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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행 급행렬차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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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11-26 17:01 조회3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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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3

아침에 최윤호는 별로 기분이 우울해서 출근하다가 건설사업소 지배인과 마주쳤다.

《여보 최동무, 정말 그러겠소?》

허우대가 크고 육중한 체구에 언제 봐야 기운이 철철 넘쳐나는 지배인이 커다란 얼굴에 잔뜩 노여움을 실으며 대뜸 따지듯이 물었다.

그가 무엇때문에 그러는지 리해가 갔지만 최윤호는 화를 내며 도대체 왜 그러는가고 물었다.

《왜 그러는가가 뭐요? 이 지배인이 최동무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게 뭐가 있소? 그런데 남의 귀한 아들문제에는 그렇게도 성의가 없소? 도와주겠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도와주어야지 이젠 아예 손을 털 작정이요? 제 자식이 아니여서 그러는거요?》

《그건 무슨 소립니까? 지배인동무가 평양에 올라간다기에 부상과 줄을 놔주고 만나게까지 해주지 않았습니까. 그 다음일이야 지배인동무 자신이 어떻게 사업하는가에 달려있는거지 뭘 그럽니까.》

지배인은 말도 말라는듯 손을 내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됐수다. 내 최동무를 믿은게 잘못이지. 올라가서 교양만 받고 내려온걸 최동무도 알면서 그러오? 도와줄 생각이 있으면 최동무 제가 직접 나설것이지.》 그리고는 선 참외나 씹은듯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입을 쩝쩝 다시였다.

최윤호는 거기에 대고 사실 할소리가 없는 처지였다. 지금껏 이 지배인의 도움을 한두번만 받은것이 아니였다.

얼마전에도 그랬다. 기관이 맡은 돼지종축장확장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그 일을 최윤호가 책임지게 되였는데 이미전부터 교제가 있는 이 건설사업소 지배인에게서 적지 않은 량의 목재와 세멘트를 해결했던것이였다.

그들 두사람이 그런 교제를 하기 시작한지는 벌써 여러해가 지났다. 최윤호가 대학을 졸업하고 부서에서 부원으로 있을 당시였다.

장가를 가서 새로 받은 주택을 꾸리는데 필요한 기술로력과 세멘트를 건설사업소 지배인한테서 해결받은 《인사》로 최윤호는 그의 조카가 대학시험을 치는데 도움을 주었다. 나이차이는 어지간하지만 그때부터 두사람은 남같지 않은 자별한 사이가 된것이였다.

최윤호는 그 일들을 생각하며 몹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지배인동무, 리해하십시오. 내 권한으로 지배인동무의 부탁을 들어줄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굳이 손을 안 댔겠습니까? 나야 그런 일때문에 이미 비판을 받은 몸이 아닙니까. 그래 사실 일이 되게 하자고 해서 위원회에 올라가기 전부터 부상동지에게 전화로 지배인동무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까지 했던거구요. 그런데 광우부국장한테 가서 일이 그렇게 된걸 이제 와서 내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광우부국장이 옛정도 모르는 매정한 사람인줄이야 내가 알았습니까?》

그리하여 두사람의 이야기는 자연히 광우부국장의 인간성을 비난하는데로 이어지게 되였다.

바로 그 시각, 한 로인이 시당책임일군의 방문을 두드리고있었다.

시당책임일군은 방금 출근하여 대나무가 실하게 자라오른 화분에 물을 주던 참이였다. 꽤 넓은 사무실의 남향받이 창문가에는 대나무화분외에도 수선화며 룡설란이며 하는 여러종의 화초가 실하게 자라고있었는데 시당책임일군은 출근하자바람으로 그것들에 물을 주는것으로 일을 시작하는것이였다.

그는 들어오라는 응답을 해놓고 이른아침의 방문자가 누군가 해서 나들문쪽을 보다가 다소 의아해졌다.

들어오는 사람은 전혀 낯이 선 나이많은 로인인것이였다.

《안녕하십니까?》

로인이 먼저 허리굽혀 인사를 했다.

머리가 허옇게 세고 강마른 로인은 80고개는 이르렀을것인데 수북한 장미아래 두눈은 총기가 있었다.

첫눈에도 범상한 로인은 아니라는것이 알리였다.

책임일군은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편안한 쏘파를 권했다.

《처음 뵙는 로인이신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로인은 자기를 서산동에서 사는 김창환령감이라고 소개를 하고 찾아온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이 건설판을 벌려놓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있습니다. 원래는 학생들이 나오지 않는 방학기간에 실험실습실중축공사와 울타리보수공사까지 끝낸다고 해놓고서는 아직까지 울타리 한쪽은 헐어놓은채로 있지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널려있는 모래며 블로크무지들사이를 지나 학교로 들어갑니다. 장난 세찬 아이녀석들이 거기서 놀다가 상하기라도 하면 어찌겠습니까?》

로인의 입에서는 갑자기 준절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이럴수가 있습니까? 우리 일군들이 인민들을 위하여 좋은 일을 하자고 말들은 많이 하는데 일하는걸 보면 그렇지 못하단 말입니다. 내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래 우리 시에 뭐가 없어서 그런 일이 있는가요? 관점문제이지요. 후대들을 위하는 일군들의 관점문제가 걸려서 학교울타리공사가 그 모양이지요. 이 늙은이가 지나친 말을 하는가요?》

책임일군의 얼굴에 나타나는 노기를 띠여보고 로인이 하는 마지막말이였다.

책임일군은 황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로인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제자신이 얼굴이 뜨거워 그럽니다. 아니, 자신을 타매해야 할 일이지요. 시당책임일군이라는 사람이 자기 시안에 그런 학교가 있다는것도 모르고있었으니까요. 이런 당일군이 백이 있으면 뭘하고 천이 있으면 뭘합니까?》

《아니, 아니…》 로인은 몹시 바빠했다. 《제 그렇게 푼수없는 령감은 아닙니다. 제가 책임일군을 비판하자고 찾아온게 아닙니다. 그저 우리 귀한 아이들이 건설장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것을 보니 분해서 참을수가 있어야지요. 내 그래서…》

《압니다. 로인님이야 그래서 찾아왔겠지요. 로인님, 그 학교에서 공부하는 손자녀석이라도 있는가요?》

로인은 대답대신 고개를 들어 시당책임일군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길다란 흰 장미아래 두눈에서 섬광같은것이 번쩍했다.

한참후에야 로인의 입이 열리였다.

《그럼 그 학교에서 공부하는 그 숱한 아이들이 모두 내 자식이 아니란 말씀인가요?》

책임일군은 가슴이 화끈해왔다.

《용서하십시오, 로인님! 용서하십시오!》

《아니 아니, 그러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는 로인의 어조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노여움이 어려있었다.

《로인님은 젊어서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군대에 있었습니다. 전쟁때엔 별을 달고 락동강을 건너갔다왔습니다.》

《달리 생각지 마십시오. 바로 그런분같아 제가 물은것입니다. 나라를 위해 피와 땀을 흘려본 사람들은 자기의 제도, 자기의 국가가 귀중하다는것을 알고 참답게 사랑할수 있는것이지요. 국가라는 우리의 사회를 이룬 모든 사람들이 그 정신으로 살아야겠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거던요.》

그런 일이 있은 다음날이였다. 바로 일요일이였다.

시안의 중요시급기관 책임자들을 비롯한 일군들은 누구든지 빠짐없이 일할 준비를 해가지고 서산고등중학교운동장으로 모이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한사람도 빠짐없이》라는 전례없었던 호출에 무슨 일인가 해서 모여온 사람들앞에는 보수공사를 위해 한쪽 구간을 헐어버린채로 있는 울타리공사장이 펼쳐져있었다.

작업복차림을 하고 나타난 시당책임일군이 모여온 일군들앞에 나서서 신랄한 비판의 말을 했다.

《동무들, 건설판을 벌려놓은 이 학교에서 우리 자식들이 공부를 하고있습니다.

우리가 알아본데 의하면 이 학교의 후원을 맡은 기관도 있고 보수공사는 지난 여름방학기간에 끝내기로 계획되여있었습니다.

그런데 형편은 보는바와 같이 이렇습니다. 생각되는바가 없습니까? 어느 기관이 후원을 하고 누가 보수공사를 맡아서 판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는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지 맙시다.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응당 책임을 지게 될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이 자리에서 말하고싶은것은 우리 시에 사람이 없고 또 무엇이 없어 귀중한 우리 아이들이 이런데서 공부를 하게 해야 하는가 하는것입니다. 여기 모인 우리들모두는 관료가 아니라 일군들입니다. 나라는 말로 받드는것이 아닙니다. 일군이라면 누구보다 나라일을 두고 늘 진심으로 걱정해야 하며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데 뼈심을 바쳐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이 학교도 완성을 보게 될것입니다.

교육은 국가가 품을 들여가며 장려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국가란 그 무슨 상징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들자신입니다. 그렇게 놓고볼 때 나라의 존망과 관련되는 학교일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 일에서 몸을 사린다면 그것은 손톱 곪는것만을 걱정하면서 제 몸 전체를 파멸의 수렁창에 처넣는것이나 같습니다.

오늘은 마침 아이들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일요일입니다. 이 시당책임비서를 포함하여 여기 모인 동무들은 오늘 하루를 이 학교 울타리보수공사에 바치면서 일군의 본분에 대하여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작업은 세멘트창고를 옮기는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험한 작업이였다. 세멘트창고지붕으로는 비가 새여 얼마 안되던 세멘트마저도 돌덩이처럼 굳어져버렸으며 한쪽에는 장마철에 흘러들었을 비물이 그냥 고여있었다.

《정말 한심하구만!》

누군가 세멘트창고앞에서 기가 막혀 한마디 하기 바쁘게 비난의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이거야 너무하지 않소.》

《그러게나 말이요. 이걸 어떻게 세멘트창고라고 할수 있겠소?》

《도대체 이 학교후원을 맡은 기업소가 어디요?》

《시건설사업소라나 보오.》

《아니, 전문건설기업소가 맡았다는게 이 모양이요?》

최윤호 역시 일요로동에 불리워나온지라 웅성거리는 비난의 말들을 죄다 귀에 담지 않을수 없었다. 꼭 자기에게 들씌워지는 비난의 폭포처럼 생각되였다.

건설사업소 지배인한테서 세멘트를 뽑아내여 돼지종축장확장공사를 불이 번쩍나게 끝내여 자기는 상급일군으로부터 역시 최윤호가 일을 친다는 좋은 말을 들었는데 건설사업소 지배인은 비난의 도마우에 오른것이였다.

하여 자기도 모르게 많은 사람들속에서 건설사업소 지배인을 찾아보았다. 그 사람은 어찌된 일인지 어디에도 없었다.

최윤호가 세멘트창고에서 뜯어낸, 아직도 비물에 젖은 서까래 두개를 힘들게 메고가는데 앞에서 문짝을 맞들고가는 두사람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건설사업소 지배인이란 사람이 무사칠 못할것 같더구만. 하긴 학교후원을 맡아가지고 이렇게 만들어놨으니 응당 책임을 져야지. 그런데 참… 별난 일도 다 있지. 글쎄… 참…》

《왜? 무슨 일이 있었소?》

《일은 김창환인가 하는 로병로인이 시당에 찾아가 신소를 해서 이렇게 번진것인데 그 로병아바이가 바로 글쎄… 참…》

《왜 그러오?》

《그 아바이가 건설사업소 지배인의 아버지라나 보오. 아버지가 제 아들을 신소한셈이지.》

최윤호의 귀에는 그들이 무엇이라고 하는지 더는 한마디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제 아들을 신소한셈이지.》 하던 소리만 귀전에서 사라질줄 모르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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