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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넋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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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9-10 22:21 조회3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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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이밤따라 해맞이초소가 위치한 전선동부해안가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파도소리가 높았다.

지인선은 잠결에 누군가 자기 집 부엌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정치지도원동지! …》

지인선은 후다닥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한밤중에 찾을 때는 례사로운 일이란 없다. 적아사이에 조성되는 정황은 예측할수 없었던것이다. 무슨 일일가? 또 무슨 일이… 옆에서는 선희가 여전히 잠에서 깨여나지 못하고있었다.

지인선은 소리없이 손더듬하여 부엌으로 내려가 문을 열었다.

뜻밖에도 남용일이가 기다리고있다가 급히 거수경례를 했다.

《정치지도원동지, 초소에서 중대장동지가 찾습니다. …》

《무슨 일이요?》

《괴뢰군사병 한명이 의거해왔습니다.》

《사병이? …》

지인선은 곧 남용일에게 일렀다.

《알겠소. 내 곧 뒤따라가겠소.》

지인선이 다시 방안으로 들어서는 때를 같이하여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전등불이 켜졌다.

어느 사이에 선희가 일어나 앉아있었다.

《무슨 일이예요?》

지인선은 주섬주섬 군복을 입으며 선희를 안심시켰다.

《뭐 별다른 일은 아니요. 피곤하겠는데 자기나 하오.》

선희가 속옷바람으로 일어났다. 미처 채우지 못한 남편의 목단추를 채워주기 시작하였다.

지인선은 따스한 손감각을 목부위에서 느끼며 선희의 부드러운 허리를 슬며시 그러안았다.

《어서 자라는데…》

지인선은 여전히 그 어떤 근심을 담고있는듯싶은 선희의 검고도 커다란 눈망울을 일별하며 방안을 나섰다.

밖에서는 메마른 봄날의 세찬 바람이 불고있었다. 초소의 절벽을 때리는 파도소리가 쉬임없이 들려오고있었다.

초소에 도착한 지인선은 보초병의 경례를 받으며 근무지휘실로 들어섰다. 첫눈에 상병의 계급장을 달고 의자에 앉아있는 의거자가 마주 보였다. 그는 새로 나타난 군관에 대한 경계심을 금치 못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초소장과 마주앉아있던 중대장이 그를 소개해주었다.

《놀랄건 없소. 우리 정치지도원이요!》

지인선은 초소장이 내여주는 의자에 앉으며 몹시 지쳐있는 의거자에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어서 앉소! …》

의거자가 의자에 앉자 중대장은 지인선에게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30분전에 괴뢰 367헌병초소의 경계지대를 극복하고 차단물 2백메터앞에서 불빛신호로 자기 위치를 알렸소. 근무조가 제때에 불빛신호를 포착하고 초소로 안내하여왔소. 련대에는 이미 보고했소.》

그때를 같이하여 지휘탁우의 전화기가 다급히 울었다.

중대장이 송수화기를 들었다.

《중대장 김현성 전화받습니다. 예, 의거자는 비교적 안착된 상태입니다. 경계근무를 증강하고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정황이 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중대장은 송수화기를 놓고 지인선을 바라보았다.

《련대장동지의 전화요. 정찰참모동지가 상병을 안내하기 위해 이미 출발했다오.》

지인선은 비로소 상병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담배를 피우겠소?》

상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지인선은 담배를 권하고 불까지 붙여주었다. 그리고는 의거자의 소지품이 펼쳐져있는 지휘탁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총 한정, 수류탄 한알, 반도체라지오, 보청기, 소독제, 라이터 3개, 물병 2개, 절단가위, 지도 등… 의거준비를 철저히 했다는것이 알렸다.

지인선은 의거자의 초조감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친절히 물었다.

《고향은 어디요?》

의거자는 공손히 대답했다.

《전라남도 보성군입니다. …》

《부모님들은 계시오?》

《예, 살림을 하는 형님과 함께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있습니다.》

《어떻게 되여 의거할 결심을 가지게 되였소?》

상병은 담배를 몇모금 빨더니 한숨을 내쉬였다.

《군복무가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집이 가난하고 빽도 없다보니 저는 누구보다 장교들과 고참들의 학대를 많이 받았습니다. 차별하고 반목질시하고 증오하는 생지옥을 떠나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고싶었습니다. 제대된 후에도 저같은 놈에게는 앞날이 없습니다. 부모들과 형은 부담스럽다고 하며 막내인 저를 군복무로 떠밀었습니다.

이북이 고난의 행군을 한다는 사실은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정이 살아있는 사회가 그리웠습니다.

제가 이북을 그렇게 보게 된것은…》

상병은 자기가 가져온 반도체라지오를 쳐다보고나서 한결 생기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김정일국방위원장님이 작년 가을과 올해초에 두차례씩이나 내가 마주했던 인민군 최전방초소를 시찰하신 후부터였습니다. 미국과 남조선에서는 그때 국방위원장님이 포수모자를 쓰고 나오셨다고 하며 당장 전쟁이 터진다 어쩐다 야단법석이였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처지의 사병들은 라지오를 통하여 시찰의 내용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쩌면 한 나라 최고령도자가 평범한 병사들이 보고싶어 삼엄한 최전방초소로 나오실수 있었겠는가, 또 한자리에 어울려 기념사진까지 찍을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지휘관이 있어 병사들이 있는것이 아니라 병사들이 있어 지휘관이 있다고 당당히 언명할수 있었겠는가? … 군시찰에 관한 뉴스였지만 그 사실을 통하여 상층과 하층의 구별없는 이북사회의 참모습을 그려볼수 있었습니다.

장교님, 혹시 제가 한 말에서 오해라도 있다면…》

지인선은 빙그레 웃었다.

《난 장교가 아니라 인민군군관이요. 자본주의나라에서 장교라면 사병들의 머리우에 군림하는 악의 대명사로 알려져있지만 우리 인민군대에서 군관이라면 병사들의 친근한 맏형, 맏누이로 불리우고있소. 그러니 당신말에 그 어떤 오해란 있을수 없소!》

그때를 같이하여 근무지휘실로 날파람있게 생긴 정찰참모가 들어섰다. 그는 지인선이네와 인사를 나누고 의거자를 향해 돌아섰다.

《의거를 성공한데 대해 축하하오!》

의거자가 벌떡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전 행운아입니다!》

정찰참모가 사람좋게 웃었다.

《아무렴, 행운아지! … 사선을 넘느라 지쳤겠는데 여기서 어물거릴거야 없지. …》

정찰참모는 지휘탁우의 의거자가 가지고온 휴대품들을 둘러보더니 초소장에게 지시했다.

《유일한 개인재산인데 본인의 배낭에 도로 집어넣소.》

초소장이 급히 그 말을 따랐다.

정찰참모는 말했다.

《떠나자구!》

의거자는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찰참모의 뒤를 따랐다.

중대장이 초소장으로부터 의거자의 배낭을 넘겨받으며 지시했다.

《적정에 주의를 돌리오. 지금쯤 적들속에서 소동이 일어났을수 있소.》

지인선은 곧 중대장과 함께 근무지휘실을 나섰다.

세찬 바람이 불고있는 초소마당에는 야전차가 세워져있었다.

지인선은 의거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잘 가라구!》

의거자는 두눈을 슴벅이였다.

《고맙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의거자가 오르자 야전차는 미끄러지듯 초소마당을 떠났다.

바로 이때였다. 초소장이 급히 마당에 달려나왔다.

《정황입니다. 적들이 비무장지대 갈숲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들은 곧 근무지휘실로 달려들어갔다. 감시기화면에 비쳐진 비무장지대는 온통 불바다로 화하였다. 적들은 의거자가 생긴 분풀이로 갈밭에 불을 질렀던것이다.

중대장은 침착히 지인선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적들의 불장난이 심상치 않소. 중대를 비상소집해야겠소!》

지인선은 그 의견에 동의하였다.

《명령을 내리십시오!》

중대장은 곧 송수화기를 잡고 중대직일관에게 명령했다.

《중대 폭풍! 진지로 출발시키오!》

그들은 제창 근무지휘실을 나서서 감시소로 달려올라갔다.

불길은 북쪽으로 몰아치는 바람을 타고 맹렬한 속도로 갈대숲을 태우며 차단물계선까지 접근했다. 비무장지대 여기저기에서 지뢰가 터지는 소리가 아츠럽게 밤공기를 쨌다.

불길은 일시 차단물계선의 빈 공지에서 주저앉는듯싶었다.

이때였다. 적《헌병》초소쪽에서 대구경기관총의 둔중한 련발사격소리가 울리며 수십갈래의 불줄기들이 차단물너머 아군지역에 쏟아져내렸다. 순간 참호주변의 잡관목들과 소나무들에 일시에 불길이 확 달렸다. 중대장이 우려하던 일이 닥쳐왔던것이다.

《개놈들! …》

중대장이 성이 독같이 나서 감시소좌지의 기관총수에게 소리쳤다.

《쐇! 무자비하게… 한놈도 살려두지 말라!》

아군기관총이 맹렬히 불을 토하기 시작하였다. 순간에 적《헌병》초소의 대구경기관총이 숨을 멈췄다. 그러나 이미 경계구역을 휩쓴 불길은 어느사이에 드넓게 퍼져 감시소쪽으로 치달아오르고있었다.

때를 같이하여 부중대장이 중대를 인솔하고 진지로 달려왔다.

지인선은 중대장에게 자기 의견을 제기했다.

《중대장동지, 만약을 생각하여 선조암을 계선으로 불길차단구역을 조성합시다. 참대숲까지 불이 달리면 초소가 위험합니다!》

《나도 그 생각입니다! …》

중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재빨리 각 소대에 지시를 주기 시작하였다.

《3소대는 선조암 앞지대에 불길차단구역을 조성할것. 1소대는 감시소 앞계선을 중심으로 좌측구역을, 2소대는 우측계선의 불길을 진압할것! 난 1소대와 함께 행동하겠소. 자, 빨릿!》

지인선은 급히 움직이려는 중대장의 팔을 덥석 잡았다. 바다가와 린접한 좌측구역은 무성하게 들어앉은 소나무숲으로 하여 불길진압이 가장 어려운 곳이였던것이다.

《중대장동지, 중대전반을 지휘해야지요. 우측구역과 함께 불길차단구역을 맡아주십시오. 1소대에는 내가 나가겠습니다!》

지인선은 그가 어쩔새없이 공구무지에서 공병삽 한자루를 거머쥐고 급히 1소대를 뒤따랐다.

좌측지대 참호구역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점점 키높이 자란 소나무숲쪽으로 육박하고있었다. 적《헌병》초소를 제압하는 아군기관총의 맹렬한 총성과 더불어 병사들은 불달린 새초며 잔솔포기, 잡관목들에 필사적으로 흙을 뿌렸다.

지인선은 그속에 뛰여들어 삽질을 함께 하며 병사들을 고무하였다.

《동무들, 덤비지 말고 침착히! 불길차단홈이 조성될 때까지 어떻게 하나 견지할것!》

불길은 방향없이 날쳤다. 이리저리 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이쪽에서 좀 즘즉할라치면 저쪽에서 폭발적으로 확 치솟아오르군 한다. 온 산판을 뒤덮은 불길, 연기로 하여 한치의 앞도 가려보기 힘들다. 그속에서 열기에 익은 병사들의 땀투성이얼굴들이 피끗피끗 보이는가 하면 분노한 숨소리, 삽질소리, 도끼질소리가 쉬임없이 울렸다.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올랐다.

《소나무숲에 불이 달렸다!》

지인선은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벌써 몇그루의 키높은 소나무 한끝에 불길이 타오르는것이 보였다. 한 병사가 날래게 소나무에 기여오르고있었다.

《각기 불달린 소나무들을 맡으라!》

지인선은 이렇게 웨치고나서 그옆의 불달린 소나무에 기여올랐다. 삽날을 도끼날처럼 곤두세워 소나무아지들을 단숨에 뭉청뭉청 잘라버렸다. 위험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소나무들과 어울려 펼쳐져있는 새초와 잡관목들에 어느사이엔가 휙 불길이 번져졌던것이다.

병사들은 소나무숲 여기저기에서 피여오르는 불길을 맞받아 저마끔 분산되여 달려갔다.

지인선의 가슴은 금시 터져나가는듯싶었다. 이 귀중한 소나무숲을 다 불태우고마는가! 촉박감을 안고 그는 앞뒤를 가릴 사이없이 소나무에서 뛰여내렸다. 차단구역이 조성될 때까지 죽으나사나 불길을 저지시켜야 한다는 한가지 생각을 안고 소나무숲을 위협하는 불달린 잡관목들을 삽으로 찍어넘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사이 대여섯발자국 떨어진 키높은 소나무아지에 또다시 불길이 확 당기는것이 보였다.

급히 그곳으로 달려간 지인선은 단숨에 소나무에 기여올랐다. 불길은 어느사이에 우듬지까지 치솟아올랐다. 그것이 제일 위험하였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불길이 소나무 우듬지와 우듬지사이를 날아넘는다면 그 후과는 치명적이였다.

그는 등허리에 차고있던 공병삽을 뽑아들고 불붙는 우듬지를 힘껏 찍어넘겼다. 순간 숱한 불찌들이 목덜미로 쏟아져내리는 바람에 그는 저도 모르게 가는 신음소리를 냈다. 아찔해오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재차 공병삽을 휘둘러 나무에 달린 불길을 제거해버렸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 또 건너편의 나무에 불이 달리고있었다.

지인선은 조바심에 다시금 소나무에서 허궁 뛰여내렸다. 온몸이 지끈해오는 아픔을 느낄 사이없이 이를 악물고 재차 다른 나무에 기여올랐다. 그렇게 하기를 그 몇번! …

또다시 불붙는 나무로 기여올라갔을 때는 그의 몸에 남아있던 마지막힘까지 빠져버린 뒤였다. 그 허탈감에 손이 닿는대로 아무 나무가지나 부여잡았다. 얼굴, 목, 손… 온몸의 어느 부위라 할곳없이 띠끔거리고 막 쑤셔났다. 입고있는 군복이 타는 냄새가 풍겨왔다. 자기가 부여잡고있는 나무도 그리고 그밑에 펼쳐져있는 잡관목도 불에 타고있다. 그처럼 눈에 익은 숲이건만 거세찬 화염으로 어디가 어딘지 가늠조차 할수 없다. 지금쯤 불막이차단구역이 조성되였을가? 그 의혹을 풀어주듯 어디선가 자기를 찾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가슴을 꽉 메운 연기로 하여 그는 입조차 벌릴수 없었다.

《정치지도원동지! …》

다시금 울리는 목소리에 지인선은 마지막기력을 가다듬었다. 자기가 타고 내려가야 할 나무아래쪽을 더듬던 그는 흠칫 한곳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연기에 질식되여 쓰러져있는것이 보였던것이다.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겨났던가! 급히 나무에서 미끄러져내린 그는 누군지 모를 병사한테로 다가갔다. 서둘러 병사를 되돌려안던 그는 다시한번 놀랐다. 남용일이가 어떻게 여기서? ! …

지인선은 다급히 웨쳤다.

《용일이, 정신차려! …》

용일이 가까스로 눈을 떴다.

지인선은 재차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왜 여기 남아있었어?》

《정치지도원동지가… 나무에… 오르는걸 보고…》

용일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더니 다시 의식을 잃었다.

지인선은 서둘러 용일을 둘쳐업었다. 그사이 불길은 사방 그들을 둘러쌌다. 그러나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면 죽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중 불길이 약해보이는 곳을 겨누고 무작정 앞으로 내달렸다. 순간 그는 헉! 하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갑자기 맞받아 확 날려오는 불길을 통채로 삼켰던것이다. 몽롱한 의식속에 누워있는 그의 얼굴우에 불찌들이 사정없이 날아와 떨어졌다. 그 바람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는 흐려오는 눈을 슴벅거리며 점점 좁혀오는 불의 장벽을 둘러보았다. 할수 없구나! …

지인선은 불속에 에워싸인 그 좁은 공지속에서 그래도 움푹져보이는 구뎅이를 찾아 용일을 이끌고 기여갔다. 가랑잎을 걷어내고 맨손으로 땅을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한치한치 접근해오는 불길을 이따금씩 둘러보며 손톱이 벗겨져나오고 피가 땅을 적시는것도 의식하지 못한채 파고 또 팠다.

한사람의 몸을 은페시킬만 한 자리가 마련되자 지인선은 떨리는 손으로 자기의 앞가슴에 모시였던 위대한 수령님의 초상휘장을 용일의 군복앞주머니에 정히 간수하였다. 그리고 얼굴이 파헤친 땅바닥으로 향하게 남용일을 조심히 엎드려놓았다.

모든 일이 끝나자 지인선은 한없이 평온한 마음을 안고 그처럼 왼심을 써왔고 사랑했던 병사의 몸우에 천천히 자기 몸을 덮었다. 숨막히는 열기와 연기 그리고 우―우― 불길이 몰아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불가루가 그의 목덜미며 잔등우에 쏟아져내렸다.

지인선의 의식은 점점 혼미해오기 시작하였다. 꿈에서처럼 무엇인가 그의 머리속에 펼쳐졌다. 그것은 열병광장이였다. 총창을 번뜩이며 중대가 련대와 함께 광장을 행진해가고있었다. 대오의 앞에는 성스러운 군기와 함께 오중흡7련대기발이 휘날리고있었다. 그 대오속에 자기도 용일이도 가고있었다. 모두의 가슴팍에는 오중흡7련대 영예휘장이 자랑스럽게 빛나고있다. 사랑하는 안해 선희가 자기들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흔들어주고있다.

지인선의 눈가에 고요한 미소가 피여올랐다. 해빛같은 미소를 담으시고 해맞이초소를 찾아오셨던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열병광장의 높은 주석단에서 련대를 향하여 몸소 답례를 보내고계시였던것이다.

지인선은 운명의 마지막힘을 모아 조용히 부르짖었다.

최고사령관동지, 중대는 모두 오늘의 오중흡7련대 대원으로 준비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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