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남의 열풍 57 > 조선문학예술

본문 바로가기
영문뉴스 보기
2024년 10월 11일
남북공동선언 관철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조선문학예술

라남의 열풍 57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9-17 20:04 조회368회 댓글0건

본문

20220720161622_983a58ec3dea7c18b3965263a00ecb55_698n.jpg

제 3 편

9

 

김정일동지께서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에 도착하신것은 8월 19일 오전 9시 30분이였다.

갈매빛하늘에서 하얀 송이구름이 떠돌고 그밑에서 새까만 제비들이 엇갈리고 모이고 흩어지며 자유로이 날아다니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오셨다는 전달을 받고 주혁민은 지배인, 기사장과 함께 정문쪽으로 달려갔다.

방금 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팔을 벌린 모양으로 정문량쪽으로 쭉 뻗은 구호담벽을 바라보고계시였다.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박웅민차수, 리명국비서를 비롯한 10여명의 수행일군들도 그 구호문을 지켜보고있었다.

그이께서 구호문에서 눈길을 떼실 때 주혁민은 깊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드리였다.

《위대한 장군님, 안녕하십니까. 머나먼 로씨야방문길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오, 책임비서동무! 보고싶었소.》

그이께서 뜨겁게 부르시며 주혁민의 손을 힘껏 잡아주시였다.

그이께서는 오성오와 최강철의 인사도 반갑게 받아주시고 《동무들이 보고싶었소. 기계들이 잘 돌아갑니까?》하고 물으시였다.

오성오가 머밋거리며 선뜻 대답을 못올리는것을 보고 주혁민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예, 일반기계들은 잘 돌아가는데 장군님께서 과업을 주신 3분짜리 〈93기〉는 아직 완성하지 못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일없소. 그게 그리 쉽게 되겠소. 2분을 단축한다는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요. 5분짜리를 완성한것만 하여도 대단한 기적이요.

사실 나는 기계를 보자고 온게 아니라 동무네들이 위축되여있을것 같아 마음을 풀어주자고 일부러 여기부터 찾아왔소.》

《장군님, 고맙습니다. 저희들은…》

주혁민은 눈물이 솟구쳐 말을 잇지 못하였다. 새로운 용기를 얻은듯 오성오가 동을 달았다.

《저희들은 장군님께 맹세드린대로 기어이 8월중으로 3분짜릴 꼭 완성하겠습니다.》

《8월을 좀 넘겨도 일없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찬찬히 하시오. 수봉엔 후에 가보기로 하고 오늘은 본체공장이나 돌아봅시다.

어디부터 볼가? 주강직장부터 볼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빠른 걸음으로 기업소마당으로 들어가시였다.

주혁민이 따라가며 그이께 소청을 드렸다.

《장군님, 저희들이 간소하게 휴계실을 하나 마련하였습니다. 좀 쉬시기를 바랍니다.》

주혁민은 김정일동지의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5만리장정의 머나먼 려행길에서 오른 로씨야의 흙이 아직 그대로 묻어있는것 같아서였다.

《뭘 아침부터 쉬겠소. 주인들이 어서 앞서시오. 주강직장부터 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 주강직장으로 가는 구내길을 가리키시였다.

그이를 모시고 주강직장에 들어갔을 때 마침 출강의 종소리가 야무지게 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작업장 한쪽에 서서 출강하는 모습을 지켜보시였다.

천정기중기가 커다란 쇠바가지를 용광로 출구에 가져다대자 주홍빛쇠물이 눈부신 꽃보라를 일으키며 쇠바가지안에 폭포처럼 쏟아져내렸다. 이윽고 천정기중기는 쇠물이 부글부글 끓는 바가지를 닁큼 들어서 전동대차에 옮겨놓았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불빛같은 새빨간 머리수건을 쓴 운반공처녀가 바람처럼 날아와서 날렵한 동작으로 절연막대기를 휘두르자 전동대차가 우르릉 소리를 내며 쇠물바가지를 싣고 주형장이 있는 출구로 미끄러져들어갔다. 이 쇠물이 주형틀안에 들어가 식어서 굳어지면 틀모형에 따라 임의의 철제품이 된다. 심봉과 굴대, 베트를 비롯한 《93기》의 수천개 부속기관들도 이런 불과 쇠물의 조화로 만들어진다.

전동대차를 주형장으로 떠나보낸 처녀는 김정일동지께서 서계신쪽으로 가끔 고개를 돌리군 하였다.

그이께로 달려가 인사를 올리고싶은 마음 오죽하랴. 그러나 로동시간에는 자리를 뜰수도 없고 헛눈을 팔수도 없는 처녀였다. 운반공처녀뿐아니라 주강작업장에 있는 기술자, 로동자들모두가 멀고 먼 5만리로씨야장정을 마치고 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 지금 바로 자기들 몸가까이에 와계신다는것을 알고있으나 달려가 인사를 못올리고 마음껏 만세도 부르지 못했다. 허나 그들은 1,000여도의 뜨거운 불을 길들여 철제품들을 생산하는 자기들의 작업모습을 보여드리는것이 더없이 영광스러워 신바람이 나서 돌아갔다. 그 마음들을 헤아리신 김정일동지께서 운반공처녀에게로 다가가시였다.

《수고합니다. 어린 처녀로구만.》

《아버지장군님! 장군님!》

너무 기쁘고 감격하여 저도 모르게 그이의 팔을 잡으려던 처녀가 주춤하였다. 절연막대기를 쥐였던 먼지오른 손으로 어찌 아버지장군님의 팔을 잡을수 있으랴 생각한듯 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처녀의 손을 잡아쥐시였다.

《아버지장군님, 제 손이 어지럽습니다.》

《어지럽긴… 그 손이 제일 깨끗하고 곱다. 너 몇살이냐?》

김정일동지께서는 친딸을 대하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처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살뜰히 물으시였다.

주혁민은 저 철없는것이 실언이라도 하면 어쩔가싶어 마음을 조이였다.

《열아홉살입니다.》

처녀가 어찌나 씩씩하게 큰 소리로 대답하는지 주혁민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열아홉살, 일이 힘들지 않나?》

처녀는 기계화가 되여있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씀올리고 덧붙여 매일 150프로이상 계획을 넘쳐수행한다고 자랑까지 하였다.

(저것 보지. 어물하다구야.)

주혁민은 그냥 그쪽을 지켜보며 귀를 도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크게 웃으시였다.

《150프로! 대단하구만. 이름이 뭐라고?》

《도순옥입니다.》

《도순옥, 어느 학교를 나왔나?》

《라남중학교를 졸업하고 금년봄부터는 아버지장군님께서 친히 세워주신 기업소 공장대학에 다닙니다.》

《오, 대학생이로군!》

김정일동지께서는 대견해하시며 처녀의 등을 두드려주시였다.

《아버지장군님! 5만리나 되는 먼 려행을 하시고… 쉬시지도 못하고 우리 공장부터 찾아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좀 쉬십시오.》

(용타, 용해. 너 참 말을 잘하누나.)

주혁민은 눈부리가 확 달아올랐다.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아득히 먼곳에서 들려오는듯 하였다.

《너희들이 이렇게 일을 잘하니 피로가 다 풀린다. 쇠바가지가 또 왔구나. 자, 이젠 일하거라.》

김정일동지께서는 빈 쇠바가지를 몰고오는 천정기중기를 띠여보고 처녀의 등을 두드려주시였다.

《운전공처녀가 아주 똑똑하고 당돌합니다. 생산계획을 매일 150프로이상 넘쳐수행한다고 자랑이 여간 아닙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행일군들을 둘러보며 밝은 웃음을 지으시였다.

《장군님, 사실 이 동무들은 자랑할만 합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이 주강직장에선 단조품과 합금강, 베아링, 용수철강, 공구용탄소강들을 다 자체로 생산했습니다.》
도당책임비서가 말씀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백열광으로 이글거리는 로안의 쇠물을 묵묵히 바라보시였다.

강낭죽마저 변변히 먹지 못하던 《고난의 행군》시기의 간고한 투쟁모습을 상상해보시는지 그이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듯 했다.

그이께서는 한참만에 지배인을 돌아보며 말씀하시였다.

《사실 〈고난의 행군〉시기에 이 기업소처럼 지표별 생산계획을 정상적으로 수행한 공장은 얼마 없습니다. 동무네가 여러가지 합금제품들을 생산하고있다는데 모든 소재들을 동무네가 자체로 보장하오?》

《그렇습니다. 저기에 주강직장에서 뽑아낸 각종 쇠덩이표본들이 진렬되여있습니다.》

오성오는 출입문입구에 놓여있는 진렬대앞으로 그이를 모시고갔다.

세층으로 된 진렬대에는 어른 주먹덩이만 한 쇠덩이표본들이 주런이 놓여있었다.

그이께서 《101》이라는 번호를 써붙인 겉면이 번들번들한 쇠덩이를 집어드시였다.

《그것은 스프링강에 많이 쓰입니다. 그옆에 있는건 주철시료표본인데 〈93기〉베트의 재료로 쓰고있습니다. 그 다음의것은 용수철강으로 씁니다.》

오성오는 이렇게 20여종이나 되는 특수강덩이들의 용도와 조성성분에 대해 설명해드리였다.

《야금수준이 대단합니다. 이 특수강덩이들만 보아도 여기에 야금공학의 실력가들이 있다는것이 알립니다. 그러니 〈93기〉와 같은 최첨단기술을 요구하는 최신설비들도 자체로 만들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소에 윤현덕이라고 1985년 11월 9일 위대한 장군님께서 직접 입당보증을 해주신 기계와 야금을 다 정통한 동무가 있었습니다. 이 주강직장의 기초는 그 동무가 다져놓았습니다.》

《윤현덕이! 알아! 내가 입당을 보증한 동무인데 왜 모르겠소. 그 동무가 사망했다지?》

김정일동지께서 눈길을 높이 드시였다. 주혁민과 오성오는 고개를 수그리고 대답을 못올리였다.

《윤현덕이! 참 좋은 동무였는데…〈93기〉를 만드는 동무들은 어디에 있소? 그 동무들을 만나봐야지.》

이윽히 생각에 잠겨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 고개를 돌리며 오성오에게 말씀하시였다.

《모두 수봉에 있습니다. 장군님께서 그리로 오실수 있다고 자리를 뜨지 않고있습니다. 기사장동무도 거기 있다가 오늘 아침에야 왔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눈길을 쳐들고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시더니 수봉에 가있는 동무들을 여기로 다 데려오라고 하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시간이 바빠 수봉엔 가지 못하겠습니다. 그들의 얼굴이라도 봐야지요.》

《고맙습니다. 장군님!》

한마디 말도 없이 잠자코 따라다니기만 하던 기사장이 불쑥 입을 열고는 급히 출입문으로 돌아서 나갔다. 수봉작업장에 전화를 걸려는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며 《이 동무들은 〈고난의 행군〉시기 그 어떤 난관도 자체의 힘으로 다 뚫고나갔습니다. 식량, 원료, 자재 모든걸 다 자체로 해결하였습니다. 교통이 마비되여 형석과 주형모래를 실어오지 못하게 되였을 때에도 이 동무들은 라남근처에서 형석과 주형모래원천지를 발굴하였습니다. 그렇지, 지배인동무?》하고 오성오에게 물으시였다.

오성오는 눈물이 나고 목이 잠겨서 말씀을 못올리였다.

그것이 어찌 라남사람들이 한 일이겠는가. 일일이 장군님께서 가르쳐주고 틔워주시여 거두게 된 열매였다.

《윤현덕동무가 김책공대 졸업생이지?》

《그렇습니다. 1963년도에 졸업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고개를 끄덕이시고 수행일군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여러 공장, 기업소들을 돌아본데 의하면 김책공업대학 졸업생들이 충실성도 있고 실력도 높습니다. 여기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도 초기에 김책공업대학 졸업생들이 여러명 와있었습니다. 그들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수령님의 교시를 받고 라남지구의 지질도를 작성한 동무도 김책공대 졸업생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특수강표본을 두손에 각각 하나씩 집어들고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수령님께서 공장을 꾸려주고 기술인재를 키워주셨기때문에 이런 특수한 무쇠덩이들이 나옵니다. 내가 로씨야에 가서도 여러번 강조했지만 과학을 중시해야 합니다. 우리 당의 과학중시방침은 곧 인재중시방침입니다. 어떤 인재를 중시하여야 하는가, 이 20여종의 특수강쇠들을 만들어낸 동무들처럼 애국심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입니다.》

그이께서는 특수강표본들을 손에 든채 몇발자국 걸어나오시였다.

《애국심이 있고 지식이 없으면 무력무능하고 지식이 있고 애국심이 없으면 오히려 해독물이 될수 있습니다. 이번에 로씨야에 가니 거기 과학자들도 과학이 나쁜 사람의 손에 쥐여지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큐리부인의 말을 인용하였습니다. 내가 로씨야에 가서도 말하였지만 계응상, 리승기와 같이 애국심과 지식을 겸비한 과학자들은 언제나 우리 당을 따랐고 사대주의를 하지 않았으며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웠습니다.

나는 옴스크에 가서 조기천의 대학성적증을 보면서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는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였습니다. 물론 환경이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것은 사실이지만 환경론을 기본으로 내세우는것은 주체사상에 비추어보아도 맞지 않습니다. 조기천, 계응상, 리승기들은 다 외국에서 대학을 다녔고 외국사람들한테서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사람이나 로씨야사람이 된것이 아니라 조선사람이 되였습니다. 애국심과 실력을 겸비할 때 이런 무쇠덩이와 같은 강자가 됩니다. 라남책임일군들이 인재를 잘 키웠습니다. 다른 직장을 또 가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특수강표본을 진렬대우에 올려놓고 돌아서시였다. 순간 주혁민은 펑긋하는 푸른빛섬광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리였다.

머리 흰 늙은 기자가 김정일동지께 초점을 모았던 사진기를 천천히 내리우고있었다.

주혁민은 전국에 전파될 경이적인 특보를 생각하며 가슴을 들먹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로씨야를 방문하고 귀국하신 길로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신 소식이 이제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게 될것인가.

×

주강직장에서 나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채탄기직장을 돌아보고 그 옆에 달려있는 검정실로 들어가시였다.

병원 실험실처럼 깨끗하게 꾸려진 검정실에는 노기스며 마이크 로메터, 미니메터 등 각종 정밀측정기구들과 투영기들이 주런이 놓여있었다.

측정탁을 마주하고 앉아있던 위생복차림의 젊은 검정공이 불쑥 문안으로 들어서시는 김정일동지를 뵈옵고 눈이 둥그래지며 일어섰다.

《왜 일어섭니까. 어서 앉아서 작업하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출입구옆에 놓여있는 투영기에 시선을 돌리시였다. 콤퓨터형광막형식으로 된 투영기화면에 측정계기의 눈금들과 수자들이 비치면서 신호가 울리였다.

오성오가 그것을 가리키며 그이께 설명해드렸다.

《지금 노기스정밀측정기를 가지고 〈93기〉부속품들의 정밀도를 측정하고있습니다. 1,000분의 1미리머테 정밀도 즉 미크론측정을 하고있는데 그것이 투영기화면에 비치였습니다.

끝에 나타난 수자는 정밀도를 기록한 수자이고 우에 비친 눈금계기들은 노기스로 측정한것을 눈으로 볼수 있게 확대하여 화면에 비치게 한것입니다.》

그이께서 영사막을 보시면서 《이건 렌트겐이나 비슷합니다. 사람의 내장을 투시해보는것과 같습니다.》하고 좋은 기계라고 치하하시였다.

《이것을 이 검정공동무가 검정실을 정보시대에 맞게 현대화하여야 한다신 장군님의 말씀을 받들고 제작했습니다. 저기에 있는 수자새김판도 이 박순건동무가 창안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주혁민이 검정공의 이름까지 불러 그이께 내세워주며 자랑하였다.

《박순건!》

그이께서 문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순건의 이름을 외우시였다. 그리고 어두운 눈빛으로 투영기화면에 비친 하얀 눈금판과 20.005미리메터라는 수자를 이윽히 들여다보시였다. 그이께서 박순건의 이름을 외우며 왜 낯빛을 흐리시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단조직장에 박순진이라는 동무가 있었지요. 3톤함마로 40미리메터강판을 만들고 희생된 동무… 박순건동무의 이름이 그 동무의 이름과 비슷하구만.》

모두가 얼어붙은듯 조용히 서있었다. 그이께서 어떻게 박순진에 대하여 그처럼 구체적으로 알고계시는지 수행일군들은 알지 못했다.

《〈고난의 행군〉시기 여기 단조공동무들이 3톤함마로 단 쇠덩이를 220번 두들겨서 40미리메터강판을 만들었습니다. 〈93기〉의 수천개 부속소재들이 다 그렇게 만들어진겁니다.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그때 기사장동무가 잠간 16세기로 물러섰다가 냅다 돌진하여 21세기로 비약하자고 말했다는데 정말 그대로 됐습니다. 보다싶이 여기서는 모두 정보시대에 맞게 과학화하고있지 않습니까.… 이 기업소의 어느 한 세포비서도 〈고난의 행군〉시기에 현장에서 영웅적으로 희생되였는데 그는 숨이 지는 순간에 손바닥에다 〈수령결사옹위〉라는 글자를 써서 작업반동무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이런 동무들입니다. 박순건동무, 이 노기스투영기도 〈고난의 행군〉시기에 만든건가?》

《장군님, 그렇습니다.》

박순건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어있었다.

《수고했소. 굶으면서 이걸 만들었겠군. 동문 몇끼나 굶어보았소?》

검정공은 고개를 떨구고 실내화코숭이로 방바닥을 허비였다. 풀색양말잔등에 물방울이 떨어져 부서졌다. 불현듯 솟구친 검정공의 눈물은 《고난의 행군》에 대한 슬픈 추억으로 하여 생겨난 눈물이 아니였다. 그이의 다심하신 물음이 자아낸 격정의 눈물이였다.

그이께서는 검정공의 어깨우에 손을 얹으시였다.

《많이 굶었던 모양이군!》

《아닙니다. 장군님.》

검정공은 고개를 쳐들고 눈을 슴벅이며 꽉 잠긴 소리로 말씀올렸다.

《처음엔 좀 굶었지만 기업소에서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고 즉시 대책을 세웠기때문에… 실지 고생은 저희들보다도…》

검정공은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여 기업소 간부들이 고생을 많이 하였다고 말씀올리였다. 그리고는 눈물을 닦으면서 《장군님, 이젠 그때 일을 잊어주십시오.》하고 울먹거리였다.

《아니요. 잊지 말아야 하오. 잊을수도 없고 또 잊지 않겠소.》

그이께서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으시였다.

《라남의 로동계급처럼 일을 해야 합니다. 이 동무들은 지금까지 당에서 준 과업은 어떻게 해서나 다 집행했습니다. 1989년 봄 백두산에 지상궤도식삭도를 건설할 때 백두산꼭대기에 대형권양기를 설치한것도 바로 이 동무들이였습니다.》

오성오는 그이의 치하를 받으면서도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대형권양기를 설계한 사람이 누구인가 물으실것만 같아서였다. 권양기설계자 설태섭은 어려운 때 라남의 《HM기》를 버리고 간 사람이니 그이께 말씀올리기조차 괴로운 일이였다. 마침 주혁민이 말머리를 돌리였다.

《장군님, 백두산지상궤도식삭도건설때 우리 동무들이 쓴 전투기록장이 있습니다.》

《그래? 전투기록장이 있으면 직장들을 다 돌아보고 좀 봅시다.》

《장군님! 저희들이 소박하게 예술공연을 준비했습니다. 그것도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주혁민이 소청을 올리였다.

《공연도 봅시다. 일 잘하는 로동계급의 공연이야 봐야지. 일을 잘하니 예술공연도 잘할거야.》

《별로 잘하지 못합니다. …저 그리구…》

김정일동지께서는 말꼬리를 가무리는 주혁민의 간절한 눈빛을 띠여보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전체 종업원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읍시다.》

이때 누구인가 환성을 올리였다. 저도 모르게 터져나온 소리였다.

그이를 모시고 사진촬영을 한다는 생각에 오성오도 어린아이처럼 기뻐서 싱글거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기분이 떠있는 오성오의 어깨를 치시였다.

《지배인동무, 지난해 8월 2일 동문 〈93기〉를 다 만들어놓고 요구되는 문제들을 나에게 제기하겠다고 했지. 이젠 요구할 권리가 있소. 무엇이 요구되는지 다 말하시오.》

그는 말씀을 올릴가말가 망설이면서 얼핏 주혁민을 돌아보았다. 책임비서는 눈을 감으면서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오성오는 흥분을 누르면서 입을 열었다.

《장군님, 저희들은 현재 보유하고있는 〈93기〉를 모두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개조한 다음 요구되는 점을 말씀올리겠습니다.》

《왜 또 뒤로 미루는가, 아니요. 동무넨 요구할 권리가 있소. 〈93기〉전망생산계획을 넘쳐수행했지, 종합채탄기, 콘베아를 비롯한 년간 대상설비생산계획도 매해 초과수행했지, 작업장들을 현대화했지, 할것은 다 했소. 지난날 대형정밀공작기계 새끼치기운동의 열풍이 라남에서부터 불었는데 오늘 정보시대, 선군시대 최첨단설비개발의 열풍도 라남에서부터 불고있소. 그 열풍을 더 세차게 일으키기 위해 우리가 도와줄것은 도와주겠으니 어서 요구되는걸 말하시오.》

오성오는 여전히 입을 열지 못하고 주밋거리였다. 그러자 주혁민이 그이께 말씀드리였다.

《장군님, 저희들은 로력이 좀 부족합니다.》

《로력이 부족할거야. 공장규모는 커졌는데 로력을 대주지 못했거던. 얼마나 부족하오?》

그이께서 책임비서와 지배인을 번갈아보며 물으시였다.

《300명가량의 로력이 부족합니다.》

오성오가 민망스럽게 대답을 올리였다.

《300명?》하고 반문하시는 그이의 눈가에 어두운 그늘이 덮이였다. 그이께서는 지배인의 안타까운 심정과 공장의 애로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계시였다. 작업장을 두개나 더 건설하고도 이들은 아직 한번도 로력타발, 자재타발을 한적이 없었다. 모자라는 로력을 가지고도 매해 년간계획을 지표별로 완수하였을 뿐아니라 《93기》와 같은 최첨단기술이 요구되는 최신설비를 여러대나 만들어냈다는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였다.

《장군님, 로력문제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들이 기술혁신을 해서 모자라는 로력을 해결하겠습니다.》

《아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모자라는 로력을 내가 해결해주겠소. 300명으로는 부족할거요. 조금만 기다리시오. 500명의 제대군인들을 여기로 보내줄터이니 그들이 라남의 대를 잇게 하시오.》

《장군님!》

《또 제기하시오.》

《이젠 없습니다.》

《왜 없겠소. 동무네들이 바다가까이 있으면서도 물고길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소. 룡림수산사업소한테 〈천대〉를 받으며 조금씩 구해다 먹는다는데 그래서야 되겠소. 룡림수산사업소를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의 후방기지로 만듭시다. 또 제기하시오.》

《장군님, 고맙습니다. 이젠 정말 없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도와줄수 있겠는지 차츰 더 생각해봅시다. 륜전기재도 보내줍시다. 다 해결해줄테니 3분짜리 〈93기〉를 꼭 만들어내시오. 그쯤 돼야 21세기의 미남기계라고 말할수 있소.》

김정일동지께서 시계를 들여다보시더니 이젠 속도를 좀 높여 작업장을 돌아보아야 되겠다고 하시였다.

그때 벌써 연구실 앞마당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걸상과 나무발판들을 들고 신바람이 나서 돌아갔다.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기념촬영을 할 준비들을 하고있는것이였다.

그로부터 40여분 지나 김정일동지께서 촬영장으로 나오시였다.

일시에 만세의 함성이 울리였다.

기뻐서 싱글거리는 사나이들, 감격에 휩싸여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는 녀인들…

그이께서는 환호하는 라남의 로동계급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자, 그럼 우리도 섭시다. 책임비서, 지배인, 기사장 어서 오시오. 내곁에 서시오.》하고 가까이 부르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주혁민이와 오성오를 량옆에 세우고 뒤를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93기〉제작단 성원들이 다 왔소?》

《예, 방금 도착했습니다. 저기 모두 서있습니다.》

주혁민이 두번째줄에 서있는 탁석준, 김경복, 고정순이들을 가리켜드렸다.

《윤현덕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김동철지배인동무네 가족은 다 잘 있소?》

그이께서는 량옆에 서있는 주혁민이와 오성오를 번갈아 보며 물으시였다.

《예, 다 잘 있습니다. 맏아들, 둘째아들 다 공장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우리 기업소의 기사로 일하고있습니다.》

오성오가 목메인 소리로 대답을 올렸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일을 잘하게 하시오… 올 사람이 다 왔으면 찍읍시다.》

촬영기자가 허리를 구불사하고 렌즈의 초점을 맞추고있었다.

해빛이 더욱 밝아지는듯 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부고]노길남 박사
노길남 박사 추모관
조선문학예술
조선중앙TV
추천홈페이지
우리민족끼리
자주시보
사람일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한겨레
경향신문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
재카나다동포연합
오마이뉴스
재중조선인총련합회
재오스트랄리아동포전국연합회
통일부


Copyright (c)1999-2024 MinJok-TongShin / E-mail : minjoktongshin@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