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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행 급행렬차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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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11-20 19:09 조회3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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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35

《이보우, 광우부국장.》 방안으로 들어서는 부국장에게 쏘파를 권하며 전학선이 난처한 기색을 지어보이였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류철삼이라고 생각나오?》

《누군지? …》

광우는 얼떠름해서 얼추 기억을 더듬었다. 떠오르는것이 없었다.

《모르겠는데요.》

《부국장동무하고는 소시적에 군인사택마을에서 함께 자랐다더구만. 그 사람 아버지가 사단의 무슨 과장이였다던지.》

부상이 튕겨주어서야 생각이 났다.

아버지네 사단 정찰과장에게 《꺽새》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던 그런 아들이 있었다. 좀 거만하고 키가 큰것을 내놓으면 별로 특별한것이 없는 아이였다.

광우는 아버지가 잘못된 후 군대에 나갈 때까지 한동안 군인사택마을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어째서인지 그와는 별로 친해서 지낸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존재를 오래전부터 잊고있었는지 모른다.

생활에는 불가사의한 일들도 있는것이지만 부상한테서 그 류철삼이란 이름을 듣게 되니 참으로 놀랍기만 했다.

《아니, 부상동지가 어떻게 류철삼이를 압니까?》

전학선은 어이없다는듯 《허.》 하고 소리지르며 손을 내저었다.

《알기는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안단 말이요? 최윤호동무가 그 사람을 나한테 떠밀어보내놓고 전화로 말해주더군. 광우부국장과는 소시적부터 가까운 친구지간인데 어느 건설사업소 지배인이라고 말이요.》

최윤호가 자기들 두사람이 어렸을 때 가까운 친구지간이였다고 요란스럽게 소개했다는것도 야릇하지만 최윤호가 그를 전학선부상한테 보냈다는것이 이상했다. 갈피없는 꿈을 꾸는듯 아리숭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부상동지를 왜 찾아왔답니까? 》

전학선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손을 홱 내저었다.

《이 전학선이 위원회에 있다니까 굉장한 권한이라도 있는가 하는게지. 하긴 그 최윤호란 사람이 전학선이한테 찾아가면 문제가 술술 풀릴거라고 했겠지. 글쎄 자기 막내아들녀석의 대학추천문제를 좀 도와달라는거요.》

광우는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왔다. 방금전에 복도에서 만났던 최윤호의 몸이 별로 나지 못한 허우룩해보이는 체구며 살갑게 말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바빠하는 기색이였던 꺼칠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니 최윤호는 지배인을 달고 평양으로 올라왔으나 자기는 부상방에 들어가지 않고 그 사람만을 들여보낸것이였다.

짐작이 갔다.

최윤호로서는 아버지들의 남다르다고 할수 있는 옛 전우관계를 믿고 같은 소꿉친구인 건설사업소 지배인의 일을 도와주자고 이 김광우한테 직접 부탁했으면 좋겠는데 이미 신소건으로 하여 있었던 좋지 않은 감정이 장애가 되리라는것을 타산했을것이다. 하여 전부상한테 보냈을것이다.

하지만 전부상이 모집국사업에 직접 관여하는 일군이 아니라는것을 최윤호가 몰라서 지배인을 그한테 보낸것은 아닐것이다. 부상한테 부탁하면 결국 부상이 한청사안에 있으면서 모르는 사이도 아닌 이 김광우한테 말해서 일을 성사시킬것이라는 세밀한 타산밑에 지배인을 달고 올라왔을것이다.

광우는 그제서야 부상이 최윤호소리를 하면서 화를 낸 진짜 리유가 무엇인가를 알았다. 부상 역시 사개를 잘 맞춘 최윤호의 《프로그람》을 간파하고 입이 쓰거웠을것이였다.

《최윤호는 최윤호이고 그래도 지배인이란 사람이 아들애의 대학추천문제를 여기까지 들고다닌단 말입니까? 도에서 시험을 쳐서 추천을 받으면 되겠는데.》

《허허. 이보우, 부국장동무. 아들이 제 실력으로 당당히 추천을 받을것 같으면 아버지란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다니겠소?》

뻔한 소리를 했다는 생각에 광우로서도 어이없는 웃음이 나갔다.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대학추천사업은 이 부상이 하는게 아니라고 했소. 아마 광우부국장을 찾아갈수 있으니 어쨌든 만나는 보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부상이 아닌가. 원칙적인 말을 해서 리해를 시키지 않고 이 부국장에게 밀어붙일건 뭔가!

《어찌겠소.》

부상이 그의 심리를 들여다본듯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한숨을 내그었다.

《어찌겠소.》하는 말은 그래도 당신들이야 소시적부터 아는 사이인데 가능한껏 힘써주면 안되겠소 하는 소리였다.

결국 최윤호는 자기가 부탁받은 《짐》을 부상한테 올리밀었고 사람이 용한 학자출신인 부상은 그 딱한 《짐》을 광우부국장에게 또 밀어놓은것이였다.

광우는 자기가 《마지막계선》에 서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마지막계선》이 무너지면? 문득 최전연초소의 그 엄혹했던 밤이 떠올랐다.

엎드려있는 잠복초소에 진눈까비가 쏟아져내리던 그밤! 온몸이 얼어들던 그밤! 이 김광우는 의식이 흐려지는 자신과 싸우며 그때 무엇을 생각했던가? 그 계선은 조국이 나를 믿고 나한테 맡겨준 계선이며 내가 이 최전방계선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또다시 원쑤들의 노예가 된다는 생각을 했다.

광우는 그날 온 하루 기분이 울적했다. 그런 기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퇴근했다.

집에 들어가니 뜻밖에도 돌격대에 나가있는 딸애가 문을 열어주며 반겨맞았다.

《아버지, 지금 오세요?》 가방을 받아주며 방글거리는 딸애의 티없는 얼굴!

《너는 왜 또 왔니? 돌격대에 나갔으면 지써 있으면서 생활을 잘해야지.》

아버지의 언짢은 소리에 딸은 눈이 올롱해졌다.

《어마! 아버진 이 딸이 온게 반갑지 않아요?》

《여보, 그 애가 집에 놀러 온게 아니예요. 돌격대일로 왔다가 잠간 들린거예요.》

안해가 딸을 역성들어 하는 말이였다.

그 딸을 보면 대학추천을 못 받고 울던 그때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며 미안하고 자식앞에 죄를 지은것만 같은 마음을 금할수 없는 김광우이다. 그는 인차 딸에게 언짢게 말한것을 후회했다.

《얘야, 잘못했구나. 이 아버지를 리해해다오. 오늘은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아서 그러는거다.》

《아버지, 리해해요. 아무렴…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광우는 얼굴에 애써 밝은 미소를 담았다.

《저녁전이겠구나. 밥이나 먹자.》

저녁식사후에 잠자리에 누운 광우는 인차 잠이 오지 않아 괴롭게 뒤척이였다.

옆방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울려나오고있었다. 딸이 록음기를 켜놓은것이였다.

《여보, 당신 자오?》안해에게 묻는 소리였다.

《여보, 말씀하세요.》 안해 역시 잠들지 못하고있었다.

그 녀자는 남편의 거동을 조심스럽게 살필뿐 무슨 일이 있었는가고 묻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원망하지?》

안해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원망할거요. 당신도 녀성이구 딸애의 어머니가 아니요.》

그제서야 그 녀자는 남편의 말을 리해했다.

《서운한 생각이야 했지요. 당신을 원망도 했어요. 하지만 딸애가 대학추천을 못 받았다고 해서 당신을 탓해서야 안되지요. 저도 교원생활을 한 녀자가 아니예요. 그리고… 저야 한생…》

안해는 더 말하지 않았다.

안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광우는 모르지 않는다. 안해는 마치 한생 남편에게 다 갚을수 없는 빚이라도 지고있는듯이 생각하는것이였다.

그것은 당치 않은것이며 광우를 항상 서운하게 하는것이였다. 사실은 광우가 한생 안해의 존재로 하여 인생을 다그쳐 살수 있는것인데 그 녀자는 그렇게 생각하는것이였다.

《간호원 한정실.》 하는 소리가 부지중 광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안해는 자기의 귀가 잘못된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까마득히 지나가버린 군사복무시절의 한때 그의 상관들이 그렇게 불렀던것이였다.

《여보, 당신 뭐라고 했어요?》

《나에게 당신이란 녀자는 언제나 그 고마운 간호원이란 말이요. 눈보라 사나운 령길… 여보, 오늘은 정말 당신이 불러주던 그때 그 노래를 한번 들어보고싶구만.》

안해는 말이 없었다. 사그라져가는 이 광우의 생명을 놓고 심장이 타버려서 재가 되는것 같던 그날 그밤을 추억하는것인가? 아니면 남편의 신상에서 무슨 운명적인 일이라도 있지 않았는가 해서 불안에 잠겨드는것인가? 운명적이라… 그래, 그게 정말 운명적인 일이 아니란 말인가?

이튿날, 전학선부상이 말하던 건설사업소 지배인이란 사람이 정말로 김광우를 찾아왔다.

옛시절의 갈대처럼 회친하고 키만 크던 소년의 모습은 찾아볼수 없는 거방한 장년이였다.

《어찌겠습니까. 좀 도와주십시오. 아들녀석이 머리는 좋은데 제 애비를 믿고 공부를 게을리했단 말입니다.》

체구가 큰것처럼 성격도 오밀조밀하는 사람같지 않았다. 에두르지 않고 직판 솔직한 말을 했다.

광우는 갑자기 공기가 희박해진듯 가슴이 답답해왔다.

한참만에야 그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미안하오.》

그리고는 또 침묵.

지배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그러지 마우! 당신의 자식이라면…》그는 말끝을 마무리지 않은채 고개를 홱 저으며 방에서 나가버렸다.

광우는 석상처럼 한식경을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굳어져있었다. 당신의 자식이라면! 당신의 자식이라면! … 지배인의 그 말이 귀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것만 같았다.

광우는 모질지 못한 사람이다. 건설사업소 지배인은 떠나갔지만 마음속에는 무거운 연덩이 하나가 생겨났다. 지배인의 아들때문에 생겨난 연덩이였다.

딸애가 대학추천을 못 받았던 그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였다. 그때 그는 딸애의 일을 두고 마음은 괴로왔을지언정 그 애의 운명을 두고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학추천을 못 받은 한 청년의 운명이 걱정되는것이였다.

며칠후, 광우는 일부러 시간을 내여 건설사업소 지배인네 아들이 공부했다는 학교를 찾아 출장길에 올랐다. 그가 학생의 대학추천문제때문에 일이 생겨 이 도시에 내려가는것이 벌써 세번째이다.

렬차는 경치좋은 해안가를 에돌며 달리다가 어느 한 간이역에 멎어섰다. 역구내에서 요란한 취주악소리가 울리였다. 렬차안의 손님들이 차창밖을 내다보며 흥성이였다.

하지만 광우는 거기에 신경이 가지 않았다. 그는 이제 만나게 될 한 젊은 청년의 일로 또다시 생각이 많아진것이였다. 누구나 대학입학문제는 국가적으로 보면 나라의 흥망이 걸려있는 문제요 매 개인적으로보면 그 인간의 운명문제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 학생이 그런 좌절을 겪고 앞길을 포기하지나 않을가? 아니, 그럴수는 없어. 그렇게 되면 안되지. 그래… 그래…

《허, 좋은 세월이다!》

앞좌석에 앉아오던 백발의 끼끗한 로인이 차창너머를 내다보며 하는 말이였다.

그 바람에 광우는 번거로운 생각에서 벗어나며 로인을 바라보았다.

《뭘 보고 그러십니까? 로인님.》

로인이 이상한 눈으로 김광우를 돌아보았다. 무슨 고민스러운 일이라도 있는지 지금 렬차안에서 손님들이 흥성이며 하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면서 제 생각에만 빠져버린것이 분명한 길손에게 동정이 가는 모양 로인은 눈에 따뜻한 미소를 실었다.

《허, 무슨 걱정스러운 일이라도 있는지 모르겠소만 이보시우, 점잖은 손님, 저길 좀 내다보시우다.》로인은 차창너머를 가리켰다.

광우가 내다보니 역구내에서는 학생취주악대가 요란한 환영곡을 불어대고 녀학생들이 꽃을 흔들며 꽃보라를 날리는 가운데 방금 렬차에서 내린 한 젊은 군인이 그속을 지나가고있었다. 환영의식의 주인공이였다.

《탄부의 아들이 군대에 나가 영웅이 되여가지고 모교를 찾아온다는가보우다. 허허, 그러니 우리 세상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요. 그전세월같으면야 저런 일을 꿈이나 꾸어봤겠소. 석탄신세는 누구나 지면서도 탄부라면 막바지취급을 당하기십상이구 그 자식들도 지금 아이들같은 대학이요 희망이요 하는게 다 뭐겠소. 한데 지금은 나라가 힘든 일을 한다고 탄부들을 국가정사를 론하는 대의원으로, 영웅으로 내세워주질 않소. 어디 그뿐이겠소. 그 자식들도 도시나 농촌아이들과 꼭같이 무료로 공부를 해서 박사도 되구 저렇게 세상이 다 아는 영웅으로 되니 노래에도 있는것처럼 정말 좋은 세상이지요. 아이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올여름엔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손녀애가 돈 한푼 안 내고 송도원에 있는 국제소년단야영소엘 갔다와서는 별세상을 보고온것처럼 자랑을 하질 않겠소. 글쎄 그 애가 하는 말이…》

렬차는 어느새 환영의 역구내를 지나왔는데 로인의 이야기는 끝없을상싶게 이어졌다.

광우는 건설사업소 지배인의 아들네 학교를 찾아갔다. 문제의 학생을 담임한 녀선생을 만나 학생의 학업성적을 알아보았다.

소꿉동무가 말한 그대로였다. 학생은 머리가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아 평상시에도 성적이 시원치 않았다.

《아버지가 수단이 좋은 사업가인 집의 아이들이 그 아버지의 후원을 믿고 머리가 좋아가지고서도 공부를 직심스레 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더우기 아이들의 성장에는 학교교육만이 아니라 가정교육이 또한 중요한것 같습니다.》

중년녀교원의 말이였다.

광우는 지배인의 아들을 만났다.

《군대에 나가거라. 군사복무를 성실하게 하고 돌아와서 대학입학시험을 쳐도 늦지 않는다.》 하고 말해주었다.

군대에 나가 언땅에 배를 붙이고 잠복근무도 서보면 조국을 알고 사랑을 알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알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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