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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50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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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8-01 05:49 조회6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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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50 회)

18 장

53사 9련대의 피반령계선 진출은 도꾜의 맥아더사령부에 충격적인 정보로 날아들었다. 그것은 작전부서들에 활기를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여러가지 련쇄반응을 일으켰다.

…요란스럽게 두드리는 문소리에 깨여난 채병덕은 잠시 어리둥절한채로 있었다. 총참모장직에서 떨어져 이 부산바닥에 내려온 이후부터는 누구도 이런 정밤중에 찾아든 일이 없었다. 아무런 부하도 대원도 없는 부산시 림시편성군 사령관이라는 허울만 있는 직제에서 오늘도 해종일 시청의 한 구석진 방에 틀고앉아 도주병과 신병모집수자통계장을 주무럭거리며 자기의 불우한 신세를 두고 햄리트의 《사느냐 마느냐》를 몇번씩이나 뇌여본 그였다. 한강교의 조기폭발사건문제로 물끓듯 찾아들던 륙군감찰부와 출판업계의 어중이떠중이들은 그 책임이 공병감 최창식대령에게 돌아가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하는것으로 막을 내리자 아예 발을 끊었고 막역한 사이의 친지들도 그라는 존재가 과연 세상에 있느냐싶게 문안조차 없는 판이다.

《무엇때문일가요?》

구겨진 이불로 퍼런 정맥이 드러난 허벅다리를 가리우며 하는 처의 불안스런 물음에 채병덕은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였으나 베개잇자리가 새겨진 주글주글한 처의 얼굴을 한번 만지는것으로 그 예감을 털어버리였다. 응접실겸으로 쓰이는 전실에 나왔을 때 채병덕은 불면증때문에 마신 위스키의 술기운까지 싹 사라져버렸다. 씨아이씨의 장교 두사람이 뻣뻣이 서있었다.

《갑시다.》

그들은 아무런 설명도 량해도 구함이 없이 다만 상부의 명령이라는 애매몽롱한 말 한마디로 채병덕이를 밖으로 끌고나가 차에 태웠다. 채병덕의 유일한 부하이자 기둥인 부관마저 야멸차게 떼여놓고 처의 인사도 받을 겨를이 없이 차를 몰아댔다.

(련행?!)

씨아이씨의 솜씨를 잘 아는 채병덕은 등골이 오싹했다. 이런 야밤에 피의 극을 연출하는데는 그자신도 지난 기간 적지 않게 관여했다.

(무엇때문에?…)

공포와 전률속에 태질하는 마음을 가까스로 눅잦히며 채병덕은 리성적인 판단을 내리려 애썼다. 죄란 오직 한가지 패전의 책임을 자기에게만 지우려고 하는 힘앞에서 자기를 옹호해나선것뿐이다. 그러나 그 옹호도 기실 얼마나 소극적이였던가. 기실 모든 책임이 로버트나 라이트, 나아가서는 맥아더에게 있는것을 번히 알면서도 그들에 대해서만은 침묵을 지켰다. 그들까지 혀에 올리는 날엔 그날로 목이 날아나 염라국에 명함을 들이밀게 됨을 너무나 잘 아는 그였기때문이였다.

음산한 바람이 목덜미를 후려쳤다. 그는 턱을 잔뜩 떨군채 최근에 자기가 만났던 사람들과 술좌석들을 상기하며 어망중에나마 그들을 언감생심으로 해하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를 곰곰히 따져보았다.

차가 시내를 벗어날 때 채병덕의 두뇌는 이미 기억을 더듬는것을 단념하고 자포자기상태에 들어갔다. 될대로 되라는 체념속에서 그는 매우 태연한 기색으로 려송연을 꺼내 불을 붙여물었다. 차에 탄 장교들이 불을 끄라고 하였으나 듣는척도 않았다.

무연한 어둠속에 퍼런 불, 뻘건 불이 껌벅이고 차바퀴밑으로 풀밭이 지나갔다. 발동기소음과 더불어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모자가 벗겨질듯 하여 손을 올리던 순간 채병덕은 풀밭우에 메뚜기처럼 서있는 《씨-53형》 수송기를 알아봤다. 차는 그앞에서 멎어섰다. 비행기다라쁘옆에 서있던 한 미군장교가 채병덕에게 와 인사를 하며 비행기에 오르라고 하였다.

채병덕은 한바탕 꿈을 꾸지 않는가 생각하며 담배불을 손등에 가져갔다. 뜨거웠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차에서 내렸다. 비행기에서 마중한 장교가 낯익은 미군사고문단 련락장교임을 알아본 순간 희망이 꿈틀거렸다. 마치 목에 올가미를 걸었다가 대사령을 받은 죄수의 심정이였다.

그는 자기를 호송해온 두 미군헌병에게 금담배갑과 라이타를 던져주고 비칠거리며 다라쁘로 올랐다. 이 비행기는 요단강을 건늘 지옥사자의 배가 아니라 하늘로 오르는 옥황상제의 비룡차일수 있다.

흰 카바를 씌운 의자에 든든히 자리잡고 앉은 채병덕은 얼마전 자기가 맥아더에게 편지를 썼댔음을 상기했으며 이것은 그 편지와 련관된 움직임이라는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맥아더가 자기 편지를 봤는가, 그가 직접 호출했는가 아니면 다른 누가 만나겠는가. 무슨 중요직책에 임명하자는것은 아니겠는가.

비행기가 리륙하자 채병덕은 야릇한 노린내와 휘발유냄새가 풍기는 좌실안을 살피였다. 알 사람은 미군사고문단 련락장교뿐이였다. 그러나 그도 채병덕이는 아랑곳않고 잠을 청하는 자세로 눈을 꾹 감고있다. 오싹하고 랭기가 치밀었다. 창틈으로 얼음같은 바람이 불어들었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이처럼 비밀리에 끌고가는가?)

불시에 의심스러운 구석을 찾아본 채병덕은 불안을 감촉한 구렁이처럼 몸을 도사리고 신경을 바늘끝처럼 세웠다. 맥아더에게 써보낸 편지내용을 더듬어봤다. 그러자 편지를 쓰던 그때의 울분과 반항심이 되살아올랐다. 동시에 그 울분과 반항심을 맥아더가 포착했다면 자기의 이 길이 저승길일수도 있다는 공포가 또다시 엄습해왔다.

6월 30일 리승만《대통령》의 어지로 발송된 해임탈관처분장을 받아든 채병덕은 절망의 낭떠러지에 이른 심정이였다. 그러나 쉽게 비관하려 하지 않았다.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서는것은 의례상으로도 있음직한 일이라고 고차원에서 사태를 평가하려 애썼다.

하여 그는 륙군본부를 떠난것이 아니라 허세의 미소로 무장을 하고 륙군본부와 같이 움직였으며 선배의 아량으로 이전의 자기 수하참모부장이였던 정일원이 사회하는 작전회의에 청탁을 받지 않고 자진 참가하였다. 처음에는 그가 있는지 없는지 아랑곳을 않다가 점점 소박이 따랐다. 정일권은 그를 쓴외보듯 하였고 작전회의에서 그의 의견같은것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만주국군의 이전 중위가 이전의 일본군 소좌를 그토록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데는 검질긴 야망으로 일시적인 자존심마저 버렸던 채병덕이라 하지만 참을수 없었다. 그런데다가 한강교 조기폭발의 장본인이라고 뒤에서 시비가 물끓듯 하였다. 륙군의 보급계에서는 응당 배달되여야 할 커피며 술따위의 기호품공급까지 중단해버렸다. 절망적인 울분속에 으르렁거리며 대전에 오니 유일한 희망으로 남았던 자기의 애첩마저 증기처럼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유성의 국제전화중계소에 가서 꼬박 하루를 기다려 도꾜와 련계를 맺어 애첩과 금의 행처를 알아봤으나 거기서는 모른다는 답변이 왔다.

채병덕은 그 순간에야 자기는 이 전쟁으로 하여 모든것을 잃었음을 깨달았다.

모욕감과 분노가 온 심신을 태웠다. 그는 승용차를 타고 대구를 거쳐 진해에로 내달렸다. 진해만의 별장에 와 은거해있는 리승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안개비가 창문을 때리는 찬 방안에서 얄팍한 외투를 걸치고 화덕불을 쪼이던 리승만은 울울불락해 나타난 채병덕을 보자 대번에 노성을 터뜨렸다. 패전지장은 역신이요 역신은 죽어야 하느니 어찌 감히 대통령존전에 나타났느냐 하는 로망섞인 힐책이였다. 채병덕은 근기있게 듣다가 목소리는 낮으나 그 울분의 도에서는 대통령을 찜쪄먹을 청으로 속에서 괴이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놓았다.

《각하, 전패의 책임이 제 하나에 있고 제 하나를 치죄하여 대승을 이룰수 있다면 이 자리에서 각하의 손에 죽고싶습니다. 하나 정세를 넓게 살펴보십시오. 미군들이 전선을 막고 정일권이 제 후임으로 분투하나 대세는 더 비참지경으로 내닫고있지 않습니까. 저는 제 하나 명리를 꾀하고저 각하를 언감 뵈온것이 아닙니다. 살아도 죽어도 각하를 위해 일심할 저의 충성이 지금 비웃음을 당하고 릉멸을 받고있습니다.》

채병덕은 광포할 정도의 기상으로 얼굴빛이 험했으나 그의 생존기법으로 련마된 아첨의 천부적능력이 이 순간에도 말마디를 기름진것으로 골라 리승만의 저락된 마음을 따뜻이 덥히게 했다.

리승만은 채병덕의 장황한 정황분석과 기염섞인 해결책을 다 듣고난후 한동안 안면신경마비가 온듯 얼굴을 씨루다가 일어섰다. 그리고 맥이 빠진 나른한 손으로 채병덕의 떡돌같은 잔등을 두드리면서 영탄하듯 말하였다.

《임자는 언제나 내 심복이야. 내 적당들을 다 친 수고를 왜 잊겠나.》

채병덕은 그때 감격과 함께 증오를 체험했다. 리승만을 위해 려운형이며 김구며를 다 쳐버린 공적을 잊지 않으면서도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자기의 처지를 관망하고만있다는데서 오는 불만에서부터였다. 리승만은 방안을 천천히 거닐면서 말했다.

《자네는 나에게서 항우 맞잡이였어. 지금도 그렇지. 허나 군사야 미국사람들이 하는 일 아닌가… 충신은 자고로 벼슬을 가리지 않는것이니 그 뜻에 티가 없이 수고를 하느라면 자연 옥이 빛을 낼 때가 오겠지…》

몽유병자의 푸념같은 알쑹달쑹한 연설을 듣고있던 채병덕은 이 시취가 풍기는 로구에게서는 아무런것도 기대할바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마지막 도박을 결심하였다. 그렇게 되여 맥아더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보냈던것이다.…

비행장에서는 사복차림을 한 두명의 미국인이 그를 맞았다. 쥐빛 유개승용차가 그를 싣고 새벽안개가 넘실거리는 도꾜의 한복판을 고속으로 질러달렸다. 차가 멎어섰을 때 채병덕은 넉달전 리승만과 함께 왔을 때 자기가 류숙한바 있는 데이고꾸호텔을 알아보았다. 슬픔과 희망이 섞인 짜릿한 감회가 척추를 훑어냈다. 그는 목욕실까지 달려있는 2층의 아담하면서도 사치한 방에 안내되였다.

불색 짧은 스카트에 가슴이 시원스럽게 패인 노란 적삼을 입은 스물이 될가말가한 처녀가 나타나 식사는 무엇으로 하겠는가고 물었다. 채병덕이 목욕부터 하겠다고 하자 처녀는 낯에 약간 홍조를 띄우며 때를 밀어줄 사람이 필요한가고 물었다. 채병덕이 그 말뜻을 새겨보는 사이 처녀는 고혹적인 웃음을 흘리며 사뿐 절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방에서 사라졌다.

뒤늦게야 그 처녀의 말뜻을 깨달은 채병덕은 급작스럽게 변화된 주위환경에 대한 놀라움과 이런 세계의 생활을 영 잊다싶이하고 지낸 자신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기막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처녀를 부르리라 마음먹고 복도로 통하는 문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입니까?》

복도에서는 그를 예까지 데리고 온 미국인이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채병덕은 아무 말도 않고 문을 닫았다.

(저자식은 분명 월로우비의 씨아이씨다. 감시로 붙어있구나.)

채병덕은 목욕탕의 뜨스한 물에 몸을 잠그면서 각성을 늦추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였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 그의 침대에는 분명 그가 입게끔 마련된듯싶은 새 내의와 놀랍게는 백화점같은데서도 조만해 찾아볼수 없을 특호양복이 놓여있었다. 그 양복을 본 순간 채병덕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제껏 잊혀졌던 금괴가 머리에 떠올랐고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틈타 그 행처를 알아봐야 하며 필요하면 문밖의 미국인을 제끼고서라도 찾아가야 한다는 비상한 생각이 뇌리를 쳤기때문이였다. 그는 침대머리맡 원탁우에 놓인 전화기에 다가가 도적괭이처럼 문쪽을 살피고는 송수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송수화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줄을 끊어놓았구나. 개쌍 백당놈들!)

채병덕은 악에 북받쳐 송수화기를 내려다보다가 팽개쳤다. 아침식사를 날라온 써비스양으로부터 다른 방들의 전화시설에는 고장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보이지 않는 조종사가 자기를 외계와 완전히 차단시켜버리기 위해 전화선을 끊었음을 명백히 알았다. 그는 아침을 먹을 때까지 침대에 앉아 닥쳐올 일을 두고 별의별 억측을 다하다가 마지막에는 이 호출은 맥아더가 아니라 월로우비가 채병덕의 금궤건을 알고 도중에서 가로챈후 흥정하기 위해 자기를 불렀을것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그러나 구주의 포병장교시절을 추억케 하는 사시미로 아침식사를 치른후 다시 데리려 나타난 두 미국인을 따라간곳은 정보국장 월로우비의 방이 아니라 처음의 추측대로 맥아더의 관저인 히미야본점 5층 1호실이였다.

5성원수 맥아더와 실각된 괴뢰소장 채병덕과의 기이한 회견은 당시 발달된 후각을 가진 도교련합사령부 출입기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로 되여있었다. 맥아더는 채병덕이와의 회견이 마치 국가의 안전문제와 관련되는 일인듯 정보국장 월로우비의 선을 동해 특급비밀로 조직하였다. 맥아더는 이 회견이 세상에 알려지면 자기의 지체높은 체면에 똥칠이 된다는것을 모르는바 아니였으나 역시 그다운 광기로 결단해버렸던것이다.

최근 맥아더는 바탄에서의 도주이후 처음되는 곤경과 번민을 개열핥듯 맛보고있었다. 어찌보면 그 역시 채병덕이나 다름없는 사면초가에 빠져있었다. 다르다면 채병덕은 이미 죽음과 절망의 나락을 굽어보며 얼마간 체념한 상태이고 맥아더는 사방에서 다가드는 파멸의 아찔한 심연을 내려다보고 혼비백산해 신경을 도사리고있다는 그점이였다.

맥아더는 이미 7월 13일 콜린즈 륙군참모총장과 반덴버그 공군참모장을 만나기전부터 워싱톤의 백악관과 펜타콘에서 자기에 대한 불신임의 기운이 극도로 높아간다는것을 알았다. 국회와 펜타콘의 공화당 동료들과 친구들로부터 보내오는 편지에서 맥아더는 트루맨이 지금까지의 《한국전쟁실패》를 전적으로 맥아더의 경솔성과 어리석음에서 시작된것으로 평가한다는것을 알았다. 한 나라의 평시민이 아니라 자기의 별을 떼고 붙일수 있는 트루맨이 그런 견해를 공공연히 표명한다는데는 맥아더로서도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트루맨을 훌 무시해버리려고도 해봤으나 여하튼 바보라도 백악관 룡좌에 올라앉아있다는 사실을 부정할수 없을진대 그 눈치에 무관심할수 없었다.

맥아더는 일본사람들이 중국사람들에게서 넘겨받아 쓰고있다는 달관료법인지 기공료법인지 하는것으로 트루맨의 영상을 잊으려 했으나 생리적피곤을 주는 그 원시적운동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격동된 그는 7월 12일 텔레타이프로 합동참모부 의장 브레들리에게 이곳 전쟁의 승산은 확고하며 현재의 미군으로 금강계선에서 적의 주력을 소멸할뿐만아니라 충격적인 새 작전으로 38˚선을 밀고나갈것이라는 《엄숙한 메세지》를 보냈다. 다음날 도꾜에 나타난 콜린즈와 반덴버그앞에서도 같은 소리를 되풀이했다. 콜린즈는 국방성은 물론 트루맨까지 기대에 어긋나는 전쟁추이에 관해 심심한 우려를 표명하는 조건에서 맥원수의 결의는 응당한 좋은 반영을 나타낼것이라고 고무하였다. 맥아더는 그 말에서 자기가 헤여나기 어려운 골목에 빠졌다고 때늦게 깨달았다. 하여 자기로서도 도저히 믿지 않는 《쏘련의 개입》설을 들고나오며 쏘련을 견제하고 대만을 지키며 중국본토를 수복하기 위해서 최소한 다섯개사단이 더 필요하다는것을 강경히 주장하였다. 그때 콜린즈는 품속에 가지고온 뉴욕타임스의 석간 한장을 내밀었다.

콜린즈가 손톱으로 그어놓은 글줄을 읽어본 맥아더는 자신의 인기와 명예를 살리기 위한 연기가 어떤 결과에로 뻗어가는가를 보았다.

《현재 <한국>에 투입된 미군만으로도 전승의 담보는 위력하다고 맥아더원수 장담, 징집된 륙군의 2만명은 그곳으로 출발이 없을것이며 앞으로도 <한국>땅은 밟지 않게 될것이다.》

《이건 어떤 개자식이 썼소?》

맥아더는 콜린즈와 반덴버그가 귀국하면 자기의 몸짓 하나하나까지 흉내내여 동료들과 기자들에게 떠벌이리라는것을 모르는바 아니였으나 이 순간은 분격을 참을길 없었다. 콜린즈는 미안스런 웃음을 지으면서도 똑똑히 알아두라는 투로 말했다.

《맥원수께서 언명하신 사실에 기초하여 국방부에서는 어저께 기자들과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그걸 어느 맹랑한 녀석이 되받아 썼군요. 그래 원수는 그 언명을 철회할 생각입니까.》

《아니, 난 철회하지 않소. 난 현재의 력량으로 현재의 계선을 유지할것이며 반드시 획기적인 승리를 쟁취할것이요, 하지만 이 전쟁을 한정된 반도에만 고착시켜 생각하는것은 바보요.

대국적인 자세에서 바라볼 때 이 전쟁은 북조선 하나와의 전쟁이 아니란것을 잊지 말아야 되오. 금강계선에만도 적은 십수만이요. 적의 지휘와 병사들의 움직임은 고도로 세련되였고 원숙하오…

우리는 어떤 비적이 아니라 잘 훈련된 강력한 군대와 고전을 치르고있다는걸 알아야 하오.》

맥아더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말이 사기를 잃었고 혼란에 빠졌다. 결국 그의 말은 하루전에 선언한 원군이 없어도 승리를 이루어보겠다고 한 소리를 뒤집는 론증으로 되고말았다. 사태를 여러모로 알아본 콜린즈와 반덴버그도 결국 현재 미군력량으로는 어림없다는것을 인정했으며 대통령에게 그렇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맥아더는 그들이 풋내기대통령앞에서 로장 맥아더를 마구 짓밟을것이라는것으로 가슴아팠다. 하여 그는 다시금 오만한 배우의 연기로 금강계선이남으로 《적》을 들여놓지 않을것이며 그 계선에서 맥아더작전의 기본인 《지연전》, 《소모전》은 끝나고 새 공세가 시작될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콜린즈는 맥아더가 《푸른 심장작전》이라고 명한 1기사로 37˚선의 어느 한 지점을 때려 허리를 절단하겠다는 새로운 공세작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그의 의견에 동의하고 심심한 존경의 뜻을 표하고 떠나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도 못되여 금강이 돌파당했다.

맥아더는 콜린즈는 물론 트루맨과 미국시민들앞에서 도꾜주재 영국사절단 단장 가스코인이 말한대로 《허풍선이》가 되여가고있음을 괴롭게 깨닫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의 자리를 노려 눈을 희번득거리는 아이젠하워며 리치웨이따위들을 상기하고 몸서리를 쳤다. 이것을 생각한 순간 맥아더는 얼마전에 받은 철직당한 남조선괴뢰군 참모총장의 편지를 상기하였다.

무슨 패전의 책임이 자기에게 있느냐 없느냐 하는 푸념으로 엮어진것이라 몇자 보지 않고 집어던진 그 편지의 서투른 영어글씨들이 그때 맥아더에게는 먹이를 움켜쥐려는 독수리의 발톱처럼 떠올랐다. 이번 전쟁의 리면사와 작전진행과정에 대해서 채병덕이가 손금보듯 꿰뚫고있음을 잘 아는 맥아더였다.

만약 채병덕의 입이 터진 광주리처럼 열리는 날엔 맥아더는 물론 미국의 명예가 세계의 면전에서 여지없이 떨어질수 있다는것을 생각했을 때 맥아더는 력대 대통령들이 흔히 쓰는 수법으로 쥐도새도 모르게 그를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가도 해보았으나 그것은 천한 후대(미련방수사국장)따위나 할 노릇이지 대 맥아더로서는 창피스러운 일이라고 단념하였다.

그러나 채병덕은 맥아더의 든든한 신경속에서도 초침이 재깍거리는 시한탄처럼 사라져버릴줄 몰랐다. 만약 그자가 이번 전쟁과 관련한 맥아더나 맥아더사령부의 일체 행동비밀을 맥아더반대파의 어느 국회의원에게라도 상소하는 날엔 그날로 자기 모가지가 떨어질것이였다. 그러면 광휘로운 맥아더가문의 명성은 끝날것이고 그렇게 되여 아시아태평양주의의 기수가 사라지면 미국의 원대한 세계제패의 야망은 또 몇세기 뒤로 밀릴수 있게 되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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