과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전진하는 천만군민의 정신력을 어찌 세상에 자랑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씨야의 아무르주장관과 부레야수력발전소 지배인을 우리 나라에 초청하여 희천발전소를 보여주고 우리 사람들도 로씨야에 보내여 부레야수력발전소를 보고오도록 한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시였다. 배울것은 배우면서도 긍지와 자부심은 당당히 가져야 하는것이다.

그이께서는 다시금 서면대답을 써나가시였다.


조선반도핵문제는 우리 인민의 자주권과 안전을 항시적으로 위협하고있는 미국에 의하여 산생되였습니다. 자주권은 나라와 민족의 생명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로골적인 핵위협과 가증되는 적대시정책으로부터 자기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핵억제력을 보유하게 되였습니다.

이번 조로최고위급회담에서 견해의 일치를 본바와 같이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고 9. 19공동성명을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전면적으로, 균형적으로 리행함으로써 전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해나가려는 우리의 원칙적립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로씨야측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강권과 전횡을 반대하고 공정한 국제질서를 수립하며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계속 노력할것입니다.

우리 인민을 하루빨리 남부럽지 않게 잘살게 하려는것이 나의 가장 큰 소원이고 이를 현실로 꽃피우는 길에서 우리 인민과 고락을 함께 하며 정력적으로 사업하는것이 나의 가장 큰 락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씨야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신 후 한달남짓한 기간에 올해의 기본과업인 인민생활을 높이는 문제, 자신의 가장 큰 소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정력적으로 사업한 나날들을 돌이켜보시였다.

희천발전소건설장, 보통문거리고기상점, 평양8월풀가공공장, 금성식료공장의 밀쌈직장, 만수대지구건설장, 룡전과수농장, 단천마그네샤공장, 단천항건설장…

그이께서는 일일이 다 꼽을수 없을 정도로 수다한 공장과 건설장들을 현지지도하시였고 대외활동을 벌리시였다.

그런데도 아직 이 10월에 가보셔야 할 현지지도단위들은 적지 않다. 현대화된 두단오리공장, 자라공장, 대동강돼지공장, 그물공장…

그다음에는 경제발전의 골간을 이루는 함경남도의 중요공장, 기업소들에 또 찾아가실 작정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씨야 따스통신사의 서면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 작성하시여 책임서기에게 넘겨주시고는 잇달아 문건을 보기 시작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농사작황과 가을걷이문제와 관련한 문건을 먼저 펼치시였다.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원만히 풀려는 당의 뜻을 받들고 내각총리가 서해안 곡창지대들은 물론 전국의 모든 협동농장들에 비료와 박막, 연유를 비롯한 영농자재들을 제때에 보장하기 위한 조직사업을 잘해온것이 만족스러우시였다. 영농준비로부터 모내기, 김매기와 같은 영농공정들이 전국 농촌들에서 일정대로 진행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들어 내각총리 채성림을 찾으시였다.

《올해에 총리동무가 농업성사업을 틀어쥐고 수고를 했습니다.》

《장군님께서 정초부터 농사문제를 보아주시고 당적, 국가적관심속에 온 나라가 총동원되도록 조치를 취해주신 덕분입니다. 이른봄에 장군님께서 눈비를 맞으시며 농촌에 나가시여 두벌농사랑 농산과 축산을 배합하는 고리형순환농법을 가르쳐주셨기때문에 올해농사작황이 괜찮습니다. 협동농장들에서 허위보고를 하지 않는가 해서 제가 직접 여러군데 농촌에 가서 평당 예상수확고를 가늠해봤습니다.》

《올해 날씨조건이 농사에 불리했지요?》

《그렇습니다, 장군님. 재해성기후가 매우 심하게 나타나 농업생산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른봄부터 날씨가 너무 차서 모판의 모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였는가 하면 가물이 지속되여 논밭이 마르고 또 장마철에는 해비침률이 례년에 없이 떨어졌습니다. 많은 비가 내렸는데 황해남도를 비롯한 일부 곡창지대들에서 폭우로 논벌이 큰물에 잠기고 태풍피해까지 입었습니다.》

《그랬는데도 농사작황이 괜찮다니 내가 걱정할가봐 그러는게 아닙니까?》

《장군님, 농업성통계자료에 의하면 올해 농촌들에서 〈화성-1〉호와 〈청운-4〉호와 같은 다수확품종강냉이를 대대적으로 심었습니다. 그리고 두줄모아심기와 두대모아심기와 같은 선진재배방법을 받아들여 정당수확고를 훨씬 높였습니다. 논벼농사에서도 비료를 적게 먹으면서 수확고가 높은 〈강성-1〉호와 〈평도-15〉호를 많이 심었는데 이 중간종, 중간늦종품종의 논벼생육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제가 세여보니 평당 이삭수가 지난해보다 50~80개나 더 많습니다.》

《강냉이가을이 한창이라는데 다그쳐야겠습니다. 10월에는 고산지대와 중부지대들에서 우박이나 서리가 내릴수 있으니 애써 지은 낟알을 제때에 걷어들이고 탈곡장보관에서 허실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금속공업성에서는 중요대상건설에 필요한 철강재를 보장하는것도 어렵기때문에 농업부문에 강재를 대줄수 없다고 하는데 그 립장이 틀렸습니다. 경공업발전에 다시한번 박차를 가하고 인민생활향상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올해공동사설의 기본과업을 잊은것 같습니다. 내각이 탈곡장보수용압연강재를 비롯해서 전기와 연유, 세멘트는 물론이고 뜨락또르와 벼수확기, 탈곡기부속품들에 이르기까지 가을걷이영농자재를 우선적으로 보장해주어야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으시였다.

외무성에서 올려온 문건은 그이의 류다른 관심을 자아내시였다. 미국이 졸지에 뉴욕조미접촉통로에 머리를 들이밀고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하자고 청탁한것이였다.

앞서 7월 28일에 열린 뉴욕조미고위급회담에서 미국은 조선에 대한 적대적의사가 없다는것이 미행정부의 대조선정책의 핵심이다, 회담이 쌍방사이의 불신해소와 신뢰구축의 시작이고 백악관의 새로운 대조선정책의 출발점으로 될것이라고 부언하였지만 그뒤의 행동은 정반대였다.

미국은 남조선괴뢰들과 야합하여 우리에 대한 핵선제타격을 노린 《을지 프리덤 가디언》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았으며 조선을 정치, 경제, 군사외교적으로 고립압살하기 위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갖은 불순하고 도발적인 책동을 할수 있는껏 해왔다.

외무성은 조선의 국력과 대외적권위가 날로 높아지는데 어쩔수 없게된 미국의 대화청탁에 대해 랭담하고 보류적인 립장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에 잠기시였다.

신뢰구축이 회담장에서의 말장난뿐이고 대결과 전쟁책동을 집요하게 추구한 미국이 우리한테 다시금 대화를 구걸해온데는 정치경제적 그리고 군사외교적면에서 몇가지 원인이 있다.

우리는 지난 5월의 중국방문에 이어 8월 하순에는 로씨야를 방문하고 메드베제브대통령과 두 나라사이의 전통적인 친선과 평등, 호혜적협조관계를 더욱 확대강화해나가기로 하였다. 중국과 로씨야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이고 폭넓은 대외활동으로 해서 미국, 남조선, 일본사이의 공조체제에 커다란 통구멍이 나게 되였고 동북아시아의 전략적구도는 미국에 대단히 불리해졌다. 우리가 조중, 조로친선협조관계를 국제정세의 추이에 맞게 높은 단계로 발전시킨것으로 해서 동북아시아지역은 물론 세계평화와 안전수호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였다.

세계의 이목은 동북아시아지역에 깃든 이 상대적인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당당한 핵보유국, 정치군사강국인 조선에 쏠려있다. 분쟁이 잇달으는 중동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미국으로서는 더는 이 엄연한 동북아시아정세변화를 외면하고 조선반도에서 대결과 전쟁책동에 매달릴수 없게 되였다.

오바마행정부는 국내적으로도 궁지에 빠져있다. 미국은 최악의 실업위기를 겪고있으며 월가에서 시작된 대중적시위가 미국 전지역에 파급되고있다. 오바마는 중첩되는 국내정치경제문제를 풀기 위해 안깐힘을 써야 하며 2012년 대통령선거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외교령역에서 그 어떤 성과를 마련하여 미국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것이 급선무일것이다. 그런 사정으로 하여 오바마행정부는 화살을 감추고 감람나무가지를 꺼내든것이다. 첨단무기들로 미국본토에 강력한 보복타격을 경고하는 조선과의 회담, 대결이 첨예한 조선반도에서의 대화판세는 미국민의 환심을 살수 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외무성 한계훈1부상을 전화로 찾으시였다.

《1부상동무, 외무성문건을 보았습니다. 뉴욕회담후에 미국은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우리를 적대시하고 깎아내리지 못해 모지름썼습니다. 조선반도의 남쪽땅에 이전보다 더 짙은 화약내를 풍기고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왔습니다. 외무성은 이렇게 말과 행동이 다르고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버리지 않는 미국의 대화청탁을 보류의 올가미에 걸어 끌고다니면서 혼쭐내주고 양보를 받아내자고 하는데… 보다 리성적인 외교심리적판단을 하고 대응해야 할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하시였다.

《오바마행정부가 국내외적으로 어떤 불리한 처지에 빠져 회담제안을 하게 되였는가 하는건 말하지 않아도 1부상동무가 잘 알것입니다. 뉴욕조미회담후에 미국이 놀아댄 꼴을 봐서는 대화상대로서 응당 멸시를 주고 빨간딱지처분을 주어야겠지만 참고 협상마당에 나가야 합니다. 잠정적으로나마 다시금 대화의 끈을 이어 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마련하는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조선반도는 특수한 지역입니다. 오늘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대결구도가 가장 날카로운 곳이 조선반도이고 대국들의 리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엉킨 곳도 조선반도입니다. 그런것으로 해서 이 지역에서는 항시적으로 첨예한 군사적긴장상태가 조성되고있습니다. 여론들은 새로운 세계대전의 불꽃이 필경 조선반도에서 튈것이라는데로 초점을 모으고있습니다. 그런것만큼 동북아시아와 나아가서 세계평화를 수호하고 전쟁을 방지하자면 조선반도에서 대결과 군사적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보장해야 합니다. 협상마당은 대결을 멀리하는 전제로 될수 있습니다. 미국이 조미회담에 성실한 자세로 나오지 않고 회담을 순수 저들 행정부의 정략에 써먹는다 해도 조선과 미국이 협상탁에 마주앉아 대화를 한다는것자체가 의의가 큽니다.

접촉과 대화를 견지하고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하는것은 대결과 충돌, 전쟁을 방지하는 좋은 약입니다. 미국이 그간 줄곧 반공화국침략책동에 매달려왔지만 우리는 평화가 귀중하기때문에, 안정이 파괴되는걸 막아야 하기때문에 분노를 억제하고 선의의 태도로 마주앉아야 합니다. 날자를 끌지 말고 이 10월에 회담을 열도록 하시오. 뉴욕조미회담이 제2차 조미회담으로 되고 그러한 인내성있는 걸음이 종당에는 6자회담재개에로 이어질수 있으며 대결국면에 치달은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정세를 완화시킬수 있을것입니다.》

《장군님, 오로지 평화를 위하시는 장군님의 숭고한 뜻대로 미국과의 사업을 하겠습니다.》

한계훈1부상의 목소리는 격정에 넘쳐있었다.

《내 생각에는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을 전번처럽 미국땅에서 하지 말고 3국에서, 이를테면 스위스의 제네바같은데서 하면 좋을것입니다. 회담탁에서의 우리 공화국립장은 문건에 담겨져있기때문에 더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당당한 핵보유국이고 정치군사대국인 조선은 협상탁에서 언제나 락관적이고 존엄있는 태도로 강경과 유화를 배합하며 여유있게 미국과의 외교전을 벌려나가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놓으신 다음 또 다른 문건을 당겨 펼치시였다.


며칠후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락랑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과 평성합성가죽공장을 현지지도하시고 당중앙위원회청사로 돌아오시였다.

집무실에서 정세자료와 국제경제무역실태자료를 다 보고나신 그이께서는 문건철우에 놓인 편지를 집어드시였다.

천연흑연제작소 소장 최성숙이 삼가 올린 편지는 대번에 그이의 관심을 끌어당기였다. 소장직무를 다시 맡아 천연흑연제품연구제작을 마음껏 하게 된 최성숙이 기쁨에 겨워 쓴 편지였다. 글줄마다 녀인의 행복의 눈물, 자책의 눈물이 흘러넘치는듯싶었다.


장군님께서는 일찌기 검은 먼지 나는 흑연을 안고 초행길을 헤매는 저에게 연구사업의 생명과도 같은 기적의 밝은 등불을 주시였습니다. 조선땅에 무진장한 천연흑연자원을 가지고 우리 식 흑연공업을 일떠세워야 한다고, 가정부인과학자라도 천연흑연연구에서 세계를 놀래우는, 《천사》도 못하는 발명을 할수 있다고 믿음을 주시고 희망을 주시고 신심에 찬 연구의 넓은 길을 열어주신분은 김정일장군님이십니다.

장군님의 사랑에 받들려 흑연연구에서 보잘것없는 아낙네에 불과했던 저는 연구사업의 폭을 넓히고 미세한 흑연결정조직의 신비로운 탐구의 심연을 헤쳐나갈수 있었습니다. 저는 장군님께서 달아주신 《천사》의 아름다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알프스산정을 넘나들며 세계를 굽어보면서 조선과학자의 자존심을 드높이 세울수 있었고 삼천리금수강산인 내 조선의 자원을 무한히 사랑하고 아낄 때만이 조국을 부강하게 할수 있다는 과학의 주체성과 철리를 심장속에 체득하게 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장군님의 은덕과 믿음을 저버리고 일을 잘하지 못하였습니다.

천연흑연점결제연구에 성공하고 흑연전기솔을 만들어 공장, 기업소들과 농촌양수장들에 시험설치한것으로 만족하고 큰일을 치른것처럼 생각하면서 자만하였고 연구를 심화시켜 수입제품을 눌러버릴수 있는 질적으로 보다 우수한 흑연가공제품을 생산하려는 피타는 노력을 벌리지 못하였습니다. 당조직관념이 부족하였고 상부의 충고를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고 흑연제작소사업을 독판치기로 하였습니다.

흑연연구제작에서의 이러한 독선적인 과오, 생활에서의 인정머리없는 처사로 하여 우리 천연흑연제작소는 순탄한 연구생산과는 거리가 먼 복잡하고 불필요한 경영상마찰이 생겨나게 되고 절박한 설비갱신이나 고순도흑연정광보장에서 애로와 침체상태를 지속하게 되였습니다. 소장인 제가 흑연제작소를 잘 이끌고나갔더라면 이미전에 유럽의 흑연기술을 압도할수 있는 흑연과학기술력량과 천연흑연제품생산기지를 튼튼히 꾸리여 경영관리를 효률적으로 하면서 국가에 많은 리득을 주었을것입니다.

우리 흑연제작소가 천연흑연공업창설을 그토록 원하시는 장군님의 높으신 애국의 뜻을 결사관철의 정신으로 받들지 못했기때문에 우리 나라는 아직도 세계적수준의 흑연기술두뇌진과 천연흑연제품생산기지확대, 세계시장의 판로개척에서 소극적이며 귀중한 시간을 잃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성숙의 자필로 된 그 절절한 편지의 글줄을 마감까지 다 읽으신 다음에도 좀처럼 편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정성을 박아 쓴 글줄에서 15년전의 겨울밤 눈보라치는 벌판길에서 최성숙을 만나던 일을 추억하시였다.

돌덩이같이 무거운 흑연광석배낭을 그 녀자의 어깨에서 벗겨내리실 때의 가슴이 뭉클하시던 충격이 어제일처럼 생생하시였다. 채성림총리가 집무실에 가져온 천연흑연솔과 흑연봉들을 보실 때도 그이께서는 솟구치는 기쁨을 느끼면서도 성공에 이르기까지 그 녀자가 걸어왔을 고심참담한 탐구의 길에 대해 생각하시였다. 아마도 최성숙을 만나셨더라면 밤을 지새면서라도 천연흑연연구의 만단사연을 들어주셨을것이였다. 몹시 알고싶으셨지만 최성숙은 심혼을 바쳐 쓴 편지에 자기가 십여년세월 얼마나 고생스레 천연흑연연구를 해왔는가에 대해서는 조금도 쓰지 않았다.

다음날 김정일동지께서는 수출가공공업부문을 담당한 부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최성숙소장을 데리고오라고 하시였다. 그러나 최성숙소장은 며칠전 고순도흑연정광보장에서 제기되는 기술적문제를 풀려고 황해남도 연학에 있는 흑연광산에 내려가고 없었다.

그이께서는 어쩌다 낸 시간에 최성숙을 만나지 못하는것이 몹시 서운하시였다.

《부부장동무, 그렇게 서있지만 말고 앉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에 들어선 후에도 침침한 낯색으로 굳어져있는 부부장에게 이르시였다.

그이께서는 집무탁에서 최성숙소장의 편지와 흑연제작소실태를 반영한 료해자료를 집어드시고 부부장 맞은켠의 쏘파에 와앉으시였다.

《난 동무가 최성숙소장을 복직시킨 후에 인차 나를 찾아올줄 알았소.》

《장군님, 면목이 없습니다. 저의 잘못이 너무 크기에… 정말이지 장군님의 믿음과 애국의 예지가 아니였더라면… 제가 세상에 자랑할수 있는 흑연과학자를 매장할번 했습니다.》

《난 동무한테서 그런 말이나 듣자고 부른것이 아니라 흑연제작소문제와 관련한 엄정한 실태자료분석을 통해 수출가공공업발전에서 실지 어떤 문제가 걸리고 장애로 되는가를 론의해보자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보신 료해문건을 번지며 말씀하시였다.

《부부장동무도 두차례나 흑연제작소실태를 료해하여 이젠 손금보듯 말짱 알겠는데 어떻소? 흑연제작소에서 점결제연구에 성공하고도 수년째 소규모시험공장단계에 머물고 번창하지 못하는 원인이 어데 있다고 생각합니까? 흑연가공기지확대를 위한 자금문제요, 설비갱신문제요, 아니면 고순도흑연광석가루를 원만히 생산보장 못하는 흑연광산들의 뒤떨어진 설비상태요?》

그이의 예리한 분석질문에 부부장은 눈길을 들지 못하고 앉아있었다.

《경제실무적인 측면에서 볼 때 크게는 자금문제와 설비갱신문제, 흑연자재가 걸렸다는건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불가피한 경제적원인뒤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 진짜원인, 앞에서 말한 경제실무적난관들을 유발시키는 본질적원인이 숨겨져있다는걸 나는 가슴아프게 파악했습니다. 지난 기간 수출가공기업소의 지광현비서동무는 전횡을 부려 천연흑연제작소산하 흑연광산들에서 힘들게 선광해놓은 품위높은 흑연정광가루를 다른 나라에 헐값으로 팔았습니다. 수출목적은 흑연제작소생산기지를 현대적으로 꾸리고 흑연광산의 락후한 설비들을 갱신한다는거였지만 실지 흑연제작소에 절실히 필요한 대형변압기와 등방압설비, 고압까벨선은 사올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으며 흑연광산의 선광설비갱신도 말뿐이였습니다. 지광현동무는 그 자금을 청사꾸리기와 기업소의 다른 단위들에 망탕 써버렸습니다. 이 동무는 천연흑연가공사업을 걸써 대하면서 흑연제작소에서는 흑연정광가루를 팔아 외화자금을 얻어내는것이 더 실리적인듯이 독단을 부리고 압력을 가했습니다. 최성숙소장이 거기에 굽어들지 않자 조직관념이 없소, 안하무인이요, 외국기술자와 자의대로 만났소 하며 당생활결함자료를 묶어 끝내는 소장자리에서 떼버렸습니다. 부부장동무, 흑연제작소가 일떠서지 못하는 원인이 명백하지 않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격하신 음성으로 계속하시였다.

《일군들문제, 사람문제입니다.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아까와하지 않고 그대로 팔아 자금을 망탕 써버리는 이런 관료적인 일군들때문에 우리는 첨단과학기술을 도입하여 자원을 2차, 3차가공하는데서 남들보다 뒤떨어지고있소. 세계가 자원의존형경제로부터 기술집약형경제로 이전하기 위해 치렬한 생존경쟁을 벌리고있는 이 불같은 시대에 조선의 경제를 첨단수준에 올려놓겠다는 각오가 부족하고 애국심이 결여된 일군들이 우리 대내에서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있다는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흑연이나 철광석, 석탄 같은 귀한 자원을 팔아 외국자본가들의 배를 불리워주고서야 우리 나라가 어떻게 잘살수 있겠소. 첨단과학기술을 리용하여 나라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리용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은 애국자이고 자원을 퍼내여 팔아먹는데서 아무런 량심가책도 받지 않는 사람의 행위는 매국행위입니다.

지난 세기 60년대에 이전 쏘련의 흐루쑈브가 우리에게 쎄브에 들라고 압력을 가할 때 수령님께서는 우리가 쎄브에 들면 당신네 나라에 원료나 대주어야 하겠는데 많지도 않은 지하자원을 남에게 다 캐주고 장차 조선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고 하시며 흐루쑈브의 요구를 일축해버리시였습니다. 퍽 후에 수령님께서는 그때를 회고하시며 수정주의자들과 맞서 싸워 이겼으니 그렇지 우리 나라가 쎄브에 들었더라면 쏘련에 자원을 다 팔아먹는것은 물론 땅덩어리도 다 팔아먹고 나중에는 자립적민족경제가 없으니 자기 머리와 사상도 팔아먹고 당도 팔아먹었을것이며 결국 남의 식민지로 전락되고말았을것이라고 하시였습니다.

수령님의 말씀은 우리 일군들이 나라의 자연부원을 어떤 관점과 립장에서 대해야 하는가 하는 준절한 가르치심입니다.》

집무실에는 고요가 깃들었다.

반쯤 열어놓은 창문으로 정원의 나무잎사귀를 흔드는 소연한 가을바람소리가 들려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죄책감에 얼굴색이 거멓게 질린 부부장을 띄여보고나서 창문가로 가시였다.

한낮의 해살은 서늘한 가을대기를 따스하게 덥히며 나무가지들사이로 슴새들었다. 빨간 단풍으로 피려고 벌써 누렇게 물들어가는 나무잎새들이 소슬바람에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설레였다.

《부부장동무… 동무는 어떻게 되여 나라의 진정한 수출가공산업발전에 관심이 없는 지광현의 사람됨을 알아보지 못했소?!》

그이의 준절한 물으심에 부부장은 굳어진 몸을 일으켰다.

《장군님… 저는 이번 두차례의 흑연제작소료해를 통해 제가 일군으로서 자격이 없다는것을 통절히 느꼈습니다. 최성숙동무와 흑연제작소에 대한 장군님의 말씀을 받고 료해사업을 나가서야 자원가공수출문제를 경제사업으로서가 아니라 정치사상적각도에서 심각히 보게 되였습니다. 저는 수출가공경제에서 애국과 매국도 갈라볼줄 모르는 청맹과니입니다.》

《스스로 시인하는구만. 난 부부장이 정말 그런 사람이라는게 가슴아프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쏘파에 앉으시며 무척 괴로운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동무가 최성숙흑연연구사의 진가를 일찍부터 알고 흑연제작소사업을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도와주었더라면 우리 나라는 흑연자원국으로부터 흑연공업국으로 가는 걸음을 훨씬 앞당겼을거요. 흑연과학에서 조선의 녀성이 왜 〈천사〉가 되지 못하겠소. 천연흑연제조의 과학적발명을 내놓고도 최성숙동무는 조선녀성으로서 아주 고상한 품격을 소유했습니다. 그는 수십년세월 녀자의 몸으로 검은 흑연광석을 안고 홀로 광산과 실험실의 머나먼 길을 오가며 고심참담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유럽의 인조흑연만을 인정하는 사람들, 보수성이 강한 사람들의 시비공론과 배척을 받으면서도 그는 오직 나라의 흑연자원을 헐값으로 팔리우지 않는 돈덩이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묵묵히 일해왔습니다. 그는 소장자리에서 떨어져가지고도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와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 탄광, 서평양기관차대를 비롯한 여러 단위들에 나가 이미 설치한 천연흑연솔들의 가동시 마모상태와 전압강하, 솔불꽃상태와 같은 여러가지 중요한 기술적운영지표들을 관찰했습니다. 최성숙동무는 벌써 자기네 제작소가 만든 천연흑연전기솔이 국내산업부문 인정을 벗어나서 국제전기공학계의 기술지표를 딛고 올라설 연구를 심화시키고있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결 온화한 어조로 이르시였다.

《부부장, 천연흑연제작소에 나가보시오. 내각총리동무가 설비갱신과 흑연기지확장사업을 도와줄거요. 지난 시기 최성숙소장이 자존심을 세우고 부부장의 지시를 거역했다고 그리고 이번 료해과정으로 감정이 상했을수 있는데 다 잊어버리시오. 여기 최성숙소장이 내게 보내온 편지가 있소. 소장동무는 그토록 압력을 받아왔고 종내 소장자리에서 떨어졌지만 지광현이나 자기를 몰리해하고 랭대한 부부장의 결함에 대해서는 쓰지 않았소. 모든 일은 소장인 자기의 잘못으로 흑연제작소사업이 침체되였다고 하였소. 미덕이 있는 녀자요. 최성숙은 부부장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으며 나삐 생각지 않소. 그 녀자를 좋은 감정으로 대하시오. 어떠한 개인적감정도 우리 나라가 강성국가로 진보하고 인민을 잘살게 하는 그런 거대한 애국감정에 용해되고 국가적리익에 복종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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