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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남의 열풍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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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9-08 21:30 조회2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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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1

 

20세기도 이제 다섯달밖에 남지 않았다.

수봉작업장주변의 석비레땅들이 8월의 불볕에 한껏 달아올라 화독처럼 후끈후끈 단김을 풍기였다. 열대의 더위를 몰아온듯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도 사막의 열풍처럼 숨이 막히게 하였다. 마당가에 몇그루 서있는 아카시아나무도 이파리들을 더운물에 데친듯이 생기없이 늘어뜨리고있었다.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제낀양복을 입은 오성오는 마당 한끝에 서서 나무숲사이로 길게 뻗은 포장도로를 내다보고있었다.

《지배인동무!》

정신없이 자동차길을 바라보고있던 오성오는 주혁민이 부르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았다.

《거 얼굴이나 좀 씻소. 땀투성이요. 그 모양을 하고 장군님을 뵙겠소.》

《누가 할 소린지… 책임비서의 얼굴은 아예 콩비지에 매닥질한것 같소. 허허허…》

오성오는 땀줄기가 고랑을 지어 흘러내리는 주혁민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지금 잔뜩 흥분에 떠서 온몸이 땀에 절어있는것도 모르고있었다.그도 그럴것이 이제 그들은 김정일동지를 만나뵙게 되는것이다. 이상고온이 계속되는 복철기의 무더운 날씨도 가리지 않고 함북지구에 내려오신 김정일동지께서 《93기》를 보려 친히 수봉작업장을 찾아오신다는것이였다.

《지배인동무, 장군님께서 섭섭해 하시지 않을가? 이제 다섯달 지나면 21세긴데 우리가 〈93기〉를 석대밖에 만들지 못했으니말이요.》

주혁민이 손수건으로 얼굴이며 목덜미를 마구 문질러 닦으면서 아쉬운 소리를 하였다.

오성오도 그것이 마음에 걸리였다. 더구나 죄송스러운것은 무더위도 무릅쓰고 먼길을 오신 그이께 살아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숨죽이고 서있는 기계를 보여드리게 된때문이였다. 요즘 수봉작업장에선 전기공사를 벌려놓아서 기계를 가동시키지 못하고 자체발전기로 작업장의 조명등만 겨우 켜고있었다.

이때 마침 전기공사장을 돌아보러 갔던 기사장이 그들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날이 이렇게 덥습니까? 온도계를 보니 33도입니다.》

최강철의 얼굴도 땀에 흠뻑 떠있었다.

《여보 기사장!》

주혁민은 그를 보자 대뜸 소리쳤다.

《당신 전기박산데 전길 제꺽 련결시켜 돌아가게 못하오? 모처럼 오신 장군님께 돌아가는 기곌 보여드려야지 서있는 기곌 보여드린단 말이요? 이게 어디 됐소?》

최강철은 안타까운듯 얼굴빛을 흐리며 한숨을 내쉬였다. 수봉작업장전기공사는 그가 주관하여 벌리게 된것이였다. 그 공사만 하면 전기의 도중손실을 없애고 전기를 30프로이상 절약할수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작은 발전소를 건설한것과 맞먹는 리익을 주었다. 강철은 이 일을 좀더 일찌기 벌리지 못한것을 후회하였다. 지금은 전기설비들을 다 뜯어놓고 까벨선들도 걷어냈기때문에 전기에 귀신인 기사장도 용빼는 재주가 없었다.

이때 멀리서 섬광이 펑긋하였다. 차창에 부딪치는 해빛의 반사광이였다.

《오시는것 같습니다.》

오성오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곧추 뻗은 포장도로로 여러대의 승용차가 꼬리를 물고 미끄러져오고있었다.

오성오는 시계를 들여다보고 시간을 새겨두었다.

드디여 승용차들이 작업장마당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오성오는 걷잡을수 없이 뛰노는 가슴을 붙안고 서서 눈정기를 모아 멎어서는 차들을 여겨보았다. 뜻밖에 제일 검소한 야전승용차에서 수수한 남방샤쯔에 색안경을 끼신 김정일동지께서 내리시였다.

오성오는 어떻게 그이앞으로 달려갔는지 알수 없었다. 황급히 인사를 드린 그는 준비해두었던 말을 다 잊어버리고 허둥거리기만 하였다.

《지배인! 반갑소.》

그이께서 바른손으로 오성오의 손을 꽉 쥐신채 왼손으로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시였다. 그 다음엔 책임비서가 격렬한 빠른 말씨로 그이께 인사를 드리였다. 세번째로 기사장이 두손을 배허벅에 대고 깊이 머리를 수그리였다.

《장군님! 옥체건강하셨습니까. 제가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 기사장 최강철입니다.》

《최강철동무! 알아. 내가 왜 동물 모르겠나. 1984년 5월 15일 채탄기직장에서 우린 20분이나 이야길 했지. 16년만에 손을 잡아보누만. 나는 늘 동무를 잊지 않고 생각했소.》

《장군님, 고맙…습니다.》

기사장은 별안간 목메인 소리를 하며 쓰러질듯 다리를 휘친거리였다. 그가 손수건을 얼굴에 대는것을 보고 책임비서와 지배인도 주먹으로 눈물을 씻었다.

멀리에서 나무숲 설레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씨가 무더워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더운 입김처럼 후끈거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단정히 넥타이를 맨 세사람을 애틋이 지켜보시였다.

《더운데 넥타이들을 푸시오. 자 그럼 〈93기〉를 구경해볼가.》

이때 부관이 오성오곁으로 와서 귀속말로 장군님께서 여기에 계실시간이 30분밖에 없다고 하며 서둘러야 되겠다고 하였다. 가보실 곳이 너무도 많아 그이께서 시간을 쪼개서 현지지도의 일정을 짜군 하신다는것을 오성오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간절히 청을 드리였다.

《장군님! 여기서 하루밤 쉬고 가시면 안됩니까?》

《하루밤? 나도 그러면 좋겠는데 시간이 없구만.》

그이께서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였다. 그러자 책임비서가 한발앞으로 나서며 전기공사를 하고있는 사정이야기를 말씀올리고 《어떻게 하나 오늘밤중으로 전기공사를 끝내겠으니 하루밤만이라도 쉬시기를 바랍니다.》하고 간청을 드리였다.

《어찌다 하는 전기공산데 덤비지 말구 찬찬히 잘하시오. 이 다음 또 와볼테니 오늘은 동무들이 만든 〈93기〉선이나 좀 봅시다. 자, 들어가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옆에 서있는 수행일군들에게도 들어가자고 손짓을 하고 공장정문을 향해 급히 걸어가시였다.

밖은 무더웠으나 공장안은 선선하였다.

지배인과 책임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안으로 들어서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커다란 기계 하나가 눈에 띄자 우뚝 걸음을 멈추시였다.

《이것이 650톤크랑크프레스입니다.》

지배인이 기계앞에 들어서며 그이께 말씀드리였다.

가뜩이나 작은 지배인의 몸은 고래같은 철기계에 대조되여 조그마한 갓난애기처럼 보이였다.

기계기둥을 조이는 볼트의 길이만 하여도 7메터가 넘고 가름대 하나가 4.5톤이나 되는 철의 거물이였다.

《이 산악같은 기계도 이 동무들이 〈고난의 행군〉기간에 만들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650톤크랑크프레스의 큰 몸뚱이를 애무하듯 어루만지며 수행일군들에게 말씀하시였다.

650톤크랑크프레스로부터 10여메터 떨어진 곳에 길이가 10메터내외로 보이는 맵시있고 정갈한 석대의 기계가 나란히 서있었다.

오성오는 그 기계를 가리키며 걸음을 옮기였다.

《저것이 〈93기〉입니다.》

김정일동지를 앞에 모시고 수행일군들이 기대앞에 주런이 늘어서자 지배인은 죄송스러운 마음에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씀을 올리였다.

《장군님, 저희들을 용서하십시오. 저희들은 수령님의 교시를 아직 절반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1990년 9월 1일 우리 공장을 현지지도하시면서 2천년까지 이 기계를 여러대 생산하라고 과업을 주셨는데 겨우 석대밖에 못만들었습니다. 저희들은 〈고난의 행군〉기간 동면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석대의 《93기》를 한참 지켜보시였다. 10년세월 심술을 많이 부린 《93기》도 죄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있는것만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계벽을 어루만지시였다. 《고난의 행군》의 험난한 길에서 얼고 굶고 쓰러지면서도 그리고 92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기어이 우리 식의 최첨단기계를 개발한 라남로동계급의 모습을 그려보시는듯 했다.

이윽고 그이께서 푸근히 젖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지배인동무, 동무네가 왜 동면했겠소. 〈고난의 행군〉기간에 이런 훌륭한 작업장을 두개나 더 늘이고 이렇게 〈HM기〉개발의 돌파구를 열어놓지 않았소.

지배인동무, 울지 말고 이 사람들에게 〈93기〉가 어떤 기계인지 그거나 설명해주시오.》

오성오는 수행일군들을 둘러보았다. 도당책임비서를 비롯한 두세명의 간부만 낯이 익을뿐 모두 처음보는 일군들이였다.

오성오는 그이의 말씀대로 《93기》의 용도와 작용원리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는 먼저 《HM기》에 《93기》란 이름을 붙이게 된 사연을 말해주고나서 기대의 부분품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통속적으로 알기쉽게 설명하였다.

지배인의 설명을 들으며 손님들은 연방 탄성을 올리였다.

《속도, 힘, 정밀도에서 〈93기〉는 대단한 우월성을 가지고있습니다. 그전에는 숱한 사람들이 달라붙어서도 사흘 나흘 심지어 열흘씩 걸려 생산하던 제품을 이 기계는 단 5분동안에 만들어냅니다. 가장 중요한것은 정밀도입니다. 이 기계가 만들어내는 제품은 모두 0.001미리의 정밀도와 최상의 정결도를 보장합니다. 정밀도, 속도, 견고성, 예술성 이것이 바로 최첨단기계가 갖추어야 할 기본〈자질〉인데 〈93기〉는 그런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있습니다.》

오성오는 여기서 잠간 말을 끊고 숨을 돌리였다. 그러자 성미 급한 주혁민이 참지 못하고 흥분해서 불쑥 입을 열었다.

《지금 발전된 나라들에서는 기계부문에서 1만기압이상의 초기압장치를 개발하는데 달라붙고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흑연을 순간에 금강석으로 만들고 녹쓴 파철덩이를 내산내수성을 완전히 갖춘 고강도불수강으로 만들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강한 압력으로 모든 금속조직의 알갱이크기를 1나노에 가깝게 하고 강철의 세기를 수십배 높일수 있습니다. 우리 라남에서는 과학기술수준을 이러한 세계적수준에로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아, 그런데 말을 좀 천천히 하십시오. 기관총 내쏘듯 하니 어디 알아듣겠습니까.》

어느 한 일군이 주혁민에게 웃으며 하는 말에 모두가 폭소를 터뜨리였다.

《기사장동무가 한마디 하시오. 동무야말로 하고싶은 말이 많겠는데…》

김정일동지께서 한옆에 수집은듯 가만히 서있는 기사장에게 따뜻이 이르고 일군들을 돌아보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이 기사장동문 그전에 유압식종합채탄기를 개발할 때 기둥설계원의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기사장의 그 경험과 지식이 유압식〈93기〉를 설계하는데도 크게 도움을 주었을거요. 그렇지?》

최강철은 황송해하며 얼굴을 붉히였다.

《장군님, 저는 별로 도움을 준것이 없습니다. 제구실을 하지 못해 책임비서와 지배인동지의 속을 많이 태웠습니다.》

《속을 태웠다?》

김정일동지께서 오성오를 돌아보시였다.

《기사장이야 뭘 그랬겠소. 다른 사람들이 애를 먹였겠지.》

김정일동지께서 몇발자국 걸어나오며 생각깊은 표정을 지으시였다. 오성오는 가슴이 뭉클하였다. 시련 많았던 지난날들이 돌이켜졌다. 그의 눈앞으로 길을 가로막군 하던 네사람의 얼굴이 얼핏 지나갔다. 그들은 서정후, 독고명천, 설태섭, 곽경두들이였다.

《93기》가 개발된 이후 그들은 아직 한번도 이 작업장에 와보지 않았다. 감히 얼굴을 들고 나타나기가 부끄러워서인지 모른다.

오성오는 우리 힘으로 개발한 하나의 최첨단설비가 사람들의 정신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가를 이번에 알게 되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서정후는 지난 기간 과학기술사업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립장이 바로 서있지 못한데 대하여 자기비판을 성근하게 하고 개진의 길을 걷고있다고 한다.

독고명천은 스스로 사직서를 내고 이미 1997년에 소장직에서 물러났었다. 그때 설계사업소 부소장이 소장으로 임명되였는데 그는 원래 《HM기》제작에 성의를 보이던 기술일군으로서 소장이 된다음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HM기》제작단을 후원하였다.

B광물총국산하 연구소에 간 설태섭은 지금 그곳 책임일군들의 총애를 받으며 미립자해석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지금 얼마나 큰 정신적고민속에 빠져있겠는지를 오성오는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세상에 량심이 주는 벌보다 더 무서운 벌은 없는것이다. 그러고보면 시간이야말로 누가 옳고 글렀는가를 정확히 판결해주는 공정한 재판관이다.

《지배인동무, 뭘 그렇게 생각하고있소?… 그새 마음고생이 많았지?》

김정일동지께서 오성오의 생각을 꿰들고계신듯 그를 애틋이 바라보시였다. 오성오는 눈물이 나고 목이 메여올라 아무런 대답도 올리지 못하였다. 그때 최강철이 지배인을 대신하여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장군님, 저희들은 별로 고생한것이 없습니다. 다만 저희들은 자기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것으로 하여 늘 자책속에 살아왔습니다. 아까 지배인동무도 말한것처럼 〈HM기〉를 개발할데 대한 어버이수령님의 교시를 받은 때로부터 10년이 돼오는데 저희들은 아직 석대밖에 만들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당창건 55돐전으로 여러대 생산하여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을 100프로 관철한 영광을 안고 위대한 장군님 앞에서 20세기를 총화하겠습니다.》

최강철이 평시에는 보기 드문 씩씩하고 결패있는 목소리로 결의를 다지였다. 그것은 오성오자신이 그이께 말씀드리고싶었던것이였다.

일군들의 얼굴에 일시에 놀라운 파문이 지어졌다. 기사장의 발언에 의혹을 느끼고있는듯 한 표정들이였다.

중앙의 한 책임일군이 오성오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하였다.

《지배인동무, 동무네 기사장이 잘못 말하지 않았소? 당창건 55돐전이요, 아니면 65돐전이요? 당창건 55돐은 이제 두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장군님앞인데 발언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그는 65돐을 55돐으로 잘못 말했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55돐입니다. 예, 정확히 67일 남았습니다. 저기 써붙였습니다.》

오성오가 앞질러 나서며 《93기》뒤에 괘도처럼 걸어놓은 신문지 전장만한 글종이를 가리켰다.

거기에 《조선로동당창건 55돐은 67일 남아있다》라는 글이 씌여있었다. 래일은 66일로 수자가 줄어들것이다.

《10년동안에 석대밖에 만들지 못하였는데 이제 2달동안에 전망계획모두를 수행할수 있단 말입니까?》

그 책임일군은 믿어지지 않는듯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신중히 발언을 해야 한다는 표정이였다.

《이 동무들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인데 지배인동무, 명백히 말해주시오. 어떻게 두달동안에 할수 있는지.》

김정일동지께서 웃으며 오성오를 돌아보시였다.

《장군님, 알겠습니다. 그러자면 간부동지들에게 설비보관실을 먼저 보여드려야 할것 같습니다.》

설비, 부속품보관실로 들어서는 순간 모두가 야, 하고 탄성을 올리였다. 설비보관실이 눈부시고 요란스러웠기때문이였다.

벽과 바닥을 다 인조석미장을 한 굉장히 넓은 방안에 수백, 수천가지의 설비부속품들이 종류별로 가득 진렬되여 있었던것이다. 일반 공장, 기업소에서는 볼수 없고 만들수도 없는 희귀한 물건들이였다. 베아링 하나의 무게가 100키로그람이상되는것도 있었다.

은광처럼 번쩍거리는 굴대, 왕복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어진 유압배관…

오성오가 나사 한개를 집어들고 설명하였다.

《여기에 우리가 이제 만들 〈93기〉계획분의 설비부속품들이 다 있습니다. 그저 이것들을 내다가 조립하면 됩니다. 이제는 너무도 숙련되여 조립공뿐아니라 설계원들까지 눈을 감고도 조립을 합니다. 설비, 자재들이 충분히 갖추어져있고 기술자들의 기능수준과 실력이 높아진 조건에서 얼마든지 속도전을 할수 있습니다. 두달이 아니라 두달전으로 미진된 〈93기〉대수를 능히 보충할수 있습니다.》

오성오는 누구보다도 제일 의심스러워 하던 중앙의 일군에게 웃음을 지어보이였다.

《대단합니다. 내가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렇게 멋진 설비부속품들을 장만했습니까? 기업소의 잠재력을 보게 됩니다. 우리 나라가 부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설비와 부속품들은 어느 다른 나라에서 사온것도 아니고 어느 다른 기업소에서 주문해온것도 아닙니다. 100프로 우리 라남의 로동계급의 지혜와 기술로 만들어낸것입니다.》

오성오는 《93기》를 개발하는 과정에 가슴아픈 희생도 있었다는 말이 혀끝에 묻어나오려는것을 얼른 삼켜버렸다. 김정일동지께서 가슴아파하실것을 생각하였던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이 모든것을 할수 있었던가.

여기에 있는 모든것이 다 김정일동지의 사랑과 련결되여있었다.

오성오는 손에 든 나사를 새삼스레 들여다보았다.

만약 형석광과 주물용모래를 라남주변에서 찾아내지 못했더라면 이 작은 련결나사 하나도 만들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오성오는 몸가짐을 바로하고 물기어린 눈으로 일군들을 둘러보았다.

《저희들이 이 모든것을 할수 있은것은 〈93기〉를 개발하는 지난 10년 세월 우리에게 힘이 모자라면 힘을 주시고 지혜가 모자라면 지혜를 주시고 실망하여 주저앉을 때면 신심을 안겨 일으켜 세워주신… 어버이장군님의 사랑과 령도와 고무가 있었기때문입니다. 지난 10년동안 장군님께서 저희들에게 전화를 걸어주신것만도 수백여번이나 됩니다.》

오성오는 흐느낌이 터져나올것 같아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러자 주혁민이 맨 웃당반에 놓여있는 날카로운 강철이발이 달린 기계를 가리켰다.

《저 파석기는 〈93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기계이지만 여기에 보관해두고있습니다. 왜냐하면 저 기계는 우리에게 가장 큰 시련이 닥쳐왔을 때 장군님께서 친히…》

《됐소, 됐소.》

김정일동지께서 주혁민의 말을 막으시였다.

《여기 있는 모든 물건이야 동무네들 자신의 힘으로 한게지. 안그래? 동무네들은 나한테서 힘을 얻군 했다고 하는데 내가 바로 어려울 때마다 동무네 라남의 로동계급에게서 힘을 얻군 했소. 지금도 나는 큰 힘을 얻고있소. 우리에게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하고. 그렇지요, 동무들?》

그이께서 수원들을 둘러보며 주먹을 흔드시였다.

오성오는 북받치는 감격에 가슴이 뻐근해왔다.

부관이 초조히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조금도 바쁜 내색을 하지 않고 여유있는 표정으로 지배인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여기까지 왔다가 거저 갈수야 없지. 내가 뭘 좀 도와줄게 없겠나? 부탁하고싶은것이 있으면 말하오.》

《경애하는 장군님! 저희들은 아직 어버이수령님의 유훈을 수행하지 못하였습니다. 100프로 수행한 다음 요구되는 문제를 제기하겠습니다.》

지배인의 대답이였다.

《공짠 받아먹지 않겠다 그거로구만 허허허… 자존심이 높은 지배인이야. 그럼 내가 한가지 부탁하고 떠날가?》

《장군님! 어떤 과업이든지 주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 인차 말씀을 떼지 않고 거미줄처럼 복잡한 모양을 가진 유압배관을 지켜보시였다.

《동무네 〈93기〉가 5분동안에 하나씩 LK제품을 뽑아내지?》

《그렇습니다. 장군님, LK뿐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5분에 하나씩 뽑아낼수 있습니다.》

오성오가 정중히 대답을 올리자 그이께서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였다.

《5분!…5분을 좀더 단축시킬수 없을가.… 3분에 하나씩말이요.》

오성오는 피끗 책임비서와 기사장을 돌아보았다. 그들도 긴장하게 서있을뿐 선뜻 입을 열지 못하였다.

2분단측!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성오는 머리속으로 계산하였다. 5분동안에 2분을 단축하면 하루에 약 열시간을 얻는것과 같았다. 그 시간이면 200개의 LK제품을 더 생산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단지 생산속도가 아닌 그보다 훨씬 더 크고 의의있는 문제를 생각하고 계신다는것을 알지 못했다.

그이께서는 라남의 로동계급들의 사상의지, 놀랄만 한 실력과 탐구의 열정이 집대성되여있는 《93기》작업장에서 조국의 하늘에 타오를 정보시대, 선군시대의 사상, 기술혁명의 홰불을 생각하고 계시였다.

《지배인동무, 2분을 단축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요. 그러나 나는 동무네들이 할수 있다고 믿소. 우선 〈93기〉생산계획을 100프로 수행한 다음 제품을 생산하면서 한쪽으로 2분단축하기 위한 시험작업을 하시오.

계속 혁신, 계속 전진! 알겠소?》

《장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지배인, 책임비서, 기사장이 거의 동시에 한목소리로 대답을 올리였다.

《자, 동무들 이젠 갈 시간이 됐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둘러 방을 나서시였다.

밖에서는 여전히 불볕이 쏟아지고있었다. 그이께서 이제 저 폭양을 맞으며 또 어디로 가시려는지?

마당에 세워놓은 승용차가 해볕에 달아 난로벽처럼 뜨끈뜨끈해졌을것 같았다.

오성오는 그제야 공장마당에 그이의 승용차를 세워둘만 한 나무그늘 하나 마련하지 못한것을 죄스럽게 생각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차문을 열고 들어서시려다 문득 돌아서며 물으시였다.

《강충현소장이 요즘도 계속 락천적으로 생활하고있소?》

오성오는 인차 대답을 올리지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난 6월 북남최고위급회담을 전후하여 친히 강충현소장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보시였다. 그의 아버지는 향수병으로 울적한 나날을 보내다가 한해전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공화국에 와서 B광물공동연구사업을 하던 그의 형님도 한해전에 가족들을 데리려 카나다로 가는길에 행방불명이 되였다. 적들에게 암살되였다는 여론이 돌고있지만 아직 그것은 추측에 불과한것이였다. 각 방면으로 그의 행처를 알아보고있으나 찾아낼 길이 묘연하다고 한다.

《장군님, 강충현동문 여전히 락천적으로 생활하고있습니다.》

주혁민이 웃음기를 담고 말씀올리였다.

《그 동문 최근 북남최고위급회담과 관련된 여러가지 기담들을 어디서 듣고 와서 글쎄… 이런 말까지…》

《무슨 말을 했소?》

그이께서 머밋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주혁민에게 물으시였다.

《자기 해학에는 어딘가 천한데가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서나 꼭 고상하고 뜻깊은 장군님의 해학을 따라 배우겠다고 했습니다.》

주혁민이 벙글거리며 하는 말에 수원들이 모두 소리내여 웃었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선 생각에 잠기신듯 잠시 묵묵히 계시다가 주혁민을 돌아보시였다.

《책임비서동무, 그가 웃는다고 해서 같이 웃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그는 자기의 슬픔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웃고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조직은 그런 사람들일수록 잘 돌봐주어야 합니다. 윤현덕동무의 부인도 외아들을 잃은 박준동무도… 그런 사람들을 모두 따뜻이 돌봐주시오.》

《장군님, 알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물을 머금고 서있는 세 책임일군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고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이때로부터 두달후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에서는 《93기》생산을 110프로 수행하였다는 영광의 보고를 김정일동지께 올리였다.

그들은 두달사이에 계획보다 10프로를 더 초과하여 《93기》를 만들어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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