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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넋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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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9-29 18:17 조회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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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전선중부 근위 418련대장 황명걸은 포병행군종대를 따라앞서자 운전사에게 결전진입계선에 이동전개될 전방감시소위치를 향해 속도를 높일것을 지시했다.

련대지휘부에서부터 30리가량 거리를 둔 군소재지를 지날 때까지 도로의 눈은 치워져있고 오가는 자동차들도 있었다. 그러나 외지고도 깊은 산협으로 갈라져 들어가는 도로부터는 숫눈길을 헤친 리대식제설차의 무한궤도자리만 나있었다.

야전차는 눈이 다져진 그 무한궤도자리를 타고달렸다. 마침내 도로에 쏟아져내린 눈사태를 제거해버린 구간이 나타났다. 제설차의 바가지자리, 군인들의 발자국자리, 삽질한 자리, 도로옆에는 쳐낸 눈이 산더미를 이루고있었다.

황명걸은 차창앞으로 다가오는 아아한 산정을 초조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과연 눈사태가 여기서 끝날가? … 아닐세라 얼마 안 달려 산굽이 하나를 또 돌아서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산비탈과 도로와 하나의 경사면을 이룬듯 한 눈사태앞에서 긴장한 전투를 벌리고있는 공병전진보장대를 발견했던것이다.

야전차에서 내린 련대장앞으로 공병전진보장대 대장이 달려왔다.

《련대장동지, 또 눈사태입니다. 하지만 지금 공병전진보장대는 최선을 다하고있습니다!》

황명걸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제설차며 온통 땀투성이가 되여 삽질을 해대는 공병들을 둘러보다말고 또 한가지 우려를 가졌다. 포기동로가 이 정도인데 보병진출경로라고 무사할가! …

참모장이 기척없이 곁으로 다가왔다.

《련대장동지, 포병행군종대가 곧 도착할겁니다. 공병전진보장대와 합세하면 길이 열릴수 있다고 봅니다.》

황명걸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지금 포병기동로에 대해서만 생각하는게 아니요. 여기에 이렇게 눈사태가 일 정도면 천운산과 강봉산에 내려앉은 폭설도 간단치 않을거요.》

황명걸은 곧 작전참모에게 작전지도를 펼치라고 했다.

작전참모는 야전차에 다가가 뜨겁게 달아오른 기관실덮개우에서 녹아내리는 눈을 손에 낀 장갑으로 뻑 훔쳐냈다. 그리고 그우에 작전지도를 펼쳐놓았다.

황명걸은 지도에서 먼저 현위치와 결전진입계선을 이어보았다. 아직 절반길이 남았다. 다음 천운산과 강봉산을 찾아보았다. 현위치에서 좌측으로 10리가량 소로길을 타면 두 산의 중간지점이 된다.

황명걸은 참모장과 참모부성원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에 모두 몰켜 우글거릴 필요는 없을것 같소. 부련대장동무만 여기에 남아 포병행군종대와 함께 도착할 정치위원동물 마중하오.

참모장동무를 비롯한 나머지 동무들은 나와 함께 보병행군종대와 합세합시다!》

부련대장이 펄쩍 뛰였다.

《련대장동지, 그건 안됩니다. 련대장동지가 먼저 전방감시소를 차지하자면 이러나저러나 포병행군종대와 함께 움직이는것이 더 빠를것입니다.》

황명걸은 그러는 부련대장이 리해되는듯 빙긋 웃었다.

《그래서 결심한거요. 포들만 결전진입계선을 먼저 차지해서야 안되지. 보병행군종대의 진출과 일치되여야 협동동작이 가능한거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포병기동로에 대해 안심하는건 아니요. 보다싶이 이런 눈사태가 몇구간이 될지 여기선 가늠해볼수 없소. 하지만 난 부련대장동무와 정치위원동물 믿소.

동무들의 생각은 어떻소?》

참모장이 심중히 입을 열었다.

《같은 생각입니다. …》

황명걸은 곧 참모부성원들과 함께 좌측산발을 타기 시작하였다. 눈사태가 일면서 잡관목과 바위가 드러나 한결 산탁으로 오르기 수월하였다. 첫걸음을 뗀 그 기운으로 단숨에 산마루에 오른 황명걸은 다시금 지형을 확정하였다. 복잡하게 우불구불 내리뻗은 골짜기를 타고내려 깊숙한 분지에 이르면 천운산과 강봉산사이의 중간지점이 된다.

《앞으로! …》

황명걸은 앞장에 서서 골짜기를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눈은 거의 허리를 치고있었다. 골짜기 좌우의 숲은 울창하고 높았다. 점점 내려갈수록 끝없는 정적속에 눈송이들이 내려앉는 소리만 사르륵사르륵 들렸다. 다행히도 골짜기를 타고내린 노루인지 사슴인지 모를 발자리가 있어 그 흔적을 오솔길삼아 걸음을 옮겼다. 모두들 가쁜숨을 씩씩 몰아쉬며 그의 뒤를 따라왔다.

련대장이 앞장에서 눈길을 헤치는것이 안되였는지 작전참모가 앞질러나와 선두에서 걷기 시작하였다.

황명걸은 작전참모의 잔등을 툭툭 건드렸다.

《속도를 내라구, 황소만 한 사슴을 따라잡을수 있어!》

《나타나면 뭘합니까? 련대장동지가 사격할걸 허락하겠습니까?》

《허락하지, 록용이야 귀한 약재인데 그런 횡재를 마다할텐가!》

작전참모는 정말 사슴을 따라잡기나 할듯 걸음속도를 높였다. 별안간 대여섯발자국앞에서 걷고있던 그가 미끄러넘어지는듯 하다가 눈속에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황명걸이 급히 뒤쫓아가보니 메워진 눈속에서 장갑을 낀 손만이 우로 솟아있었다.

모두들 달라붙어 작전참모를 눈수렁에서 끌어올렸다.

온통 눈사람이 되여버린 작전참모를 보고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황명걸은 한옆에 떨어진 모자를 집어 자기의 무릎에 툭툭 털어 작전참모에게 주며 넌지시 물었다.

《그래 눈수렁안에 사슴은 없던가?》

《사슴이 다 뭡니까? 사실은 사슴한테 속히웠습니다. …》

《속히우다니?》

작전참모는 자기가 빠졌던 눈수렁을 빙 에돌아간 사슴발자국을 가리켰다.

《요놈이 왜 에돌아갔을가 하면서도 한발 내짚은것이 그만! …》

그 바람에 모두들 또 웃음을 터뜨렸다.

황명걸은 따라웃다말고 재촉했다.

《자, 떠나기요. 지금 우리 병사들은 이런 눈수렁을 헤치며 천운산을 넘고있을거요!》

이번에는 참모장이 앞장에서 눈길을 헤쳤다.

천운산과 강봉산이 좌우에 바라보이기 시작하였다.

일행은 선두자리를 서로 교대해주며 마침내 행군종대가 통과할 지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참나무숲사이로 난 소로길은 그 어떤 발자취도 없이 눈만 두툼히 덮여있었다.

정작 행군종대에 앞서 도착하고보니 모두들 초조감을 금치 못해하였다.

지금쯤 행군종대가 나타나야 할 시간이였던것이다.

황명걸은 천천히 담배를 붙여물었다. 초조감은 저들보다 더하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그는 이번 훈련이 조련치 않을것이라는것을 이미 직감하고있었다. 련대장이 된 오늘까지 직접 겪어보고 조직지휘해본 훈련들을 통하여 그렇게 단정하였다. 년초부터 시작된 폭설은 극악한 조건을 조성하여 계획한 훈련방안우에 덧놓인 또 하나의 2중적인 악조건이라 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행군종대를 마중가리라 결심하였다.

그 찰나, 작전참모의 나직하고도 환희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련대장동지, 옵니다!》

황명걸은 흠칫 손에 쥔 담배를 떨구며 참나무숲사이로 난 소로길을 살폈다. 흩날리는 눈발속으로 행군종대의 선두대오가 걸어오는것이 보였다.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하니 젖어들었다. 아무렴, 우리 병사들이 누구라구! …

보병행군종대에 파견된 군사부련대장이 급히 마주달려와 거수경례를 했다.

《련대장동지, 보병행군종대는 무사히 천운산을 넘었습니다!》

황명걸은 그의 한손을 꽉 잡았다.

《수고했소! 다친 동무들은 없소?》

《부상자가 몇명 있기는 하지만 경상입니다.》

황명걸은 자기앞을 지나는 척후중대를 마주보았다. 검붉게 상기된 땀에 젖은 얼굴들, 그칠새 없이 날리는 허연 입김들, 숨소리들, 장구류부딪치는 소리… 대오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련대장동지야!》

《련대장동지가 우릴 마중왔어!》

황명걸은 그러는 병사들을 향해 손을 들어 반기며 첨병중대 행군대오에 끼여들었다.

《자, 우리 함께 강봉산을 넘어보자구!》

한 사관이 마주 반겼다.

《정말 우리와 함께 강봉산을 넘으려고 마중나오셨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동무들이 제시간에 강봉산을 넘는가 못 넘는가에 따라 이번 훈련의 승패가 결정되거던.

참, 그러고보니 3중대가 척후를 섰군! 동무이름이 신금성이지?》

《그렇습니다, 련대장동지!》

황명걸은 대오의 앞뒤를 오가며 대원들을 부축해주는 중대장 리철이며 손풍금을 멘 병사를 알아보고 탄성을 올렸다.

《저런, 〈음악가〉선생이 손풍금까지 메고 따라나섰군!》

황명걸은 《음악가》를 따라잡았다.

《내가 좀 지고갈가?》

련대장을 알아본 《음악가》는 당황히 고개를 저었다.

《련대장동지, 이건 제 몫입니다.》

《제 몫이라! 옳소, 이제 이 손풍금이 한몫 할 때가 있을거요!》

행군대오는 어느덧 급한 비탈면을 이룬 강봉산밑에 접근하였다.

무엇때문인지 행군속도가 점점 떠지더니 대오가 완전히 멈춰섰다.

황명걸은 급히 대오앞쪽으로 나갔다.

아아한 산정에서부터 밀려내려온 거대한 눈사태가 넓은 구간을 이루며 앞을 가로막고있었다.

중대장 리철이가 정황을 보고했다.

《련대장동지, 눈사태를 에돌수 있는 구간이란 저기 오른쪽벼랑밖에 없습니다! …》

《가보기요!》

황명걸은 온통 새하얀 눈천지속에서 거밋하게 보이는 벼랑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아한 벼랑은 척 보기에도 간단치 않게 생겼다. 울쑥불쑥 삐여져나온 돌부리와 바위턱에는 눈이 덮여있고 어떤 곳은 아예 발붙일 틈사리도 없었다.

황명걸은 뒤따라온 참모장에게 물었다.

《어떻소?》

참모장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대답했다.

《힘들겠습니다. 한두개 중대도 아니고… 개중에는 지칠대로 지친 병사들도 있겠는데 무슨 일이나 생기지 않겠는지 걱정입니다.》

황명걸은 주변을 둘러보고나서 자르듯 말했다.

《출로는 이 길밖에 없소. 죽으나사나 넘어야 할 길이요.》

황명걸은 뒤를 돌아보았다. 리철이 눈에 띄였다. 왜서인지 그에게 맡기고싶었다.

《준비하오!》

리철은 두말없이 거수경례를 붙이고 급히 그 자리를 떴다.

어느사이엔가 전행군종대가 도착하여 벼랑가까이에 한벌 깔렸다. …

바줄퉁구리를 멘 신금성이 중대장과 함께 달려왔다.

황명걸은 불현듯 이 분대장에 대한 믿음을 느꼈다. 적을 제압하고 세찬 격류에 뛰여들어 자기 지휘관을 구출한 사관이 아닌가!

신금성은 들쑹날쑹한 돌부리를 타고 벼랑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한메터, 두메터… 돌부리에 얼음이 앉아 어떤 때는 발을 미끌기도 하면서 용케 자기 몸을 벼랑에 바싹 붙였다. 발붙일 틈사리가 없는 곳에 이르러서는 침착하고도 조심히 벼랑 이쪽저쪽을 옮겨가며 발붙일 곳을 찾아냈다.

황명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였다. 괜찮아, 분대장이 저쯤하면 분대원들도 그렇게 키웠을테지! …

드디여 벼랑정점에 오른 신금성은 그 가까이 커다란 소나무에 바줄을 매고 퉁구리를 아래로 내리던졌다.

황명걸은 그 안전성을 타진하려고 바줄을 잡아 힘껏 당겨보고는 벼랑우로 오를 차비를 하였다.

리철은 놀란듯 바줄을 거머쥐였다.

《련대장동지, 제가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황명걸은 리철을 향해 빙긋 웃었다.

《이봐, 잊었나? 〈돌격 앞으로〉가 아니라 〈나를 따라 앞으로〉야. 모두들 이 련대장을 지켜보고있거던!》

황명걸은 바줄을 거머쥐고 잽싸게 벼랑을 타고오르기 시작했다. 왜 그래야 했던가? 참모장의 말대로 지칠대로 지친 군인들중에는 이 벼랑을 우려하는 병사들이 없다고 볼수 없었다. 바로 이럴 때 련대장이 우선 첫 순서로 벼랑을 오른다면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 그는 그걸 바라며 병사들이 뒤따라 타고올라야 할 돌부리며 벼랑턱을 하나하나 확인해나갔다.

어느덧 그가 벼랑정점까지 2~3메터를 가까이했을 때였다. 바줄과 벼랑턱이 서로 쓸리면서 버럭돌같은것이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순간 그는 어깨에 가해지는 심한 타격을 느끼며 하마트면 바줄을 놓쳐버릴번 했다.

벼랑우에서 신금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련대장동지!》

황명걸은 벼랑아래쪽에서도 자기를 부르는 군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에 다급히 자기를 수습하며 바줄을 옮겨잡으려던 그는 어깨쪽에서 나는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어쩔 사이없이 한메터쯤 미끄러져내렸다. 그러나 다음순간, 벼랑을 오르기 전 중대장에게 했던 말이 펀듯 떠올랐다. 그래, 《나를 따라 앞으로!》이지. 그런데! …

그는 간신히 힘을 모아 다른 손에 바줄을 옮겨잡으며 몸을 끌어올렸다. 어깨뼈가 부서져나가는듯 한 아픔과 함께 등골에 식은땀이 쫙 솟구쳤다. 가물거리는 의식속에서 마침내 바줄을 잡은 황명걸의 손이 점점 풀려나기 시작하였다.

×

뒤미처 도착한 포병행군종대가 공병전진보장대를 도와 간난신고하여 두번째 눈사태를 제거하고 20리가량 전진했을 때였다.

김윤범은 자기의 두눈을 의심했다.

아찔한 산비탈밑으로 종전것과 대비할수 없는 거대한 눈사태가 근 300메터 도로구간에 내려앉아있었던것이다.

견인차에서 뛰여내린 김윤범은 억이 막혔다. 이 순간 그의 눈앞에는 련대장의 얼굴부터 떠올랐다. 련대장이 보병행군종대를 찾아 떠났을 때는 포기동로를 맡아줄것을 바라는 정치위원에 대한 더없는 기대와 믿음이 있었기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군정배합이 무엇을 위해서였던가! 바로 이런 역경을 서로 맡아주고 헤쳐줄것을 바라는 신뢰심이 아니였단 말인가? … 하지만 그는 지금과 같은 정황에서 아무리 날고뛰여도 포병행군종대의 결전진입시간을 더는 보장해낼수 없음을 절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사태가 이와 같이 심각한줄도 모르고 보병행군종대와 함께 필사의 생눈길을 헤쳐가고있을 련대장을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부련대장이 곁으로 다가와 하소연하듯 부르짖었다.

《정치위원동지, 이젠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김윤범은 그 소리를 못 들은듯 그냥 눈사태앞을 버티고 서있었다.

강평원들을 실은 야전차가 그들의 등뒤에 와 멈춰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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