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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37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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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19 11:58 조회6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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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회)

13 장

6월 28일 밤부터 6월 29일 새벽까지 남한강을 도하한 최현의 52사는 오늘 저녁 금량장리계선에 이름으로써 뒤떨어진 사단으로부터 앞선 사단으로 되였다. 그러나 최현의 거멓게 질린 얼굴은 풀어지지 않았고 일정한 휴식을 요구하는 참모장의 제기에는 화를 내였다.

《수원에나 가서 보기요.》

최현은 바지혼솔에 붙은 도꼬마리들을 하나하나 잡아뜯어 유심히 살피다가는 던지고 어떤 때는 손톱으로 누르기도 하다가 통분하여 중얼거렸다.

《우리때문에 얼마나 손해를 본줄 알아… 》

최현은 자기 사단이 원래의 계획대로 수원에 갔더라면 지금처럼 주타격방향부대들이 한강계선에서 지체되는 일은 없을것이라는 자책에서 헤여나올수 없었던것이다.

그때 뜻밖에도 최춘국이가 최현을 찾아왔다. 최춘국은 62사 사단장으로 임명되여 서울을 거쳐 홍천쪽의 자기 사단으로 가던중에 최현사단의 행군대렬과 부딪쳐 지휘부를 찾아왔던것이다.

서로 바쁜 그들은 차를 반대로 세워붙이고 두손을 맞잡은채 그간의 소식을 성급히 나누었다. 전쟁개시 첫날김일성동지의 명령을 받고 원산과 남포에 나가 해안방어대책을 세우고 돌아온 최춘국은 임무수행을 보고한 그 시각부터 전선에 내보내줄것을 제기하여 승낙을 받기까지의 사연을 깊은 감회를 품고 말했다.

《…처음엔 딱 짜르시더군요. 정 우기니 다리때문에 안된다고 하시는것이 아닙니까. 뭐 최현동지까지 제 다리가 신통치 않다고 했다면서요.》

《아 아니, 난 오히려 그 반대의 말씀을 올렸어.》

최현이 당황해 사실을 밝히자 최춘국은 깨고소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랬겠지요. 제가 장군님의 심중을 모르겠습니까. 그래서 난 <장군님, 정 그러시다면 제가 여기서 춤을 춰 보이겠습니다.>고 했댔습니다. 그러니까 장군님께서 <춰보오.>하시는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췄지요.》

《볼만했겠는걸.》

최춘국은 어색한 웃음을 짓고 데면데면해 말을 인차 잇지 못했다. 옆으로 진창을 튕기며 굴러가는 중포를 바라보다가 《그래서》 하고 최현이 또 물어서야 최춘국은 어딘가 면난한 표정으로 나직이 말했다.

《다 추고 돌아보니 장군님께서는 창문가에 다가가 바깥을 내다보시는것이였습니다. 그때까지 눈치를 못채고 <갈수 있지요?> 하고 어린애주정을 했습니다. 그래도 장군님께서는 움직이지 않으시였습니다. 한참 있다가 돌아서신 그이께서는 <잘 추는군. 춤추는 기백은 변하지 않았소.>라고 조용히 말씀하시는데 그 음성이 젖어있지 않겠습니까. 속이 별랬습니다. 내가 그대로 서있자 <가야지… 가야지!> 하고 반대되는 생각을 물리치듯 곱씹어뇌이시다가 <건강이 담보되고 무사할것이 담보된다면 열백번이라도 가야지> 하시는것이였습니다.》

최현은 가슴이 찡해서 고개를 돌렸다. 야포를 끌고가는 노란암말의 옆에서 털이 보르르한 망아지가 젖꼭지를 찾아 배밑에 기여들다가는 깡충 뛰쳐나오고 그랬다가 또다시 아장아장 기여들어갔다.

6월 23일 저녁 자기를 떠나보내면서 그토록 가슴아파하시던 장군님의 모습이 우렷이 밝혀오며 그리움이 애릿한 향수로 가슴을 적시였다. 최춘국이 먼저 《그 망아지 좋군.》 하고 화제를 돌린후 최현의 얼굴을 근심스럽게 더듬어보고는 《얼굴이 무척 탔습니다.》 하고 말했다.

《속이 타 그렇소.》

그 말에 최춘국의 눈빛이 한결 심각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장군님께서 최현동물 두고 걱정하더군요.》

《무슨?》

최현은 눈이 다 둥싯해졌다.

최춘국은 최현을 똑바로 마주보며 한마디라도 빼놓지 않기 위해 이마살을 찌프려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장군님께서는 앞으로 최현동무의 사단엔 더욱 큰 적들이 막아나설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어제도 어려웠지만 래일은 더욱 어려울것이라고… 이번 반공격작전에서 가장 어려운 모퉁이를 맡았다고 하셨습니다.》

《그건 나를 위안하기 위한 말씀이시오.》

최현은 가슴이 억해졌다.

《그러시면서 장군님께서는 최현동무의 성미에 참기 어려울 정황들이 생길수 있는데 그럴수록 최대로 인내성을 발휘하고 특히 최현동무가 개인적으로 모험하는 행동을 절대로 삼가하라고, 이것은 명령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최현은 최춘국의 손을 꼭 잡고 간절한 눈길로 바라보며 약간 쉰 소리로 말했다.

《우리처럼 되지 말게. 난 수원을 기일내에 타고앉지 못한것이 일생 가슴에 못박힐거네.》

최춘국은 동정하듯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막았다.

《그러지 마십시오. 아닌게 아니라 내가 장군님께 그런 뜻을 비췄더니 제정된 시간표에 의한 렬차다님처럼 순조로우면 무슨 전쟁이냐고 웃으시며 <하긴 최현동무로선 그럴수 있지.>라고 하시더군요. 이젠 더 생각지 맙시다.》

최춘국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싱그레 웃고는 《무슨 조언을 줄것 없습니까?》 하고 말했다.

《없어, 아니 한가지… 지휘관들한테 항공습격시 대비책을 잘 일깨워주게. 나 역시 그런데 경험이 없다보니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야단쳤지. 참, 장군님께서 왜 62사를 동무에게 맡겼을가?》

최현의 눈은 가느스름히 찌프러져 마치 춘국의 준비정도를 알아보려는것만 같았다. 최춘국은 씩 웃으며 《최현동무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하고 되물었다.

《글쎄 내가 장군님의 그 깊으신 생각에까지 가닿겠소.…

그저 짧은 짐작으로 말하면 그전 사단장은 정규전은 밝은데 유격전에는 쑥이였어. 그러니 유격전의 대가인 춘국일 찍은거지. 62사 방향엔 산이 많아. 춘국이야 산에서 귀신이 아닌가.》

《날 띄운것 내놓고는 다 맞습니다. 최현동지앞에서야 구태여 감추겠습니까. 장군님께서는 제가 38년에 독립려단을 이끌고 대부대기동을 한것을 례들면서 거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병행추격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린접에 구애되지 말고 산을 타고 나갈수 있는껏 나가는것입니다.》

《배후에 남은 적은 어떻게? 역포위하려 달려들지 않을가?》

《장군님께서는 적은 우리와 같은 군대가 아니라고 하시며 그물속에 든 고기처럼 되여 붕괴될것이라고 하시였습니다. 더구나 미군이 개입한 조건에서 빨리 나가는것만이 장땅이라는것입니다.》

《그러니 동문 냅다 달릴판이군. 부럽소.》

최현은 보조타격부대로서 주타격의 움직임에 맞추게 되는 《시집살이》에 대하여 말할가하다가 자기의 못난 생각이 낯뜨겁게 돌이켜지여 화제를 돌렸다.

《그래 전방지휘소에서는 다 잘 있습데.》

《네, 강건참모장을 만났습니다. 상동진 51사에 나갔더군요. 서울에서 지체된 시간을 봉창하자고 윽윽하는판이지요. 강건동진 얼굴이 술치같이 됐어요. 미24사선견대가 부산에 왔다는것으로 신경이 칼끝처럼 돼있더군요.》

《선견대라니. 벌써 그놈들이 들어섰단말인가?》

《네, 어제 나타났다는것 같습니다.》

《나타났다?!》

최현은 입술을 아프게 깨물었다.

행군대렬의 마지막인 사단군의소의 로획품 《엠불런스》(적십자표를 그린 위생차)가 옆으로 지나갈 때야 그들은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했음을 깨달았다.

《이젠 가겠습니다.》

최춘국은 순박한 어린애의 미소같이 깨끗한 웃음을 머금고 최현을 보았다. 최현은 낯색이 별로 희여보이는 춘국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왜서인지 불길스런 예감에 심장이 쿡-하고 찔리우는 아픔을 느꼈다. 그래 량손의 두손가락을 구부려 원을 짓고 눈에 대였다.

《잘 있소? 울지 않습데?》

안경쟁이인 최춘국의 부인을 말할 때 흉내내는 이 동작에 춘국은 허허 웃고는 《참》 하면서 뒤에 앉은 련락병에게 뭐라 수군덕거리더니 광목천에 싼것을 내밀었다.

《뭐요?》

최현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웃는 최춘국이를 수상쩍게 보자 춘국은 벙글벙글 웃었다.

《우리 부인님의 솜씨입니다. 내가 나간다니 얼싸 좋다 하며 밤새워 빚고 구운것입니다.》

《이걸 내가 먹어서야 되겠나?》

최춘국의 말과는 반대의 정경이였음을 짐작하며 최현이 말하자 최춘국은 여전히 롱말을 하였다.

《그래야 우리 처도 전선원호를 한것으로 되지요. 자 헤여집시다.》

《안을가?》

《안아야지요.》

최춘국은 최현의 어깨에 향긋한 김치내 비슷한것을 풍기며 얼굴을 대였다가 떼였다. 최현은 그의 어깨를 꽉 쥐였다가 밀쳤다.

《잘 가오.》

최현은 이것이 최춘국이와의 영원한 리별임을 몰랐다. 최춘국은 이때로부터 열흘후 안동뒤산에서 그 유명한 《나에게 30분의 생명을 연장시켜달라》는 말을 남기고 심장의 고동을 멈췄던것이다.…

최현은 최춘국이 탄 차가 먼지를 뽀얗게 감아올리며 사라져가는것을 지켜보다가 참모장을 찾았다. 그는 53사와 905땅크사단의 도착을 기다림이 없이 사단단독으로라도 수원공격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였다. 전방지휘소의 명령에는 사단이 우익린접 주타격방향부대들이 수원계선에 도착할 때까지 익측 포위준비를 갖추고 대기하게 되여있었으나 미군의 부산도착은 최현이로 하여금 그런 기다림을 허용할수 없게 만들었다.

《그 전투는 우리가 수원을 먹는가 못먹는가에 있는것보다 53사나 54사앞의 적을 떼여내여 그들의 진로를 열게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보오. 그건 주타격의 보조로써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니겠소.》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 사단 진출로선인 안성쪽으로 나가는것이 더 합당하다고 봅니다.》

참모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 최현은 사단의 이런 구상에 대하여 전방지휘소에 제기하고 최종동의를 받으려 했다. 행군중의 무선차를 멈춰세우고 전방지휘소를 찾을 때 먼저 보위상이 최현을 찾았다. 즉시 서울의 전방지휘소로 도착하라는 지시였다.

이렇게 되여 사단을 떠난 최현은 시산리쪽에서 53사 9련대와 만났다. 그는 패잔병들이 도처에서 갈개고 전선경계도 명확치 않은 길로 호위도 없이 달려온데 아연해하는 김만익련대장에게 자기의 조급한 심정과 울화를 얼마간 터놓았다. 호위를 붙이겠다는것을 거절하고 그 지대지형에 밝다는 군관 한명을 알선받았다. 그 안내로 나온 군관은 림운학이였다. 최현은 며칠전의 환하던 얼굴이 화상을 입어 거칠어지고 눈만 황황히 타는 림운학이로부터 아버지도 애인도 못만났음을 알았다. 적들이 수감된 애국자들을 학살하고있다는 통보를 받은바있는 최현은 밝은 전망을 도저히 내다볼수 없는 운학의 부친과 애인의 처지를 두고 근심스러웠으며 그들의 상봉이 이루어지지 못한것도 자기 부대의 진격속도가 더딘탓처럼 느껴졌다. 그가 만약 이런 심리적중압속에만 있지 않았더라도 좀전 강녘에서 자기를 바래주던 림운학이 인사말을 할 때 한 녀성 간호원의 행동이 이상스러웠음을 알아봤을것이였으나 그때의 그는 사단의 전투계획속에 묻혀 일체를 잊고있었다.

최현은 철다리가 불빛에 드러나는 순간 거기 어디에 류경수가 있을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목에 호각을 건 각광을 단 군인이 길을 막아나서며 손에 쥔 빨간 수기를 휘저었다.

《발동을 죽이시오.》

《무슨 일이요?》

《이 주변에서 일체 소음을 내지 못하게 됐습니다.》

《방금전까지는 남포까지 놓더니 소음은 무슨 소음이야?》

최현이의 다부진 몸매와 위압적인 말투에 《각광》은 몸을 꼿꼿이 하며 공손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십분전에 우리 려단장동지가 그런 명령을 내렸습니다. 특수임무를 수행할 땅크병들을 방금전에 취침시켰기때문입니다. 그들을 승인없이 깨우게 되면 처벌까지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류경수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각광》이 어둠속으로 사라진후 좀 있어 노젓는 소리가 들리고 전지불을 깜박거리며 철다리밑 어둠속에서 쪽배 하나가 나타났다. 배가 스르륵하며 모래판에 닿자 아래우 맞달린 땅크병 복을 입은 훤칠한 몸매의 장령이 뛰여내렸다.

《어데 있습니까?》

《여길세.》

최현이 반가움에 차 소리치며 달려가자 류경수는 어푸러질듯이 마주 달려와 최현이를 와락 그러안아 한바퀴 빙-휘둘렀다.

《근데 여긴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전방지휘소에라도 소환된것 아닙니까?》

모래불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류경수가 물었다.

《나야 그럴 재목이 되나.》

최현은 기쁜 기색으로 류경수를 보며 말했다.

《서울해방에서 자네 공이 크다는걸 들었네. 기쁘이.》

《원 기쁜지 뭔지 앉은뱅이노릇에 속이 탑니다.》

《다행일세.》

류경수는 별빛에 드러난 최현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시풀뚝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 예 온건 왜 땅크가 아직 넘어못가는가 질책하러 온거겠수다?》

《점쟁이 이상이군. 아닌게 아니라 그때문에 별러서 온걸세.》

《나도 끙끙 앓습니다. 그래 별 륙갑을 다 해봤지요. 떼목, 여울도하, 자맥질도 수태 하고…》

최현은 소리치며 흐르는 검푸른 강물을 내려다보며 이 철덩이같은 류경수도 며칠째 꽤 속을 앓았겠구나 생각했다.

《동무가 바쁜 소릴 하는건 처음이군.》

《속이 끓어 그럽니다. 그래서 강건동무한테는 한바탕 해댔습니다. 빨찌산때를 다 잊었는가고. 땅크없이 못나가는가 하고…》

《이제 그 말해 뭣하나?》

《난 지금 장군님을 생각하면 영 괴롭습니다.》

류경수는 더 말을 못했다.

《그래 아직 방법이 안섰나?》

《해보자는겁니다. 저 철교로 넘어가자는것입니다.》

《저 철다리도 끊어지지 않았나?》

《놈들이 폭파를 했지요. 한데 경간구조물이 40˚각도로 저쪽 대안에 내려앉았습니다. 그걸 방금 남포질을 해서 60˚경사로 만들어놨습니다. 그 경사를 타고 저쪽으로 내려가자는것입니다.》

《그런데는 땅크를 다 물에 처박는다고 우는 소릴 하며 반대하는 학자님들이 있다는데 문제가 있지요.》

《그래 승인을 못받았다는건가?》

《그걸 받자면 리론으로 증명해야겠는데 내가 무슨 학자입니까? 해놓고 볼판이지요. 실패하면 군사재판이겠지요. 까짓거 목이 날아나도 해볼판입니다. 못넘기고야 내가 무슨 장군님의 유격댑니까?》

《다리를 한번 보자구.》

전지를 켜든 최현은 류경수의 만류를 뿌리치고 철다리에 올라섰다. 번뜩거리는 레루와 침목사이로 드러나는 물결은 불빛에 고기비늘처럼 번뜩거렸다. 끊어져내린 다리끝 경간에 이르자 최현은 높은 지붕에서 사다리를 내린듯 아찔하게 내려간 레루를 한참이나 내려다보다가 돌아섰다. 타고온 찌차에 이르러서 걸음을 멈춘 그는 무거운 얼굴빛으로 류경수를 바라보았다.

《자신있나?》

《어쩌겠습니까.》

《군사재판장에 나서면 나도 피고석에 앉겠어. 최춘국동무도 잘 싸우고있더군.》

최현은 최춘국이에 대한 소식을 짤막히 이야기한 후 우중충한 밤어둠이 내려앉은 대안의 산언덕을 바라보다가 지나가는 소리처럼 한마디 했다.

《로량진의 적들도 꽤나 지독스레 덤비지?》

《네. 우리 기계화련대동무들도 거기서 혈투를 벌렸습니다.》

최현이 룡산을 거쳐 중앙청에 도착하였을 때는 열한시 조금 못미처서였다. 그는 직접 최용건보위상실로 찾아들어갔다. 부관장의 안내를 받아 문에 들어서자 최용건은 안경을 끼고 확대경으로 지도를 내려다보고있고 다른 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무슨 보고를 받고있었다.

《그런 우는 소린 그만두오. 905땅크도 래일은 넘어가오. 그러니 래일엔 동무네도 영등포에 가있어야 되오. 다요!》

최용건은 성난 음성으로 소리치고는 전화기를 소리나게 놓았다. 그리고는 무겁게 몸을 일으켜 최현한테 다가왔다.

《불러서 안됐소. 저녁은 자셨소?》

《네. 근데 건강이 좋잖아보입니다.》

최용건의 눈청엔 피가 져있었다. 최용건은 알릴듯말듯 머리를 저었다.

《뭐 내 몸은 일없소.》

그는 작전대앞에 이르자 최현을 곧추 향해 보며 말을 이었다.

《좀전에 사단장들 회의가 있었소. 동문 거리상관계로 제외시키게 되였으나 부르게 되였소. 미군이 부산에 들어섰소. 이때문이요.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소. 수송기재가 발달한놈들은 어느사이에 다닥칠지 모르오. 우린 그놈들이 십중팔구 여기 주타격방향 부대들이 나가는 전선서부로 나타날것이라고 봤소. 이런데로부터 부대들의 전투임무와 계획에서 일부 변화가 있을수 있소. 변화래야 동무네 사단같은 경우 지역분담이 더 커지게 된다는 그것이요.》

《저희도 예견하고있었습니다.》

《어떤? 앉아서 말하오.》

최용건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최현은 참모장과 토론했던 사단단독으로라도 수원이나 안성쪽을 쳐나갈수 없겠는가에 대한 구상을 이야기하였다.

최용건은 최현의 얼굴에서 한초도 시선을 떼지 않고 묵묵히 듣기만 하다가 움씰하고 상체를 바로잡았다.

《최현동무!》

좀해 웃음이 없던 최용건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였다.

《사실 동무를 꼭 만나자고 한것은 그때문이였소. 안성은 동무네 진출계획지대에 포함되여있었으나 53사의 기본담당지역이였소. 그런데 현재 53사가 지체된데서 부득불 동무네가 안성쪽도 맡아야겠소. 물론 53사는 자기들의 힘으로 안성도 해방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좀 두고봐야겠소. 그리고 동무넨 53사와의 협동동작에 더욱 관심을 돌려야겠소. 미군이 53사방향에 나타나는 경우 더욱 그렇소. 동무네 사단쪽으로 나타나도 그렇고… 그나저나 다른 사단들도 그렇지만 동무네 사단의 전투전개지역이 더 넓어진셈이요. 나는 동무네가 먼저 이걸 예상하고 계획을 가졌다니 마음이 놓이오.》

최용건은 잠시 말을 끊고 지도를 내려다보다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고개를 든 그는 엄한 눈길로 최현을 보며 힘주어 말했다.

《우린 잃어버린 시간을 만신의 힘을 다해 회복해야겠소.》

한강도하의 지체는 작전전반에 적잖은 장애를 가져왔다.

53사, 54사는 대안에 발붙인 그 시각부터 무려 세개 사단의 반공격에 부딪쳐 치렬한 격전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였다. 강안에 나가 로량진과 여의도의 공방전을 직접 목격하면서 최용건은 시간을 잃었다고 안타까이 뇌이시던 장군님의 말씀을 다시금 상기하지 않을수 없었다. 적들은 정신을 차리고 대렬을 정비하며 달려드는것이다. 쪽배에 실려오는 사상자들을 보면서 그는 자기들의 작전적착오가 빚어놓은 희생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이 후회와 아픔에 포로되지 않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지 않으면 안되였다. 하여 그는 더욱 엄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지휘관들에게 요구하고 따지고 추궁하였다. 강건이 그 빈틈없는 타산과 계획으로 수립한 전투조직에 대해서도 몇번씩 더 따져보군 하였다.

자신에 대한 요구성이 비상히 높은 사람들이 항용 그러하듯 최용건은 자기자신의 실책과 과오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였고 일단 그에 대한 반성에 빠지자 그 번민의 숲속에서 인차 헤여나오지 못했다.

자기의 경험과 능력이 매우 제한되여있으며 정세판단과 분석에서 예리하지 못하다는것으로 번져나간 가책과 후회는 제기되는 정황앞에서 신속하고도 명확한 결심을 가지게 하는것을 방해하였다. 어제 최춘국사단의 병행추격전에 대한 장군님의 명령을 연구하던 강건이 최현사단을 대담하게 안성쪽으로 진출시키자는 제기에도 선뜻 대답을 주지 못했다. 경험이 많고 로숙한 장군들이 때로 실패를 당하는 경우 자기 전체를 의심하며 동요고민하는 그런 상태에 빠져있다는것까지도 생각하며 자기를 다잡자고 애썼으나 평소의 강한 의지도 여기에는 별로 도움이 없었다. 하여 최현을 불렀던것이다. 최현은 그에게 또하나 용기와 신심으로 안겨들었다. 다음날 새벽 온 전방지휘소가 지켜보는가운데 류경수의 땅크들이 끊어진 철교로 넘어가는 《모험》을 단행했다. 끊어져 땅에 드리운 60˚경사의 철교로 《날아내리는 교예》였다.류경수는 쪽배우에 올라 그 어마어마한 도하를 지휘했다.

《배가 움직이지 않게끔 재간을 피우오.》

노를 젓는 병사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린 류경수는 동상처럼 우뚝 서 날아내리는 땅크들에 수기신호로 명령을 내리군 했다. 첫 땅크가 날아내릴 때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눈을 감았고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도 냈다. 그러나 류경수는 빙글써 미소를 띠우고(모든 전사들이 그렇게 보았다.) 태연자약히 있었다. 마지막 땅크가 내릴 때까지 그는 그 자세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마지막땅크까지 무사히 넘어갔을 때 류경수는 노젓는 병사들을 그러안고 껄껄 웃었는데 전사들은 장령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흐르는것을 보고 한결같이 울먹거렸다.

류경수장령의 땅크들은 도하즉시 보병부대들과 함께 일격에 영등포를 휩쓸어나갔다. 그 기세로 7월 4일에는 수원해방전투까지 결속지었다. 금량장리를 해방한 52사는 안성쪽으로 접근하였다. 수원해방전투때문에 주타격방향부대들에 나간 강건이 돌아온 시각 주문진해상에서 미군순양함 《볼티모》를 격침시킨 구체적인 상보가 보고되였다.

강건은 추진식프로펠라비행기로 《하늘의 요새》라고 하는 《B-29》와 분사식전투기 《F-86》을 쏴떨군 항공대의 전과까지 종합하여 《미군의 기술적우세》가 이 땅에서 추풍락엽의 신세가 되였다고 기뻐하였다.

최용건은 드문 일로 청사의 부서들을 찾아다니며 전방지휘소성원들과 담화도 하고 순양함 《볼티모》에 대한 상식적인 자료도 들려주었다. 점심도 여유있게 차려놓은 식당에서 하였다.

바로 그때 정찰부장으로부터 24사선견대가 100여대의 차에 분승하여 대전을 떠났다는 통보를 받았다. 어데를 목표로 하는지 모른다는 말에 최용건은 저으기 불안하였다. 그는 즉시 각 부대장들에게 미군을 만나면 신중히 행동하여 린접과 병종호상간의 협동동작으로 실수가 없이 싸울수 있게끔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류경수를 무선전화로 직접 호출하여 미군선견대와의 조우를 예견하여 단독행동을 하지 말고 차지한 계선에 멈춰설것을 요구하였다.

《상대가 괴뢰군과 다르다는것을 알아야 되오. 보병과 보조를 맞추고 정찰을 강화하며 서뿔리 내닫지 마오.》

최용건의 이 명령은 그날 오후 변경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오전정황보고를 받으시다가 그 사실에 류의하고 《맞다드는 즉시 적을 갈길수 있게 만단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계속 공격속도를 높이》라고 시정시켜주시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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