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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35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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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17 11:41 조회6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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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 회)

13 장

6월 29일 오후 한강도하보장을 위해 이동되여오던 중도하창이 적의 비행대폭격에 불타버리고말았다. 이날 저녁 새로 회복된 평양-서울간 직통전화를 통해 실태를 료해하신김일성동지께서는 최용건에게 처음으로 되는 엄한 비판을 주시였다.

《시간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그럴수 있습니까. 중도하창 하나에 매달려 기다리고 휴식한다는것이… 빈집들을 헐어서라도 재목은 보장할것이고 적들이 버리고간 공병기자재들도있을것 아닙니까. 그것을 리용하면 림시적인 가교라도 놓을수 있지 않습니까.》

마디마디 안타까움에 차 심각히 울리는 그 말씀을 들으며 최용건은 자기의 실책을 깨달았다. 한강을 돌아보고올 때 적들이 버리고간 레루무지와 공병기재들을 상기하며 후회막급한 심정에 사로잡혔다.김일성동지께서는 《지친 전사들을 휴식시키기 위한》데도 있었다는 그의 대답에 실망을 금치 못하셨다.

《최용건동무, 그 인심과 배려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까. 그것이 가혹한 전투와 전사들의 피로 보상된다는것을 어떻게 잊을수가 있습니까.》

최용건은 자기가 일생두고 씻을수 없는 과오를 범하였다는것을 가슴저리게 느꼈다. 다리복구에 력량을 집중하고 개별적소구분대들을 전투에 진입시켰을 때는 이미 대안에 적의 강력한 방어진이 꾸려졌을 때였다. 서울에 진입한 그 시각부터 땅크의 도하문제때문에 아글타글하던 류경수는 장군님께서 심려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즉시 한개 기계화보병중대틀 강행도하시켜 로량진을 공격하였다. 이미 그때는 로량진일대가 맥아더의 으르렁거림속에 두개의 괴뢰군사단으로 전선을 이룬 때였다. 로량진은 일진일퇴의 치렬한 공방전속에 날이 밝고 날이 저무는 치렬한 격전장으로 변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가 폭풍에 휘말려 향방없이 떠다니고 그 모래알의 수자와 다를바없는 무수한 탄알과 파편의 비가 쏟아졌으며 검붉은 화염이 바위를 핥고 나무를 불태웠다.

54사 18련대의 송기덕중대가 인천나루쪽에서 올라온 발동선을 얻어타고 한강을 건너 이 로량진의 수도고지에 올랐을 때는 백병전이 마지막고비에 이르고있었다. 다리가 끊어져나간 전사가 량손에 수류탄을 틀어잡고 폭풍에 넘어진 나무통을 기여넘으려다가는 미츠러지고 미츠러졌다가는 또 기여올랐다. 전사의 차돌같은 이발이 박힌 입술에서는 피가 흘렀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기덕이 그의 손에서 수류탄을 앗아들고 지원부대가 왔다는것을 말하자 그 전사는 의식을 잃었다.

《18련대 맛을 봐라!》

송기덕이네는 이렇게 웨치며 육박전마당에 뛰여들었다. 첫 전투에서 그들은 수십명을 쓰러눕혔다. 그러나 적들은 검질기게도 연신 반돌격해 올라왔다. 한강대안의 뚝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서서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기덕이네는 그 어느때보다 완강한 기백과 정열로 기세충천하여 싸웠다. 여덟번째의 반돌격을 물리쳤을 때는 중대력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다가 적의 항공대까지 날아들어 줄폭탄을 퍼붓는바람에 쪽배들로 날라오던 탄약보급마저 끊어졌다. 뚝우에서 수기를 젓고 손을 흔들던 시민들도 비행대의 사격에 사라져버리고말았다.

적들의 한무리가 또 쫓겨내려가자 박격포사격이 개시되였다. 기덕은 청석짬새로 판 배좁은 전호에 틀고앉아 적의 시체로 딩구는 산비탈을 바라보았다. 그만큼 뒈졌으면 그만둘만 한데 이건 터진 개미집에서 게바라나오듯 계속 올려미니 악이 받쳤다. 그는 담배를 찾아 옷주머니를 뒤졌다. 파편이 스쳤는지 옷주머니가 가로찢어져나갔다. 그는 급히 주머니안쪽을 더듬었다. 다행히도 편지는 남아있었다. 희생된 최만덕중대장의 가족에게 쓰다만 편지였다. 어저께 휴식할 때 복심이에게까지 편지를 쓰려고 마음먹었으나 어느 하나 끝내지 못했다. 편지를 쓰는데서는 자기가 영 무재간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최만덕의 《유언》대로 복심이에게도 쓰느라고 했으나 도대체 뭐이라고 한단말인가, 큼직한 위훈이라도 있으면 자랑삼아 쓰겠는데 그건 없다. 그렇다해서 어떤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당신》이요 뭐요 하고는 더구나 쓸수 없다.

《저게 누구야?》

《어제 온 신대원 아니야?》

전사들의 웨침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나무란 씨알머리없이 사라지고 모래불처럼 폭폭 잠겨드는 땅으로 기다란 보병총의 총신을 해빛에 번쩍거리며 한 전사가 기여오고있었다. 그 전사의 주변에서는 박격포탄이 번쩍번쩍 섬광을 일으키며 터졌다. 포탄이 터질 때마다 전사는 머리를 땅에 박았다.

《저저! …전호근이가?》

기덕은 깜짝 놀랐다. 어저께 기덕이네는 세명의 신대원을 받았다. 놀라웁게도 그속에는 6월 25일 아침 황주에서 우연히 만났던 전호근이가 있었다. 그는 기덕을 알아보자 너무 반가와 두손을 감싸쥐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런데 그는 오자바람으로 온 중대에 화제거리로 되였다. 무슨 전라도엔가 있다는게 누이에게 가져다주겠다고 집에서 약산단 한감을 꿍져가지고 온것이 들장났던것이다. 거기다가 고집 역시 이만저만 아니였다. 기덕이와의 안면을 생각했음인지 이번 로량진전투에는 신대원이라는것으로 제외되게 됐으나 로동계급이라는것을 가지고 코를 세우며 끝내 따라섰다.

열성에 비해서 전투에서는 쑥이였다. 그래서 좀전에 부상당한 부중대장을 업혀 고지아래에 있는 굴간에 보냈댔는데 또 나타난것이다. 기덕은 전호근의 주변에 포탄이 집중되는것을 보고 그냥 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벌떡 일어나 그쪽으로 달려갔다. 호근은 사방에서 섬광이 일며 포탄이 터지자 머리를 감싸쥐고 아예 모래판에 꾹 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바지저고리라구야.》

기덕은 그의 등덜미를 끄당겨 일쿼세워잡고 냅다 뛰였다. 허우대 큰 호근은 씩씩거리며 간신히 따라왔다.

《어찌된 일이요?》

전호바닥에 털썩 물앉은 기덕은 당금이라도 심장이 튀여나들듯 활랑거리는중에도 화를 참지 못해 물었다.

호근은 어질게 생긴 눈을 꺼먹거리다가 량해를 구하는 어조로 말했다.

《부중대장동무가 여기에 사람이 없다고 자꾸 돌아가라고 해서… 그리구 배가 왔습니다. 인민들이 많이 내렸습니다. 함지랑, 궤짝이랑 이고요. 산으로 오르는걸 보구.》

《탄약이 온단말이지?》

《네, 벼랑이 가파로와서 힘들게 오릅디다. 부중대장동지가 말하기를 중대원들이 이걸 알면 기뻐할것이라고 해서 먼저 왔습니다. 탄약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수고했소. 그걸 제꺽 말할것이지.》

기덕은 그의 넙적한 잔등을 탁 때렸다. 호근은 비지땀이 흐르는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훔치고나서 우측의 중기관총으로 다가갔다. 직일기관총수로 있던 부분대장이 《이 친구.》 하며 손을 내밀자 호근은 《혼났어요.》 하며 그의 곁에 가 엎드렸다.

그제야 기덕은 자기가 그를 중기부분대장의 부사수로 임명했음을 상기했다.

호근이가 말하던 《탄약》은 얼마 안있어 나타났다. 공급소대군인이 몇이 섞였고 태반이 사민들이였다. 그중에는 녀성들도 있었다. 기세가 오른 전사들이 내달려가 그들이 이고 진 짐들을 받아왔다.

탄약은 물론 과일이며 떡이며 하는 음식도 있었다. 몇명의 처녀들은 아예 눌러앉아 싸울 잡도리로 전호에 뛰여들었다.

기덕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악수를 나누며 되돌아가라고 소리쳤으나 남자들은 물론 녀자들까지도 돌아갈념을 하지 않았다. 한 청년은 어데서 얻었는지 카빙총까지 메고 나타났다. 전기회사 전공이였다고 하는 그 청년은 돌아가라고 하는 말에 버럭 성까지 내였다.

《장교동지, 그래 공화국은 동지의것만인줄 압니까. 나도 48년도 공화국창립때 선거에 참가한 사람입니다.》

열정과 패기에 충만된 청년의 이름은 곽근철이였다. (그래, 그렇지.) 기덕은 속이 그들먹해지였다. 아군비행대가 나타나 적기를 추격하고 적진지쪽에 폭탄을 들붓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사민들은 너무 기뻐 두팔을 쳐들고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그래, 이게 우리 인민이야. 우리 편이란말이다. 참, 이젠 싸움판이 아니라 명절판이 되였구나.)

기덕은 웃음이 스물스물 새여나왔다. 그러나 흥띤 기분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두개 중대가량의 적들이 고지기슭을 꽉 메우며 달려들었다. 대부분의 사민들은 끝내 돌아가지 않고 전호에 뛰여들었다. 탄약을 나르고 부상병들을 날랐다. 전기회사 전공이라고 하는 청년은 서툴게나마 제법 총을 쏘았다. 기덕이를 더욱 놀라게 한것은 탄약상자를 이고왔던 몇명의 녀성들이 부상당한 군인들의 총을 잡고 전투에 참가한것이였다. 기덕이 너무 희한해 그들한테 다가가보니 서대문형무소 감방안에서 만났던 녀성들이였다. 기덕은 반갑고 가슴뭉클한 충격에 《야, 동무들이였구만.》 하고 소리쳤다. 상대가 녀성들이 아니라면 막 그러안아주고싶었다. 기덕은 전투를 지휘하던중에 3소대 좌익에서 불을 뿜던 중기가 침묵을 지키는 바람에 그리로 달려갔다.

《어떻게 된거요?》

《방열통에 물이 떨어졌습니다. 물뜨러 전호근이 갔는데 소식이 없습니다.》

중기부분대장은 이지러진 얼굴로 보병총을 쏘며 소리쳤다. 적들은 4∼50m까지 접근했다. 기덕은 수류탄을 준비하라고 소리치고 샘터쪽으로 달렸다. 몇걸음 못가서 그는 아까처럼 벌름벌름 기여오는 전호근을 보았다.

《여, 왜 꾸물거려. 빨리 오라.》

전호근은 그의 웨침에 일어설듯 하다가 그대로 엉금엉금 기였다.

《이런!》

기덕은 성이 독같이 나 달려갔다. 전호근은 미안쩍은 기색으로 그를 보았다. 그런데 물뜨러갔다던 그는 빈몸이였다.

《물은 어데 있소?》

《포탄에 물통이 터졌습니다. 물은 내 몸에…》

기덕은 전호근의 옷이 온통 물에 함씬 젖어있는것을 보았다. 기덕이 그의 옷을 잡아벗기며 보니 허리부위에 끌로 파놓은듯 뻘건 상처자국이 나있었다. 기덕은 속으로 뜨거운것이 울컥 치밀었으나 내색하지 않고 엄하게 말했다.

《까딱말고 누워있소.》

되돌아선 기덕은 한 처녀가 얼굴을 가린채 그들을 등져 앉아있는것을 보았으나 그대로 달렸다. 옷에서 짜낸 물은 얼마 못가 떨어지고 다시 방열통이 끓기 시작했다. 그때 수집으면서도 여물찬 목소리가 울렸다.

《옜네요.》

기덕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렸다. 아까의 그 처녀가 명주치마에 법랑소랭이를 감싸들고 서있었다. 기덕은 눈이 둥싯해졌다. 이 처녀 역시 서대문형무소감방에서 본 처녀였다. 죽은 녀인을 부둥켜안고 슬피 울던 처녀… 처녀는 그의 시선에 무안을 탔는지 약간 새침한 기색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중기부분대장이 취한듯 한 눈으로 그 처녀를 보며 물이 차랑차랑 넘치는 법랑소랭이를 받아들었다.

《동무, 나 좀 있다 보기요.》

기덕은 그 처녀에게 이 한마디를 하고 돌아섰다.

(분명 그 처녀야. 운학이 사진에 있던… 아 이 무슨 인연이람.)

적들은 기덕이네가 총창돌격을 해서야 물러갔다. 기덕이 고지중턱에까지 내려갔다가 오니 처녀도 호근이도 보이지 않았다. 중상자후송조직을 하게 하고 두루 찾는데 전호뒤의 폭탄구뎅이에 몇명의 녀성들이 호근을 둘러싸고있었다. 기덕은 호근이가 후송되기를 고집스럽게 거부하고있음을 알았다.

《여, 군말말고 내려가우.》

기덕이 성난 어조로 말하며 다가가니 《림운학의 애인》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절을 하였다.

《저… 동무! 날 모르겠소?》

처녀의 얼굴이 꽈리처럼 붉어졌다.

《압니다. 감방에서… 고마웠어요! 진정…》

모기소리처럼 가느다란 소리로 간신히 말하고는 머리를 수그렸다.

(허, 남도처녀들은 봉건이 많다더니 내우가 심하구나. 그러나 이 얼마나 다행인가.)

기덕은 림운학이를 생각하자 벌써부터 웃음이 슴새나왔다.

《내 동무를 얼마나 찾았는지 아시오?》

그의 말에 처녀는 물론 전호근이까지 흡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기덕은 그에는 아랑곳않고 호기있게 물었다.

《동무, 림운학이라고 모르오?-》

《네?!-》

처녀의 낯이 순간에 해쓱해지였다.

《맞구만.》

《그를… 어떻게… 알아요?》

처녀의 말소리는 떨렸다.

(이런 일이라구야.)

기덕은 범잡은 포수의 기분이였다.

《난 그 동무의 친구입니다. 같이 군관학교에 다녔지요. 그 동무는 늘 동무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다녔습니다. 틈시간마다 동무에 대해 생각했고…》

기덕의 마지막 말은 물론 과장된 말이였으나 처녀는 그런것은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 낯빛이 희게도 푸르게도 변했다.

《그 동문 지금 어데 있나요?》

애련하면서도 어딘가 수심이 비낀 눈길이 기덕의 얼굴에서 초조히 헤염쳤다.

기덕은 운학의 행처를 똑바로 알수 없는것이 아쉬웠으나 그런대로 들뜬 기분속에 말했다.

《그 동문 서울에 나왔습니다. 지금 병원에… 아니,그도 여기 어디 나와있을겁니다. 그저께도 나를 만나 동무걱정을 했습니다.》

기덕은 흥분한 나머지 거짓말까지 척척 해댔다. 처녀는 고개를 떨구고 손가락만 매만졌다.

기덕은 그가 너무 속을 태우는것 같아 위로삼아 말했다.

《이제 만나게 되겠지요. 그 동문 참모부군관이기때문에 화선엔 별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놓고 상봉의 기회를 기다리십시오.》

처녀는 여전히 탄피가 널린 전호바닥을 내려다보기만 하였다.

밀려드는 황혼탓인지 그의 얼굴은 재빛으로 보였고 기뻐하는 빛은 꼬물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데… 아니 운학이 그 친구가 배반당한것 아니야… 하긴 그럴수 있지. 분단이 되여 몇년이야.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것이고… 그런 경우 복심이라면 어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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