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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58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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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8-09 02:59 조회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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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58 회)

20 장

《련대들은 전반적으로 각개 포위되였습니다.》

최현사단장의 엄페호에 뛰여든 참모장은 헐떡거리는 숨결을 진정하지 못하며 지도를 펼쳤다. 여기저기 급하게 연필을 휘두르는 통에 구멍이 나고 찢겨진 지도에서 전선은 들쑹날쑹한 톱날형으로 되여있었다. 사단장을 호위하고있던 전사들이 놀라 치뜬 눈으로 그들을 보고있었다. 최현은 참모장의 어깨를 잡아 거치른 숨소리가 볼에 미치는데까지 끌어당기고 귀에 입을 댄채 속삭였다.

《이제 두번다시 그런 소릴 했다간 총살할테요.》

참모장이 얼떨떨해 그의 손에서 어깨를 빼며 물러서 안경을 바로잡을 때 최현은 크게 소리쳤다.

《포위란 없소. 포위는 우리가 했단 말이요. 우리가!… 이제 해만 지면 그 결과가 보일것이요.》

《사단장동지, 그렇지만 17련대 후면에 들어온 적들은…》

《그건 다 물만 찌면 저절로 죽을 올챙이떼요.… 여기선 한개 분대도 뗄수 없소. 동문 그러지 말고 련대들과 련락을 취할 방도나 생각하오. 저기 괴뢰군련대장 엄페호에서 지금 무전기수리가 끝나가고있을것이요.》

《사단장동지, 상하지 않았습니까?》

참모장의 말에 최현은 뭉청 갈라져나간 오른쪽옆구리의 옷자락을 내려다보고 싱긋 웃었다.

《상하긴, 상했다간 내가 장군님한테 무슨 졸경을 치르자고… 어서 가보오. 이제 적들이 밀려들면 당신까지 총질을 하기 시작하겠는데… 안경쟁이까지 싸울건 못돼.》

최현은 전호턱에서 너슬너슬 타고있는 고목등걸에 대고 담배불을 붙여물고 적의 시체가 너저분히 깔린 보리밭을 내다보았다.

깡그리 불타고 뒤집혀진 거뭇한 등성이의 여기저기에서는 적의 시체들이 타고있었다. 30분전에 날아온 적의 대폭격기편대가 소이탄과 줄폭탄으로 주변의 땅을 다 뒤집고 태울만 한것은 남김없이 태워버렸다.

최현은 전호앞 열댓메터앞에 다 타버린 강냉이단처럼 시꺼멓게 되여 연기를 뿜고있는 적의 시체를 물끄러미 보며 이마살을 찡그렸다.

(여하튼 일은 신통치 않다. 사단장까지 전투한줄 알면 얼마나 말들이 많겠는가. 저 불쌍한것한테 하마트면 찔리울번 하지 않았는가. 역포위라?… 그래 역포위에 들수도 있다.)

최현사단은 엊저녁 황혼이 내리는것을 시작으로 첨입전투를 진행하였다. 매개 련대가 일선형공격기도를 보이고는 적의 부대간 린접점마다 집중포사격을 해대고 종심공격을 단행했다. 최현은 6련대의 두개 대대로 괴뢰 1사 13련대와 수도사단의 린접점을 뚫고 1계단방어진을 허물어버렸다. 그 기세로 근 6를 전진하였다.

이로 하여 사단의 전선은 톱날형을 이루었다.

최현으로서는 이미 이것을 예견하였고 지휘관들에게 이번 전투가 매개 련대, 대대가 단독적인 결심으로 싸우는 유격전형식으로 되리라는것을 말했다. 그러나 적의 진중에 너무 깊숙이 박혀 후방과는 물론 린접과 차단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적들은 종심에 들어온 대대들에 쉴새없는 공격을 들이댐과 동시에 우회와 역습으로 후방의 공간지대까지 뚫고들어와 역포위망을 좁히고있는것이였다. 최현은 이제라도 첨입전투대대들을 되돌려 세워 후방으로 침투한 적들을 들이치고 전선을 련결시키면 위기에서 피할수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대전까지 진출하려는 작전방침에 어긋나는 퇴각이라고 생각했다. 명령앞에서 전진만을 아는 최현에게서 그것은 죽음보다 무서운 일이였다.

(이제 해만 지면…)

최현은 폭연속에 잠기여 빨간 감알처럼 보이는 해를 보며 이를 으드득 갈았다. 그때면 남은 포탄을 저앞에 다 쏟아붓고 나갈것이다. 그는 이앞에는 요새화된 진지가 없으므로 일단 적의 첫 참호를 벗어나면 대전뒤까지 나갈수 있다고 믿고있었다. 때때로 옷주머니에 넣은 장군님의 친서를 감촉할 때면 자기의 행동을 두고 머리를 기웃거렸으나 다른 결심을 내릴수 없었다.

《사단장동지, 17련대와 무전련락이 취해졌습니다.》

참모장이 다시 나타났다. 최현은 벌떡 일어섰다.

《어떻다오?》

《적의 돌격이 뜸해졌답니다.》

《놈들이 우리 기도를 알아차린것이 아닐가. 야간공격이 두려워 무슨 꿍꿍이를 꾸밀수도 있지. 여기서도 벌써 30분동안 끄떡않거든. 6련대장에게 전투정찰을 하라고 하시오.》

그때 참모장련락병이 달려왔다.

《사단장동지, 정찰과장동지가 굉장한 전화를 도청하고있습니다. 빨리 오시라고 합니다.》

련락병은 얼굴이 환해서 말했다. 중상자 몇명이 누워있는 엄페호안에서는 정찰과장이 레시바를 꽂고 눈이 퉁방울처럼 되여 듣고있었다.

《뭐요?》

《사단장동지, 적의 공개무선입니다. 대전이 함락되였고 미24사가 포위소멸되였다는것입니다. 진지이동에 대하여 떠벌이는데 영어와 뒤섞여서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허튼 소리요?》

《아니, 사실입니다. 대전은 포위됐다. 미24사는 살지 못했다. 이런 소리들로 꽉 찼습니다. 좀 들어보십시오.》

최현은 레시바를 내여미는 정찰과장의 손을 쳐버렸다.

《속임수요.》

그는 비칠하며 콩크리트벽을 짚었다. 그리고 한참이나 고개를 떨군채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일수 있잖을가.… 아니 그럴수 없다. 아직은… 이것은 음흉한 모략이다. 우리의 신경과 사고를 흐리게 하고 함정에 빠뜨리자는 수작이다.)

《기만이요.》

최현은 고통스럽게 뇌이고 돌아섰다.

《사단장동지, 여러군데서 떠드는 소리입니다. 들어보십시오.》

《난 꼬부랑말은 몰라.》

그때 전화종소리가 길게 울렸다. 최현은 부관의 손이 뻗치기전에 그 송수화기를 잡아들었다. 4련대장이였다. 최현은 듣다 말고 소리쳤다.

《다시 말하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가 뭐요. 정확히 자세히 말하오.》

《련대군의소앞까지 들어왔던 적들도 다 전투없이 도주하였습니다. 우리 주위를 역포위하던 적들도 다 사라졌다는것입니다.》

《사라졌는가 숨었는가 확인했소?》

《도망쳤습니다.》

최현은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었다. 사납게 찌프린 눈으로 책상우에 펼쳐진 지도를 쏴보다가 결심한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17련대와 여기 6련대방향에 엄호조를 붙인 통신병들을 파견하여 전화선을 가설하시오. 그들의 선을 동무네 교환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이 선에 련결시키시오. 그리고 <집>(전선사령부)과의 전화선이 끊어진 상태유무를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시오. 다음… 군사부사단장동무에게 말하여 사단예비대인 직속대대들을 17련대에 파견하게 하시오. 그리고 동무는 경비소대와 사단 후방부성원들로 사단후위를 맡고 일체 포와 전투중대들을 나에게 보내오. 시간은 30분안으로요. 이상이요.》

《사단장동지!》

참모장의 황급한 웨침을 들으며 최현은 전화기를 놓았다. 이마에 돋힌 땀을 닦으며 최현은 참모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요?》

《예비대까지 다 끌어내오면 우리뒤는 완전한 공백지대입니다.》

《총공격을 하자는것이요.》

《총공격?! 그건 모험입니다.》

《그럴수도 있소.》

최현의 생각은 복잡하였다. 안개낀 골짜기에 떨어져 방향을 가늠할수 없을 때와도 같은 심정이기도 하였다.

《사단장동지, 어떤 모험도 하지 말라는 명령이 계시지 않았습니까?》

최현은 흠칫하며 참모장을 바라보았다. 먼지낀 안경알밑에서 초조한 눈길이 안타까이 자기를 지켜보고있었다.

(그렇다. 장군님께서는 나나 사단장병들의 무모한 희생을 념려하시였다.

그러나 시간이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장군님께서는 대전을 지켜보고계실것이다. 그런데 대전은 우리가 나가야만 한다.

우리가! 오직 빨리 나가는 길밖에 없다. 적은 바로 우리의 전진을 뜨게 하기 위해 책략을 꾸미고있다. 책략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설사 책략이 아니더라도 빨리 나가는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최현은 참모장을 향해 침착한 태도로 말했다.

《30분내로 공격전반을 료해하고 시작해야겠소.》

《해가 있는데도 말입니까?》

《그렇소. 적은 야간공격에 대비해있소. 지금의 이 고요나 전파놀음이 다 우리의 야간습격을 막기 위한 방어전구축이라던가 배비변경을 위한 모략일수 있소. 이 경우엔 예상치 않은 행동으로 적을 놀래우고 우리의 수에 걸려들게 하는 길밖에 없소.》

매 련대들에 련락병들을 파견한 다음 최현은 빈 포탄상자우에 걸터앉은채 써레기담배를 말기 시작하였다. 흥분이 심할 때면 권연보다 담배를 말아피우는데 습관된 그였다. 그런데 담배가 잘 말아지지 않았다. 손끝이 가늘게 떨리는것이 알렸다.

(내가 지금… 당황한것이 아닌가. 뭔가 섞갈리고있는것 같다. 대낮에 공격산병선을 로출시키는것은 무모한것이 아닌가. 그러나…)

최현의 손에서는 담배가루가 푸실푸실 날아내렸다.

(우린 장군님께서 그어주신 화살표대로 못나가고있다. 희생이 있더라도… 그대로 하는수밖에 없다.)

찌르릉, 전화종소리가 다급히 길게 울렸다. 최현은 끝내 담배를 말지 못한채 그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뭐라구!》

최현은 벌떠덕 일어서며 고함쳤다. 그는 왼손을 저어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이고는 숨을 끊고 수화기에 귀를 바싹 붙였다. 흥분한 목소리가 쨍쨍히 울려나왔다.

《53사교환입니다. 최고사령부에서 52사사단장동지를 찾습니다.》

공개통화였다. 이게 과연 사실이란 말인가. 최현은 장미를 곤두세우고 몸을 떨었다,

《내가 최현이야. 빨리 대라.》

지도를 보던 참모장이며 구석벽에 기대여있던 중상자들의 놀란 눈길이 그에게 쏠릴 때 최현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지고 좁혀진 눈시울이 떨었다. 그는 열병환자처럼 가쁘게 숨을 쉬였다. 굵고 선명한 목소리가 수화구의 진동판을 울렸다.

《최현동무가 옳소?》

《접니다, 최현입니다.》

《그래 지금 거기가 어디요?》

《장군님, 아직 저흰 돌파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하겠습니다.》

《거기가 어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재차 물으시였다. 최현은 엄페호안을 돌아보고는 뜨덤뜨덤 대답올렸다.

《사단장지휘감시소입니다.》

《거짓말을 하지 마시오. 지금 거긴 최전방이지요?》

《…》

《동문 내 편지를 못받았습니까?》

《받았습니다.》

《받았다?… 그래 이제 돌격하자는것입니까?》

《네, 오늘밤안으로 꼭 나가겠습니다.》

《지금 거기 적정은 어떻소?》

《겉으로는 조용합니다. 놈들은 무슨 흉계를 꾸미고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결정적인 공격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최현동무, 놈들의 행동은 무슨 흉계가 아니라 퇴각하는것입니다.》

《네-?!》

《대전의 적이 포위섬멸되였습니다.》

《장군님, 그것이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대전은 우리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이 사실을 알리자고 동무에게 전화를 건것입니다.》

《장군님!》

최현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매연에 절은 거밋한 볼로 두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최현동무, 왜 그러오? 무슨 일이 있소?》

《장군님, 기뻐서…

죄송합니다. 우린 대전을 포위하지 못하고… 장군님께 걱정만 끼쳐드리고… 면목이 없습니다.》

《최현동무.》

김일성동지께서는 너그러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대전포위작전에는 동무들의 숨은 공로도 깃들어있소. 만약 동무들이 괴뢰1군단을 붙잡아놓지 않았더라면 대전포위전은 어려웠을것이요. 동무들의 완강하고 희생적인 공격으로 하여 적의 시선이 거기에 쏠렸기때문에 우리의 포위작전은 훌륭하게 수행될수 있었소. 나는 이에 대하여 동무들에게 감사를 드리오.

그리고 하나 알려줄것이 있소. 철호동무가 군조국보위후원회사업에 대단한 솜씨를 보이고있소. 룡옥이랑 아이들이 다 잘 있다오.》

《장군님!》

최현은 전화가 끝나 한동안 포탄상자우에 무너지듯 주저앉아 얼굴을 싸쥔채 꼼짝않고있었다.

이상스럽게도 전쟁이 일어나 오늘까지 거의 잊다싶이했던 처며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잠에 취한 룡옥이를 껴안고 일어섰을 때 더없이 측은하고 아프신 눈가로 보시던 장군님의 모습이 그리움속에 살아오르며 가슴을 쥐고 흔들었다.

참모장이 물통을 쥐고 다가갔을 때 최현은 뿌리치듯 밀쳐버리고 일어섰다.

《장군님께서 우리에게 감사를 주셨소.》

최현은 술취한 사람처럼 휘친거리며 전호에 나가 흉장우에 널려진 모래가마니우에 주저앉았다. 웬일인가 하여 올려다보는 전사들의 탄염에 거칠어지고 초연에 꺼매진 얼굴들을 묵묵히 보다가 불현듯 《허허.》 하고 웃었다. 눈물자리로 얼룩진 그의 얼굴은 우습강스럽게 이지러지였다.

《다들 일루 오라구.》

최현은 안주머니에서 노란 절연지에 싼것을 꺼내였다. 약간씩 떠는 손길로 그 절연지를 벗기자 금박글씨가 박힌 붉은 담배곽이 나왔다. 최현은 그 담배곽을 터쳐 담배를 꺼내였다. 제일 첫대를 뒤에 따라와선 참모장에게 내밀었다.

《전 안피웁니다.》

《피우오.》

최현의 눈섭이 꿈틀거렸다. 그다음 전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마지막 한대가 남자 최현은 아수한 눈길로 담배곽과 전사들을 보다가 경기관총수를 발견하고 그에게 내밀었다.

《받으라구.》

《사단장동진…》

《글쎄 피우라구.》

전사들은 엄한 사단장의 명령이라 무슨 중대한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처럼 담배불을 돌려가며 붙이고 연기를 빨았다. 최현은 두눈이 가느스름해져 담배를 빠는 전사들의 모습을 보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맛이 어떻소?》

《좋습니다.》

누군가 한마디 하자 저마끔 떠들었다. 구수하다거니 향기롭다거니 합창처럼 터져나오는 소리에 최현은 입이 벙글써해졌다.

《그래, 정히들 피우오. 그건 장군님께서 주신것이요.》

전사들은 담배를 피우다 말고 다들 굳어져 사단장을 바라보았다. 최현은 여전히 웃음을 띠운채 말하였다.

《전쟁이 승리한 날 피우자던 담배요.》

행복스런 미소가 그의 얼굴을 무척 천진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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