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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60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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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8-11 01:11 조회7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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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60 회)

20 장

김일성동지께서는 집무실안을 천천히 거닐으셨다.

무언가 놓친것이 없는가, 미흡한 고리가 없는가 하루사업을 총화지으며 휴식삼아 움직이는 걸음이시였다.

그이께서는 방금전 국가계획위원장을 부르시여 적의 공습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문제를 30분나마 토론하셨다. 김책과 전화를 끝낸 후 떠오르신 생각중의 하나가 미24사의 참패로 적들이 《광증》을 일으키리라는것이였다. 백악관과 미국 전체가 아우성칠것이고 한편 허장성세로 《보복》을 떠들것이였다. 그 《보복》이 가장 확실하게 미칠곳은 이 땅과 무고한 인민일것이였다. 평천리의 폭격보다 몇배, 몇십배 우심한 폭격으로 촌토와 마을을 불태울것이였다.

주요공장, 기업소들과 도시주민들의 소개사업, 방공호굴설로부터 대공화력체계망까지 구체적으로 지시를 떨구셨다.

(이제 못한것이 무엇인가.)

다망하신 그이의 일과속에는 대전전과의 기쁨을 누리실 시간조차 별로 없는것이다.

창가림을 꿰비쳐들어온 오후해의 잔광이 벽과 서류함의 여기저기에 타원형의 금빛한점을 새겼다. 걸음을 옮기실 때마다 그 반점들이 움직이는것만 같았다. 그이께서는 문득 서류함우에 세워 둔 한폭의 유화에 시선을 멈추었다. 오영혜가 서울에 간날부터 스케치하여 엊저녁에 완성한 그림이였다. 서울시가중심으로 행진하는 인민군땅크대와 보병대렬을 환영하여 꽃다발을 안기고 수기를 휘젓는 시민들의 모습이 부각되여있었다. 보병대렬의 선두에 밝은 얼굴로 손을 젓는 중성 한알의 군관이 구도중심에 서있었다. 오영혜는 모름지기 자기 애인이라고 한 박로수를 저 그림에 형상하였는지도 몰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나직이 한숨을 지으시였다.

대전작전지휘로 잠시 잊혀지였던 박로수의 희생이 상기되면서 이 비보를 오영혜에게 전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딱한 사정이 뚫고나가기 어려운 장벽처럼 다가서 시름을 북돋구었다.

서울에 나가셨을 때 오영혜를 불러 박로수에 대해 묻고 편지를 쓰게 한 일이 지금에 와서 이처럼 후회어린 아픔으로 새겨질줄은 모르셨다. 그때 그이께서는 오중흡이나 오중성이 그자리에 있었다면 분명히 했을상싶은 질문을 오영혜에게 하시였다.

그 동무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알게 되였는가. 나이는 몇살이고 성격은 어떤가? 오영혜는 처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 수집음을 타며 대답을 못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진정을 담아 말씀하시였다.

《마음이 정 안드는것을 억지로 하라는것은 아니다. 마음에 없다면 그만두는것이지. 그러나 지금은 안된다. 목숨을 내대고 싸우는 사람에게 그런 거절은 참혹한 상처로 된다.

난 동무네 사랑이 성취되기를 바란다.》

오영혜는 대번에 눈물이 그렁해졌다.

《장군님! 전 그 동무외엔 다른 사람은 모릅니다.

전 오직 그만을 사랑해요. 허나… 온 나라가 생사의 판가리싸움을 하는데… 어떻게… 사랑을… 말… 하겠습니까. 전 그가… 마음이… 약해질가봐 겁납니다.》

《영혜야, 사랑은 사람을 약자로가 아니라 강자로 만든다.》

그이께서는 더없는 기쁨을 안고 먼 옛날 김혁과 차광수의 련애담에 대해서까지 들려주셨고 오영혜가 박로수를 알게 된 눈물겨운 사연을 들으셨다.

유격근거지해산이후 오태희로인네 일가는 유격대가족이라는것으로 이만저만 박해를 당하지 않았다.

어느해 봄날 더덕을 캐러 산에 갔던 오영혜가 초기를 만나 쓰러진것을 다행히 이웃동네 지주집 머슴소년인 박로수가 구원해왔다. 박로수는 기미년 《토벌》때에 부모를 잃은 혈혈단신의 고아였다. 그는 오영혜를 제 친누이동생처럼 대하며 허물없이 찾아다녔다. 지주집의 눈을 피해 연자방아간에 흩어진 수수쌀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땔나무도 해왔다. 해방전에는 유격대를 찾아간다고 떠났다가 먼 북방탄광에서 징용살이도 했다.

해방이 되여 오영혜와 박로수가 조국땅에서 만났을 때는 서로가 내우하게 된 청년남녀로 되여 결국 사랑하는 사이로 되였다.

그런데 이제는 두번다시 오영혜와 박로수는 서로 만나게 되지 못할것이다.

(이를 어떻게 하면 좋단말인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시름겨운 생각에서 헤여나지 못한채 책상에 다가가 대전전과가 적힌 종이를 내려다보시였다.

그러나 수자는 안겨오지 않고 오영혜의 사진에서 본 박로수의 믿음스런 얼굴만이 떠오른다.

오영혜는 얼굴이 발깃해 펜을 달리였지. 한손으로는 편지를 가리우고. 그러나 다 쓴 다음에는 소학생이 선생님에게 수험지를 바치듯이 그 편지를 나에게 주었지.

《련애편지야 남이 봐선 안되지. 저 봉투에 넣고 풀로 잘 붙여라.》

그때 오영혜의 생글생글 웃던 눈이 함초롬히 젖어있었다.

《장군님! 정말 오늘로 가닿습니까?》

《그럼, 가구말구.》

여기까지 기억을 더듬어가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빼람옆에 붙은 신호단추를 누르시였다.

1분도 안되여 문이 방싯이 열리며 오영혜가 들어섰다.

《장군님, 기술서기 오영혜 명령대로 왔습니다.》

흰 군복저고리에 푸른 치마, 견장에 달린 두개의 작은 별, 옷의 구리단추는 창문으로 밀려든 석양빛에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걸 필사해야겠다.》

그이께서는 대전전과보고가 적힌 용지를 들어 오영혜에게 내미셨다.

《세통을 필사해서 하나는 중앙통신에 그리고 하나는 나에게, 다음것은 청사게시판에 붙여라.》

《장군님, 지시대로 집행하겠습니다.》

오영혜는 군인식으로 간단히 대답했다.

여느때같으면 뭔가 감탄과 환희에 찬 반응을 보였을 영혜였다. 군복차림에 군인식 대답이여서 그런가. 어딘가 이상스러운 느낌이 드셨다. 그이의 집무실이 최고사령부로 되다보니 얼마전부터 기술서기들과 교환수 거의다가 군복을 입고 내무규정준칙대로 행동하게 되였다. 그러나 아무리 사복에서 군복으로 바꿔졌다 해도 늘 아리잠직하면서도 방실거리는 웃음으로 소녀같아보이던 오영혜의 태도가 오늘은 별로 이상스레 보이였다.

《무슨 일이 생겼느냐?》

《장군님, 아무 일도 없습니다.》

오영혜는 웃어보였다.

그런데 어덴가 낯이 핼쑥해보이며 눈에 겁기가 어려있는것 같았다.

《그 수자들에서 잘 모를것이 없니? 전화를 받으며 급히 쓴것이여서 모를데가 있을게다.》

《장군님께서 쓰신 글씨는 제가 눈감고도 알아맞힙니다.》

응석기까지 느껴지는 대답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찬찬히 오영혜를 살펴보시다가 박로수에 대해서는 지금 알려줘서는 안되겠다고 고쳐생각하셨다.

차마 오영혜의 얼굴에 그늘이 지게 하실 용기가 없으셨다.

《그럼 가보거라. 그리구 그 수자 하나하나를 다 외워둬라. 그 하나하나의 수자에는… 그 전투성과에는 우리 전사들의 피가 스며있다.》

어떻게 오늘의 승리가 이루어졌는가. 어떻게 전사들이 야밤 백리길을 걸었고 탄우속을 내달으며 최현이며 박로수가 어떻게 사선을 넘나들었으며 그길에서 박로수가 영웅적인 삶을 바쳤는가를 꼭 이야기하고싶기도 했으나 말씀하실수 없었다. 오영혜한테는 그 비보를 전할수 없는것이다. 뒤로 미루어야 한다. 그것이 어느날 어느 시각으로 될지 그이께서는 결정하실수 없었다. 아마 그것은 더 큰, 더 기쁜 최후승리의 날일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화제를 돌리시였다.

《난 너의 저 그림에 찬성이다. 그래서 네 그림을 인민군화보에 내려고 한다.》

《제 그림을요?》

《그렇다. 모두가 다 보게.》

김일성동지께서는 여기서 숨이 막히시였다. 긴장하게 파고드는 오영혜의 시선에선 분명 그이상의 다른 말씀을 기다리는 빛이 담겨져있는것 같으셨다.

《박로수동무도 볼것이다. 꼭 보지. 보고 크게 힘을 얻을것이다. 힘을. 그 동문 참 훌륭한 싸움군이라고 하더라.》

《장군님!》

오영혜의 말소리가 푹 떨어져내리며 가야금의 선을 건드리듯 파문을 지으며 울렸다. 다소곳이 숙인 얼굴에 피기가 핼끔하게 사라졌다.

《너 웬일이냐? 어데 아프냐?》

《장군님, 일…없습니다.》

《…?…》

《전… 일없습니다.》

오영혜는 재차 뇌이고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눈시울이 불그레하게 변해갔다.

《너 우는것이 아니냐?》

《장군님, 전… 일없습니다. 울지… 않습니다.》

오영혜는 대답하다 말고 흐느낌을 터뜨렸다. 두손으로 입을 싸쥐였으나 흐느낌을 막아내지 못했다.

(알고있었구나.)

그이께서 지탱하고있던 가슴속 버팀기둥들이 와그르르 무너져내리였다.

《영혜야.》

그이께서는 조용히 부르시였다. 가슴이 억해져 말씀이 잘 나가지 않으시였다. 터져오르는 비감을 누르신 그이께서는 울음을 참노라 막은 오영혜의 손을 끄당겨내려 꼭 잡으셨다.

《울음이 나면 여기서 실컷 울어라. 이제 울고… 더는 울지 말어라. 박로수동무는 영웅으로 살다가 영웅으로 갔다.》

그이께서는 창가에 다가가 우뚝 서시였다. 밖에서는 대전승리를 알리는 방송원의 씩씩한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지고있었다.

《아까운… 아까운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희생된다!》

오영혜의 흐느낌이 점차 낮아지다가 끊겼으나 그이께서는 여전히 창가에 서계셨다.

《비상한 인민! 불굴한 인민!》

그이께서는 조용히 입속으로 뇌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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