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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48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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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30 10:31 조회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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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48 회)

17 장

시가상공을 감돌던 희푸른 아침안개와 연기는 점차 설펴져 가면서 검고 푸른 고급의 기와지붕과 희고 붉은 담벽들을 드러냈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의 고색창연한 지붕이 해빛을 받아 번쩍였고 멀리 동대문이며 남대문이 어렴풋이 보이였다. 일터로 나가는 시민들의 거뭇거뭇한 모습이 세종로와 광화문쪽으로 련련 줄져 흘렀다. 간간히 꽃으로 단장한 전차들이 명랑한 종소리 울리며 장난감기차처럼 천천히 굴러갔다. 고성기에서 울려나오는 건드러진 노래소리가 전차의 종소리와 합쳐 활력에 차넘친 도시의 교향곡을 들려준다. 평화의 도시요 안정의 도시다.김일성동지께서는 북악산중마루에 오르시여 거의 한식경이나 아무 말씀없이 도시를 부감하고계셨다. 여기로 오르실 때까지만도 여러가지 복잡한 전선문제를 가지고 줄곧 묻고 말씀하시던 그이시였다.

김책은 다양한 감회가 엇드는 속에김일성동지의 명상어린 고요한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금김일성동지의 심중에 자리잡아 끓고있는 사색과 감정은 무엇일가. 해방년의 그달, 미제침략군의 조선강점으로 이 땅이 남북으로 량분되게 되였을 때 분노에 뇌이시던 말씀.

《결국… 조국광복을 위한 우리의 목표는 절반밖에 못 이루어진 셈이요. 서울을, 남해의 다도해를 그리며 눈을 감던 전우들의 한도 못풀어주었소.》

그때로부터 5년, 5년만에야 서울에 오셨다.

장군님의 서울입성을 바래서 이 고도의 수십만인민들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던가. 45년 8월부터 그 이듬해까지 저 서울역은장군님을 맞으러 밤이고 낮이고 인민들로 덮여있었다지 않는가.

《여러분,김일성장군님께서 여기 오셨소!》

이렇게 한마디만 소리치면 온 서울이 달려올것이다. 눈물의 바다, 감격의 바다가 펼쳐질것이다.

《김책동무!》

김일성동지께서 조용히 부르시였다.

《서울해방전투에서 희생된 전사들의 묘는 어데다 썼습니까?》

《주로 서대문형무소 뒤산에 안장했습니다.》

《묘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그건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김책은 자책감에 얼굴이 화끈해졌다.

《좀 어렵겠지만 서울시의 대공방어를 위한 화력기재들을 보충해줘야 하겠습니다. 고사기관총과 고사포들을 여기도 좋고 저 빈민가들이 널린 인왕산쪽에다 많이 걸어놓고 적들의 항공습격을 막아야 하겠습니다. 우리 전사들이 피로써 지킨 인민들의 생명재산과 저 오랜 건축물들에 조그마한 피해도 없게 해야 합니다. 이것은 희생된 전우들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금 서울시가를 유유히 굽어보시다가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이께서는 경무대쪽으로 난 길가에 이르러 수행원들중의 군의국장을 부르시였다.

《동무네 병원으로 가봅시다》

김책은 시계를 보았다.김일성동지께서 오전안으로 대전작전문제와 관련되여 정황청취를 하시겠다고 하여 작전일군들을 모이게 한 시간이 돼오기때문이였다.

《몇분 더 정황을 연구하라고 합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벌써 김책의 심리를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김책은 자기의 부관에게 눈짓을 주어 병원에 먼저 가게끔 하였다. 군의국장은 어쩔바를 모르는 거동으로김일성동지를 병원에 안내하면서 아직 신설중이여서 질서가 잡히지 않고 정리가 잘 안되였다는 등 자기비판식으로 말씀드렸다.

《나는 보건검열원은 아닙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런 말씀으로 당황해하는 군의국장을 진정시키고 치료와 부상병취급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물으시였다.

병원마당에는 김책의 부관이 달려가 어떻게 해놓았는지 얼씬거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접수과로 향하는 복도굽이로 돌아서시였을 때 간막이복도 저켠에서 웅성웅성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군복차림을 한 일여덟명의 군인들이 복도로 나왔다가 뒤밀려들어가고있었다. 김책의 부관이 《최고사령관동지의 서울시찰은 극비》라는것때문에 퇴원해나가는 군인들을 도로 자기 방에 가있게 한것이였다. 그런데 촉기빠른 한 전사가 간막이쪽으로 물러서다가김일성동지를 알아보았다.

《최고사령관동지!》

감격에 넘친 웨침이 그 전사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그러자 간막이쪽으로 들어가던 군인들이 돌아섰다.

《장군님!》

《최고사령관동지!》

전사들은 꿈결같이 웨치며 달려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푸러질듯 달려오는 전사들을 보시자 만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껴안을듯 급히 마주가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전사들은 눈물에 목이 메여 그이앞에서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그이께서는 매 전사들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고 이름과 부대명을 물으시였다. 다 나아서 퇴원한다는 보고에 그이께서 못내 기뻐하시였다.

《그래, 병원생활이 어떠했소?》

《싫었습니다. 겨우 견뎠습니다.》

몸집이 류다르게 큰 전사가 눈물을 닦다 말고 큰소리로 대답올렸다. 그 말에 군의국장의 낯이 대뜸 거멓게 죽어들어갔다.

《왜? 치료가 좋지 않소? 식사가 나쁘오?》

《식사랑 치료랑은 좋습니다.》

《그런데-?》

김일성동지의 눈길에는 웃음이 넘실거렸다. 몸매가 큰 전사는 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미국놈들이 자꾸 들어온다는데 저흰 공밥만 먹으니 누워도 바늘방석에 누운것 같았습니다. 빨리 그놈들을 족쳐야 하지 않습니까.》

《미국놈과 싸워봤소?》

《전… 못싸워봤습니다. 여기 로량진전투에서 부상당했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전 싸워봤습니다.》

패기있게 생긴 52사에 있다는 하사관이 한걸음 나섰다.

《그래, 그놈들이 어떻던가?》

《영 겁쟁이들이고 바보들입니다. 빈 탄창이 달린 따발총을 내들어도 손을 번쩍번쩍 듭니다.》

《그렇다?! 그래 동문 몇놈이나 잡았소?》

《옛,… 많인 못잡았습니다. 열두놈밖에.》

《허 대단하오. 매 사람이 다 그렇게 잡으면 미국놈이 남아날가.》

그이께서는 수행한 일군들에게까지 웃음어린 시선을 주시다가 약간 시무룩해있는 몸집이 큰 전사에게 물으시였다.

《동무도 그렇게 할만 하오?》

《장군님, 자신있습니다.》

《동문 언제 입대를 했소?》

아직 군대생활이 몸에 익지 않아보였기때문이였다.

《6월 27일에 입대를 했습니다.》

《입대전엔 뭘했소?》

《평남관개관리소 로동자였습니다. 그전엔 떼도 몰고… 전 힘으로도 그놈들 문제없습니다. 그놈들은 다리힘이 약하기때문에 육박전을 할 때 안다리를 걸면 영낙없답니다.》

《연구를 많이 했구만. 허허.》

김일성동지께서는 전사의 너무나도 순진한 대답에 웃음을 터치시였다. 약간 덤빌사 하면서도 크고 어진 두눈에 무척 성실해보이는 그 전사가 무척 호감이 가셨다.

《동무 54사 18련대라고 했지?》

《옛, 2대대 3중대 중기분대 대원 전호근.》

《전호근이라. 동무네 18련대가 싸움을 잘하지. 당원부대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매 전사들에게 다시는 부상당하지 말고 잘 싸우기를 바란다고 하신 후 그들과 헤여지셨다. 한 방문앞에 이르렀을 때 군의국장이 딱한 얼굴로 그이앞을 막아섰다.

《장군님, 여기도 보시겠습니까?》

《보면 안되오?》

《중상자호실이여서 그럽니다.》

《중상자?! 봅시다.》

복심은 귀익은 음성에 또 무슨 꿈을 꿨는가 생각하며 눈을 떴다. 우유빛 갓을 씌운 전구알이 두개로 되였다가는 세개로 되고 다시 두개로 돌아갔다.

그는 여드레째 반생반사의 사태에서 헤매였다. 그러나 의식만은 거의 언제나 똑똑하였다. 간호원들이 자기 안주머니에 있던 돈봉투(송기덕이 주고간)를 꺼내들고 《야, 이 동문 살림차비를 알뜰히 했구나…》 하고 귀속말로 속삭이던것까지 들었으며 또 지금껏 기억하고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전선에 나오며 송기덕동무한테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맹세한것을 결국 실천하지 못하게 됐다는 생각까지 해나갈수 있었다. 그러나 회진때마다 서로 나누는 의사들의 말이나 표정을 보면 자기는 이 세상사람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았다.

(누구실가?)

유난히 굵고 우렁우렁하신 음성… 그 음성은 죽어도 잊지 못할 평천리의 폭격현장에서 들어본 음성이 아닌가.

(이게 의사들이 말하던 《환각》이라는거지.)

복심은 눈을 감았다. 《환각》은 계속되였다. 인기척과 웅성거리는 소음이 고막에서 맴돌았다.

《이 동무는 포격속에서 자기 몸으로 부상병을 막다가 중상을 당했습니다.》

조용조용한 목소리다. 언젠가도 이런 말을 들었다. 복심은 《환각》에서 깨려고 눈을 떴다. 전구알대신 흰 위생복이 어른거린다. 또다시 《환각》이 온다.

근심어린 엄숙한 얼굴, 부드러운 눈빛… 이것은 《환각》일가. 복심은 눈에 정기를 모았다.

《아!》

소리는 목구멍에서 잦아든다. 무거운 산소마스크가 입을 가리우고있는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녀인이 자신을 알아보았음을 느끼셨다. 녀인의 눈까풀이 열렸다. 백랍처럼 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더 커져가고 눈동자도 더 커져갔다.김일성동지께서는 천정에 붙어있는 선풍기가 움직이지 않는것을 보시고 창문을 열라고 하셨다. 그리고 허리를 굽힌채 녀인의 손목을 꼭 잡으시였다. 순간 녀인의 떨리는 눈시울로 맑은 이슬방울이 맺혀올라 귀밑으로 굴러내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수건으로 그의 눈굽의 눈물을 닦아주셨다.

《힘을 내오!… 힘을!》

김일성동지께서는 누군가 가져다주는 의자에 앉아 근 한식경이나 녀인을 지켜보셨다. 녀인의 얼굴에는 홍조가 어리는듯싶었다.

그러다가 녀인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래도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를 뜰념을 하지 않으셨다.

《의식을 또 잃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자주 반복됩니다.》

원장의 송구스럽게 하는 말을 듣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문가에서 한참이나 서서 돌아보셨다. 복도에 나오셨을 때 그이께서는 침통한 안색을 감추지 못하고 그 녀인의 상태에 대하여 물으시였다. 원장은김일성동지께서는 모든것을 다 알고계신다고 생각한탓인지 김책이로도 모를 라틴어까지 써가며 수술경위와 지금까지의 치료과정을 말씀드렸다.

녀인은 혈관과 신경조직의 손상과 심한 출혈로 극도로 쇠약해진데다가 혈압이 생명위험선에 떨어졌기때문에 치유전망을 속단하기 어렵다는것이였다.김일성동지의 안색이 눈에 띄이게 어두워지셨다. 그이께서는 엄하신 눈길로 원장을 보시였다.

《사람은 그렇게 죽음에 쉽게 굴하는것이 아니요. 동문 저 녀자가 지금 살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아오?》

《장군님, 저희들이 꼭 살려내겠습니다. 그 동문 이제까지 의식을 회복한 상태라도 감정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문 분명히 최고사령관동지를 알아뵈옵고 반응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치료에서 하나의 전진입니다.》

《허허, 그것이 정말이라면 얼마나 좋겠소. 원장동무, 나를 위안할 생각을 말고 한번 기술을 총동원해보시오. 이건 최고사령관의명령으로 생각해도 좋고 내 개인의 부탁으로 들어도 좋소.》

《최고사령관동지, 명령대로 꼭 살려내겠습니다.》

《고맙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심려어린 안색으로 김책을 돌아보시였다.

《그 동무를 모르겠소?… 평천리 폭격때 만났던 녀자요. 리복심이라고…》

《네?!》

그때 김책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 크지 않았다.김일성동지를 모시고 사업하는 과정에 그이의 비상한 기억력에 늘 감탄하는 그였으나 산소마스크로 얼굴절반을 가리다싶이 한 녀성을 대번에 알아보신데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가 가슴아픈 어조로 말씀하셨다.

《남편한테 소박당한 녀자요. 그 남편이라는 동무를 찾아봐야겠소. 54사 18련대에 있는데 이름이 송기덕이요. 내 한번 만나본 동무같소.》

《장군님, 제가 그런 사람을 만났댔습니다.》

김책은 오산전투장에서 만났던 중대장을 상기하였다.

《그 사람을 꼭 찾아야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중앙청》마당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뒤따르는 차에서 내리는 영혜를 보시자 강부관에게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이제 저 오영혜를 시켜 희생된 전사들한테 가져갈 꽃다발을 만들어야겠소. 가는것은 오영혜와 함께 동무가 내대신 가주오. 여기 동무들께 부담끼칠 생각 말고 조용히 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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