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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51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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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8-02 09:07 조회6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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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51 회)

18 장

채병덕의 존재가 이처럼 금강작전의 실패에 덧달린 골치거리로 나타나 맥아더의 우울증을 격발시킬 때 대전공격사단인 인민군 53사의 한개 련대가 인민군 52사가 돌파를 시도하는 피반령계선에 진출했다는 정보가 날아왔다. 맥아더는 확대경을 들고 그 정보를 가지고 온 신임작전부장 라이트와 함께 피반령과 대전을 지도에서 찾아보았다. 라이트는 피반령으로부터 대전까지의 거리, 인민군 52사와 53사의 현재 형편과 력량, 작전기도를 분주히 설명하던 끝에 맥아더가 그토록 신경을 쓰는 채병덕의 이름을 끄집어냈다.

《각하, 현재 공산군의 기도는 6월 27일 서울공략당시와 비슷합니다. 그때도 적은 아군을 정면으로 핍박하면서 인민군 52사를 우회시켜 포위전을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는 우리 미군사고문에서도 포착했을뿐만아니라 전 참모총장 채병덕도 간파한바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취한 대응작전으로 하여 인민군은 전술을 변경시켜 53사와 54사, 905호땅크려단으로만 공격을 하였습니다. 예상치 않은 공격이라 그때 서울은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이번의 대전작전도 초기 서울공격전의 기도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기어코 대전을 포위하여 우리 미군을 전멸케 하려는 시도가 분명합니다.》

《같은 전술의 반복은 실패라는것을 그들이 모를가?》

《각하, 아닙니다. 따지고보면 같을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서울을 우회포초할듯하다가 불의기습으로 점령했습니다. 적의 사령관은 보매 우리가 그에 대한 교훈을 잊지 않고있으리라는 전제밑에 이번에 대전만은 반드시 포위공격할것입니다. 그때문에 대전의 주공부대인 53사에서 한개 련대를 떼내지 않았습니까.》

《그래 한번 속은 사람은 두번 속지 않는다는점을 고려한것이라는것이지.》

《각하, 그렇습니다. 그러나 피반령은 철벽입니다.》 기뻐하는 라이트를 보며 맥아더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그렇지. 그 피반령뒤엔 우리 25사가 대기하고있고.》

맥아더는 영천의 미25사와 피반령사이를 손가락으로 짚어보면서 모든 실패를 만회할 대결전의 장엄화려한 작전의 전모를 눈앞에 보았다. 그는 령감에 사로잡힌 시인의 자세로 천천히 콩고 파이프를 물고 지도앞에서 왔다갔다하다가 칭찬을 바라는 사냥개처럼 굳어져있는 라이트에게 손을 들어보였다.

《감사하오. 당신은 오늘 나를 기쁘게 하였소.》 라이트가 문밖에 사라지는 순간 그는 껄껄 소리내여 웃다가 불쑥 허탄한 한숨을 지었다. 수십만의 전선군과 방면군을 호령하던 대맥아더가 인민군 한개 련대 이동에 이처럼 열이 나 있다는것이 허구프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모든것은 작은데서 시작되지 않는가.)

맥아더는 이렇게 자신을 위안한 후 작전국장 시볼트와 워커를 불러 《부르하트작전》(《푸른 심장작전》)을 중지하고 북상하는 미1기병사단을 태운 수송선들을 즉시 포항쪽에 진출시켜 대전에 돌릴것을 엄숙히 지시하였다. 이 작전의 《위대성》을 선뜻 깨닫지 못하는 두사람의 얼떠름한 얼굴기색을 보자 맥아더는 선량한 로인의 부드러운 음성으로 설명하였다.

《인민군은 대전을 우리 미군의 무덤으로 만들려고 하고있소. 하지만 무덤의 십자가에 누구의 이름을 올리는가 하는것은 그때 두고보기요. 그런데 여기서 피반령계선의 역할이 중요하오. 그러나 그들만을 믿는 바보로는 되지 맙시다. 영천에 전개된 25사는 피반령방어의 예비대로도 되오. 그러나 신이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 한 피반령계선은 넘지 못할것이요. 그때 누가 누구를 포위하고 섬멸하는가?》

맥아더는 이런 때면 늘 하는 습관으로 턱을 쳐들고 파이프를 든 팔을 약간 앞으로 내민채 어딘가 천정쪽을 바라보며 실눈을 지었다. 맥아더의 머리에는 확고하고 명확한 결심과 구상이 구체화되여갔다. 그는 전개되는 작전을 보며 몸을 떨었다. 그러나 입을 열었을 때 그의 어조와 표정은 평온하였다.

《포항에 상륙한 1기사는 강행군으로 대전 피반령사이로 진출하여 피반령을 위협하면서 대전방어의 외곽전선을 형성한 즉시 24사와 협동하여 인민군 53사단을 역포위하여 전멸시키고 띤은 <한국군>의 호남전선사령부와 련계를 취하여 호남쪽으로 진출하려는 54사의 측방을 후려쳐 포위소멸하는것이요. 그때 킨은 무엇을 하는가. 오른쪽으로 예봉을 돌려 피반령에서 분주탕을 놓는 인민군 52사의 측면을 들이쳐 역시 포위소멸하는것이요.

그렇게 되는 경우 영천의 25사는 피반령이 아니라 동부 산악지대로 타고오는 인민군을 섬멸하는 소모전을 하게 될것이요. <부르하트작전>은 결국 <대전작전>으로 물러났지만 그 성공의 의의에서 대전작전은 더 큰 의의를 띠고있소. 여기서 가장 중요한것은 시간문제요. 인민군은 새 사단들을 급속히 꾸리고있소. 월로우비의 말에 의하면 l 000만도 못되는 북조선에서 50만이나 참군하겠다고 나섰다는건 무시할수 없는 힘이요. 이 적의 새 예비대가 나타나기전에 이 모든 계획이 집행돼야 하오.》

맥아더의 판단과 결심, 그 계획은 오랜기간의 그의 전쟁경험과 최근 작전참모부서들에서 제출된 견해가 보태진것으로서 그 타산에서 일정한 과학성을 내포하고있었다.

직감과 추리, 타산력에서 자기의 천재를 믿고있는 맥아더는 이 작전의 수행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기동력과 화력장비에서 적아의 대비, 이 모든 계산에서 답은 정수로 맞아떨어진것이였다.

워커와 시볼트의 응당한 감동과 지지를 박수갈채처럼 받아들인 맥아더는 자기의 결심에 대한 한국인의 견해가 듣고싶어졌다. 그때 생각난것이 채병덕이였다.

오늘아침 맥아더의 기분은 요즈음 형편에서 최고로 《날씨 맑음》이였다. 방금 받은 15일부의 미국신문들과 주요하게는 부관이 찾아낸 채병덕의 편지를 본탓이였다. 뉴욕타임스지에서는 금강전투의 실패를 작전전술상 실패로가 아니라 북조선군의 막강한 실력인것으로 분석하였다. 그중에서 《인민군은 15만의 병력과 60대의 땅크로 금강을 돌파》라고 한 대목이 제일 맘에 들었다. 맥아더는 금강도하작전에 투입된 인민군이 2만도 채 못됨을 알고있었다.

(거짓말을 써낼바엔 이렇게 큼직하게 해야지.)

그다음 본 《성조기》지면에 실린 콜린즈대장의 인터뷰도 신경을 돋궈가며 봤으나 《후퇴와 지연작전이 련속되는 가렬한 환경에서도 미군은 우세한 장비와 전투력으로 적의 예기를 계속 꺾고있다.》라는 귀맛좋은 칭찬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채병덕의 편지는 위스키뒤에 마시는 달콤한 브란데와 같은 작용을 했다.

초기 공격의 좌절은 적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시작된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뭔가 맥아더의 처사를 까밝히려는 은근한 암시가 있는듯싶어 거슬렸으나 서울함락까지의 과정을 어쩔수 없는 사실로 론증하면서 세계적명장들의 전례에 맥아더의 실례까지 겹쳐 쓴 대목을 두번씩이나 읽었다.

《각하, 저는 할수 있는것은 다 하였습니다. 할수 없는것까지 하여야 했으나 저는 초인이 아니였습니다. 존경하는 처치준장과 라이트대좌도 여기서는 례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운명적인것이였습니다. 운명에는 거역하지 못하는 법이 아닙니까. 저 옛날 알렉싼더대왕이 하이파니스강에서 퇴군한것이나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서 퇴각한것도 다 그 실례라고 봅니다. 저는 때로 운명의 총아인 씨저가 제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겠는가를 생각합니다.

분명히 그는 뎀스강이나 라인강에서 했듯이 자발적인 퇴각과 회군을 단행했을것입니다. 외람된 얘기입니다만 맥아더원수각하께서 코래히돌에서의 격전장을 떠남으로써 일본의 패전을 마련했듯이… 급속퇴각을 했을것입니다. 저의 잘못이라면 바로 이런 대용단을 내릴 포재와 안목이 없은것입니다…》

맥아더는 바탄에서의 그의 수치스러운 도주를 미화하는 글구에 황홀하기까지 하였다. 거기에는 낯간지러운데가 있었으나 우직스럽다고 할 정도의 로골적인 아첨에 마음이 떴다.

(령리한자다. 이 정도로 상대를 띄울줄 아는 머리를 가졌던것은 반대로 그만큼 내리깎을 재간도 가지고있다는것을 말한다.)

맥아더는 이자를 불러온것이 장한 처사라고 흡족해졌다. 신성모와 정일권을 통 껴잡아 《군사를 인기잡이 외교술로만 아는 능한 군계의 지도층》으로 비난하면서 실패한 전투들을 일일이 집어 분석하고 어찌어찌했으면 좋을것이라고 쓴 대목에서는 아시아인들이란 출세와 명의라면 저들끼리 물어뜯는 개와 같다는 서글픈 통탄을 금치 못하였으나 그 역시 기분을 좋게 했지 나쁘게 하지는 않았다. 맥아더는 마지막대목에서 주의를 집중하여 읽었다.

《…그런데 저로서 통탄하게 되는것은 우방 미국군에 대한 <국군>수뇌의 무관심입니다. 아무리 용맹한 군대라 해도 그 땅과 자연, 지형지물과 주민에 익숙되지 않으면 싸우기 어렵다는것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다 같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국군>수뇌는 극도로 유리한 동중부의 산악지대를 지키는데 무려 두개 군단을 붙여놓고 공격에는 리롭고 방어에는 불리한 서부의 평원을 사수하는 미군에는 극히 비우호적으로 무관심하고있다는겁니다. 지금상태에서 저는 동부와 중부에서 네개 사단을 떼여 응당 미24사의 량측과 정면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찰과 지형파악을 위해 미군부대 지휘관들에게 우리 응당한 방조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나는 현재의 미군전선과 <국군>전선의 모순점들을 보고 또 북조선군과의 첫 대결에서 얻은 경험과 지금까지의 연구로부터 전반작전에서 일련의 개선이 필요하다는것을 맥아더원수께 <한국군>장성으로 보고하는것을 응당한 의무로 여기며 가급적으로 저의 작전견해를 들어주실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맥아더는 여기서도 채병덕이 자못 령리하다고 판단하였다. 군사작전적견해란 진부하고 유치하여 참고할만 한 가치가 쥐뿔도 없었으나 무관다운 꿋꿋한 고집과 결단력을 보았고 주요하게는 미국과 미군에 대한 철저한 옹호정신을 보았다.

맥아더는 그 편지를 개여 빼람에 넣고 매우 유쾌한 얼굴빛으로 부관을 찾아 채병덕이를 들어오게 하라고 하였다.

대기실에서 무려 한시간동안이나 초긴장상태로 앉아있던 채병덕은 갑자기 일어서는바람에 다리에 쥐가 일었다. 그는 한동안 병신처럼 얼굴을 찡그린채 옴짝 못하다가 이를 사려물고 걸음을 옮겼다.

맥아더는 구겨진 보위색 와이샤쯔차림으로 신문을 보다가 채병덕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 제네랄 채.》

맥아더는 70객의 몸에 비해서는 매우 재빠른 동작으로 일어나 채병덕에게 다가왔다.

《각하, 저는…》

채병덕은 그만 눈굽이 찡해오며 말이 목에서 나가지 않았다. 맥아더는 그의 손등을 한번 다치고 매우 너그러운 눈길로 보았다.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나는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많은데서 공감을,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나에겐 그 감상을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은 피반령을 압니까. 대전방어선에 대해서도 압니까. 좋습니다.》

맥아더는 채병덕이한테서 다른 긴말이 나올가 저어하듯 성급히 몇가지를 묻고는 일본인형들이 가지런히 놓인 장옆에서 자기의 키만 한 지시봉을 들었다. 그 지시봉이 유난스레 큰데 놀라 채병덕이 유심히 살피자 맥아더는 빙긋 웃었다.

《당신네 조그만 전선이 이 로병 맥아더의 손에 이런 짐까지 지웁니다.》

하며 대전을 짚은 지시봉을 피반령쪽으로 옮기며 말하였다.

《이 대전과 피반령계선을 한개전선으로 봅시다. 그리고 이 전선을 맡은 사령관이 제네랄 채라고 합시다. 당신의 결심과 작전구상을 말하시오.》

채병덕에게는 너무나 뜻밖의 질문이였다. 그는 대화를 전혀 이런 방향에서 예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의 대답에 자기 운명전체가 결정될수 있다는 예리한 직감에 온 중추신경이 곤두박질치며 일떠섰다. 맥아더는 용기를 주듯 또 한번 벙긋 웃으며 조용히 말하였다.

《어제낮 대전북방의 인민군 53사 9련대가 피반령계선에 이동한다는것을 참고하시오.》

《각하.》

채병덕은 드디여 입을 열었다.

《북조선공산군은 일반 야전전투규범과 조례를 무시하고 싸우는 군대입니다. 그들은 작전의 초보인 군사장비와 화력기재의 이동과 집중, 그 수자와 보급의 량적 측면은 별로 중시하지 않고있습니다. 바로 거기에 우리로써 판단하기 어려운 함정이 있습니다. 그들이 렬세한 무기와 장비로 계속 남하해오는것은 독특한 전술과 전법의 응용입니다.》

《제네랄 채, 여기는 군사아까데미아가 아니고 이 맥아더는 사관학교 학생이 아니요.》

그 말에 채병덕은 찔끔하였으나 자기가 여기서 수그러들면 오히려 축잡힐수 있다는것으로 태연히 계속하였다.

《그런 군대이니만치 대전 피반령전선을 유지하고 적을 제압하자면 고대로부터 오늘까지의 전쟁에서 사용된 온갖 기만과 책략의 모든 수들을 다 내다보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것입니다.》

《그래 그 대비책이 뭐요?》

맥아더는 눈살을 찌프리고있었다. 채병덕은 자기의 박식과 론리로 일정하게 맥아더를 틀어쥔 다음 내대려던 결론을 먼저 꺼낼수밖에 없었다.

《제가 생각컨대 북한군은 그 풍부한 게릴라전의 경험으로부터 반드시 기습과 우회로 대전을 포위공격할것이라는것입니다.》

《대전포위의 임무를 띤 인민군부대가 나오지 못하는 조건에서도?》

《각하, 그 부대는 반드시 나올것입니다. 다만 시간문제입니다. 그 사단장은 게릴라전의 능수로서 김일성수상이 가장 믿는 지휘관의 한사람입니다.》

《그건 내가 못나오게 할테요. 이 로병 맥아더가 결심한것이요. 그 사단이 절대 포위진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전제밑에서 말해보오.》

《그렇다면 서울시가전의 재판이 이루어질수 있습니다. 그들은 게릴라수법으로 땅크와 기습대를 진입시켜 배후를 교란하면서 정면으로 공격합니다. 그리고 지역별로 방어진을 분산포위하여 각개소멸합니다. 그 시간선택과 돌입의 불의성과 교묘함때문에 지휘부가 미처 결심을 채택하기전에 녹아나게 됩니다.》

《게릴라적기습이라?! 물론 띤이나 그 병사들이 그에 습관못된것만 사실이지. 하지만 서울의 재판이란 있을수 없소.》

맥아더는 채병덕이가 완전한 바보는 아님을 알았다. 그의 말에는 무시할수 없는 경험과 진실이 담겨있었다. 맥아더는 중을 뜨듯 채병덕을 다시금 찬찬히 보다가 위엄있게 입을 열었다.

《이제 30분후에 당신은 워커장군과 함께 대구로 가시오. 거기서 오늘 당신들의 지휘권을 워커중장이 넘겨받는 의식을 정식 치르게 되오. 그리고 가틴대좌가 가져가는 <유엔기>를 8군사령부에 게양하는 행사도 치르오. 아마 이 행사는 당신들 장병들의 사기를 돋구는데 크게 이바지할것이요.》

《각하, 알겠습니다. 그것은 패퇴에 저락된 용기를 복돋는 력사적인 사변으로 될것입니다.》

채병덕은 뭔가 자기에게 크나큰 행운이 닥쳐온다는것으로 가슴설레이며 진심을 기울여 말했다. 맥아더는 그의 말에는 별로 반응이 없이 계속했다.

《당신은 오늘부터 대전과 피반령방어계선에서 워커와 띤장군을 협력하시오.》

《각하, 영광으로 받아들입니다. 죽기로써 소임을 수행하겠습니다.》

《죽을것까지야 없지, 죽어서야 아무것도 못할테니.》

맥아더는 너그럽게 웃었다.

채병덕은 잃었던 세상을 다시 찾는 황홀경에 도취하였다. 그는 은닉된 금의 행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되였다는것쯤은 이젠 아랑곳 않았다. 얼마전부터 《국군》장성들속에서 돌아가던 워커의 보좌관제가 나올수 있다던 말을 상기하고 오늘 자기가 그 일인자로 지목되였다고 기뻐하였다. 워커의 보좌관이면 정일권은 물론 신성모의 모가지까지 휘둘러댈수 있는 자리일것이였다. 그러나 병덕의 기쁨은 일렀다. 아직 맥아더는 채병덕이를 그런 영광의 자리에까지 올려놓을 생각이 없었다. 맥아더는 자기의 결심으로 채병덕이를 그자리에 올려놓는 경우 남조선의 군부와 사회는 물론 미국계에서도 강력한 반발을 살수 있다는것을 내다보았다. 그는 이만큼 주물러놓는것으로도 채병덕이의 복수심을 갈앉힐수 있으며 또 채병덕의 손과 머리를 충분히 써먹을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을 모르는 채병덕은 기세등등하여 대구로 날아갔다. 마치 워커의 보좌관으로 정식 임명된듯 한 심리였다.

행사장인 8군사령부앞마당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던 채병덕은 옆으로 선행하는 검은빛 대형 《크라이슬러 리무진》차를 보다가 하마트면 소리를 지를번 하였다. 반쯤 제낀 창가림뒤로 황급히 숨는 파마머리를 본 채병덕은 그 녀자가 그토록 찾으려 애쓰던 팔판동의 애희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차에 무쵸가 타고있는것도 보았다. 채병덕은 심장이 지지우는듯 한 뻐근한 아픔을 체험하며 차가 선 다음에도 한참이나 의자등받이에 기대있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뛰쳐나가 차문을 부시고 계집을 꺼내오고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지개처럼 비껴든 출세의 행운을 영원히 쫓아버리는 비극으로 끝날것이라는것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 있었다.

《계집이란 그런거지.》

이렇게 중얼거려도 보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제 총애하던 계집의 피를 칼에 묻히는것도 서슴지 않은 전국시대의 일본무사들의 이름도 꼽아보고… 한창 씨루던끝에 흔연히 일어났다. 회의석으로 가다가 무쵸의 차를 얼핏 돌아보았다.

창가림은 꼼꼼히 내려져있는데 흰 철갑모를 쓴 엠피가 그앞에 굴왕신처럼 지키고있었다.

(그래 참기를 잘했다.)

그는 회의휴식틈에 매우 천연한 태도로 무쵸와 인사도 나누었고 연회석에서는 술잔까지 쪼았다. 무쵸의 노리개로 전락된듯싶은 어제날의 그의 정부는 어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채병덕은 그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대의를 위해 사사는 희생해야 하거니.)

그는 일본의 어느 소극에서 나오는 가사를 되뇌이며 불끈거리는 분노의 발작을 진정시키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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