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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렬차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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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11-22 20:08 조회2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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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회


7


1월 30일 이른아침.

황초령을 넘어온 소뿔 뺀다는 강풍이 흥남땅에 와서도 기세가 죽지 않고 몰아쳤다.

2. 8비날론련합기업소는 짙은 안개같이 뽀얀 눈가루장막에 뒤덮였다. 눈바람질에 숨이 막히고 눈을 뜨기조차 어려웠다. 60년래에 처음 들이닥친 강추위는 근 한달째 좀처럼 물러가지 않아 현장온도가 내려가는 바람에 비날론생산에까지 지장을 주었다. 그러나 금야탄광에서 석탄이 제때에 도착하고 75톤짜리 대형순환비등층보이라가 만가동하여 직장마다 증기열을 세괃게 쏴주니 인츰 생산이 정상화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진렬대우의 비날론제품들을 보시고나서 수직방사직장현장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수직방사공정과 련결공정, 련조공정들이 돌아가는걸 직접 보고싶으신것이였다.

《위대한 장군님, 이 공정은 증기가 많아 습합니다. 그리구 방사기들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건강을 념려하는 2. 8비날론련합기업소 책임비서에게 말씀하시였다.

《일없소. 가보기요. 천천히 걸어갔다오면 운동도 되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나는 방사기들의 가동정형을 보아야 마음이 놓입니다.》

실상 김정일동지께서는 몹시 피로하시였다. 평양에서 밤늦게 렬차로 떠나 이른아침 함흥에 도착하시는 길로 곧바로 이 기업소에 오신것이였다. 지난밤에는 피로가 쌓였는데도 렬차칸에서 깊은 잠에 들지 못하시였다. 새벽녘에 레루우를 달리는 단조로운 차바퀴소리에 깨여나신 다음에는 종시 잠을 청하지 못하시였다. 독서를 하시고 문건들을 보시다나니 날이 푸름푸름 밝아왔다. 성에가 낀 차창으로 흘러가는 함경남도의 눈덮인 벌판과 산발들, 아직 새벽잠에 묻힌 낯익은 도시들을 보시느라니 강렬한 책임감과 사업열망으로 하여 잠기가 사라져버렸고 기운차게 달리는 야전렬차가 더딘것만 같으시였었다.

《비날론띠섬유가 신통히 콩으로 만든 인조고기같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쪽에서 큰 키를 구부정하고 겸손히 따라오는 함경남도당책임비서 윤정기를 돌아보시며 유쾌히 웃으시였다.

윤정기책임비서의 얼굴에 순박하달 정도의 조용한 웃음이 피여났다. 윤정기는 김정일동지께서 도내 공장, 기업소들을 현지지도하실 때는 현장책임일군들을 내세우고 자신은 멀찍이 뒤켠에 서군 하였다. 기업소일군들이 기쁨을 금치 못하며 성과를 자랑할 때도 그는 흥분하지 않고 사색적인 신중한 표정을 짓군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의 성과를 놓고 만족하는것보다 자신께서 주신 허다한 과업을 어떻게 해제낄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줄곧 궁리를 짜내고있을 그의 속마음을 헤아려보셨고 그런것으로 하여 거의나 웃음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식없고 진실한 그가 마음에 드시였다.

아마도 지금 자신을 둘러싼 거의 대다수 일군들이 비날론띠섬유가 줄줄이 흘러내리고 견절섬유, 련조꼬치들의 질이 아주 좋으며 지난해보다 비날론솜과 실이 하얀데 만족하고 그래서 인민들의 옷감문제가 당장 풀린것처럼 기뻐하고있지만 윤정기도당책임비서는 이 비날론솜, 띠섬유생산을 정상화하자면 석탄보장으로부터 설비들의 만가동, 전기문제, 카바이드순도보장, 방사직장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숱한 기술경영상문제들을 옳바로 해결해야 한다는것을 생각할것이다.

일군은 마땅히 아직 견본제품에 불과한 성과를 놓고 자랑을 앞세우고 들뜨고 만족에 취해있을것이 아니라 해놓은 일이 상업적단계에 이를 때까지 성사시키며 실리있고 중단되지 않는 생산경영이 되도록 왼심을 쓰고 걱정을 하고 실행방도를 찾아내야 하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윤정기에게 말씀하시였다.

《2. 8비날론련합기업소에서 내가 작년 8월에 왔을 때보다 일을 많이 했소. 기업소일군들과 로동자, 기술자들이 모두 수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지. 책임비서, 그렇지 않소?》

《그렇습니다. 이 기업소동무들이 수고했지만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을 적지 않게 미진했습니다. 밀페식카바이드전기로건설과 기초화학제품생산공정, 봉탄생산공정건설을 금년말까지 다그쳐 끝내도록 도당위원회가 사업을 짜고들겠습니다.》

《그래주시오, 책임비서동무. 초산, 가성소다, 염화비닐같은 기초화학제품이 인민소비품생산에 절실히 필요하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수직방사직장의 마지막설비까지 다 돌아보시고 눈보라치는 밖으로 나서시였다.

구내상공에서 울부짖는 눈보라소리는 좀처럼 그칠줄 몰랐다. 메마른 수삼나무가지들을 뒤흔들며 불어친 눈보라는 그이의 회색솜옷자락을 날리고 찬눈가루를 휘뿌렸다.

《장군님, 날씨가 몹시 추운데 또 우리 기업소를 찾아주시여 정말 고맙습니다.》

2. 8비날론련합기업소 책임비서가 송구해서 말씀올렸다.

《그렇지만 저희들의 간절한 소원은… 이렇게 날씨가 추운 때만은…》

김정일동지께서는 말끝을 채 맺지 못하는 책임비서를 잠시 바라보시였다.

《고맙소. 하지만 내가 이렇게 자주 다녀야 비날론기업소일이 잘될수 있습니다. 그만 헤여지기요. 내가 오늘 2. 8비날론련합기업소 일군들과 로동자, 기술자들에게 당부하고싶은것은 앞으로 일을 더 많이 해달라는것입니다. 동무들이 비날론준공식에 뒤이어 생산기술공정들을 빨리 건설하고 돌려야 인민생활문제의 한고리가 실지로 풀릴수 있습니다.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 나는 어떤 강추위나 눈비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16년동안이나 생산이 중단되고 침체되였던 비날론기업소를 재생시키고 현대화하기 위해 야전렬차에서 밤을 패시며 찾아오던 하많은 일들이 떠오르시였다. 비날론솜은 단순히 옷감천원료가 아니라 우리 인민들에게는 자기 힘에 대한 긍지와 신심을 안겨주고 고립압살책동으로 기승부리는 적들에게는 절망과 공포를 들씌우는 주체섬유, 폭탄섬유이다. 지난해 함흥시군중대회에서 온 세상에 대고 승리를 선포한것만큼 그 사변은 신문지상에 대서특필로 자랑만 되는것이 아니라 폭포처럼 쏟아지는 흰 비날론솜이 실이 되고 방추가 되며 질좋은 천이 되여 실지로 인민의 몸에 따뜻이 입혀져야 하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야전솜옷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끼시고 윤정기에게 이르시였다.

《도당책임비서동무, 차에 오르시오. 룡성기계련합기업소로 갑시다. 룡성기계로동계급이 수소정제탑을 한창 만들고있다지.》


×


김정일동지께서는 중기계설비들을 만들어내는 동해안굴지 기업소의 생산지도일군답게 체구가 장대한 룡성기계련합기업소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시며 압축기직장을 돌아보시고 대형공작기계직장에 이르시였다.

강철쇠밥단내와 기름냄새, 랭각유내가 혼합된 기계공장특유의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숲에 들어서면 해빛속에 자라는 푸른 잎사귀의 싱그러운 냄새와 땅에 떨어져 부식토로 변해가는 락엽냄새가 맡기 좋은것처럼 기계공장현장에서는 사람의 힘을 대신하여 강쇠를 깎아내는 듬직한 기계설비들에서 풍기는 엇구수한 단쇠비린내가 좋다. 그것은 일찌기 김정일동지께서 대학실습과정에 평양방직기계공장에서 직접 선반기를 돌리시면서 취하도록 익숙한 기계공장의 냄새였다. 기나긴 세월이 흘러갔지만 몸에 배고 페부에 젖어든 그 기계공장의 향취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영원히 잊혀질것 같지 않다.

《저기가 수소정제탑을 만드는 제관작업장같구만.》

《그렇습니다. 장군님, 그런데 거기는 가까이 가시지 마셔야 합니다. 어제밤 늦게까지 용접작업을 해서 가스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조창주지배인은 떡 버티고서서 앞으로 나갈념을 안했다.

희푸르스름한 용접가스연기가 서린 제관작업장에는 둘레가 엄청나게 큰 수소정제탑동체들이 채광장트라스천정에 닿을듯이 키를 솟구고있었다.

《가보기요. 용접가스내 난다고 〈와쎄나조약〉의 빗장을 지른 미국의 거만한 코대를 꺾고 자력갱생의 장훈을 부르는 우리 기술자, 로동자동무들을 만나보지 않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달포전에 도당책임비서가 올린 문건으로 수소정제탑제작과정을 료해하시였다.

윤정기는 과업을 받은 즉시 룡성기계련합기업소에 내려가 수소정제탑제작기술협의회를 열었다. 유능한 설계가, 제관공, 용접기능공들과 지배인, 기사장, 기술자들이 참가한 협의회는 초고압설비를 처음 만드는데서 오는 위구와 우려심이 있었지만 자신심과 대담성, 슬기로 하여 신심에 찼다. 특대형초고압설비를 만드는가 못 만드는가 하는 기술협의회가 아니라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결사관철의 협의회였다.

단시일내에 수소정제탑동체와 발통, 반구형경판설계를 해내고 기술준비를 하였으며 순 우리의 합금강철판자재와 우리 용접기술로 만들기 시작한것이다.

《한달사이에 수소정제탑동체말이를 거의 끝내고 반구형경판들도 다 만들었단 말이지. 대단하오, 대단해.》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창주지배인의 잔등을 두드려주시였다.

사람키의 다섯배는 실히 되는 집채같은 수소정제탑들은 볼수록 장관이였다.

《동체가 이중으로 되여있다지. 수소정제탑에 굉장한 압력이 작용하겠지?》

《예, 정상반응압력은 350기압이고 최고 500기압까지 견뎌야 합니다.》

《용접을 잘해야겠구만. 용접이 기본이겠소.》

《그렇습니다, 장군님. 철판이음짬 용접부위정밀도가 대단히 높아야 합니다.》

《용접공을 만나보자구. 기능공을 데려오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행일군이 가져다놓은 접이식의자에 앉으시였다.

제관작업장이 추웠으나 그이께서는 현장을 쉬이 떠날수 없으시였다. 집무실에서 문건으로 흥남비료련합기업소 갈탄가스화생산공정에서 심장부인 수소정제탑제작소식을 료해하실 때, 도당책임비서와 지배인, 기술자, 기능공들이 강추위를 무릅쓰고 밤낮이 따로없이 제관작업장을 떠나지 않고 전투를 벌리고있다는걸 아시였을 때 얼마나 오고싶으시였던가. 화학비료생산, 알곡생산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설비를 제작하는걸 직접 보고싶으시였고 자력갱생의 정신을 발휘하는 그들을 고무해주고싶으시였다.

지배인이 진태범작업반장을 데리고와 장군님께 그가 20년간 제관, 용접을 해온 기능공이라고 말씀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작업반장의 꽛꽛한 손을 잡아주시였다.

반장은 키는 크지 않았으나 둥실한 량어깨박죽은 모루처럼 든든해보였다. 손이며 얼굴, 드러난 살갗은 용접화광과 연기에 끄슬려서인지 온통 검붉었다. 두눈은 피로와 긴장으로 충혈되였지만 사뭇 기쁨과 행복감으로 빛났다.

《진태범반장동무는 한달째나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전투를 벌리고있습니다.》

윤정기가 말씀올렸다.

《한달째나…》

김정일동지께서는 도당책임비서에게 시선을 던지시였다.

《수소정제탑이 아무리 중하다 해도 한달씩이나 현장에서 침식을 하게 방임하다니… 잘된 일이 아닙니다. 반장동무, 집에는 누가 있소?》

《딸애가 있습니다.》

《안해는?…》

《반장동무 안해는 지난해 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조창주지배인이 입이 굳어진 태범을 대신해 말씀드렸다.

《딸애가 아홉살인데 옆집할머니 도움을 받으며 착실하게 집살림을 해나가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에서 준 과업, 수소정제탑을 제작하는 룡성로동계급의 강의하고도 순박한 정신세계가 가슴에 젖어드시였다.

《가정의 불행은 뒤전에 미루고 수소정제탑에 한몸 바치고있구만.… 반장, 용접작업이 수월치 않지. 눈자위가 벌겋게 피졌구만. 가스내 나고 용접봉을 몇대 태우면 보호면을 써도 눈이 충혈되지.》

그이께서 다심히 념려하시자 조창주지배인이 말씀올렸다.

《태범반장은 수소정제탑동체안에 들어가 용접하다가 두차례나 가스에 질식되여 쓰러졌댔습니다.》

《질식되다니?!》

그이께서는 놀라와하며 물으시였다.

《동체철판말이 안쪽부위는 수동으로 용접할수밖에 없습니다. 용접가스가 동체안에 꽉 차기때문에 인차 교대해야겠는데 반장동무는 기능이 제일 높은 자기가 용접해야 한다면서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았습니다.》

《반원들을 아끼느라 더 그랬겠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나직한 어조로 작업반장의 숨겨진 마음을 평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룡성기계로동계급의 희생적노력이 깃들어있는 수소정제탑동체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시였다.

《이보라구, 지배인. 숨막히는 동체안에서 가스에 질식될 때까지 용접한다니 가슴이 아프구만. 그러다 귀중한 우리 기능공들이 목숨을 잃을수 있소.… 그런데 자동용접은 할수 없는가?》

《제관직장에 있는 용접기구들은 구식인데다 용도에 맞지 않아 쓸수 없습니다.》

《최신형용접기를 사와야 하는데 팔겠다는 나라에서 그전부터 우리한테 꼭 필요한 기계란걸 알구 값을 엄청나게 높였습니다.》

윤정기가 조용히 사연을 설명해드렸다.

《책임비서는 왜 그런 애로를 문건에 담지 않았소? 로동자들의 생명이 중요하지 돈이 문젠가.》

《장군님, 이 작업반장동무와 용접공들은 물론 지배인동무까지 나서서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땔수 있는데 무엇때문에 나라에 손을 내밀겠는가, 강성국가건설을 위해 한푼의 자금이라도 아껴써야 하는 이때 국가에 대고 돈을 내라, 무엇을 달라하는건 룡성기계사람답지 않다고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쿵 울리시였다.

얼마나 순박하고 미더운 로동계급인가. 영웅적인 로동계급이라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있는 룡성기계사람들이 다르다. 나라를 받드는데서 강쇠와 같이 굳건하고 투철한 량심, 진정한 애국심을 가진 룡성로동계급이기에 엄혹한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풀죽으로 끼니를 잇고 굶어쓰러지면서도 공장기계설비의 볼트 하나에조차 손을 대지 않고 지켜냈다.

그래서 중소형발전소설비들과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책동을 물리치고 일떠서는 기간공업부문의 대상기계설비들을 제때에 만들어보내줄수 있었다.

《작업반장동무, 그래 어떤가. 수동용접땜을 했는데 기포가 생기진 않았나?》

김정일동지께서 다정히 물으시였다.

《감마촬영을 해보았지만 지금까지 기포는 없었습니다.》

《수소정제탑을 흥남비료에 설치해도 아무 탈이 없어야 돼.》

《룡성기계로동계급의 이름으로 책임지겠습니다.》

태범반장은 결패있게 대답올렸다.

《장군님, 미국놈들이 무던히 못되게 놀았지만 수소정제탑이 그닥 첨단설비는 아닙니다.》

《괜찮아, 용접반장, 그쯤한 배짱을 가져야 돼.》

김정일동지께서는 접이식걸상에서 일어나시여 반장의 단단한 어깨를 툭 치시였다.

《하지만 제힘을 믿는다고 해서… 자력갱생의 정신을 발휘한다고 해서 과학기술을 홀시하면 안돼. 강성국가를 건설하는 오늘날에 와서 우리의 자력갱생의 정신은 과학기술이라는 날개를 펼치지 않고는 높이 날수 없소. 모름지기 수소정제탑이 기계, 화학, 열력학의 첨단기술을 응용했을터인데 배심은 가지되 자만하지 말고 있을수 있는 자그마한 기술적요소도 따져보면서 잘 만들어야 합니다.》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자, 그럼 수고들 하시오. 수소정제탑들을 다 만들어 흥남비료에 시집보낼 때 다시 오겠소. 제국주의자들이 〈와쎄나조약〉이 아니라 별의별 방해조약을 다 만들어내도 조선의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앞에서는 물거품이 된다는걸 세상에 대고 시위해보자구.》

대형기계직장의 철문앞에 서있는 승용차로 가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시고 지배인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내가 바쁘다보니 지배인의 건강을 관심두지 못했구만. 어떻소, 몸상태가… 전에 심장쇼크가 온적이 있다지?》

그이의 다정한 물으심에 조창주지배인은 감격하여 황황히 대답올렸다.

《이젠 몇해전일입니다. 장군님, 그때부터 지금껏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전 건강합니다.》

《순환기질병은 일단 오면 혈관계통에 오래 쌓인 병이기때문에 쉽게 낫지 않소. 그래 그때 진단은 어떻게 받았소?》

《관상동맥협착증이였습니다. 병원에 실려가 응급치료를 받은지 몇분만에 인차 정신을 차렸습니다.》

《지배인이 대단히 위험한 병을 안고있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걱정스러워 뇌이시였다.

《관상동맥이라는 피줄이 막히는게 경하면 협심증이고 심하게 메면 경색입니다. 협심증은 피줄막힘이 15분을 초과 안하고 풀리는 경우인데 지배인동무의 협심증은 그만하면 경한 편이였던것 같구만. 그때 가슴아픔이 있었소?》

《예. 흉골뒤부분을 묵직한걸로 툭툭 치는듯 하게 아팠습니다.》

《식은땀도 흘렸겠지?》

《예.》

《요즘 수소정제탑이랑 만드느라 제관용접공들과 같이 밤을 밝힌다는데 다시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소?》

《일없습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

김정일동지께서는 윤정기에게 몸을 돌리시였다.

《룡성기계지배인이 무리하게 일하지 않도록 통제하오. 심장질환환자는 늘 휴식을 배합하고 특히 밤을 패지 말아야 합니다.정신육체적으로 피로가 쌓이면 혈관병이 도집니다. 피가 걸어지고 피흐름속도가 달라지면서 관상동맥협착이 재발할수 있습니다.》

《장군님, 오늘중으로 지배인동무를 병원에 보내여 검진도 하고 휴식도 시키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윤정기의 시원한 대답을 들으시고도 지배인에게서 걱정스런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거쿨진 체격, 용접공처럼 검실하니 탄 얼굴에 순진해보이는 눈빛을 지닌 지배인은 마치 커다란 소년을 방불케 하였다. 겉보기가 속보기라고 조창주지배인은 사업에서 결패있고 열정적이고 드셌지만 생활에서는 청렴결백하고 검박했다.

간고한 고난의 행군시기 룡성기계지배인은 로동자들이 굶으면 자기도 굶었고, 로동자들이 풀죽을 먹으면 자기도 풀죽을 먹었으며 로동자들과 같이 양배추뿌리를 캐서 끼니를 에웠다. 기업소에서 강냉이를 사왔을 때도 지배인은 일군이건 로동자건 조금도 낯가림하지 않고 가족수에 따라 강냉이를 고루 분배하였다.

지배인은 영양실조로 사망한 로동자는 눈물을 뿌리며 자기 손으로 입관을 하여 장례를 지내군 했다. 그중에는 지배인의 맏아들도 있었다. 조상하러 왔던 사람들은 시신 놓고 제상 놓고는 둘러앉을 자리도 변변치 않은 단칸짜리 방에 비좁게 앉아서 술잔에 눈물을 떨구었다. 전해에 기업소책임비서가 새로 지은 2칸짜리 종업원사택을 맏아들에게 주었으나 조창주지배인은 사택배정명단에서 아들이름을 째고 가공직장 기술자에게 주었다. 맏며느리는 침통한 얼굴로 아들시신을 입관하는 시아버지에게 어쩌면 그리도 무정한가, 이붓자식인가고 하며 구슬픈 원망의 곡성을 터뜨렸다. 제살궁리를 꼬물도 하지 않는 지배인이였다.

《지배인, 또 만나자구.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은 겨울에… 지금처럼 추운 때 더 주의해야 돼. 기온이 낮아지면 동맥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높아지게 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극진히 당부하시고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성에불린 차창으로 큰 키를 굽혀 인사를 하는 순진한 소년같은 지배인의 모습이 멀어지였다.

그이께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가정도,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 오로지 맡겨진 공장생산과제수행에만 정력을 바쳐가는 이 사심없는 로동계급출신지배인에게 의사가 줄수 있는 그런 조언밖에 더 주지 못하신것이 마음에 내려가지 않으시였다.

심장질환이라는 어느때 잘못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도 제관용접공들과 밤을 패는 지배인, 아마 윤정기도당책임비서도 그를 검진은 시킬지언정 수소정제탑제작현장에서 떼내여 휴식시키지 못할것이다.

어찌하여 실무능력이 높고 애국심이 불같은 일군한테 이런 병이 생기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흥남비료련합기업소를 향해 차를 달리시며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듯싶으시였다. 때맞춰 휴식을 하지 않고 밤을 패며 무리하게 일하는것이 몸에 얼마나 나쁘며 정신육체적인 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면 순환기계통에 엄중한 후과가 미친다는것을 그이께서는 잘 알고계시였다.

그래서 지배인에게 주의하도록 말해주셨지만 이 순간 그 모든 위험한 병리학적인자와 요소들은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신듯 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2. 8비날론련합기업소와 룡성기계련합기업소를 잇달아 현지지도하시느라 오랜 시간을 추운 현장과 바깥에서 보내여 몸이 얼어드시였지만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 가는걸 미룰수 없으시였다. 눈보라에 차창앞이 보이지 않는 이런 강추위에 몸이 차지면 혈관수축이 오고 그것이 자신의 건강에 위험하다는것을 아시는데도 그이의 마음은 촉박히 비료련합기업소쪽으로 달리시였다.

차창에 들씌워지는 뽀얀 눈보라는 마치도 하얀 비료가루처럼 생각되시였다. 갈탄가스화공정건설을 빨리 끝내야 할텐데. …

그이께서는 흥남비료련합기업소구내에 거창하게 일떠서는 구조물들과 대형산소분리기, 압축기, 타보압축기와 같은 웅장한 설비들을 얼마나 조립했는지 보고싶으시였다.

승용차는 흥남비료련합기업소의 눈보라이는 구내에 멎어섰다. 찬 눈가루가 그이의 야전솜옷자락에 부딪쳐 와스스 떨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차에서 내린 윤정기를 가까이 부르시였다.

《내 아까 룡성기계에서 서둘러 오다나니 잊었소. 진태범반장말이요, 일밖에 모르는 그 용접기능공이 빨리 재취하도록 도와주어야겠소. 남자 40대면 한창나이인데… 일만 잘한다고 내세워주지 말고 살림 잘하는 무던한 녀자를 얻어주시오. 룡성기계 책임비서한테 일러두어야 하는건데 그대로 지나왔거던.》

《장군님… 제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정기는 자책감에 젖어 대답올렸다. 그는 자기가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현장과 대중속에 들어간다지만 장군님의 뜨거운 인정세계, 로동계급을 위하는장군님의 사랑의 세계를 체득하자면 아직도 멀었다는것을 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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