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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남의 열풍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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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2-08-03 20:43 조회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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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14

이른 새벽부터 비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날이 어두워지자 비바람소리가 소연해졌다.

김정일동지를 모실 승용차는 늦가을 밤비내리는 산골자드락길을 달리고있었다.

길세가 사나와 승용차는 노상 들추어댔다.

운전사의 옆자리에 앉은 부관의 얼굴은 사뭇 불안한 기색이였다.

하지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을 보시는데 전념하여 밖에서 비가 내리는것조차 모르고계시였다.

차안에서 문건을 보시는것은 위대한 수령님의 사업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1960년대초부터 생긴 그이의 습관이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긴급하게 제기된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문건봉투를 들고다니며 보시다가 점차 문건이 불어나 문건가방을 가지고다니며 처리하시였다. 1970년대말부터는 문건이 더 많아져서 문건트렁크를 차에 싣고다니며 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10월 10일 행사이후 20여일동안에만도 여러 단위의 공장기업소와 군부대들을 찾아 만리 가까운 먼길을 다니시였는데 어느 하루도 빠짐없이 늘 문건트렁크를 싣고다니며 보시였다.

산간지대인민들의 생활형편을 료해하고 돌아오시는 지금도 그이의 문건트렁크에는 과학연구기관과 공업부문의 문건들만 하여도 20여건이나 되였다.

지금은 그이께서 흥남비료련합기업소의 설비갱신문제에 대한 문건을 보고계시였다.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서는 수령님의 교시를 받들고 래년부터 설비갱신을 위한 전투를 벌릴 계획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서 사들여오지 않으면 해결할수 없다고 생각한 500기압을 받는 고압관을 자체로 생산하기 위한 방도를 제기하였다. 그들은 굵은 고압관은 특수합금강을 가지고 포신을 깎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가는 고압관은 인발관을 제조하는 방법으로 하겠다고 하였다.

500기압을 받는 고압관은 지난 7월 수령님께서 《HM기》문제를 토론하실 때 걱정하며 화제에 올리셨던것이였다. 그런데 흥남의 로동계급들이 그것을 자체로 해결할수 있다고 하니 참으로 기쁘고 대견스러우시였다.

알고보면 현대공업은 관으로 련결되여있었다. 관은 공업의 피줄이고 순환기였다. 우주개발, 지하자원개발, 발전소건설 그 어디에나 고압관이 필요했다. 총신과 포신도 일종의 관이며 살림집들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수도도 역시 관으로 련결되여있었다.

(관제작에서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그이께서는 문건종이를 넘기며 생각하시였다.

다음에 보신 문건은 B광물총국에서 올려보낸것이였다. 그 문건에는 두가지 심각한 문제가 반영되여있었다.

그중의 하나는 재카나다교포학자 강충일이 자기의 보잘것없는 기술이나마 조선의 B광물연구개발을 위하여 깡그리 바치겠다고 하며 입국을 요청하였으나 현재의 형편에서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것이였다.

미국의 호전세력우두머리들은 지금 《미중앙정보국》의 국내, 국외지부들을 발동하여 공화국의 주요 과학, 경제부문에 대한 암해공작을 벌리고있는데 최근 B광물심부탐사용 대형시추기추관에서도 난데없이 금속을 용해시키는 강한 산화물이 묻은 걸레뭉테기며 작업복들이 걸려나오는것과 같은 이상한 일들이 생겨나고있다고 하였다.

미국본토에는 물론 국외에 상사, 교회, 자선단체, 연구소, 식당, 병원, 출판사와 같은 간판을 단수십개의 지부들과 수백개의 정보망들을 거미줄처럼 늘이고있는 《미중앙정보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공화국을 와해시키기 위한 모략행위를 끊임없이 감행하여왔지만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이 붕괴된 1980년대말부터는 그 방법이 더 교활하고 다양해졌다. B광물총국 정치부의 의견은 지난 기간 남조선, 서부도이췰란드, 미국, 오스트랄리아, 일본 등 자본주의나라들을 오가며 살아온 재카나다교포학자 강충일의 정체를 알수 없다고 하였다. 이를테면 그 사람도 《미중앙정보국》산하 연구소의 학자인지 모른다고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B광물총국 정치부에서 피해망상격으로 지나친 의심을 하고있다고 생각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재카나다교포학자 강충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계시였다. 그는 5월10일종합공장시험소 소장 강충현의 형이였다.

그이께서는 강충일의 입국요청을 속히 받아들이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시였다. 자기 민족, 자기 나라를 위해 무엇이든 바치려고 하는 그의 진심을 모독해서야 되겠는가. 그것을 보면 일부 일군들이 너무도 협애하였다.

B광물총국이 문건으로 제기한 다른 하나의 문제도 5월10일종합공장과 관계된것이였다. 사회주의시장이 무너진 후 심부탐사용고강도암석절삭공구의 반입이 동결되여 B광물자원개발에 엄중한 후과가 미치고있는데 5월10일종합공장 일군들이 조금만 힘써주면 능히 이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고 하였다.

몇해전부터 5월10일종합공장 설계실장 윤현덕이 심부탐사용고강도암석절삭공구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시작하여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댔으나 5월10일종합공장 지배인의 제동으로 시험생산도 해보지 못한채 중단되였다는것이였다.

(윤현덕이가 심부탐사용암석절삭공구를 연구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에 적혀있는 윤현덕의 이름을 생각깊이 들여다보시였다. 여러가지 추억이 떠오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윤현덕을 처음 아시게 된것은 1968년 6월 10일 수령님을 모시고 5월10일공장(당시)을 현지지도하실 때였다. 그날 생산직장들을 돌아보시다가 주강직장 마당에 나붙은 속보판에서 《매해 200프로이상 계획을 수행한 김책공대 최우등졸업생 윤현덕용해공, 새로운 용해법을 창안하여 용해시간 두시간 단축!》이라고 소개한 글을 보고 친히 윤현덕을 현장에서 만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뜨거운 전기로앞에서 쇠장대를 든 윤현덕이와 허물없이 담화하시는 과정에 그가 높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스스로 용해공생활을 선택하게 된 사연을 아시게 되였다.

그로부터 6년후에는 과학기술통보자료를 통해 윤현덕이 경제국방건설에 절실히 필요한 새로운 특수강을 개발하여 야금부문에 파문을 일으킨 사실을 료해하게 되시였다. 그후 10년이 지나 1984년 5월 15일 두번째로 라남을 현지지도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유압식종합채탄기제작에서 기둥이 된 윤현덕, 최강철에 대한 보고를 받고 그를 더욱 깊이 파악하게 되시였다.

그로부터 1년남짓이 지나 그이께서는 윤현덕과 관련된 뜻밖의 문건을 보게 되시였다.

1985년 6월 수령님의 현지교시를 받들고 제2차 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을 호소한 5월10일공장에서 공로있는 비당원로동자, 기술자들이 거의다 당원들의 보증속에서 입당준비를 하고있으나 세명의 동무만은 본인의 과오(혹은 부모의 과오)가 너무 엄중하여 입당보증을 받지 못하고있다는것이였다. 그 세명중의 한사람이 윤현덕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윤현덕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입당보증을 못해 문건까지 올려보내는가며 나무라시였다. 그 동무야말로 애국자이고 진실한 사람이다, 그런 동무들이 있기때문에 우리 당이 강하다고 하며 그의 입당을 자신께서 보증하겠다고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다른 두사람에 대해서도 생활경력과 사업실적을 구체적으로 료해하고 그들의 입당을 보증한다는 친필을 보내시였다. 그날이 1985년 11월 9일이였다.

이렇게 되여 그 공장에서는 김정일동지의 보증으로 입당의 영예를 받아안은 그 3명을 포함하여 18명의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조선로동당원의 영예를 지니는 큰 경사가 생겨났다.

(윤현덕동무가 고강도암석절삭공구도 개발해보자고 했단 말이지. 그런데 김동철이 제동을 걸었다?)

탄광기계를 생산하는 공장이니 탐사기계는 맡으려고 하지 않을수 있었다. 그러나 B광물은 경제, 국방건설의 기본원료이며 그이께서 제일 마음쓰시는 가장 필요한 광물이였다.

B광물총국 문건에는 현재 심부탐사용공구와 고압추관이 모자라 최근 ㄱ지구에서 B광물탐사를 충분히 하지 못한채 철수하였다고 하였다. 역시 여기서도 고압관, 고강도금속을 요구하였다.

불현듯 차가 기우뚱하는 바람에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쳐드시였다. 시창밖을 내다보시는 순간 차안에서 쿵하는 진동이 일어났다. 승용차가 무엇을 짓쪼았는지 더 나가지 못하고 머리를 밑으로 수그린채 부르르 떨더니 발동기소리가 꺼져버렸다.

《무슨 일이요?》

김정일동지께서 손에 들었던 문건을 옆자리에 내려놓으시였다.

《구뎅이에 빠진것 같습니다.》

낯빛이 시꺼멓게 질린 운전사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부관도 뒤따라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차체에 부딪치는 비소리가 요란하였다. 삽시에 어깨, 머리, 잔등이 비물에 함뿍 젖어버렸다.

우묵하게 패인 구뎅이흙벽에 차머리가 들이박혀있었다. 다행이 운전사가 제때에 제동기를 밟기도 하고 또 구뎅이벽이 비물에 풀어진 무른 진흙이여서 차에는 상처가 없는것 같았다.

《별일 없구만. 차를 후진시키면 되겠소.》

차에서 내린 김정일동지께서 웅뎅이주변을 살펴보며 하시는 말씀이였다.

《자 강동무, 어서 차안에 들어가 앉소. 우린 차를 밉시다.》

김정일동지께서 차체에 어깨와 손을 대며 부관에게 손짓을 하시였다. 부관은 시간을 지체하면 오히려 그이의 옷이 더 젖을것 같아 만류하지 못하고 서둘러 어깨를 들이밀었다.

《어이-싸! 어이-싸!》

승용차는 몇번 헛바퀴를 굴리다가 뒤로 빠져나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가 평지에 올라선 다음에도 비를 맞으며 주변을 살펴보고 망짝같은 돌을 안아다 구뎅이에 채워넣으시였다.

《웅뎅이를 메워놓고갑시다. 돌이 많으니 잠간이면 되겠소. 동무들, 보시오. 수령님께서 이런 험한 길을 몇번이나 다니셨는지 모르오. 그런데 우리 일군들이 길 하나 제대로 닦지 않소.》

김정일동지께서 돌짝 하나를 또 안아들며 일군들을 나무라시였다.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운전사와 부관이 안타까이 만류하였으나 그이께서는 서너축이나 돌을 안아다 구뎅이에 채워넣고야 차안에 오르시였다.

승용차는 한층 더 속도를 내며 질풍처럼 달리였다. 10여분 지나자 평양으로 가는 고속도포장도로가 나졌다. 차는 그 넓고 탄탄한 대도로를 따라 얼마동안 달리고는 또다시 모래길로 꺾어들어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ㄱ지구탐사현장으로 가보실 작정이였다.

승용차는 40여분 달리고나서 마침내 멎어섰다. 멀리 어촌마을의 불빛이 바라보이는 해변의 산기슭이였다. 거기가 바로 ㄱ지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차밖으로 나오시였다. 그이께서는 생각이 깊을 때마다 하시는 습관대로 한손을 턱에 댄채 어둠에 묻힌 어딘지 모를 먼 허공, 먼 땅을 바라보시였다.

멀리 어촌마을의 희슥한 바다의 수면이 어렴풋이 바라보일뿐 탐사의 흔적은 찾아볼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어린시절에 보신 B광물탐사를 형상한 어느 외국영화의 스산한 화면들이 떠오르시였다. 그 영화의 첫 화면에 슬픈 장송곡이 울리면서 무덤산이 나왔는데 그것은 B광물을 탐사하는 과정에 희생된 탐사대원들의 무덤이였다.

지하자원탐사중에서 가장 어렵고 제일 자금이 많이 드는 탐사가 B광물심부탐사였다.

인공지구위성탐사를 비롯한 각종 물리탐사기구들을 가지고있는 현대과학도 B광물의 매장구역을 륜곽적으로 구획지을수 있을뿐 시추기 한구멍으로 단방에 명중시킬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어차피 막대한 자금을 들여 벌둥지처럼 무수히 많은 땅구멍을 뚫지 않으면 안되는것이 B광물심부탐사였다. 대형시추기로 땅속을 1메터 뚫는데 황소 50짝이 날아난다는 말도 있었다.

《여기서 그전에 B광물을 탐사했소.》

물새소리 처량하게 들려오는 먼 바다쪽을 이윽히 바라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부관에게 고개를 돌리시였다.

《B광물을 여기서도 못찾았습니까?》

그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둠속에 비치는 희슥한 바다의 수면을 다시 바라보시였다. ㄱ지구에 B광물이 없다고 아직은 누구도 단정할수 없는 일이였다. 땅구멍을 좀더 많이 뚫러보면 찾을지도 모른다. 그이께서는 기술자들로부터 B광물이 없어서 못찾는것이 아니라 탐사설비가 모자라 찾지 못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시였다. 현재 나라의 경제형편에서는 비행기값보다도 비싼 대형탐사설비를 그 이상 더 늘클수가 없는것이였다. 그런데 지금 있는 설비마저 공구들이 떨어져 제대로 가동시키지 못하고있으니 안타까우시였다.

《자, 이젠 갑시다.》

그이께서는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저, 바른쪽길로 조금 나가면 체신소가 있는데 거기 가서 전화를 한통 걸고 갑시다.》

주혁민에게 전화를 거실 생각이였다. 전화는 어디에서나 지장없이 걸수 있었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그전날 B광물탐사대원들이 많이 리용한 자그마한 농촌체신소에서 걸어보고싶으시였다.

승용차는 호젓한 농촌의 밤길을 달려 집마을 한쪽에 독립가옥처럼 따로 서있는 체신소앞에서 멎었다.

그이께서 체신소안으로 들어서시자 밤근무를 서던 어린 처녀가 눈이 동그래지며 벌떡 일어섰다.

《수고합니다. 전화를 걸자고 왔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처녀는 그이의 말씀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그저 감격하고 놀라와하며 허둥거리였다.

그이께서는 처녀에게 언제부터 체신소에서 일하는가, 지금 몇살인가, 무슨 학교를 나왔는가, 이 마을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어떤가 일일이 다 물으시였다.

《라남에 있는 5월10일종합공장 책임비서를 찾자고 하는데 찾을수 있을가?》

《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처녀는 전화기 번호판을 돌린다, 도교환수를 부른다 부산스레 설레발을 쳤다.

《일없소. 덤비지 말라구. 천천히 찾아도 돼.》

그이께서 미소를 지으며 처녀의 마음을 안정시키시였다.

얼마후 처녀는 새까만 두눈에 기쁨의 불꽃을 반짝이며 그이께 송수화기를 들어올리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나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표판매구턱에 한쪽팔굽을 고이고 송수화기를 받아드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주혁민이 전화를 받습니다.》

《오 주혁민동무, 그동안 잘 있었소?… 내 지금 ㄱ지구에서 전화를 걸고있소.》

수화기에서는 주혁민의 높은 숨소리만 들리였다.

《어떻소, 일이 잘됩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죄송합니다. 일이 별로…》

주혁민의 뒤말은 높은 숨소리에 삼켜지는듯 하였다.

《일이 씨원히 되지 않는 모양이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며칠전 리명국부부장에게서 들으신 라남소식을 생각하며 물으시였다.

《제가 일을 쓰게 못해서… 계획과제는 잔뜩 밀렸는데 해결방도는 나오지 않고…》

주혁민은 당황한듯 정돈되지 못한 두서없는 말을 떠듬거리였다.

《리명국부부장동무에게서 라남의 이야기를 좀 들었소. 동무가 행정대행을 하고 완력행사를 한다는 말이 돈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일이 안되니 제가 완력행사도 하고 행정사업에 지내 삐치면서 좌지우지한것 같습니다.》

《허허허… 일이 안돼서 그랬다? 그 반대로 한번 생각해보시오. 동무가 조급성에 사로잡혀 완력행사를 하고 행정대행을 했기때문에 일이 안되지 않는가?》

수화기에서는 숨소리가 멎어버렸다. 주혁민이 충격에 굳어진듯 싶었다.

《주혁민동무, 라남의 로동계급은 수령님의 사랑속에서 자라난 동무들이고 당에 충실한 동무들이요. 그들이 왜 움직이지 않겠소. 잘 리해되지 않소. 수령님께서 일곱차례나 그곳에 가셨는데 그때의 일들을 상기시키기만 하여도 심장에 불이 달릴거요. 그들의 심장이 왜 움직이지 않고 불타지 않겠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주혁민이 불시에 목메인 소리로 그이를 불렀다. 그이께서는 정치적감각이 빠른 주혁민이 벌써 무엇인가 깨달았다고 생각되시였다.

《사람들의 심장에 불을 달줄 알아야 하오. 구호나 부르고 강요나해선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찬물을 끼얹으면 붙던 불도 꺼지고맙니다. 왜 일군들에게 자꾸 욕질을 하오. 그러면 안됩니다. 동무가 라남에 가서 처음은 특색있게 일을 하면서 소문을 크게 냈는데 〈룡두사미〉가 되는것 같아, 허허허.》

주혁민은 말문이 막힌듯 아무 대답도 못올리고있었다.

《책임비서동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것이 사람과의 사업입니다. 당사업을 20여년이나 한 동무가 왜 그걸 모르겠소. 〈HM기〉를 만들자면 모든 부속들에 0.001미리메터의 정밀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람과의 사업에서는 그보다 더 세심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감정, 사색은 기계에 비할바없이 복잡하고 예민하고 다양합니다. 그래서 사람과의 사업이 힘든것입니다.》

수화기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주혁민동무, 내 말이 접수됩니까?》

《예, 제 이제야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 이야긴 그만하고 한가지 알아봅시다. B광물총국동무들의 말에 의하면 그전에 윤현덕동무가 심부탐사용고강도암석절삭공구를 만들어보다가 지배인이 못만들게 해서 그만두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요?》

주혁민은 금시 처음 듣는 소리라고 하였다.

《한번 알아보시오. 지금 심부탐사용고강도암석절삭공구가 모자라 ㄱ지구에서 B광물탐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와있소. 그걸 자체로 개발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저희들이 만들겠습니다.》

주혁민의 성급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유난스레 울리였다. 그이께서 걱정하시는것이기에 꼭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타산도 없이 하는 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조용히 웃으시였다.

《지배인하고 토론도 없이 무턱대고 하겠다고 하면 되나. 지배인이 못만들게 한데는 무슨 리유가 있었을게 아니요. 윤현덕동무랑 만나서 구체적으로 료해하여보시오. 당장 시험생산을 할수 있을 정도로 연구가 돼있으면 B광물총국산하 기계공장들의 로력을 대서라도 만들어봅시다.

동무네 대상설비생산과 〈HM기〉연구에는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윤현덕실장이 〈HM기〉제작단 설계조 조장이라면서?》

《그렇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저희들이 기어이 풀어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먹을 그러쥐고 대답을 올리는 주혁민의 상기된 얼굴을 그려보며 애틋이 미소를 지으시였다.

《지배인하고 잘 토론해보시오. 시간을 많이 지체했는데 이젠 그만합시다… 가만, 잠간.》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놓으려다가 다시 들어올리시였다.

《강충현동무에게 알려주시오. 그 동무의 형이 우리 나라에 와서 B광물탐사를 같이하게 됩니다. 우리는 강충일교포의 애국심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것을 귀중히 여깁니다.》

송수화기를 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때까지 똑바른 자세로 서있는 체신소의 어린 처녀에게 따뜻한 웃음을 보내시였다.

《처녀동무, 고맙소. 전화를 잘 걸고 갑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안녕히 가십시오.》

처녀는 체신소 문밖에서 깊이 머리숙여 그이께 작별의 인사를 올리였다. 처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승용차는 어둠을 가르며 외진 농촌길을 급하게 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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