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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59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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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8-10 01:18 조회6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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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59 회)

20 장

김책은 대전시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련포군장의 지휘감시소에서 전화를 하고있었다. 밖에서는 오래간만의 상봉을 즐기는 련합부대장들의 호걸찬 웃음과 명랑한 말소리들이 겨끔내기로 울렸다.

그러나 김책의 얼굴빛은 자못 엄숙했고 굳어져있었다. 그에게서 대전해방은 단순한 기쁨 하나로 안겨지는것이 아니였다. 지금 그는 최고사령관동지께 전투전과를 보고하면서 그것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거창한 감격과 환희와 함께 그 어떤 애수 비슷한 감정이 밀물처럼 격돌았다. 김일성동지께서 살상포로된 적의 수자와 파괴 및 로획한 무기 기자재에 대한 보고를 받으신후 《우리 전사들이 어떻게 싸웠는가 하는 자료종합은 못했습니까?》라고 물으실 때는 더욱 그러하였다.

김책은 흥분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평소의 그답지 않게 약간 들뜬 어조로 대답하였다.

《장군님,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지금 부대장동무들은 경쟁적으로 영웅후보자들을 추천하면서 제가 마치 전투위훈편집기자나 되는것처럼 가지가지 무훈담을 얘길 해오고있습니다.》

《그건 좋은것입니다. 하긴 우리 모든 전사들이 다 영웅인 셈이 아닙니까. 나에게 올려보낼 보고서에 그 모든 사실들을 다 기록하여주시오.

오늘의 전투승리는 바로 그 영웅전사들의 불타는 애국주의와 불요불굴의 투지가 있었기에 마련된것입니다.

나는 어제밤 54사 18련대 동무들을 생각했습니다. 수십의 장구를 지고 100여리 험한 길을 헤쳐간 그들의 피와 땀이 어린 행군을 생각하며 우리 인민의 무진장한 정신력을 생각했습니다.》

《장군님, 그들은 다 영웅들입니다. 제가 좀전에 18련대의 전투보고를 받다가 그 중대장을 찾아냈습니다.》

《누구라구요7 크게 말하시오.》

《네, 평천리와 서울에서 만난 리복심이라는 녀성동무 있지 않습니까. 그의 남편인 송기덕동무를 찾아냈습니다. 54사 18련대 모범전투원명단에 그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참 잘됐습니다. 하긴 그 동문 원래부터 잘 싸우게끔 된 동무입니다. 3년전에 내가 그를 만나본적이 있습니다. 정말 피눈물나는 과거를 가지고있는 동무입니다. 그래 그 동무를 불렀습니까?》

《제가 오늘저녁 그 련대에 내려가서 훈장수여식에 참가하려고 합니다. 거기서 훈장도 주고 처를 소박한데 대해 혼쌀도 내고 서울에 올려보내려고 합니다.》

《허허 혼쌀을 낸다?!… 모름지기 그 동문 처에 대해서 알면 맨발로도 달려갈것입니다. 김책동무. 이런 싸움에서는 사람들이 다 아름다와지게 되는 법입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그 동무를 이 즉시로 서울에 보냈으면 합니다. 복심동무를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책은 깊은 감동속에 대답올렸다.

《지금 동무가 가지고있는 훈장이 얼마나 됩니까?》

김일성동지께서 물으시였다.

《제기한데 비하면 절반수자도 안될것 같습니다.》

《그건 얼마든지 보낼테니 모든 모범전투원들에게 빠짐없이 수여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나는 그 전권을 동무에게 위임합니다.

김책동무, 오늘은 참 기쁜날입니다. 방금 최현동무하고도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 잘되고있습니다. 오늘은 <만세!>를 부를만 합니다. 7월 20일, 이날은 우리 인민이 어제날의 조선인민이 아니라는것을 세계에 떨쳐보인 날로 될것입니다.》

《장군님, 정말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였습니다.》

《조선사람의 본때! 옳습니다. 조선사람의 본때이지요. 우리는 세계에서 미국놈의 거만한 코대를 꺾어놓은 첫 인민으로 되였습니다.》

통쾌한 웃음소리가 호탕하게 들리였다.

《첫 인민!》

전화를 끝마치고난 김책은 그 어떤 소중한 금언인듯 이 말을 뇌였다.

김책은 손수건을 꺼내 눈굽을 닦았다. 바람결에 떠실려온 푸릿한 연기속에 섞인 재개비가 눈에 날아들었다.

도시상공에는 검붉은 구름이 쭈욱 깔려있었다. 초연과 먼지에 두터워진 구름장을 금빛해살이 꿰뚫고나가며 붉은색갈로 물들인것이다.

시가를 바라보는 김책의 뇌리에는 전쟁 첫날부터 오늘까지의 모든 일들이 화면처럼 떠올라 흘러갔다. 그 숨막히던 첫날 새벽이 방불히 재현되며 감회깊은 명상과 사색을 불러일으켰다. 6월 25일 새벽이야말로 혁명과 나라의 운명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이른 위기일발의 순간이였다. 모든 민족과 국가의 흥망성쇠는 대체로 오래인 수십, 수백년의 시공간속에 직선 또는 파곡선이 자기 궤도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 흥하고 망하는것이 매듭지어지고 결정지어지는것은 순간이다.

저 멀리 로씨야 10월혁명은 레닌이 《어제도 아니고 래일도 아닌 오늘》에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승리하였다. 바로 우리는6월 25일 새벽 즉시적인 반공격이 결심됨으로써 승리를 이룩하였다.

대전작전은 그 대표적례증이기도 하다. 단 하루라도 늦게 움직였다면 우리는 제1기병사단과 25, 24보병사단의 강력한 역포위전앞에서 패배를 당했을수 있다.

김책은 금강도하작전으로부터 대전작전전야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체험한 정신-심리적혼돈과 망설임의 과정을 더듬자 소름이 끼쳐들었다.

김일성동지의 명철한 판단이 없었다면 과연 어쩔번 했는가.

자기 역시 최용건이보다 더한 실책을 빚어낼수 있었다는 느낌이 김책의 가슴에 차디찬 얼음꼬챙이처럼 밀려들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어떠한 최특급비밀자료들이라 하여도 김책이나 최용건에게 다 알려주시였다. 오히려 전선실태에 대해서는 늘 전방에 있는 김책과 최용건이가 더 많이 알았다. 허나 분석과 판단의 신속성과 정확성에 있어서 김책과 최용건은 많은 경우 굼떴고 착오를 범하기도 한것이다.

(이것은 어쩔수 없는 숙명같구나.)

김책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이야말로 진실로 인민적지혜, 인민적의지의 집대성이시기때문이다. 그이께서는 이 땅에 내려진 축복이며 행복이다.)

김책은 순간과 력사에 대하여 위인과 민족의 운명에 대한 시적인 상념속에 깊이 잠겨들었다.

…운학은 두번째로 마취상태에서 깨여났다. 머리뼈의 부상에서 오는 동통으로 모르핀을 맞았던것이다. 부서진 창문을 가리운 백포가 바람에 흐느적거리며 소독약냄새가 지독스러운 방안에 매캐하고 아릿한 초연냄새를 싣고 들어왔다.

침대옆 쪽걸상에는 한쪽귀가 탄 둥글납작한 녀성군모가 놓여있었다. 련화는 보이지 않았다. 운학은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하나의 꿈처럼 생각되여 허둥이는 눈길로 방안을 더듬었다. 침상에 누워 점적을 받고있던 군인이 《깨여났군요. 그 동문 밖에 나갔습니다.》 하는 소리에 꿈이 아님을 확인하였다.

그러자 다시금 혼몽한 세계속에 잠겨 행복이랄지 슬픔이라 할지 모를 기분상태에 빠져들어갔다. 운학은 전투직전에 대대장으로부터 련대전방군의소 간호원들이 대대에 배속되였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그속에 련화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 병원에 와서 의식을 회복하고서야 탄우속에 자기를 구원한 녀성간호원이 련화임을 알았다. 그런데 련화는 몹시 변하였다. 군복을 입은데다가 얼굴이 타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어딘가 범접할수 없는 쌀쌀함과 수심이 어려있었다. 말말끝에 때로 울먹거리기도 하고 (운학의 아버지가 49년도에 옥사했다는 사실을 말할 때 특히 그러했다.) 죄송스러운 빛으로 멍하니 굳어있군 하였다.

운학은 리윤병이를 따라간 아버지 성송암이때문에 생겨난 고민이라고 리해해보려 했으나 여하튼 서운하고 야속하기까지 했다.

운학에게는 성송암이 끝내 바른길을 밟지 못한것이 안타깝고 불만스러운 일이였으나 어찌보면 하나의 장애가 없어진것 같은감도 없지 않았다. 다만 아직까지 련화가 아버지의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것으로 그 뜻을 입에 올릴수 없었다. 그는 그저 《이번엔 놔주지 않겠소.》라는 한마디로 그 모든 감정을 표시했다. 그 말에 련화는 고개를 떨구었을뿐 대답을 못했다. 그래도 운학의 손만은 꼭 잡아쥔채 놓을줄 몰랐다. 밖에서 떠들썩 울리는 말소리에 운학은 빙빙 감쳐돌아가는 그 생각에서 벗어났다.

말소리는 점점 더 가까와왔다.

《…글쎄 그 로재(로인이라는 함북방언)가 나무몽치를 휘두른다는데는 우리 창격전 명수들도 감탄할지경이였단 말입니다. 그 독함지같은 미국놈이 대가릴 싸쥐고 디굴디굴 굴며 닭똥같은 눈물을 쏟는 꼴이야 어디 보겠습디까.》

청높은 그 목소리가 운학에게는 귀익은것이였다.

《우리 아버님은 젊었을적에 택견(태권도)도 하시고 수박회(고구려시기 무술)동작도 몸에 익히셨대요. 우리 나라 고대의 무술이라고…》

수집게 받는 녀자의 목소리는 분명히 련화였다.

《이 방이예요.》

기척이 없이 문이 열렸다. 운학은 머리를 들려다가 눈앞이 핑-돌아가며 어지러워 눈만 크게 떴다. 눈굽이 발깃이 젖어 웃는지 우는지 모를 녀인은 련화고 강파롭게 생긴 얼굴에 잔뜩 치뜬 두눈이 벙글벙글 웃는 사람은 전달 30일날 만났다 헤여진 송기덕이였다.

(내가 이거 꿈을 꾸는건 아니야.)

《여, 운학이, 이거 염라국 귀신 다 된거 아니야.》

《기덕이가?…》

《그래 날세, 나지. <송기떡>이야.》

기덕은 일어나려 움찔거리는 운학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목멘소리를 내고는 껄껄 웃었다.

《여, 내 사실 동무한테 단단히 인사를 받자고 했는데.》

기덕은 이까지 말하고 문앞에 서있는 련화를 곁눈질하며 다시 그 청높은 함북토배기의 말투로 고아댔다.

《지금은 병상에 오른 팔부이니 후날로 미루겠당이.

이봐, 내 동무의 가시아버지를 살려 모셔왔단 말이야.》

《가시아버지라니?-》

운학이 의아스럽게 되물으며 련화를 보았다. 련화의 얼굴은 온통 눈물투성이였다.

《그래요! 아버지가 왔어요. 아버진 우릴 축복하겠다고 해요. 그리고… 아버진 미국놈까지 죽였대요. 그렇지요, 중대장동지?》

운학은 한송이 이슬맺힌 들장미같이 핀 련화의 얼굴을 놀라움속에 보았다.

《그래, 운학이, 임자 가시아버진가 하는 어른이 어쨌는가.》

기덕은 흥이 나서 련화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전투가 끝나기 바쁘게 주변수색에 착수한 송기덕이네는 한 수림속에서 두루마기차림의 로인과 미군병사와의 격투를 목격하였다. 물론 송기덕이가 련화에게 말한것처럼 로인이 승리자가 된것은 아니였다.

미국놈은 탄알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아니면 인민군대가 가까이 있다는것을 타산한때문인지 총은 쏘지 못하고 사생결단으로 지팽이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련화의 아버지라는 로인에게 이리 주춤 저리 주춤 밀리다가 총탁으로 로인의 가슴팍을 질렀다. 그통에 허궁 쓰러진 로인을 그놈이 재차 총탁으로 까려는 순간 기덕이네가 그놈을 쏴갈겼다. 가보니 로인은 목숨이 간신히 붙어 다 죽은 사람처럼 기척이 없었다. 중대위생지도원이 응급처치를 하고나자 로인은 정신을 차렸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련화는 기덕의 말이 끝날 때까지 내처 운학을 보았다. 사랑의 정이 타는 환희어린 미소가 방끗거렸다.

《아버지를… 만났음 좋겠어.》

운학이 말하자 련화는 새처럼 가볍게 걸어와 운학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옆에 기덕이며 부상병들이 있다는것도 다 잊은듯 말했다.

《고마워요. 아버질 용서하죠… 난 이젠… 떳떳해요.》

《동문 참…》

운학은 언젠가 자기를 흰눈이라 하며 시를 읊던 련화를 생각하고 코등이 저려올랐다. 련화의 이상스런 태도의 원인이 밝혀지자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것이 속에서 돌개물처럼 소용돌이친다.

《기덕이 왜 서있나. 앉으라구.》

운학은 자기 행복에 겨워 친구를 잠시나마 잊은것이 면구하여 말했다. 기덕은 씽긋 웃었다.

《난 인차 떠나야 돼.》

《그런데 어떻게 왔나? 내 있는것은 어떻게 알고?》

《동무가 있는것은 밖에서 이 <부인>을 만나 알고.》

기덕은 련화의 얼굴이 꽈리처럼 붉어지는것을 흡족하게 음미한후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난 새 부대 편성으로 소환되였어. 서울로 가는길이야. 차편에 우리 대대 부상병들과 동무네 그 가시아버지될분을 싣고와 피뜩 들린다는게 이렇게 되였어. 저 성련화동무와는 구면이야. 앞으로 전쟁이 끝나 잔치를 하게 되면 동무가 찾지 않아도 저 동문 날 찾을거야.》

기덕은 서운해하는 운학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얼굴이 약간 붉어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 길에 난 처를 만나게 돼.》

《처라니? 동문 처가 없다지 않았나?》

운학이 놀란 소리를 하자 기덕은 어색히 웃었다.

《그렇게… 철없을 때가 있네. 동무넨 그러지 않으리라 믿어. 운학이, 날 누가 부르신줄 알아. 장군님께서 찾으셨어. 우리 처를 장군님께서 아셔, 서울병원에 지금 그가 있어. 내가 꼭 가야 한대.

난 정말 기쁘다. 그만 만나면 이젠 원이 없다.》

기덕은 손굽으로 눈등을 뿍 문지르고 다시금 어색하면서도 행복스러운 웃음을 짓고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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