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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행운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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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8-24 19:05 조회5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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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명 령

1

군의소의 환경은 학문이가 상상해보던 그대로였다.

병실앞에 졸졸 흐르는 도랑물소리가 별로 크게 들리고 나무사이를 건너매고 짝다리장대까지 벋친 빨래줄에 간호원처녀들이 빨아넌 붕대며 흰 위생복따위들이 바람결에 흐느적이고있다. 건너편 산기슭에는 산딸기가 빨갛게 익었고 물푸레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수풀속으로는 노루가 겅중겅중 뛰여간다.

맴 맴 맴 매―앰―

쌔릉― 쌔릉― 쌔릉―

아침부터 쉴새없이 울어대는 매미며 쌔릉이소리가 저물녘까지 귀따갑게 들려왔다.

뙤창을 한껏 열어제꼈으나 반토굴로 지은 입원실에는 크레졸냄새가 코를 찔렀다.

《련락병, 지도!》

삐걱거리는 나무침대우에서 안깐힘을 써서야 겨우 몸을 일으킨 학문은 스스로 화가 나서 그 누구에게 항변하듯 한손을 내뻗치며 소리쳤다. 문밖에 쭈그리고앉아서 방금 찜질하고난 붕대에 잔뜩 말라붙은 마늘부스레기를 털어내던 복남이가 덴겁하여 뛰쳐일어나 달려왔다.

《부과장동지, 군의장동지가 안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눈썰미 빠른 복남이는 날랜 동작으로 모포와 백포를 한데 뭉그려서 등뒤에 받쳐주느라 덤벼친다.

《일없어. 그만큼 안정했으면 됐지 뭘. 어서 지도를 가져오라구.》

복남은 미심쩍은 눈길로 학문을 힐끔힐끔 돌아보며 벽가로 다가가 전투가방을 벗겨왔다.

학문은 아예 일어나앉으려다가 그만두고말았다. 척추가 뜨끔하면서 심한 동통이 다리에 쭉 뻗쳤던것이다. 《음―》하는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진주에서 부상당한 후 사단군의소의 이 반토굴집에 머물러있는지 벌써 한주일째다. 옹근 하루동안 의식을 잃고 누워있다가 정신을 차리자 그날부터 억지로 일어나앉기 시작한것이 인제는 이렇게 반쯤 기대여 앉을수 있게 되였다.

지도를 펼쳐든 그는 마산쪽의 지명들을 하나하나 훑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차용대와 복남이를 그의 곁에 떨궈놓은 정찰대는 허찬의 지휘밑에 마산을 목표로 진출해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발산고개―십이단산계선에 전개했다는 소식을 받은 다음부터 판에 박은듯 꼭같은 소식만 날아오더니 이삼일전부터 함구무언이였다. 적후에 들어가 종횡무진해야 할 정찰병들이 아군이 차지한 구역에 그렇게 오래동안 머물러있다는것은 즐거운 소식이 못된다.

무슨 일이 생겼을가?!

《새로운 소식은 없나?》

아픔을 참느라 두툼한 입술을 씹다가 넌지시 물었다.

《없습니다.》

《차용대동문 아직 안왔나?》

《예.》

학문은 허리를 주근주근 주물렀다. 차용대와 복남이는 다행히도 경상이여서 인차 회복되였으나 전복되는 차모서리와 세게 부딪친 그는 부상이 심해서 아직도 몸을 제대로 가눌수 없는 형편이였다. 그러다보니 차용대와 복남이가 간병원노릇을 해오는것인데 용대는 오늘 학문의 특별과업을 받고 자동차공작을 나갔다. 못쓰게 된 자동차를 살려가지고 오든 후방구분대의것을 《로획》해오든 오늘중으로 해결해와야 한다는 억지다짐을 못박아 보냈다. 자동차를 타고 군의소에서 《도주》하자는것이였다.

리학문의 황당한 계획에 차용대도 복남이도 처음에는 아연해했지만 정찰대가 발산고개에서 앉아뭉개고있다는 소식을 받고서는 그들도 오금이 쑤셔났던지 인차 공감되고말았다. 지레대로 든장질해도 끄떡할것 같지 않게 완강한 군의장이 한달이상은 절대안정해야 한다고 선언하듯 말해버린것은 그들의 타는 마음에 기름을 끼얹은것과 같았다.

《한달이면 전쟁이 끝나고도 남겠소.》

성이 나서 툴툴거렸지만 아픈 그 몸으로 전선까지 꽤 가낼수 있겠는지 확고한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가야 했다. 정찰병들이 그를 기다린다. 어려운 적후싸움이 그를 부르고있다. 전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정찰대가 앉아뭉개면 부대의 진격이 그만큼 떠진다. 고향으로 가는 길, 전승에로 가는 길이 늦어진다. 누워서라도, 기여서라도 가야 한다. 마산, 부산! 최후의 결전장이 지척에 있는데 여기서 주저앉는다는것은 말이 안된다.

차용대가 돌아온것은 늦은 밤이였다.

《됐지?》

이마에 번지르르한 땀발을 팔소매로 쓱 문지르며 용대는 소리없이 씩 웃었다. 어린 아이처럼 한껏 기대감에 쏠린 학문의 얼굴을 보니 웃음주머니가 건들거린것이였다.

《명령이 아닙니까. 매벼랑밑에 숨겨놨습니다.》

《좋소!》

밤, 침대우에 군의장에게 쓴 글쪽지 하나를 남겨둔 《도주병》들은 쥐도새도 몰래 군의소를 떠났다. 차용대와 복남이의 부축을 받으며 찌프차에 오른 학문은 좌석에 반쯤 누웠다. 모포를 두툼하게 깔고 누우니 꽤 견딜만 했다.

《밟으라!》

차용대가 운전대를 잡았다.

부르릉 배기가스를 남기고 찌프차는 남쪽으로 달렸다. 길가에 나딩구는걸 골라왔다는데 차머리가 심하게 찌그러지기는 했어도 부릉부릉 잘 달렸다.

《이제 군의장동지가 사단에 보고할겁니다. 부과장동지, 일없겠습니까?》

《일은 무슨 일…》

리학문은 차용대의 근심에 코김을 힝 내불었다. 한태설련대장도 펄펄 뛰겠지만 그런것은 그때 가서 볼 일이다. 배심이 뜬뜬했다.

정찰대가 전개한 고지밑에 다달은것은 날이 밝기 전이였다. 발산고지의 좌측으로 길게 누운 협곡에 자리잡은 천막에서 라동수중대장과 안창항이가 제일먼저 달려나왔다.

《부과장동지, 일없겠습니까?》

라동수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듯 몇번이나 곱씹어 물었다.

안창항의 얼굴빛도 밝지 못했다.

《오시긴 잘했는데 걱정입니다. 그 몸으로 견뎌낼수 있겠는지?!》

학문은 골살을 찌프렸다.

《이 사람들이 그동안 아낙네들처럼 돼버렸구만. 이보, 격술가! 무슨 잔근심이 그리 많은가.》 학문은 안창항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 쳐주고나서 라동수에게 얼굴을 돌렸다. 《그간 있은 일이나 말해주오.》

천막에 들어가서야 라동수는 벌어진 상황을 말하기 시작했다.

발산고개―십이단산계선에 도착했을 때 그는 정찰대를 이끌고 마산방면으로 진출하려고 하였다. 그때는 아군의 주력이 멀리 뒤에서 따르고있었고 적들도 이 계선에 대한 방어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여서 적후에로의 침투가 그리 어려운것이 아니였다. 그러나 허찬은 그의 결심을 단마디로 부정해버렸다. 부산과 대구, 마산의 좁은 지대에 압축된 적에 대한 정찰은 감시정찰만으로도 넉근하다는것이였다.

《뭣때메 희생을 무릅쓰고 마산에까지 들어가겠다는거요? 여기서도 적들의 움직임을 낱낱이 굽어볼수 있지 않소. 십이단산에 감시소를 설치하고 필요하면 서북산에도 감시소를 내오잔 말이요. 맑은 날이면 포대경으로 진해, 마산, 부산까지 손금보듯 바라보이는 곳이요. 그래서 적들도 여기에다 포병감시소를 설치했더랬소. 이런 좋은 환경을 리용할 생각은 안하고 굳이 희생을 무릅쓰는게 영웅성이 아니란 말이요. 이제 아군이 드센 타격전만 벌리면 최종전승은 확정적인것이요.》

아무래도 그의 론리가 납득되지 않아 라동수가 다시 제기했을 때도 허찬은 요지부동이였다.

실없는 입씨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사이에 적아의 방어선이 상대적으로 고착되였다. 적들이 자주 공격으로 나오는 반면에 아군은 자주 방어로 이전하였다. 치렬한 공방전이 거듭되는 속에서 전선을 돌파하는것은 더욱 어려운 일로 되여버렸다. 전방에는 적의 새로운 부대들이 련속 나타났는데 상급참모부들에서는 그 부대들의 출발지점과 행동기도는 물론 부대번호조차 모르고있었다. 새로 상륙한 미군부대들의 상륙날자와 상륙력량에 대해서도 알아야겠으나 감시정찰의 제한된 방법만으로써는 필요한 적정을 다 알아낼수가 없었다.

《이런 상태입니다. 답답합니다.》

《과장동지는 어데 있소?》

《무선차를 가지고 또― 사단지휘부에 갔는데 이젠 올 때가 거의 됐습니다.》

라동수는 《또》하는 말을 길게 끌었다. 꼭 짚어 말할수는 없어도 불만스러워하는 속마음이 그렇게 내비쳐진것이다. 놀라운 일이였다. 그만큼 이 며칠어간에 벌어진 사태의 심각성이 직감되였다. 그래도 상급에 대한 불손한 감정을 학문은 그냥 스쳐지날수 없었다.

《중대장동문 그동안 많이 변했구만.》

《그렇게 됐습니다. 탓하실줄 압니다. 하지만 이거야…》

입을 크게 벌리고 무슨 말인가 내처 할듯싶더니 말끝을 얼버무리고는 공연히 두손을 맞비비며 돌아선다. 그들만이 아니라 연줄연줄 나타난 정찰병들도 서리맞은 풀잎처럼 후줄근했다. 일이 순조롭지 않으니 모두 락심천만해서 시무룩한 얼굴들이였다.

상한 허리가 비수로 쑤셔대듯 견디기 어렵게 아파났다. 진땀이 났다. 부지중 허리에 한손을 가져가던 학문은 어금이를 꾹 윽물며 슬그머니 손을 내리웠다. 대원들이 몰라야 했다. 가뜩이나 이런판에 지휘관의 상태가 여의치 못한것을 알게 된다면 남아있는 의기마저 잃게 될것이다.

그때였다. 정영모가 천막문가에 나타났다.

《부과장동지, 전선사령부 련락군관이 도착했습니다.》

그의 뒤를 따라 키꼴이 장대한 대위가 들어섰다. 면도자리가 푸릿한 그는 천막을 치받든 장대처럼 꼿꼿이 서서 근엄한 목소리로 나직이 뇌였다.

《전선사령관동지가 오셨습니다.》

《예―에?!》

학문은 벌떡 뛰쳐일어났다. 어떻게 그럴수 있었는지 모를 일이였다. 예리한 아픔을 느낀것은 그 다음순간이였다. 그는 비청거리지 않으려고 모지름을 쓰며 천막밖으로 걸어나갔다.

려명이 깃든 때였다. 동쪽하늘에 희벗한 구름이 단붓질로 채색한 솜뭉치처럼 비껴있을뿐 사위는 희끄무름한 운무속에 묻혀있었다.

돌배나무가 한그루 서있는 우중충한 협곡아래쪽에서 사복차림의 키큰 사람이 걸어올라오는것을 가려볼수 있었다. 그뒤에는 허찬과 몇몇 군관들이 따라섰다.

학문은 차렷구령을 치고 씩씩한 걸음으로 마주 내려갔다.

《그만하라구.》

김책이 제지하며 서둘러 다가왔다. 관자노리에 올려붙인 손을 잡아내리우며 이윽토록 리학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의 길쑴한 얼굴은 왜 그런지 밝지 못했다.

《동무가 리학문이요? 이야기를 많이 들었소. 그동안 적후에서 수고가 많았겠소. 몸을 상했다던데 지금은 어떤가?》

표정과는 달리 썩 평온한 목소리였다. 성량이 풍부한 그 음성은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슬며시 진정시켜주는것이였다.

《다 나았습니다. 별로 상했던것도 없습니다.》

김책은 흰 이발을 드러내며 씁쓸히 웃었다.

《사단지휘부에선 내 하도 답답해서 정찰병동무들을 만나보자고 이렇게 왔소.》

그는 대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나서 천막뜨락 한쪽에 있는 바위돌우에 엉치를 붙였다.

《앉아서 이야기를 해보자구. 모두들 앉소.》

나무등걸이며 돌부리를 찾아 모두 빙 둘러앉기를 기다려 한숨 돌리고난 그는 서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숱진 두눈에서 번쩍 섬광이 뿜어나오는것 같았다. 짜릿한 예감에 한껏 긴장된 학문은 그의 입만 지켜보았다.

《동무네가 잘 싸웠다는 보고는 이미 받았소. 적후에 들어가보니 어떻던가? 동무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싶구만.》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학문은 천막가에 말뚝처럼 서있는 허찬을 쳐다보았다. 두손을 배허벅에 모두어쥐고 선 그는 늘 눈까풀이 쳐들려있던 눈을 내리깔았는데 보통때의 그답지 않게 침울했다.

김책은 리해할만 하다는듯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말하지. 지금 우리의 대담한 공격에 이른바 최종방어선이라고 하는 락동강방어선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하니 적들은 대구, 포항일대에서 발악적으로 저항하는 한편 중요하게는 새로 상륙한 미군병력과 괴뢰군패잔병들을 마산―왜관계선에 집중배치하고 비행대와 함선들의 지원밑에 반타격을 기도하고있소. 놈들은 마산일대에서 저들의 반타격을 성공시키면 〈부산교두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가셔지고 미8군의 익측이 안전해지며 대구정면을 위협하는 아군력량을 끌어당겨 대구방면에 대한 우리의 공격을 저지시킬수 있다는것을 타산한것이요. 그런데 우리는…》 그는 좌중을 한번 쭉 둘러보았다. 《우리는 어떤가. 적에 대한 부단한 추격전을 벌리는 한편 적의 깊은 후방으로 뚫고들어가 적정을 구체적으로 장악하고 놈들이 발편잠을 자지 못하게 교란할 대신 적들에게 숨돌릴 시간적여유를 주고있을뿐아니라 지어는 앞에 나타난 적집단에 대한 초보적인 파악도 못 가지고있단 말이요. 이게 한심한 일이 아닌가. 전선부대들에서 적을 포위소멸할 대신 그저 밀고만 나가는 편향을 범했다면 정찰부문에서는 이른바 고급한 정찰을 운운하면서 적극적인 적후침투와 교란작전을 외면하려고 하는것이 편향이요. 이건 다 우리 식의 전법으로 적과 싸워이길데 대한 최고사령부의 의도를 이 심장에 새기지 못한때문에 교조적이고 안온한 방법으로 싸우려고 하는데 원인이 있는거요. 이에 대해 교훈을 찾아야 해, 교훈을! 우리들이 최고사령부의 의도대로 싸우지 못했기때문에 얼마나 근심이 크시였으면…》

말끝을 흐리였던 김책이 갑자기 콱 잠겨든 음성으로 뇌이였다.

《동무들! 지난 8월 1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친히 수안보에까지 나오시였소.》

《예?!》

모두 경악하여 부르짖었다.

리학문은 반쯤 일어섰다가 허리가 뜨끔하는 바람에 주저앉았다.

수안보라면 충청북도 충주시의 남쪽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이다. 평양에서 최전선인 그곳까지는 폭격속을 뚫고 험산소로를 헤쳐야 하는 길이다. 장군님께서 그 위험한 최전선에까지 나오시지 않으면 안되였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졸아들었다.

김책의 목소리는 떨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전반적인 작전과 전투들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적의 병력배치상태와 작전기도를 낱낱이 알아내는것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적후에 정찰조들을 적극 파견하여 적의 력량과 기도를 빨리 알아내야 한다고 가르치셨소. 특히 이곳 전선서남부에서 행동하는 련합부대앞에 있는 적들의 책동이 악랄해질것이 예상되는 조건에서 그에 대처한 적후정찰활동을 활발히 벌려야 한다고 강조하셨소. 우리가 다른 나라땅이 아닌 바로 조선땅에서 우리 조국을 침략한 미제를 쳐부시는 전쟁을 하고있는 실정에 맞게 우리 식의 전투행동으로 적을 타승해야 한다는것은 김일성장군님의 뜻이요. 최고사령부에서는 지금 적들이 마산―진동지역에서 은밀히 추진하는 새로운 작전의 내막을 시급히 알아낼 과업을 동무들에게 맡기였소. 명령을 접수하시오.》

모두가 벌떡 떨쳐일어섰다. 리학문은 가슴을 쭉 펴고 자세를 바로하였다.

김책은 잘 울리는 음성으로 또박또박 그루를 박았다.

《8월 11일 0시전으로 적후에 침투하여 미제침략군의 〈혀〉를 잡아 적들의 구체적인 기도를 알아낼것.》

《알았습니다.》

허찬이 제꺽 나서며 대답했다.

《빠른 기일안에 집행해야 하는것만큼 정찰력량을 분산시키지 말아야겠소. 명령집행기간은 겨우 3일간이요. 시간은 더이상 줄수가 없소. 현정황이 허용치 않거던. 이 명령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정찰병동무들에게 직접 주신 전투명령이라는것을 명심하시오. 나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온것이요. 우리는 동무들이 이 영예로운 임무를 꼭 수행하리라고 믿소.》

뻐근한 흥분이 심장을 압박했다. 심장이 당장 밖으로 튀여나올듯 고동쳤다. 학문은 심신의 힘을 모두어 힘차게 웨쳤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한목숨 바쳐서라도 무조건 수행하겠습니다.》

김책은 만족한 기색으로 학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처음처럼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다감하고 그윽한 감정이 어글어글한 그의 두눈에 넘치고있었다. 방금전 사단지휘부에서 허찬의 고리타분한 정황설명과 우는 소리에 경멸했던 그였다. 무엇이든 힘이 되는 이야기를 더 해주고싶었으나 말로써는 할수 없는 정이 끓어넘치는것을 의식하며 그저 학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당부하듯 말했다.

《우선 준비를 잘 갖춰야겠소. 훌륭한 동무들을 선발하시오. 사소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되니까. 최고사령관동지의 크나큰 믿음을 잊지 마시오.》

김책은 엄숙한 표정으로 서있는 리학문과 정찰병들의 끼끗한 모습을 이윽토록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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