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여름 52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 조선문학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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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52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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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8-03 01:51 조회6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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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2 회)

18 장

김일성동지께서 계시는 방에서 나온 김책과 강건은 눈같이 흰 백포가 깔린 침대 두개가 나란히 놓인 방에 들어서자 잠시 마주보았다.

《어떻게 할가?》

《쉬셔야지요.》

이때 두사람의 얼굴에는 행복스러운 소년들만이 가질수 있는 미소가 피여올랐다. 두사람은 등을 마주한채 앉아 갑자르며 장화를 벗었다. 그리고 세면장으로 들어간 그들은 다같이 어린애가 된듯싶은 기분으로 푸푸 소리를 내며 머리도 감고 발도 씻었다.

강건은 수건걸개에 매여달린 푸른 세면주머니에 시선이 가자 두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노란 수실로 새긴 《승리》라는 글자를 만져보기까지 하고 김책을 돌아보았다.

《이건 어디서 받은것입니까?》

김책은 피끗 돌아보고 수건을 비틀어짜며 말했다.

《그 임자를 오늘 만났댔소. 난 잊었는데 장군님께서 알아보셨소.》

《어떤 녀자인데요?》

《우리가 평천폭격장에서 만난 녀자인데 오늘 이곳 병원에서 만나보았소.》

김책은 침실에 들어와 복심이라는 녀자를 만난것으로부터 낮에 있은 일 몇가지를 말해주었다.

오늘오후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과 함께 서울시내 여러곳을 돌아보시였다. 한강에 부설한 잠수교를 보신 그이께서는 적의 항공대가 모든 도로와 다리를 제압하는 조건에서 큰 강들마다에 이런 잠수교를 가설하고 주요도로와 다리들에 항시적으로 복구대를 두고 련락장을 꾸릴데 대하여 가르쳐주셨다. 련락장은 야간행군을 위주로 하는 인민군대와 보급물자운반대렬이 낮에는 대피도 하고 식사도 할수 있는 장소로 되여야 하므로 진료소와 간단한 자동차수리소까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매 작전과 전투조직이 끝난 후에 군수물자를 날라가는 종래의 방식을 고치고 예견하는 주요작전지구들에 중앙병공창의 분살림형태로 선두병공창을꾸릴데 대한 발기를 하셨다. 물자의 수송보급문제로 늘 골을 앓던 김책에게 이것은 하나의 혁명적방안이였다.김일성동지께서는계속하여 작전물자의 보급을 철도나 자동차 하나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원적으로 떨쳐난 인민들의 힘에 의거할데 대하여 주요하게 말씀하셨다. 그길로김일성동지께서는 경성전기회사자리에 들리시여 평양에서 파견된 경제일군들과 짤막한 담화를 하신 후 서울에 군수생산분국을 조직하며 피복류와 신발같은 일용품을 여기서 자체생산하여 보장할데 대하여 가르쳐주시였다. 그때 김책은 이것이야말로 산업상이였던 자기가 포착하고 조직해야 할 일이 아니였던가 하는 자책을 심하게 느꼈으나 이 역시 그이의 특출한 예지로만 할수 있는 일이라는데 생각이 멎고말았다.…

창문에 부딪치는 날벌레들의 날개짓소리가 들려왔다. 두사람은 침대에 걸터앉은채 창문쪽을 내다보았다.

《사령관동지, 우리 결심안에 대해서 장군님께서 그대로 비준하실것 같습니까?》

강건이 느닷없이 물었다. 그들은 방금전김일성동지께 대전작전에 대한 전선사령부의 최종결심안을 보고드렸다.김일성동지께서는그들의 초조한 얼굴을 지켜보다가 래일 새벽에 토론하자고 하며 이젠 밤이 깊었으니 쉬라고 하셨다.

《너무 옹생원이 되지 말기요. 자기를 믿어야지. 그만 자자구.》

《그런데 장군님께서 정말 지금 쉬실가요?》

《내 강부관한테도 단단히 말했으니 오늘에야 좀 쉬시겠지. 벌써 두시구만.》

《그럼 좀 누웁시다.》

그들은 서로 마주 빙긋 웃고 모포속에 몸을 감추었다.

강건은 오른쪽으로 몸을 꼬부린채 누워 인츰 코를 골았다. 알릴락말락하는 그 코소리를 들으며 김책은 습관대로 하루사업에서 잘못된것이 없는가를 생각해보려 했다. 그러나 여느때와 달리 생각이 흐리멍텅해지며 무섭게 잠이 몰려들었다.

(대전작전결심안이 과연 완성된것일가.)

김책은 사단들의 진격로들을 머리속에 그려보다가 잠들었다.

그들은 다같이김일성동지께서 곁에 와 계신다는것으로 모든 근심을 잊고만것이였다.

김책과 강건이 초보적으로 완성한 대전작전안은 최고사령관동지의 7월 8일부 작전방침에 철저히 근거해 작성한 포위전계획이였다. 주타격부대들의 7월 8일이후의 전투들은 바로 이 최종작전에로 내닫는 행동이기도 하였다. 53사와 54사식의 성과적인 금강도하로 하여 대전작전은 성공할수 있는 마지막그물을 치는것으로 남았다.

오늘저녁 총참모부결심안으로 제출된 대전전투는 세개 사단으로 수행하게 되여있었다.

53사는 대전을 정면과 동북방으로부터 압축하며 54사는 대전의 우익인 서쪽에서, 52사는 대전의 동남쪽인 대전-금산간의 도로를 차단하고 포위망을 좁혀 24사를 전멸시키자는것이였다. 대전의 서남쪽에서 24사의 좌익린접을 형성하려 지원해올수 있는 호남지구 전투사령부의 병력은 론산쪽으로 진출하는 54사 18련대로 제압하게 되여있었고 대전동쪽의 피반령에서 미24사의 우익린접을 형성하려 지원해올수 있는 괴뢰1군단에 대해서는 52사의 2제대 련대와 (대전후면으로의 52사진출은 두개 련대로 예견하고있었다.) 53사 9련대의 일부 력량으로 막게끔 타산되였다. 대전 포위공격전투날자는 7월 21일까지 대전뒤 옥천계선에 나가겠다는 최현의 결심에 의거하여 7월 22일로 잡았다.

7월 16일까지의 적아의 력량과 전선형편을 볼 때 이 작전은 매우 과학적인 빈틈없는 작전이였다. 김책과 강건이 이 작전에서 우려한것이 있다면 피반령에서 저지된 52사가 과연 제시간안에 대전후면을 차단하겠는가 하는것뿐이였다. 그러나 그것도 최현장령의 확답속에 가능한것으로 된이상 거칠것이 없었다. 김책과 강건은 현재의 결심안에 자신을 가졌다. 어떤 어려운 문제나 그 예리하고 정확한 통찰력과 천재적예지로 즉석 판단하시는김일성동지께서 별다른 의견이 없이 김책과 강건을 쉬라고 하셨다는데서 이들은 더욱더 마음을 놓은것이였다.

그러나 이 두 장령은 바로 자기들이 잠든 시각에 부산으로 상륙하리라 생각한 1기병사단이 포항을 향해 침로를 돌린것은 몰랐다.

김책과 강건이 대전에서 미제침략군 주력을 결정적으로 소멸해치우자고 결심한것처럼 맥아더와 워커 역시 이 대전을 한니발의 깐느격전장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한것이였다. 하여 22일이 아니라 20일이면 1기병사단이 대전에 도착하여 피반령쪽으로부터 남하하는 52사앞에 장벽을 조성하면서 대전방어를 보강하고 53사와 905땅크사단을 역포위하여 격파할수 있는 위험이 짙어간다는것은 더욱 알수 없었다.

탁상등의 불그스레한 빛발은 흰 모슬린이 드리운 벽들마다에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들을 새겨놓고있었다. 파아란 담배연기가 그 벽을 따라 그물거리며 기여오르다가는 맹렬히 돌아가는 선풍기의 나래바람에 부딪쳐 흐트러지군 했다.

깊어가는 밤의 고요와 정적이 그대로 옮겨앉은듯 한 방이였다. 차광막을 대신하는 검은 비로도창가림은 이따금 웨치는 보초병의 구령도, 자동차의 소음도, 먼곳에서 울리는 야간비행대의 폭음도 막아주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부시게 흰 와이샤쯔의 웃단추를 터치신채 책상우의 지도를 마주하고계셨다.

새로 한시, 두시… 시간의 분침은 계속 움직였으나김일성동지께서는 그자리에서 움직일줄 모르셨다. 어느 틈으로 날아들었는지 모를 하루살이들이 탁상등주위를 맴돌다가 소매를 걷어올린 그이의 팔우에 주저없이 앉는것도 느끼지 못하시였다. 옥색 재털이우에 놓인 담배에 손을 뻗치였다가 그 담배가 절로 다 타서 재가 된것을 아시고는 그대로 손을 끄당겨 이마에 가져가셨다.

《장군님!》

조심스레 울리는 목소리에 그이께서는 고개를 드셨다. 책상앞에는 강부관이 서있었다. 두손을 바지혼솔에 딱 붙이고 차렷자세를 한것으로 자기는 매우 공식적인 임무를 집행한다는것을 암시하는 시위적인 자세였다.김일성동지께서는 그가 신랄한 공격을 가해올 잡도리란것을아셨다. 좀전에 그가 들어와 쉬실것을 간청할 때 그럼 자겠다고 웃옷까지 벗으며 약속하신 그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럴 때는 선손을 써막는것이 좋다는것을 아셨으나 방금 이어가던 생각때문에 다시 지도에 시선을 주셨다.

다행히 강부관은 기척이 없었다.

1분, 2분, 또 10분…김일성동지께서는 강부관이 나갔는가 하여 눈길을 드셨다. 그런데 강부관은 그대로 서있었다. 옛날 과오를 범한 유격대원들이 자기스스로 금을 그어놓은 원안에 들어가 하루종일 차렷을 한채 《근신처벌》을 받던 그런 자세였다. 입술은 뿌주름히 내밀어있었고 내리깐 눈에서는 방금이라도 눈물이 쏟아질상싶었다.김일성동지께서는 눈섭을 찌프리셨다.

《강동무, 그러지 말고 가서 좀 자라구.》

《장군님!》

요지부동일듯싶던 강부관이 한걸음 내짚었다. 목에서 울대뼈가 움씰하고 얼굴이 뻘겋게 질려갔다.

《장군님께서는 지금 며칠밤을 안쉰지 아십니까. 그렇게 못쉬구서 어떻게 미국과 전쟁을 끝까지 하겠습니까! 이러시다가 앓으시면-》

강부관의 고개는 외로 틀어졌다. 맹렬한 시작에 비해서 뒤는 물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껄껄 웃으시였다.

《아직 초저녁인데 뭘 그러나?》

《장군님 지금 두십니다. 다섯시면 작전회의를 하시잖습니까. 그러면.》

《벌써 두신가. 허허. 그럼 자야지. 자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색연필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강부관은 온 얼굴이 비 씻긴 하늘처럼 환해졌다. 그는 방안을 두루 살피다가 침대우에 대형작전지도가 펼쳐져있는것을 보고 허락을 받을념도 않고 달려가 두루루 말았다.김일성동지께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띠우신채 그를 살피다가 창가의 쏘파에 가앉으셨다.

《강동무, 난 여기서 자겠소. 이럴 땐 야전식으로 자는게 더 좋지. 침대에선 동무가 자라구.》

강부관은 딱한 기색으로김일성동지와 침대를 엇갈아보다가 한수 양보한다는 식으로 침대우의 깃털베개와 백포를 주섬주섬 벗겨들었다.

《장군님, 탁상등도 끄겠습니다.》

쏘파우에 베개와 백포를 내려놓은 강부관은 큰 승리를 한 개선장군마냥 만족스런 기색이였으나 그 빛을 감추느라 말소리는 매우 공손했다.

(이건 완전히 강짜인걸.)

김일성동지께서는 하는수 없이 쏘파우에 비스듬히 누우셨다. 순간 온몸이 둥 뜨는듯 하며 천정과 벽이 핑 돌아가는것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께서 몹시 지치셨음을 깨달으셨다.

(그래 옳다. 좀 자야 한다. 저 보모의 역을 노는 강부관의 말이 옳다. 자자.)

그이께서는 오른손을 이마우에 얹으며 눈을 감으셨다. 딸깍 하고 탁상등스위치를 끄는 소리와 함께 포근한 어둠이 눈시울을 덮었다. 그러자 온몸이 아득한 나락으로 잠겨내려가는것 같고 눈앞에는 계선과 형태가 명백치 않은 광대한 전선이 펼쳐졌다. 산길과 도로와 참호들, 땅크와 보병중대의 행렬이 지도의 화살표들과 치차표식의 부호에 엇섞여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검푸른 바다가 펼쳐졌고 물갈기를 일으키며 내닫는 군함의 검은 선체와 그 물사다리를 타고 내리는 중무장한 적군병사의 모습도 보였다.

(그래, 이건 내가 미1기병사단의 움직임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탓이다.)

김책과 강건은 그 1기사도 부산으로 상륙하리라 보고있다. 항만시설이라던가 전례로 보면 그것이 옳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지도앞에 앉으셨을 때와 같은 사색의 세계에 되돌아가셨다.

머리는 점점 더 맑아지셨다. 좀 다르다면 수자적인 계산과 추리대신 상념이 뒤섞인 영화의 화면같은 광경이 줄곧 눈앞에 서려오는것이였다.

언젠가 외국기록영화에서 보신 미드웨이해전과 사이판도상륙작전의 몇개 장면까지 떠오르셨다. 탄약이 떨어진 몇천에 불과한 일본군을 대상해 수백대의 비행기와 땅크를 앞세워 초토화작전을 벌리며 몇개 사단의 무력으로 살륙전을 벌리던 화폭이였다. 화염방사기의 불길, 땅을 짓씹는 무한궤도, 까만 먼지처럼 자욱히 덮여 내달려오는 보병의 돌격대형…

(그렇다. 맥아더는 병력과 화력의 절대적우세하에서만 싸우는자다. 그의 작전적안목이란 땅크와 대포의 수자, 총탄과 포탄의 톤수에서 적아의 대비를 재빨리 계산하고 결심하는 거기에 있다. 코레히돌에서는 약간한 병력차이때문에 도주까지 하지 않았던가. 지금 그는 화력의 절대적우세를 떠벌이던 금강이 돌파당한 상태에서 몇배의 병력지원을 꾀할것이다. 물론 그도 지금 대전을 생각할것이다. 그렇다면 어저께 요꼬하마부두를 떠난 1기병사단은 어데를 목표로 하겠는가. 대전으로 온다고 봐야 할것이다. 그 1기사가 대전에 오는것은 맥아더가 우리의 수에 걸려 피동에 빠진것으로 된다. 그러나 당면한 대전작전에서 1기사의 출현은 명백한 위험으로 된다. 그렇다면… 아니 다시 생각해보자. 맥아더가 보다 담이 큰놈이라면 동서해안의 어느곳에서 상륙작전을 할수도 있잖을가?)

동서의 해안선들이 일시에 떠오르고 공격산병선들이 죽 펼쳐졌다.

(어디로 들이밀것인가. 55사의 전투지구?… 그 55사는 울진과 평해리를 지났지. 맥아더는 산이 많은 그 험지에 기계화사단을 들이밀수는 없다. 최춘국의 전선중부 역시 그렇다. 그들은 단양고개를 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부?… 온양-공주쪽으로 쳐들어온다는것인데 거기는 한개 사단이 상륙할 항만이 없지 않은가. 거기는 아니다. 현재 맥아더가 상륙을 꾀할수 있는곳이란 목포나 부산, 포항뿐이다. 목포까지는 바다길의 거리가 멀므로 그것은 지워버리자. 부산과 포항?… 부산은 지금 미본토와 일본에서 들여오는 군수물자하역으로 빈틈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포항이다. 포항은 대전과 직선으로 이어진곳이고…)

써늘한 랭기가 가슴 한곬을 파고 지나가는것 같으셨다.

1기병사단이 출동했다면 그 선전대는 하루사이에 포항에 들어설것이였다. 바다우에 까맣게 덮여드는 상륙정들과 모래불로 뛰여내리는 군인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움직였다.

(그래, 나의 불안은 바로 여기에 있은것이야. 22일이라는 작전개시날자에 대한 불만도 바로 여기로부터 시작되는것이고…)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과 강건이 제출한 대전작전안에서 두가지 모순점을 포착하셨다. 하나는 작전준비시간을 너무 오래 잡는것이였다. 피반령돌파를 기준한다는 리유로 닷새동안이나 우물거린다는것은 그 어떤 객관적인 사정으로도 합리화할수 없었다. 또한 변화된 현실과 정황에 관계없이 곧은목으로 나가려는 유연치 못한 립장이였다. 그러나김일성동지께서는 이 모든 불만과 의견을 보류하셨다. 이 전쟁에서 시간의 절박성, 그 시간의 의의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김책과 강건이 더 다른 방안이 없어 택한 결심임을 너무나 잘 아셨기때문이였다. 그리고 늘 밤을 못자 수척해진 그들의 얼굴로 하여 차마 말씀을 떼실수 없었다.그이께서는 이 문제 해결의 과제를 스스로 자신께서 짊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그렇다면 맥아더는 우리의 의도를 다 알고 움직이는셈이다.

최현사단을 한개 군단으로 막는것도 그놈의 선견지명으로 봐두자. 그 뒤쪽에 25사를 웅크리고있게 한것 역시 그렇다. 놈은 우리의 대전포위작전구상을 대체로 짐작하고 막는셈이다. 현재의 그 무력이면 놈들은 역포위를 시도할수 있으나 역시 맥아더는 엉큼한자다. 놈은 더 많은 무력을 끌여들여 력량상 절대적인 우세를 보일 때를 기다리고있다.

1기사? 1기사라?… 그외에 어떤 무력을 대전으로 끌어들일수 있는가?

피반령이 돌파당하는 경우 괴뢰1군단이 들어설것이고… 김천에 있는 미25사의 한개 련대가 덧붙여질것이다. 호남지구전투사령부 관하 부대들도 움직일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여섯개 사단이다… 이것을 다 자루속에 넣자면…)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둠서린 천정에서 희미하게 번뜩이는 무리등에 시선을 주신채 입술을 아프게 깨물으셨다. 너무나 적은 군대며 약소한 무장이였다. 완전장비된 서-너개의 보병사단과 한두개의 비행사단만 더 있어도 단숨에 모든 적들을 구축하고 이나라 강토를 깨끗이 할것이였다. 폭격기편대로 부산 1부두를 봉쇄하고 저격부대들을 적의 주요지점들에 파견하여 앞으로 치고 뒤에서 치면 그까짓 적이 무엇인가. 그러나 신생공화국에서 그런 희망은 한갖 꿈에 불과한것이다.

지금 대전작전에 투입할수 있는 사단도 오직 53사와 54사, 52사 뿐이였다. 예비대도 없었다. 매일같이 인민군대 탄원자들이 수만명씩 나선다 하여도 그들에게 메워줄 충분한 무장도 없었다.

현재의 무력으로 적과 판가름을 할수밖에 없었다. 대비할수 없는 력량의 차이는 매 전사들에게서 넘쳐나는 애국심과 의지, 용맹으로 메꾸어야 하였다. 그들의 용맹과 애국심이 헛된 피로 흘러내리지 않게끔 그들을 승리의 지름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지금 천정을 바라보시는 시각에도 가슴뿌듯이 절감되셨다.

(현실적으로 판단하자. 문제는 1기사나 기타의 적들이 대전에 이르기전에 포위섬멸하는것이다. 여기서 결정적인것은 포위작전의 시간을 앞당기는것이다.

그 짐은 52사가 지고있다. 그런데 52사에 그 무거운 짐을 지운채 방임하는것은 결국 그들을 쏘구역에 밀어넣는것과 같은것이다. 최현은 죽기내기로 할것이다. 최악의 경우엔 그를 비롯해 앉은 사람들이 그 길에서 다시 일어서지 못할수도 있다.)

《안된다.》

《장군님!》

벽가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어서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김일성동지께시는 강부관이 또다시 속을가봐 지켜있는것을 아시고 어지간히 놀라셨다.

《동문 왜 안자고있소?》

《장군님, 좀 쉬십시오. 계속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잠소리를 했군. 그러니 내가 좀 잔것이 아닌가. 동무도 이젠 감시를 그만하고 자오.》

김일성동지께서는 무리등이 희뿌연 형체가 더욱 명료히 드러나는것을 점도록 보시였다.

(내가 신경이 너무 예민해진것이 아닌가, 좀 자긴 자야겠다.)

그러자 눈앞에는 또다시 최현의 이글거리는 눈과 치솟는 눈섭이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그가 53사 9련대를 되돌려보낼것을 강경히 주장해왔다고 하던 김책의 말이 떠오르며 뭔가 섬광처럼 스쳐가는 착안점을 붙잡으시였다.

(53사 9련대의 피반령진출은 적들로 하여금 아군의 대전포위작전에 대해 완전히 단정할수 있는 근거로 될수 있다. 맥아더는 어기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수 있다. 52사와 53사 9련대의 피반령 돌파시간을 맥아더는 자기의 의도를 실현할 여유시간으로 잡을수 있다.

그러면 결론은 피반령에서 손을 떼는것이다. 9련대는 원래의 공격선 대전동북방에로 돌려야 한다. 그러나 9련대가 맡은 지탱점이 비면 52사는 어찌되겠는가. 물론 최현은 끄떡도 하지 않을것이다.

그러면서 최현은 결사적인 전투에 나갈것이다.)

때맞지 않게 저택에서 마지막으로 본 최현의 모습이 떠오르셨다. 룡옥이를 꼭 부둥켜안고 어색한 미소를 띄우던 그, 그 정상이 가슴아파 하루밤 자고 가라고 했으나 최현은 떠났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빠오르는 숨길을 누르며 눈을 감으셨다.

불쑥 다른 얼굴이 떠오르셨다. 병원에서 본 복심이라는 녀인이였다. 그 얼굴은 종이장처럼 희였다.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은 떨고 스러지는 초불같은 눈길에는 그래도 웃음이 떠돌았다.

(정숙동무도 그 녀인처럼 싸움터에서 늘 적의 총탄을 맞받아 전우들을 지켰었지.)

뼈아픈 짜릿한 추억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우리 나라 녀성들은 참으로 훌륭하다. 모두가 영웅이다.… 그런데 그 남편이라는녀석은 어찌된 사람인가. 그런 녀성을 마다하다니… 도대체 가정이나 사랑이란걸 뭘루 아는건가. 김책이가 만났다는 그 중대장이 과연 그 녀자의 남편일가. 진짜배기싸움군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이 전쟁통에 그도 뭔가 깨닫겠지.

아니, 이 문제엔 내가 개입해야 돼.

그런데서는 오영혜도 매한가지야. 뭐 전쟁때에는 사랑이 없다구… 진짜배기혁명가들의 사랑관을 안다면 저러지 않겠는데… 세대차이인가?… 오영혜한테 김혁이의 사랑에 대해서 좀 말해줘야지…

그런데 복심의 남편은 54사 18련대라고 했지. 여기 가까이만 있으면 만나겠는데… 그들은 지금 론산쪽으로 가고있다… 지금쯤 그들은 적진연구를 할가. 아니면 잘가… 그녀석을 만나야 되는데… 53사 9련대를 빼면 52사앞에는 위험이 조성된다. 그러면 또 2의 3의 리복심이가 나올수 있고… 아니 그보다 더한 희생이 나올것이다. 그러나 9련대는 돌려야 한다… 그렇다면 포위는… 대전의 후면포위를 누가 하는가?…)

산줄기들과 도로, 행군하는 보병대렬… 상상속에 그려지는 송기덕이라고 하는 군관이며 최현, 리복심, 그런 얼굴들이 간단없이 눈앞에 오간다.

(내가 너무 지쳤구나. 이래서야 신통한 수를 얻지 못하지.)

코고는 소리가 울렸다. 방안의 공기를 다 빨아들이듯 거세게 숨을 들이쉬다가 드르릉하고 폭음같은 소리를 터치고는 잠시 있다가 요란한 풀무질소리로 후하고 내불었다.김일성동지께서는 쏘파등받이대를 잡으시고 몸을 일으키시였다.

문가의 장의자우에 앉은 강부관이 고개를 한쪽 어깨에 떨군채 셈평좋게 자고있었다.김일성동지께서는 빙긋이 웃으시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베개를 드시고 발끝걸음으로 가시였다. 장의자우에 베개를 놓고 강부관의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물러서시였다. 깨는날엔 랑패라는 생각이 번개치듯했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침대에 놓여있는 이불을 가져다가 그의 옆구리에 놓아주시고 조심스럽게 문을 여시였다,

멀리서 닭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김책은 정각 네시에 깨여났다.

강건이가 어린애처럼 베개에 얼굴을 박고 자는것을 만족스럽게 보며 조심히 침대에서 내린 그는 간단히 세수를 하고 작전직일관실에 내려갔다. 거기서 다른 정황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아직 잠기를 완전히 덜지 못한 머리를 밝게 하려 밖으로 나섰다.

불깃하게 서기가 어려있었다. 김책은 오늘 날씨가 매우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습관대로 건물을 에돌아 정향나무들이 띠염띠염 널린 공지로 걸음을 옮기던 김책은 그만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약간 둔덕진 잔디밭우에김일성동지께서 서계시였다.김일성동지께서는 새벽려조에 어둠이 갈라진 동켠하늘을 바라보고계셨다. 손에는 백합꽃 한송이가 들려있었다.

(밤을 패셨구나.)

김책이 송구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다가가 인사를 올렸을 때김일성동지께서는 매우 밝으신 안색이시였다.

《우린 산에 익숙되여서 그런지 역시 방안보다 이 나무가 있고 풀이 있는 밖이 좋구만.》

그이의 어깨는 정향나무잎들에서 떨어져내린 이슬들로 점점이 얼룩져있었고 장화 역시 젖어 비맞은 뒤처럼 번들거렸다.

《김책동무, 이렇게 합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백합꽃송이를 나무가지우에 끼워놓고 신중한 눈길로 김책을 보시였다,

《대전작전안은 변경시켜야겠습니다.》

《네?!》

김책은 너무나 뜻밖의 말씀에 등곬에 찬바람이 휙 지나가는것만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러한 김책을 잠시 눈주어 보시다가 힘있게 말씀하시였다.

《피반령에 진출한 53사 9련대를 본래의 공격위치로 이동시켜야 하겠습니다.》

《…?…》

김책은 뭔가 수수께끼와 같은 거대한 담벽에 부딪친 심정이였다. 그는 아직 아무런 리해에도 이를수 없었다. 그것은 명백히 불안이였다.

강건참모장이 뛰다싶이 달려왔다. 그는 6월 23일 전선시찰을 마치고 왔을 때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김일성동지께 보고를 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정찰국 긴급통보입니다. 미1기사가 포항으로 상륙한다는 적의 무선통신을 잡았답니다.》

김책은 숨이 꽉 막혀들었다. 그는 자신의 내부적혼란을 간신히 억제하며김일성동지를 바라보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백합꽃을 보며 미소를 머금고계셨다. 자신의 예견과 타산이 맞아떨어진것이였다.

《1기사는 대전을 지원해올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신심에 넘치신 밝은 얼굴로 두사람을 보다가 말씀을 떼시였다.

《우리는 그 1기사가 도착하기전에 대전포위도 끝내고 전투도 결속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형편에서 52사가 대전후면에 진출할 때까지를 기다린다는것은 맞지 않는 일입니다. 적들은 이미 우리의 기도를 일부 알아차리고 최현사단의 진출을 막기 위하여 결사적으로 발악하고있습니다. 오늘도 래일도 계속 그럴것이며 또 그러라고 합시다. 우리는 적들이 거기에 시선을 쏟아붓고있는것을 리용하여 현재 론산으로 진출하고있는 전선서부의 54사 18련대를 동남쪽으로 급속 우회기동시켜 대전의 후면포위를 완성하자는것입니다. 이포위는 늦어도 래일까지는 끝나야 하며 우리는 모레 즉 7월 20일에는 대전을 해방하여야 하겠습니다.》

적들에게는 청천벽력으로 군사예술사가들에게는 신비적인 기적으로 보여진 대전포위전투의 구상은 이렇게 태여났다.

이날아침 김일성동지의 지도밑에 진행된 작전회의에서는 대전포위문제로부터 전선동부, 전선서부를 비롯한 전반전선문제가 토론되고 일련의 새로운 방침이 제기되였다. 대전포위전투와 관련된 토론들에서는 미 1기사보다 먼저 대전후면에 도착해야 될 54사 18련대의 행군의 중요성과 간고성이 언급되였고 53사 9련대를 대전동북쪽으로 이동철수시키는 조건에서 52사가 원래의 《연기》를 계속하는것이 매우 어려우리라는것도 론의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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