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여름 45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 조선문학예술

본문 바로가기
영문뉴스 보기
2024년 4월 18일
남북공동선언 관철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조선문학예술

50년 여름 45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27 02:44 조회671회 댓글0건

본문

2013-04-09-U01.jpg

(제 45 회)

17 장

《장군님, 김책동지는 53사도하장에 나갔답니다. 전파장애로 그이상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복도계단을 그대로 뛰여온듯싶은 강부관은 약간 숨이 찰사 한 어조로 보고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색연필을 놓고 맞은편 벽가의 오래된 구식벽시계를 바라보시였다. 눈가에 알릴가말가 주름살이 잡히였다. 그이께서는 오늘 전선사령부를 두번이나 전화로 찾으셨다. 그때마다 김책은 없었다. 하여 좀전에는 강부관을 불러 보위성작전국의 대출력 장파무선기를 통해 54사지휘부에 직접 알아보게 하시였던것이다. 그런데 김책은 54사도하장으로부터 또다시 53사도하장으로 떠난것이다.

(무엇때문에?)

매사에 정확하고 빈틈없는 김책, 어떤 정황에서나 리성을 잃지 않는 김책, 흠이라면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돌볼줄 모르고 혹사하는 습관, 칼날같이 예리하고 예민한 신경이다.

(무엇때문에 금강도하장에 하루가 넘도록 있는가. 무엇이 그를 초조케 했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제 김책과 전화를 하실 때 하던 그의 말, 흥분과 긴장의 량극단으로 뜀박질하듯 고르롭지 못하던 그의 어조, 마지막명령을 접수할 때 어딘가 떨리는듯 하던 그 음성을 상기하시였다.

(지쳤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그것이 념려스러우시였다. 지금 전쟁의 중하는 점점 더 무겁게 온 나라를 내리누르고있다. 전선사령관으로 김책은 그 누구보다 이것을 예민하게 느끼고있는것이다.

(좀더 너누룩하고 배포가 유해야 되는데.)

이렇게 왼심을 써보기도 하셨다. 문득 펼쳐진 자료철에 시선이 가닿으시였다. 보위성 정찰국과 외무성, 조선중앙통신사들에서 올려보낸 자료들중에서 특별히 주목할만 하다고 여겨 자신께서 친히 철하신 자료들이였다. 이 정세자료들이 오늘 그이로 하여금 김책과 전선전반에 대하여 보다 심각한 생각을 달리게 했는지 몰랐다. 그이께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료철을 한장한장 번지며 색연필로 밑줄을 그으신 부분을 훑어보시였다.

- 7월 4일 요시다내각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협력문제 토론, 땅크수리, 폭탄, 자동차, 포, 반땅크지뢰, 조명탄생산 주문 접수.

※ 오산전투장에서 일본군장교시체 30구 발견.

- 7월 10일 부산에 상륙한 미25사 대구동쪽 영천에 지휘부설치, 괴뢰1군단의 배후진으로 예측.

- 맥아더사령부 대변인 인민군주력 소멸하고 7월내로 38선 수복한것이라고 언명(에이피, 도꾜방송)

- 재쏘 영국대사 데이비드 켈리 쏘련외무부상 그로꼬와 회견, 쏘련은 전쟁에 개입안할것임을 관측, 전승후 미국은 북조선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것인가를 도꾜주재 영국사절단 단장과 맥아더 토론(유피)

자료철을 접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벽에 걸린 작전지도를 유심히 보시다가 강부관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오영혜동무를 불러주오.》

《장군님 저-》

강부관은 몹시 난처한 기색이였다.

《무슨 일이 있소?》

《오영혜동문 정문에 나갔습니다. 공주해방을 알렸더니 지도에 표식하겠다고 내려갔습니다.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둬두시오. 아마 조직에서 받은 분공일것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상우의 자료철을 들고 오영혜의 방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강부관이 먼저 달려가 문을 열어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걸음 내짚으시다가 그대로 서신채 한동안 방안을 유심히 살피시였다.

검은 창가림이 무겁게 드리운 방안은 침침하고 을스산했다. 창턱우에는 늘 놓여있던 꽃병들과 화분대신에 《조국보위수첩》이라고 쓴 총창 쥔 병사의 전신상이 찍힌 책이 놓여있었고 옷걸이엔 검은 바지가 걸려있었다. 책상앞 벽에는 두장의 연필화가 붙어있었다. 하나는 공중전을 형상한 그림이였고 다른 하나는 불타는 집앞에서 강아지를 안고 울고있는 소년의 그림이였다.

(오직 전쟁만이 있구나.)

놀랍게 변한 오영혜의 생활세계의 일단을 보시며 그이께서는 아쉬움을 느끼시였다. 평소에 어쩌다 이 방에 들어오시면 천진란만하고 발랄한 처녀의 생신하고 환희에 찬 감정이 그대로 향기처럼 떠돌군 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누렇게 말라버린 백일홍이 꽂힌 꽃병이 라지에타옆에 놓인것을 보시고 창턱에 옮겨놓으시였다. 그리고 시든 꽃을 매만져보시다가 강부관이 의아한 시선으로 살피고있음을 느끼고 손을 떼시였다.

《5에 20에 지도를 꺼내오. 그것이 남반부의 도별지도일것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또 한번 방안을 찬찬히 더듬어보시다가 책상 한귀퉁이에 쓰다만 편지 한장이 놓여있는것을 보시였다.

알지 못할 사람의 이름이였다. 정자로 곱게 박아쓴 폭에 비해서는 이때의 처녀들이 항용 이름앞에 놓이는 《존경하는》이라던가 《귀중한》이라던가 하는 관사가 빠져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남의 편지 더구나 방년의 처녀의 편지라는것으로 더 보실수 없었다.

《강동문 박로수라는 사람을 알고있소?》

그이께서는 지도말이를 안고 내려서는 강부관에게 물으시였다.

강부관은 책상우에 있는 편지장을 보고는 난처한 기색으로 우물거렸다.

《알고있습니다.》

강부관은 약간 얼굴이 붉어지며 사실을 밝히였다.

《박로수라는 동무는 52사에서 대대장을 하고있습니다. 오영혜와는 평화시절부터 남다른 사이였는데… 요즈음 문제가 생긴것 같습니다.》

《문제라니?》

김일성동지께서는 호기심이 불쑥 동하셨다. 한편 오영혜가 여직껏 이런 일을 자신에게 감추고있은것이 이상하기도 하시였다.

《오영혜가 지금 좀 비싸게 놀고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전에 그를 욕해주었습니다. 저 편지를 한창 쓸 때에 제가 이 방에 들어왔댔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보니… 그 무슨 <사랑과 전쟁은 공존될수 없다>는 유식한 술어까지 썼는데 그것이 마음에 걸려 따졌습니다. 그랬드니 그 영혜가 울상이 되여 하는 소리인즉은 참 우습기도 하고 한편 감동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박로수라는 동무가 그전번 편지에 사랑에 대한 말을 좀 쓴것 같습니다. 영혜는 조국이 생사운명을 다투는 때에 련애편지를 하면 어쩌는가 하는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자기는 진심으로 그 사람밖에 따르지 않지만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모질게 썼다는것입니다.》

《그러니 사랑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야 된다는것이요?》

《네, 결국 따져놓고보면 그렇습니다.》

《사랑과 전쟁은 공존할수 없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으시였으나 내심으로는 커다란 충격을 받으시였다. 모두가 저렇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하나의 비극일것이다. 전쟁은 매 대상의 성격과 준비정도에 따라 각이한 자취와 상처를 남긴다. 물론 오영혜의 천진스럽고 단순한 편견은 아무때건 바로잡아질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매 사람의 의지와 신경에 얼마나한 짐으로 되고있는가. 오영혜는 오영혜대로 김책은 김책이대로 이 전쟁의 중하속에서 평소의 자기를 잃고있다. 좋게도 변하지만 그 반대이기도 하다. 김책은 금강에서 돌아와 자기 위치에 있어야겠으나 오지 않고있다. 금강도하의 중요성으로 하여 그는 거기서 떠날줄 모르고있다. 후날 그는 자기가 거기 그냥 있은것은 전선사령관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는것을 알것이다. 그러나 전쟁정황의 엄혹한 중압에 그의 신경과 의지는 객관적인 통찰력을 잃고있다.

그리고 지금 최현은?… 김일성동지께서는 많은 일군들이 보조타격방향부대라고 덜 관심하는 최현사단의 간고한 싸움에 생각이 멎자 더욱 마음무거워졌다. 그 사태앞에 지금 무쇠같은 최현도 바빠할것이다. 현재 정세는 각일각 엄중한 단계에로 내닫고있다. 세계는 류례없는 전승속도와 질풍공격을 두고 찬탄을 금하지 못하고있다. 그러나 이 승리적인 반공격을 위해 매 전사들이 흘리는 피와 땀, 매 지휘관들이 바치는 신경과 의지에 대해서는 잊고있다. 지금 김책은 자기의 신경과 의지의 전체를 동원하고있다.

그이의 눈앞에는 메마른 얼굴에 늘 예민하게 번쩍이는 김책의 긴장된 눈길이 떠올랐다. 제1제대군인들속에 선 최현의 얼굴도 보였다.

《강철은 휘여지진 않지만 꺾일수 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혼자소리로 뇌이시였다. 며칠전부터 머리속에서 떠오르던 결심이 이순간 확고히 굳어지시였다.

미1기병사단의 움직임, 대구동쪽을 차지한 미25사의 병력전개… 그 모든것은 트루맨이나 맥아더의 공략작전의 꿈이 결코 무시할수 없는것임을 말하고있다. 적들은 결정적인 작전을 준비하고있다. 우리 역시 그렇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두손을 책상에 얹으시며 강부관을 보았다.

《강동무, 이제 조용히 서울로 출발할 준비를 하시오.》

《네?!》

강부관은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장승처럼 굳어져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침착한 표정으로 다시 말씀하셨다.

《그렇소, 서울로요. 일행은 동무와 기술서기 몇으로 하고…》

강부관의 얼굴은 밤처럼 캄캄해졌다. 그는 한참이나 굳어져있다가 정신없는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장군님, 길은 파괴되고 적의 항공대가 주야로 도로를 폭격합니다.》

《걱정마오. 우리 전사들이 다 그 길로 가고있지 않소. 나는 그곳 동무들이 보고싶소.》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부고]노길남 박사
노길남 박사 추모관
조선문학예술
조선중앙TV
추천홈페이지
우리민족끼리
자주시보
사람일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한겨레
경향신문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
재카나다동포연합
오마이뉴스
재중조선인총련합회
재오스트랄리아동포전국연합회
통일부


Copyright (c)1999-2024 MinJok-TongShin / E-mail : minjoktongshin@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