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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49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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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31 07:34 조회6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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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49 회)

18 장

돌격서렬에서 병사들과 내처 함께 달렸던 림운학은 아직도 혈관을 툭툭 치는 심한 맥박과 가쁜 호흡을 진정하지 못한채 언덕길을 내렸다. 련대장이 그를 찾은것이였다. 53사 9련대 참모로 배치된 그는 전의전투때부터 늘 1대대에 내려와 싸웠다. 오늘도 그는 1대대에 속해 52사 4련대 한개 중대가 공격하는 《호박더기》(지도의 표식대로였다.) 점령전투에 참가했던것이다.…

언덕을 내려 《지뢰해제》라는 패말이 붙은 길로 들어서는데 백키로들이 장약통을 목고로 메고오는 두명의 52사군인을 만났다. 그들이 멘 장약통에는 고기국이 가득 담겨 출렁거렸다. 고추가루가 우러난 벌건 기름물이 장약통겉면으로 흘러내렸다.

《우리에게 주는거요?》

운학의 뒤를 따라오던 대대장이 장약통을 피하느라 뒤로 몸을 제치며 묻자 이제껏 가마불앞에 있은듯 얼굴에 재티가 앉은 앞의 목도군이 벌씬 웃으며 대답했다.

《네, 53사 9련대 동지들을 위해 후방부 비상폰트를 총동원했습니다. 최고의 특식입니다.》

《고맙소!》

두눈이 치째져 험상궂게 보이는 대대장은 고기점을 하나 건져 맛을 보는것으로 자기가 얼마나 감격했는가를 보이였다.

《멋있소, 별맛이요.》

그러다 찦차에 앉은 김만익련대장을 먼발치에서 보자 대대장의 얼굴은 대번에 찡그러졌다.

《동문 왜 왔소?》

김만익련대장은 운학의 옆에 보호자연한 자세로 와 경례하는 대대장을 이상스럽게 보았다. 대대장은 차우에 있는 운전수와 낯모를 군관(52사 정찰참모였다.)을 경계하듯 보고는 두손을 바지에 딱 붙이고 그 거센 모습에 비해서는 매우 노근노근한 태도로 말했다.

《련대장동지, 련대장동지도 아시다싶이 전 전술에는 락제입니다. 작년도 지도지형상학때 련대장동지도 제가 중대장자격도 없다고 하잖았습니까?》

《동문 무슨 소리를 하고있소?》

얼굴이 까뭇한 김만익련대장은 성을 내야 하는지 웃어야 할지 몰라 의아해하였다. 대대장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참모동무를 우리 대대에서 떼지 말아주십시오. 저의 대댄 아시다싶이 저나 상급부관 다가 전술엔 무식하지 않습니까.》

《허허, 알겠소. 돌려보낼테니 걱정마오.》

《저, 련대장동지, 여기서 식사를 하고 가십시오. 굉장히 차렸답니다.》

《걱정마오. 우린 최현아바이한테 가는 길이니 얼싸하게 대접을 받을거요.》

차우에서 김만익은 두팔을 저으며 껑충껑충 달려가는 대대장을 보다가 림운학에게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저 뚝보가 동무한테 홀딱 반했소?》

《모르겠습니다.》

림운학은 쑥스럽게 웃었으나 내심으로는 기뻤다. 련대장의 말마따나 전의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도 이 대대장은 운학이를 무슨 샌님이냐 하는 투로 보았다. 운학은 불쾌했으나 어쩔수 없었다. 전투속에서만 사람의 진가를 평가하는데 습관된 화선군관임을 잘 아는 그였다.

대대가 전의시가전에 들어갔을 때 운학은 적들이 버리고간 대형트럭에 한개 소대를 태우고 최현장령이 하던대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렸다. 시외의 야산에 소대를 전개시키고 도망치는 적들을 거기서 거의 전멸시켰다. 이 성과로 하여 대대장은 전투총화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대장은 그때부터 나이로나 별로나 아래인 운학이를 깍듯이 공경하고 아꼈다.

《련대장동지, 최현사단장동지가 우릴 불렀습니까?》

《아니, 이제부터 그에게 배속되였으니 가서 보고도 하고 지시도 받아야지. 동무는 거기서 정황지도를 작성해야겠소.》

이삭만 자른 보리밭을 꿰질러 얼마 안가서 산턱에 붙여지은 귀틀집 세채가 나타났다. 52사지휘부였다.

《빨찌산식귀틀집이군.》

김만익련대장은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둘러보다가 운학이에게 말을 걸었다.

《최현아바이와 동무가 아는 사이지.》

《네, 좀.》

《이제 그 아바이가 굉장히 맞아줄거요. 빨찌산때부터 손님대접 잘하는걸로 이름이 있었소.》

커다란 탱자나무뒤에서 완전무장을 갖춘 보초병이 나타나 그들을 멈춰세웠다. 안내하는 군관이 뭐라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초는 그들을 통과시키려 하지 않았다. 바빠난 안내군관이 지휘부로 뛰여들어갔다오더니 매우 미안쩍은 기색으로 사정하듯 말했다.

《련대장동지, 저 그늘에서 쉬십시오.》

《무엇때문이요?》

융숭한 환대를 기대하며 희색이 만면해있던 김만익련대장은 불끈 성을 냈다.

《회의중입니다.》

《무슨 회인데 못들어가오? 배속된 련대장이면 나도 응당 참가하여야 할것 아니요?》

《저… 사단장동지가… 그렇게 했습니다.》

《사단장동지가?!… 나라는걸 아오?》

《네.》

《무슨 감투끈인지 모르겠군.》

최현은 목깃단추를 열어놓고있었다. 공식적인 장소에서 이런 현상은 그에게서 례외적인것이였다. 그의 모자와 어깨의 위장망에는 쑥대며 씀바귀따위 풀들이 잔뜩 꽂혀있었다. 그는 얼마전까지 6련대 공격계선에 나가있었다.

거기서 참모장으로부터 53사 9련대의 지원에 대한 보고를 받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방금 돌아와 부사단장들을 방에 불러놓았다. 부사단장들외에 개별적으로 찍어 참가시킨 사람은 사단 통신과장과 작전과장이였다.

최현의 얼굴은 해쓱하게 질려있었고 이마에는 방울방울 땀이 솟았다. 책상우에 올려놓은 손은 경련하듯 떨었다. 이틀전부터 말라리아에 걸려 오후면 미열과 오한에 시달리는 그였다. 이런 그에게 대전작전의 주타격사단에서 한개 련대를 떼여낸 사실은 청천벽력같은 일로 안겨왔다.

《말을 하시오. 누가 그따위 우는소리를 했는가?》

최현은 9련대를 떼여보낸것이 여기 누구의 송사질때문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누구도 말이 없었다.

폭풍의 한고비가 가라앉기만 기다리는 그들이였다. 최현은 그 완강한 침묵에 기진한듯 옆에 앉은 문화부사단장을 돌아보았다. 뭔가 방조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저으기 청을 낮추어 말했다.

《문화부사단장동무, 그래 이게 옳소? 우리 여기에 그런 겁쟁이가 있는걸 어찌해야 되오?》

《사단장동지, 사단에서 요구한건 없습니다.》

참모장이 안경을 벗고 일어서며 조용히 말했으나 최현은 들은척 않고 문화부사단장만 지켜보았다. 최현은 어떤 막다른 골목이나 자기의 격분을 주체하기 어려울 때면 정치일군들의 견해를 알아보군 했다.

《사단장동지, 혹시…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실태를 료해하시고 취한 조치가 아닐가요?》

《아니요. 요까짓 적에 부딪쳤다고… 허참, 동무네가 장군님의 담력과 믿음을 어떻게 알고있는거요?》

최현은 숨결이 고르롭지 못했다. 그는 비칠거리며 일어나 배낭우에 걸어놓은 늄물통을 벗어내렸다. 눈앞이 핑 돌았으나 이를 악물고 마개를 뽑았다. 물통아구리를 입에 대였을 때 물이 옷깃에 흘러내렸다.

이발이 쇠전에 부딪치는 소리가 떡떡 울렸다. 문화부사단장이 조용히 문밖으로 나갔다. 그는 사단장의 병세가 악화됨을 알고 군의를 불러오게 하려는것이였다. 최현은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눈앞이 뿌옇게 돌아갔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방에 들어서는 뿌연 형체가 문화부사단장임을 알아보기까지 책상귀퉁이를 꽉 잡은채 옴짝 않았다.

《사단장동지, 53사 9련대장이 도착했답니다.》

《이렇게 합시다.》

최현은 안깐힘을 써 일어났다. 오한이 최고도로 나는 이 순간에 움직이지 않으면 쓰러진다고 생각하며 그는 전신의 기력을 다 짜냈다. 그리고 자기의 병세를 알아차릴가봐 매우 신경을 쓰며 몸자세를 꿋꿋이 잡으려고 애썼다.

《동무들의 태도로 봐서는 우에서 뭔가 오해가 생겨 9련대를 보낸것 같습니다. 대전작전방침은 장군님께서 주신것입니다. 9련대가 거기서 돌려진다는것은 그 작전에 허수가 생기는것으로 됩니다. 우리가 죽지 않은 한 그것을 허용할수 없습니다. 나는 9련대를 돌려보낼 결심을 하였습니다.》

이제껏 머리를 떨구고있던 부사단장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놀라움과 의혹, 찬성하지 않는 눈빛들이였다. 참모장이 좌중을 둘러보다가 일어섰다.

《사단장동지, 53사 9련대 지원문제는 이미 전선사령부지시로 찍어진것입니다.》

《나도 아오. 우선 거기에는 시시한 전투보고서를 올려보낸 내 책임도 있소. 때문에…》

최현은 다리가 떨리고 이발이 마주쳐 말을 이을수 없었다. 35년도 미혼진밀영에서 열병을 앓을 때의 증세보다 더 심했다. 그는 책상귀퉁이를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참모장동무, 쓰시오.》

최현은 입술을 피가 터져라 하고 깨물고있다가 천천히 불렀다.

《전선사령관 김책동지 앞.

특별한 작전적리해관계가 없는 한 53사 9련대의 지원은… 아니, 다 지워버리오…》

최현의 눈섭은 시종 푸들푸들 떨었다.

《쓰오. 53사 9련대 지원은 요망한것이 아님. 내 이름과… 참모장동무도 이름을 쓰오.》

《사단장동지!》

참모장은 결연한 자세로 일어났다. 최현은 그가 무엇때문에 일어섰는가를 알았다. 최현은 손을 저었다.

《이만합시다. 참 김만익이가 왔다지?》

최현은 딴전을 부리며 책상을 에돌아 걸음을 옮겼다. 다리가 휘친거려 하마트면 벽에 부딪칠번 한 그는 우연인듯 귀틀목우에 손을 짚으며 문화부사단장을 돌아보았다.

《문화부사단장동무, 좀 설명을 해주오.》

그는 마치 문화부사단장과는 미리부터 다 약속되고 견해가 일치된듯 한 태도를 취했다. 문화부사단장은 얕게 한숨을 쉬고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는 최현의 정당성을 이자리에서 제일선참 깨달은 사람이였다.

《들어오시랍니다.》

안내군관이 운학이네에게 달려와 소리쳤다.

운학은 지휘부 귀틀집에서 한사람이 나와 해빛쪼임이라도 하려는듯 벽에 기대는것을 보았다. 차에 올라 잔디가 듬성듬성한 마당에 이르렀을 때 운학은 그가 최현장령임을 알아보았다. 최현은 차에서 내리는 련대장을 보고도 벽에 기대인채 움직이지 않았다.

《만익이냐?》

최현은 김만익련대장의 보고는 들은척도 않고 아래우를 흘끔흘끔 살피다가 운전수가 대피처로 가려고 차를 돌리는 순간 차의 뒤꽁무니에 매단 예비바퀴의 한쪽이 뭉청 떨어져나가고 철판이 칼로 베인듯 갈라져있는것을 보고 눈살을 찌프렸다.

《차는 왜 저꼴이야?》

《오다가 반보병지뢰를 다쳐놨습니다. 다행히 차가 속도를 높인 때여서 뒤에서 꽝 하더군요.》

《잘은 한다. 대전에 가보지도 못하고 북망산에 갈번 했구나.》

《뭐, 그저. 근데, 사단장동지, 열이 나지 않습니까?》

김만익은 최현의 낯빛을 근심스럽게 살폈다.

최현은 이마에 땀을 팔소매로 씻었다.

《동무네때문에 좀 열이 났어.》

《무엇때문에 말입니까?》

《동무네 련대 전투임무가 무엇이냐?》

《네?… 거야 이제 받아야지요.》

《7월 8일부 최고사령관동지 명령으로 떨어진 임무말이야?》

《거야 대전을-》

《근데 뭣때문에 여기루 왔어?》

《네-에??》

김만익련대장은 깜짝 놀란 눈길로 최현을 보다가 눈섭을 찌프렸다.

《명령이니까 왔지요. 우리 사단장동지도 뭐 좋아서 보낸건 아닙니다. 잔뜩 울상이더군요,》

《좋아, 좋아. 그럴테지.》

최현은 처음으로 싱긋이 웃었다.

《저기 가 좀 앉자구.》

그는 김만익련대장의 팔을 끼고 땡볕이 쏟아져내리는 잔디밭을 가리켰다. 그러지 않아도 더위에 지친 김만익련대장은 그늘 하나 없이 노랗게 익은 잔디밭을 끔찍스럽게 보다가 정색하여 말하였다.

《우선 임무부터 주십시오.》

《임무?! 임무는 한사람의 손실도 없이 있는거야. 예비대로 있으라구.》

최현은 김만익련대장을 끌고 잔디밭으로 가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댓걸음 떨어져있는 참모장과 림운학을 돌아보았다.

《저 사람들 밥 먹었나?》

《밥을 먹을리 있습니까?》

《식사를 시켜야지.》

최현은 말하다 말고 림운학에게 눈길을 떨구었다.

《이거 구면친구 아니야!》

《사단장동지, 53사 9련대 참모군관 림운학.》

림운학은 아까 경례를 했으나 다시 차렷을 취하고 거수경례를 했다.

《그러니 동무까지 왔구만.》

그는 만익련대장의 팔에서 손을 빼더니 빠른 걸음으로 마주 걸어왔다. 림운학의 손을 잡은 그는 은근한 소리로 물었다.

《그래 만났어? 못만났다?!…》

최현은 운학이를 찬찬히 보다가 머리를 저었다.

《안됐어. 안되구말구.… 하지만… 대전에 가면 만나게 돼. 놈들이 서울형무소수감자들을 대전에 옮겼어. 대전엘 가야지.》

그는 운학의 잔등을 툭툭 치다가 《참모군관이라구?》 하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사단장동지.》

《참모?!… 전투를 해봤나?》

《해봤습니다.》

《만익이 이 사람 어때?》

《보배입니다.》

《허, 나하구 구면친구야. 내가 동무한테 보냈어.》

최현은 다시금 운학이를 찬찬히 살폈다.

《일루 올 때 괴로웠겠군…》

《아, 아닙니다. 사단장동지…》

림운학은 최현이 자기의 속을 빤드름히 들여다보는것 같아 어지간히 당황했다. 낯이 파릿한 최현장령의 손은 불돌처럼 뜨거웠다. 얼굴색이 파릿한것이 중병을 앓고있음이 틀림없는것 같았다.

《사단장동지, 건강이 좋지 않아뵙니다.》

《나… 난 앓는 법이란 몰라.》

최현은 운학의 잔등을 두드려주고 돌아섰다.

이때 담가를 든 간호원 두명과 군의근무군관 한명이 정문쪽에 나타났다. 무심히 그들을 바라보던 림운학은 갑자기 가슴이 후두두해졌다. 빨간 견장빛의 반사로 더욱 붉어보이는 가름하면서 약간 새침한 얼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추어올리는 연연한 손동작, 눈길을 치떴다가 다시 내리까는 모습… 너무나 방불하였다.

(성련화가?!…)

그러나 녀간호원은 고개를 숙인채 그대로 옆을 스쳐지나간다.

앞장선 군의근무군관은 사단장실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김만익련대장과 나란히 앉아있는 최현을 보고 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최현이 뭐라 소리쳤다. 그러나 림운학의 귀에 그 말소리는 어렴풋이 들린다. 바로 그 순간에 련화라고 생각한 녀자가 자기를 돌아봤기때문이였다. 최현이 손을 흔들자 그 녀자와 다른 간호원은 물러서고 군의근무군관이 위생가방을 열고 주사기를 꺼내였다. 최현이 껄껄 웃으며 팔소매를 춰올리다가 김만익련대장에게 팔을 맡긴다.

림운학은 그냥 녀간호원을 살폈다. 녀간호원은 이젠 그에게서 돌아서서 같이 온 동무와 뭐라고 말하는듯 했다.

(내가 착각했는가? 얼뜨기)

림운학은 한숨을 쉬고 머리를 수그렸다. 그러나 눈길은 자꾸 그쪽으로 돌아간다.

(아서라.)

림운학은 완강히 입을 다물고 그쪽을 보지 않으려 했다.

《거… 안나카까지 껴묻혀놓지. 응, 좋아.》

최현의 말소리는 똑바로 들려왔다.

《좀 떨릴따름이야… 그래,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잘못 받았군… 좀 가서 욕을 해주라구. 담가까지 가지고 오면 사단장의 위신이 어떻게 되나… 나같은 환자가 또 있다고… 넨장… 말라리아란 어데서 굴러온건가… 이게 금계랍이란거야… 미국아들거라구… 청주에서 로획한거란거지… 좋아 빨리 가보게.》

림운학은 녀간호원쪽을 그냥 보았다. 녀간호원은 림운학의 지꿎은 눈길에 분명히 기분을 잡친듯 돌아다보지 않았다.

(저렇게도 같을수 있는가?)

운학은 따라가 알아보고싶은 충동을 참노라 이발을 악물었다.

《뭐, 누구와 비슷한 사람이 있나?》

운학은 와뜰 놀랐다. 최현장령이 뒤에 와 서있었다. 운학의 얼굴을 본 그는 눈섭을 쫑깃거리다가 보초선밖으로 사라지는 군의소일행을 살폈다.

《저중에 비슷한 동무가 있나? 거…동무의 애인과-》

《아닙니다. 사단장동지!》

림운학은 낯이 파릿해서 얼버무리듯 중얼거렸다. 최현은 동정하듯 그를 보다가 불쑥 물었다.

《동무, 그 애인의 이름이 뭐랬더라.》

《저, 사단장동지…》

림운학은 얼굴이 화끈해올랐다.

《말하라구. 혹 알겠나. 내가 찾아줄지…》

최현은 이렇게 말하고 사단장실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운학이쪽을 보았다.

《저기 가는 한동문 일주일전에 서울서 입대한 의용군이야.》

《네-?!》

운학은 흠칫하며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최현은 빙그레 웃었다.

《내 알아보지. 우선 식사부터 하자구.》

그때 사단장실로부터 참모장이 뛰여나왔다. 그는 주변에 낯모를 군관이 있는것도 보지 못하는듯 갈린 목소리로 다급히 말했다.

《사단장동지, 4련대에서 적의 반돌격이 있다는 보고입니다.》

《소등산의 1사겠지.》

《네. 소등산쪽에서부터 밀려온답니다.》

《그러지 않아도 내 오늘 거길 가자고 했소. 놈들도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란걸 알지. 위협에 불과한거요. 하지만 내 가겠소. 련대장동무에게 그렇게 말하오.》

《아니, 그 몸으로?》

《추워서 방안엔 못있겠으니 어쩌겠소.》

그리고 최현은 김만익과 운학을 돌아보며 량해를 구하는 투로 말했다.

《동석식사는 못하겠소. 푸대접을 하려는건 아니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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