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여름 34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 조선문학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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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34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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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16 08:08 조회7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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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 회)

13 장

전조등 오른쪽에 《경무대긴급차》라는 명판을 세운 차가 요란스러운 경적을 울리며 대전-수원도로를 따라 북상하였다. 차에는 두정의 기관총이 좌우로 뻗쳐 허공을 향해 이따금 설화탄을 발사하였다. 그 탄도의 시뻘건 불줄기와 자동차의 경적은 정신없이 내리쓸어오는 피난군중과 패잔병의 무리들을 놀래우며 길을 내게 하였다. 그렇게 터놓은 길을 따라 흰 철모의 《엠피》들이 탄 모터찌클이 검은빛 대형승용차를 옹위하며 달리고있었다.

차의 뒤좌석에는 리승만과 무쵸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리승만은 고요히 눈을 감고있었다. 부석부석 부어오른 눈두덩의 푸릿한 자욱이 절망과 광기의 량극에서 헤매이던 심뇌의 흔적인양 남아있었다. 렬차도주의 비극은 과거로 되였다. 어제 대전에서 만난 《국무위원》들과 《국회의원》들의 미친듯 한 공박과 비난에 어쩔줄을 몰라하며 헤덤비던 그가 아니였다.

《신성모를 갈아치우라. 채병덕의 목을 따라.》

《한강교폭파 진범이 누구냐?》 《이 전패의 책임은 대통령에게도 있지 않느냐.》

울고불고하는 비두발괄에 《국부》의 체면도 잃고 《체신머리없이 무슨 로망들이야. 강을 건느다가 말을 바꿔 탈수 있느냐.》 하고 소리치기도 하고 《국사가 어려울수록 당국자의 실수나 흠집을 가려 인심을 어지럽히는것은 부역자와 같은 행위다.》고 위협도 하고 《낸들 어쩌나. 제갈량이 대통령이고 장비가 총사령관이 되였다해 풀릴 일이냐. 도와준다던 미국이 손발뜨게 움직이니 이 참사가 아니냐.》 하고 말한것이 지금으로는 낯뜨거운 일이다. 어제는 진종일 대전교외의 유성국제전화중계소에 가붙어 워싱톤의 국무부와 장면대사에게, 도꾜의 맥아더사령부와 《한국대표부》에 미군의 급속참전을 간청하였다.

그것이 은을 내였는가. 오늘아침 더글라스 맥아더가 전황시찰을 위해 《한국래방》을 통고해온것이다. 그 무선문통고를 받기전까지 리승만의 기분은 극도로 흐려있었다. 너무나 엉성하게 차린 아침식사때문에 더욱 그랬다. 육식을 금하고 채식만을 한다는 그의 식성에 맞춰 도지사가 보냈다는 오이와 나박김치외에 마른 빵과 콩통졸임이 서글프게 놓인 식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리승만은 불같이 터져나오는 불만을 꾹 집어삼키고 나프낀을 들고서있는 료리사에게 찌글써 웃으며 물었다.

《어전식품이 무어드라?》

료리사는 빳빳이 굳어졌다. 언젠가도 한번 이런 질문을 받은 후 비서실장에게 진땀이 나게 닥달을 받은 기억이 있는 료리사는 가게문들이 다 닫겨 아무것도 구할수 없는 도시의 형편을 말하고 량해를 구하고싶었으나 그전대로 외워바칠수밖에 없었다.

《수라상으로 말씀드리면 찬품은 열구자탕, 어만두, 편육, 구절판, 생복찜, 화양적, 전복초, 전유화, 겨자차, 진지상도 말씀드리리까?》

리승만은 눈을 감은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료리사는 이마에 땀이 흥건히 솟아 다시 주어섬겼다.

《진지외에 완자탕, 김구이, 굴미, 볶음고추장, 북어무침, 오이숙장과 삼색나물 그리고 찬품단자외에 마지막차림으로 오미자화채, 빙사과, 대작과, 강정, 조란, 화전.》

《그만하게. 잊지는 않았군. 자넨 뭐드라?》

《네, 소인은 대통령각하의 료리사올시다.》

《그건 큰 벼슬이야. 벼슬살이는 쉬운게 아니야. 가보게.》

리승만은 그쯤 조겨대고 이마살을 찡그린채 상에 마주앉다가 맥아더의 래방에 대한 희보를 접한것이다. 비서실장의 그 보고를 끝까지 다 듣고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수그리며 《오, 주여!》 하고 감격에 흐느끼며 충심으로부터 신에 대한 감사의 념에 젖어있었다. 그리고 밥을 숭늉에 말아서 제꺽 먹어버리고 《도끼를!》 하고 호령했다. 제꺽 눈치를 알아차린 비서실장이 집뒤 후원에 책상널들을 뜯어다 쌓아놓고 날선 공병도끼 하나를 가지고 대기하였다.

리승만은 조끼차림으로 나와 전쟁이 일어나 이 5일간 싹 잊다 싶이했던 도끼질에 달라붙었다. 백성들에게 《근로애호》의 《평민적기질》을 선양하는 이 도끼질은 실상 리승만의 건강장수법의 하나로 고정된 일과였다. 비서실장이 널쪽을 도끼모태에 정하게 놓으면 리승만은 도끼를 들어 내리쳤다. 얄팍한 널이 쭉 짜개질 때마다 비서실장은 《로대통령》의 《젊음과 힘》에 감탄을 금치 못하여 눈을 휘둥그레 치떴고 그럴 때면 리승만은 다음번에 조겨낼 널판을 기합선수의 눈길로 노려보았다.

그 도끼질로 심신이 한결 거뿐해진 리승만은 여느때면 항상 그 경박하고 건방진 태도에 기분이 상하군 하던 무쵸를 반갑게 만났을뿐아니라 무쵸의 차를 타고 맥아더를 영접하러 가는 길에 나섰다.

카리스마적(뛰여난) 외교술을 가졌다고 하는 그로서 일국의 《대통령》이 타국대사의 차에 올라타고 가는것이 세상의 비웃음을 살 일이라는것을 모르는바 아니였으나 하느님의 《가호》가 내리는 이 시각 그 자질구레한데 류념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으며 보다는 어데서 총탄이 날아오고 공산군이 쓸어나올지 모르는 이 엄중한 환경에서 될수록 미국의 품속 가까이 있기를 바라는 그의 생리로부터 무쵸의 차에 올라앉게 했던것이다.

다른때면 늘 조롱기어린 미소와 질문으로 상전과 괴뢰의 계선을 암시하던 무쵸도 지금만은 매우 정중하여 말이 없었고 거의 침울하기까지 했다. 무쵸는 평소에처럼 밝은 연미색 양복에 까만 나비넥타이의 정결한 차림이였으나 사교계의 녀인들을 매혹시키던 파랑눈은 침침히 흐려지고 홍안은 납빛을 띠였다. 도주행각의 고달픈 려정속에 지칠대로 지친 그였다. 유럽과 미국의 외교적쌀롱을 전전하면서 닦이울대로 닦이우고 《페미니스트》(녀권주의자)라는 호와 당시 류행하던 노래 《베사메 무쵸》의 덕으로 인기있던 《초로의 독신신사》의 우아성은 지금의 시점에서는 찾을수 없었다.

무쵸로서는 《한국에 대한 통수권》을 맥아더에게 이양하는 길인것이다.

《맥아더원수께서 전패의 책임에 대해서 물으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무쵸의 물음에 리승만은 눈을 감고 한숨을 지었다.

《나야 군사에 무식하니 무슨 말을 하겠소. 타기할건 신성모 그 젊은이지.》

《물론 대통령각하로서야 <국방부장관>을 추궁할수밖에 없지요. 군사작전까지 각하가 류념하여 가부를 할수 없는 형편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는 책임은 미스터 신이 아니라 그 <뚱보채>에게 있다는것입니다. 작전집행에서의 결함인것이지요.》

《글쎄 지략을 론하는데서 흠점을 가지고는 그리할지 몰라도 채병덕은 충실한 견마입니다.》

리승만은 채병덕을 두둔했다. 이 순간 리승만은 자기에게 그토록 충실한 채병덕을 떼여내치면 자기지반이 그만큼 약해질것이라는것을 포착하였고 동시에 빨갱이들이며 려운형이며 김구따위를 없애는데 오른팔이 되여준 채병덕의 충성에 대하여 임금으로서 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그러나 리승만은 무쵸의 한마디 말에 자기의 주장을 더 전개할수 없었다. 이미 웃음을 거둔 무쵸는 랭정하면서도 례의를 잃지 않는 태도를 지키며 모멸차게 반박했다.

《맥아더사령부와 펜타곤에서 채의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채는 작전집행에서 무능하고 태만했을뿐만아니라 한강교폭파를 너무 조급히 단행함으로써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수많은 미국의 벗들을 북조선군의 수하에 맡겨두는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서리찬 그 선고에 리승만은 한참이나 있다가 어험어험 기침을 하고 타협조로 물었다.

《글쎄 군사에야 내 견식이 밭다나니 모르겠는데… 그 한강교폭파시간에 대해 채총장은 군사고문단과도 토론이 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대통령각하, 그렇다면 우리 군사고문단의 잘못으로 보신다는것입니까?》

《무슨 말을… 무쵸씨는 오늘 신경이 예민하오.》

리승만은 얼굴이 벌개서 얼버무리고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하였다.

《그 후임이란 누구요?》

《정일권준장입니다.》

《만주군출신이지.》

리승만은 부하장졸들에 대해 무식하지 않다는것을 보일양으로 한마디하고 나직이 한숨을 지었다. 그리고 무쵸의 낯빛을 살피다가 중을 뜨듯 물었다.

《그런데 난 국회와 국무위원들이 제기하는 신국방과 채총장 갱질에 대해서 반대를 했는데-》

《신국방은 그대로 두는것이 좋을것이라는것이 저희들의 의견입니다. 물론 채총장문제는 맥아더원수의 결론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맥아더원수는 정일권준장이 미국을 떠나오고있음을 알고있습니다.》

딱 짜르는듯 하는 말에 리승만은 서글픈 눈길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보리밭으로 커다란 대포가 굴러가고있었다. 철갑모를 쓴 열댓명의 사병들이 포를 미는 뒤에서 미군하사관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바라보고있었다. 고대석판화에 피라미드돌을 굴려가는 노예들을 감독하는 노예주의 형상이였다. 그들이 수원비행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신성모국방장관 백성욱내무장관을 비롯하여 채병덕, 장도영, 정보국장 등 《국군》의 장성들이 수다히 나와있었고 껑충한 키에 턱이 뾰족한 죤 처치준장이 라이트대좌를 비롯한 미군사고문단원들과 무슨 이야기를 지껄이고있었다. 비행장격납고며 연유창고자리에서 연기가 피여올랐다. 오늘 있은 인민군비행대의 폭탄세례를 받은 흔적이였다. 리승만이 무쵸의 소개로 죤 처지준장과 악수를 나눌 때 갑자기 폭음이 울리며 하늘에 비행기가 나타났다. 검은 기수에 《바탄》이라고 쓴 C-54형기가 추격기의 호위속에 공중선회를 한번하고 천천히 착륙하였다

비행장대기실앞에 바자치듯 서있던 《정부》고관들은 찔러대는 해살에 눈을 찡그리며 구름을 배경으로 독수리처럼 내리꼰지는 비행기를 마치 구세주의 강림을 지켜보듯이 바라보았다.

리승만은 검은빛 《바탄》이 땅에 닿아 달려오다가 채 멎기도전에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걸음으로 37년간의 교분으로 얽힌 그의 하느님을 맞으려 잦은걸음을 쳤다. 재빨리 한사람이 부축했기에 망정이지 로구의 휘친거리는 다리는 그 바쁜 마음을 받치지 못하고 넘어졌을것이다. 비행기 프로펠라의 회전에서 일어나는 돌풍에 양복자락이 휘감겨오르는데까지 이른 리승만은 비행기승강구문이 열리기도전에 모자를 벗어들었다.

다라쁘가 내리고 문이 열리자 약간 비뚤게 쓴 모자에 검은색 안경을 걸치고 검정가죽잠바를 걸친 륙척장신의 맥아더가 나타났다.

전쟁과 군대를 위해 신의 계시를 받고 태여났다고 생각하는 70객의 이 5성원수는 왼손에 연기가 몰몰 나는 파이프를 들고 굵은 주름이 에워싼 기름한 얼굴에 웃음을 그린채 5∼6초동안 서있다가 뒤따라 나오는 스트라이트 메이어공군사령관에게 고개를 돌렸다.

《북조선비행대의 항공습격이 몇시에 있었다고 했소?》

《아침 10시니 우리가 부산을 내려다보던 30분전입니다.》

《그들의 폭격술을 어떻게 생각하오?》

맥아더의 물음에 극동공군사령관은 얼떠름한 표정을 지었다가 허물어진 격납고들과 연유땅크자리에서 불길이 이는것에 눈길을 주고는 얼른 대답했다.

《명폭격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왜 활주로를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이 비행장도 자기네것으로 치부한것이요.》

《그렇게 될수 없지요. 빠트리치는 각하의 명령을 받고 5공군에 북조선폭격명령을 내렸을것입니다. 그들의 몇대 안되는 프로펠라 비행기는 우리의 분사식대편대들이 날아가면 뜨지조차 못할것입니다.》

스트라이트 메이어는 방금전 비행기에서 맥아더의 지시로 북조선을 폭격할데 대하여 자기가 작성하여 떨군 무선명령문을 상기하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맥아더는 아무런 응대없이 천천히 다라쁘를 내렸다.

그리고 자기앞에 나타난 리승만을 가볍게 포옹하였다. 리승만은 울음맺힌 소리로 뭐라 중얼거렸으나 맥아더는 색안경너머로 신성모의 뒤켠에 선 음울한 얼굴의 채병덕이를 살피느라 듣지 못했다. 맥아더는 채병덕의 눈가에서 고뇌어린 절망과 불만을 포착했던것이다.

그러나 리승만의 땀 밴 자그마한 손이 자기의 손을 끄당겨잡고 놓지 않는것을 느끼며 불시에 보호자로서의 자기를 자각하였다. 다섯달만에 다시 보는 《대통령》의 눈시울밑에 눈물방울이 맺혀 굴러내리는것을 보자 맥아더는 손에 힘을 주고 그 잘 울리는 바스의 음성으로 친절히 말했다.

《나는 약속대로 왔습니다.》

맥아더는 파이프가 든 왼팔로 리승만의 잔등을 다시한번 더 그러안음으로써 인종관념을 초월한 대맥아더의 너그러움과 인간미까지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금 맥아더의 심중은 겉보기의 평온, 태연자약과는 판이한 불안감과 분노속에 앙앙불락하였다. 무엇보다도 자기의 명예-50년간의 파란많은 군인생활로 쌓아올린 업적과 광휘가 한꺼번에 무너질수 있다는 위구가 그를 괴롭혔다. 이미 그는 트루맨과 펜타곤, 월가의 반맥아더파들이 자기에 대한 험담을 개시하였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것은 덜레스와 콜링즈 륙군참모총장, 죤슨국방장관과의 전화에서 암시되였다.

미국의 대포와 함선으로 무장하고 미국식훈련을 받았으며 맥아더의 《천재》가 꾸며내고 검토한 작전계획으로 시작된 북조선진공이 그 서막으로부터 참담한 실패에 부딪치자 그 모든 책임이 마치 맥아더에게 있는듯이 쉬쉬하며 떠든다는것이다. 무엇보다 분할 일은 트루맨의 태도였다. 서울이 함락된 사실을 보고받고 《맥아더는 뭘하고있는가.》 하고 질욕을 했다는것이다. 브랫들리와의 펜타곤회견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맥아더는 자기를 진정키 어려웠다. 그는 《장군, 나의 결박을 풀어달라고 그 존경하여마지 않는 트루맨씨에게 전하시오.》 하고 으르렁거렸다.

트루맨과 맥아더사이에서 그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애쓰는 약삭바른 외교신사인 브랫들리는 례의 《미친총독》의 발작이 개시되는것을 알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미 백악관주인과 펜타곤이 맥아더에게 륙해공군총사령관에 《유엔군총사령관》의 요란스러운 권력까지 주며 모든 미군무력을 《한국전쟁》에 마음대로 리용할수 있게 하였다는것, 군수창고들의 무기와 탄약이 배에 실려 태평양항행을 개시했으며 《한국》파견부대들이 비밀리에 함선에 오르고있으며 전국적으로 징집령이 내렸다는것, 다만 아직 국내의 반전파와 세계여론때문에 공개적인 선포를 미루었지 오늘래일안으로 떳떳이 공포하고 버젓이 움직일것이라는것을 기름지게 설명한 후 맥아더에게는 매우 자극적인 말을 덧달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맥아더원수께서 이모저모 굼뜨다고 합니다. 여기서야 국회요, 언론이요의 말씨름과 눈치보기에 그렇지만 군의 실권자인 맥아더원수로서 필요한 행동을 할수 있지 않는가 하는것입니다.》

《장군, 선포뒤끝에 움직이는 신중성을 보이라고 한것은 누구요?》

맥아더는 큰소리를 쳤다. 6월 24일 브랫들리는 만약 경우에도 세계의 여론이 있으니만치 《한국》정부의 요청과 미국정부의 성명과 대통령의 명령이 발포된 후에 본격적인 개입에 들어가라고 하면서 그것은 자기의 말이 아니고 대통령의 의견이노라고 신중성에 대해 두세번 다짐했던것이다. 이를 상기시키는 맥아더의 말에 브랫들리는 묘한 웃음을 지었을뿐 응대를 하지 않았다. 그에 더욱 화가 난 맥아더는 마치 상대에게 결투를 청할 때의 거만하면서도 차거운 태도로 내뱉듯 말하였다.

《대통령에게 말하시오. 나는 이 즉시 한국전선에 가보겠소.》

브랫들리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있다가 마치 준비된 《메쎄지》를 읽듯이 말했다.

《로장군의 한국전선방문은 정부와 시민에게 커다란 감동과 현정세하에서의 미국이 지닌 의무와 사명감을 깨닫게 하는 위대한 행위로 평가될것입니다. 나는 이제 대통령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이 사실을 보고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리승만을 만난 순간 그는 즉흥적인 감정의 계선을 넘어 아시아에 대해서 지닌 자기의 《책임》을 상기했다. 맥아더가 리승만을 알게된것은 루즈벨트대통령의 전속부관시절이였다. 그때 이미 《아시아광》으로 알려진 맥아더는 당시 미국의 국무성이나 고위급 사교실에 굽신거리며 나타나는 모든 동양인들에게 미래적견지에서 류다른 관심과 친절을 보였다. 황색인종인 《동양 원숭이》들에 대한 그의 친절과 호의를 나무라는 친구들에게 맥아더는 역시 롱조로 변명하였다.

《알렉싼드르의 동방원정의 승리는 인종의 차이를 줄이려 한 그의 세계주의의 승리였어. 나는 필요하다면 알렉싼드르가 했듯이 아시아녀자에게 장가를 들지도 몰라.》

아직은 아시아-태평양주의가 미국의 대외시책으로 널리 표방되지 않을 때라 맥아더의 이 말을 대부분 무심히 들었다. 그러나 이때 벌써 맥아더는 미국의 미래는 아시아태평양지배에 있으며 맥아더자기가 그 대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고있었다. 병영의 화약창고에서 태여났으며 서부개척의 피바다우에서 총검에 익숙되고 인디안《사냥》과 멕시코인살륙에 홍안의 시절부터 특기의 담대성과 용맹을 시위한 맥아더는 일찍부터 인류력사는 전쟁의 력사이며 인간은 자연계의 법칙에 따라 서로 싸워 이기는데 그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력사속에서 그는 대선배들을 찾았다. 동서련결의 명장으로, 영웅으로 받들리우는 알렉싼드르, 씨저, 나폴레옹의 원정사를 읽으며 부러움과 질투에 책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주먹을 흔들기도 하였다. 필리핀 군정장관이였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신비의 땅, 아름다운 동방을 편력하면서부터 그는 도도한 야심에 피를 끓였고 《태평양의 씨저》를 몽상하였다.

아버지는 필리핀이라는 자그마한 섬들의 통치자로 끝났으나 자기는 아시아대륙의 패권자가 될것이였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태평양전쟁》을 신이 그에게 준 선물로 받아안았다.

비록 수치에 찬 바탄의 도주와 같은 비극적행각이 있었으나 이 전쟁의 덕으로 그는 일본점령군사령관이 되였으며 미극동군사령관으로 태평양우에 우뚝히 군림하였다. 그러나 그의 일생일대의 숙원인 아시아대륙은 발가락만 쥐였을뿐 그 거대한 몸체는 아랑곳않고 자기의 정조를 지켜 고스란히 있었다.

더구나 하느님이 정해준 인간의 신분적차이를 다 일소하고 거지와 귀족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먹을것을 요구하는 공산주의라는 제도가 아시아대륙에 붉은기를 덮는것에 맥아더는 더욱 분격했다. 타고난 명문의 피가 끓어넘치는 맥아더는 이것을 자신에 대한 개인적모욕으로도 생각하였다. 그는 전쟁으로 이 공산주의라는 《마귀》를 쳐물리치고 아시아의 풍요한 자원, 아름다운 땅을 미국의 령으로 된 나라와 맥아더의 이름이 붙는 도시들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평양을 미국의 호수로, 아시아를 미국의 속주로 만들기 위해 전쟁을 하자는자들에 대해서는 당파와 정견에 관계없이 손을 잡았다. 비록 트루맨이 민주당출신이고 가문으로나 인끔으로 보잘것없는 인물이였지만 《열전》의 구상을 펼치자부터 그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주었다. 리승만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도 역시 이런 리해관계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맥아더는 리승만의 손에서 풀려난 손을 무쵸에게 한번 준 후 그다음부터는 매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것으로 《력전의 영웅》을 《뵈옵는 영광》을 베풀어주고 자기를 위해 대기시킨 대형 고급승용차 캐디락에 올라앉았다. 무쵸가 사교적인 미소를 띠우고 말했다.

《원수각하, 어데 가시겠습니까? 전진지휘소가 있는 농사시험장은 초라한 동양식관사입니다. 대전시에 별장이 준비됐습니다.》

맥아더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휴양하러 온 사람이 아니요.》

그는 죤 처치준장에게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말했다.

《한강으로 갑시다.》

그 말에 무쵸는 물론 죤 처치도 라이트도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곳은 위험합니다. 공산군과의 대치선입니다.》

무쵸가 놀라움의 빛을 숨기지 않고 말하자 맥아더는 빙그레 웃었다.

《맥아더는 위험을 좋아하오. 난 전선을 보러 온 사령관이지 당신들을 보러 온 손님이 아니요.》

이미 맥아더는 여기로 떠나오기전 알몬드의 참모부와 월로우비의 정보부로부터 한강은 철교와 인도교가 다 날아갔고 배도 없으며 방어적인 무장으로만 준비된 인민군에게는 수륙량용땅크라든가 대부대도하를 보장할수 있는 기술기재가 없으므로 아직 서울에 그대로 머물러있음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불의의 전쟁에 예비가 없이 반격하여나온 인민군으로서 즉시적인 도하전투에는 진입하지 못하리라는 타산이 충분히 서있었다. 하여 물불을 모르던 젊은 시절과 달리 목숨을 꽤나 아끼게 된 나이지만 용약 1선에 나가려는 결심을 채택한것이였다. 그는 이 행동이 여기의 부하들에게는 물론 도꾜나 워싱톤에도 거대한 메아리를 불러일으키리라는 효과까지 내다보았다. 그는 땅크와 장갑차로 호위대를 조직하여 떠나자는 죤 처치의 의견도 거부했다. 리승만이며 무쵸따위는 그대로 떨궈두고 순 무관들만 따르게 하고 차의 출발을 명령했다. 그리고 누구에게라없이 말했다.

《나의 목숨은 신이 결정하는것이요.》

서울-수원간 도로로 나서자 길은 자동차, 장갑차, 대포와 사람들의 물결로 차넘쳤다. 사민과 군대들이 엇섞여 떠들썩 고아대며 내달려오는 아비규환의 물결속에 들어선 차는 신음소리와 악다구니와 욕지거리의 소음을 뚫고 간신히 전진했다. 맥아더는 도저히 사람의 형용이라고 할수 없는 피와 진창과 땀으로 매닥질이 되고 붕대와 쌍지팽이따위로 치장을 하고 공포와 적의로 눈을 번뜩거리며 달려오는 군인인지 사민인지 늙은이인지 젊은이인지 모를 군상들을 흥미진진하게 살폈다.

20분이면 내달을 거리를 거의 한시간이나 걸려 뚫고온 맥아더는 한강과 서울이 빤히 보이는 둔덕으로 향했다. 둔덕밑에는 그래도 전호를 파고 괴뢰군사병들이 두더지처럼 박혀있었다. 여기저기서 박격포를 쏘아대고있었다.

매캐한 화약내가 코를 찔렀다. 그러자 전장에 나설 때면 생리적현상으로 일어나는 독한 위스키를 마셨을 때와 같은 희열과 공포가 엇갈린 피의 세찬 흐름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흥분으로 들띄웠다. 언덕의 풀밭에 미끄러지지 않으려 고개를 수그린채 천천히 걸음을 내짚던 맥아더는 문득 발밑에 파아란 크로바잎사귀가 밟히는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로씨야까자크 저격병이 나폴레옹의 머리를 겨누어 발사하는 순간 나폴레옹이 발밑에 있는 네잎의 크로바를 뜯으려 머리를 수그림으로써 생명을 건졌다는 고사가 떠오르며 회심의 미소가 피여올랐다. 그는 부하들의 눈만 아니라면 분명 그 크로바를 뜯었겠으나 다만 보는것으로 그치고 이 크로바가 이번 려정에 자기 신변의 안전을 담보하는 표식처럼 느껴져 마음 가볍게 언덕에 올랐다.

수원들은 그의 급작스런 빠른 걸음에 간신히 뒤쫓아올랐다.

비릿한 물냄새를 떠실은 강바람이 확 안겨드는것을 느끼며 맥아더는 고개를 쳐들었다. 서울시가가 한눈에 안겨들었다. 그러나 오래 볼 흥미를 잃었다. 응당 사가나 기자들이 《맥원수의 눈앞에는 염열의 지옥과 같은 페허의 도시가 펼쳐졌다. 있는것은 몇개의 벽체일뿐 재가루와 죽어가는 시민의 비명이 고도의 멸망을 장식했다.》라고 쓸 도시여야 했으나 지금 맥아더의 눈앞에 있는 도시는 전쟁과는 너무 인연이 먼 평화와 안정이 굽이치는 도시였다.

맥아더는 오만상을 찌프렸다. 아무리 걸레짝같은 《한국》군대기로서니 5개사단의 대병이 둔을 치고 싸웠다는 도시가 고층집 하나 부서진것없이 생생할수 있는가.

맥아더는 독기 어린 눈으로 라이트를 노려보았다. 검정색 안경의 가림으로 그 독기를 보지 못한 라이트는 어마어마한 맥아더의 시선을 받자 자기의 군사적재능을 자랑할 기회가 왔다고 잘못 판단하고 재빨리 말했다.

《각하, 분산퇴각한 <국군>은 방금 지난 시흥과 수원지구에서 재집결하여 이 강안에 강력한 방어선을 꾸리려고 합니다. 새로 조직된 <시흥전투사령부>의 기본임무가 한강을 도하하는 인민군의 공격을 이 계선에서 저지시키고-》

《대좌, <한국군>은 없소.》

맥아더는 차겁게 내붙이고 여전히 라이트에게 시선을 준채 말하였다.

《그런데 당신은 보고에 치렬한 방어전끝에 중과부적으로 서울을 내놓았다고 했는데 저기 어디에 치렬한 싸움의 흔적이 있소? 대포 한방 터지지 않은 도시를 그대로 내놓는 머저리군대가 어데 있느냐말이요.》

그때야 맥아더의 분노를 알아차린 라이트는 바지혼솔에 두손을 붙이고 재빨리 대답했다.

《각하, 우리 륙군의 전술강좌에서 배운 시가전과는 판이한 종잡을수 없는 싸움이였습니다. 격식을 규정할수 없는 땅크와 보병의 각이한 시각, 각이한 규모와 형식의 불의적기습에-》

《대좌, 당신은 관동군전사편찬위원회에서 묶는 <김일성의 유격전술>이라는 자료를 못보았소?》

《못봤습니다. 각하.》

《당신이 격식이 없다고 말하는 그것은 일종의 현대화된 게릴라전이요. 적을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명언으로만 아니라 실천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진리요.》

맥아더는 꾸지람하듯 뇌이고나서 다시 서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가슴에는 싸늘한 의혹이 치밀어올랐다.

(그래 맥아더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당신은 그네들의 전술을 알고있는가. 관동군전사편찬위원회도 김일성장군의 전술을 묶으려다가 결국 실패하지 않았는가. 알다가도 모를 요지경의 전술이라고…)

맥아더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빨았다. 역한 니꼬찐내가 쓸어들어왔다. 담배가 다 탄지 오래다는것을 잊었다. 관동군의 모모한 장성들속에 《백두산호랑이》로 불리우던 김일성장군에 대한 상기는 맥아더로 하여금 압박감과 불안을 느끼게 했다.

《각하, 공산군 대부대가 철다리로 접근합니다.》

죤 처치가 곁에 와 조용히 말했다.

맥아더는 그대로 묵묵히 서서 손을 뒤로 내밀었다. 누군가 내여미는 쌍안경으로 그 철다리쪽을 살폈다. 맥아더는 처음에 무수한 총검의 숲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렌즈조절기를 돌려 살피던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어깨에 멘것이 총이 아니라 삽과 곡괭이 나무토막따위며 군대가 아니라 사민이 태반임을 알아보았다.

《저들은 다리를 복구하려는것이요. 장한 기개요.》

맥아더는 쌍안경을 부관에게 넘겨주며 여유작작히 웃었다. 그의 웃음에 따라 발라맞추듯 웃는 수원들을 돌아보며 그는 롱말을 하였다.

《이 공병(맥아더의 첫 복무는 공병으로 시작되였다) 맥아더의 판단으로 볼 때 저들은 다리를 복구할수 없소.》

그리고는 껄껄 웃다가 나직이 물었다.

《철교폭파를 잘했소. 누가 지휘했소?》

《제가 했습니다. 각하.》

반기듯 떨리며 울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맥아더는 수원비행장에서부터 측은한 모습으로 따르던 채병덕을 알아보았다. 맥아더는 2월달에 도꾜에서 그를 만났을 때 병기장교로서 출발한 그의 경력을 듣고 《당신은 훌륭한 군인의 영광을 얻을것이요.》라고 말했음을 잊지 않고있었으나 이미 전패의 책임을 이 뚱보에게 넘겨야 한다는것이 말없는 약속속에 눌려진 조건에서 아량과 친절을 보일수 없었다. 그리하여 오직 그다운 결단성으로 홱 돌아서 언덕뒤에 서서 이제라도 무슨 공산군기습대가 달려들지 않을가 하여 주변을 살피는 스트라이트 메이어장군을 불렀다. 그리고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공군은 공산군의 한강도하준비를 일체 불허할 책임을 지시오.》

《알겠습니다.》

맥아더는 다음 죤 처지에게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직접 지도상의 영등포-려주방어선에만 매력을 느끼지 말고 이곳 방어에 직접 참여해야겠소.

전패한 군대일수록 널어놓을것이 아니라 한곳에 모아두어야 하오. 여기에 오늘안으로 얼마간의 병력을 집중시킬수 있소?》

그 물음에 죤 처치는 어리둥절해있었다. 그러자 이제껏 자기는 이 모든 정황과 타개책을 잘 알지만 자기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앞이라 물러서있다는 식으로 한쪽뒤에 서있던 관자노리가 희슥희슥한 《한국군》 2성장군이(그는 방금전 시흥전투사령관으로 임명된 장개석군에서 중장으로 있던 김홍일이였다) 한 미군장교의 눈짓신호를 받고 한걸음 나서며 《각하!》 하고 조선말로 웨쳤다.

그리고 기척을 한다는것이 뒤로 잔뜩 몸을 제낀채 한동안 갑자르다가 서툰 영어로 말을 이었다.

《세개 사단을 이 지역방위에 집결시키겠습니다. 현재 대렬재편성을 끝낸 부대들이 차례로 방어진지를 차지하고있습니다.》

맥아더는 이 늙은 장성의 금새를 알려는듯 잠시 살피고나서 반지를 낀 누런 손가락으로 영등포앞을 막아선 고지쪽을 가리켰다.

《저곳 이름이 작전지명으로 무엇이요?》

그의 물음을 한 미군련락장교가 통역하자 김홍일은 채 배우지 못한 영어로 내뱉는 고통에서 벗어난 해탈감을 가지고 제꺽 대답했다.

《작전지명으로는 없습니다. 각하, 그저 로량진이라고 부릅니다. 저앞에 고지를 수도고지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맥아더는 이마살을 찡그리였다,

《저곳을 중시하시오. 영등포라는 저 소도시의 방위뿐아니라 저 산들은 이 일대의 감제적고지요.》

《각하,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습니다.》

김홍일이가 기뻐 대답했다.

맥아더는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혼자소리하듯 말했다.

《다리없는 한강은 신이 우리에게 준 구원의 축복이요.》

그 길로 돌아선 맥아더는 리승만을 만나 미군의 즉시 상륙을 약속하고 일체 정무를 군에 복종시키라는 지시를 떨구었다.

한편 리승만으로부터는 《한국군작전권》을 겸손히 이양받은 후 비행기에 오르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채병덕이 앞을 막아나섰다.

호위원들이 권총집에 손을 가져갔을 정도로 채병덕의 얼굴은 험상궂게 이지러졌다. 그러나 채병덕은 절망과 모욕감에 불탔을 뿐 감히 5성원수를 해할 뜻은 없는것 같았다.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황급히 말했다.

《각하, 전 모든 명령과 계획된 작전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패전한 장군입니다. 전 각하의 손에 죽고싶습니다.》

맥아더는 이 뚱보가 우둔스런 생김에 비해볼 때 매우 꾀스럽고 대담한자임을 느꼈다. 불손하면서도 한편 지극한 충성과 아첨이 담긴 그 행동은 맥아더의 관록을 빌어 현재의 처지를 유지하려는 연극이며 그것이 실패하는 경우에는 무지스런 반항으로 변화될수도 있는 전재임을 알았다. 맥아더는 불쾌했으나 부드러운 어조로 달래듯 말하였다.

《장군, 동양속담에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소. 락심하지 마오. 한번 장군이 된 사람은 병사로 되였다가도 인차 장군이 되오.》

더없이 애매한 대답으로 채병덕을 떨떨하게 만들고 비행기다라쁘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그러나 그는 등뒤에서 채병덕의 눈이 원한과 불신에 차 번뜩인다는것을 모를만치 둔감하지는 않았다.

짙은 구름을 헤쳐가는 비행기안에서 맥아더는 워싱톤에 보내는 《메세지》를 구술하였다.

《<한국군>은 혼란상태에 빠져있다. 현재 내가 파견한 장교들이 남쪽으로 퇴각하는 병사들을 집결시키고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반격할만 한 힘을 찾지 못하고있다. 적의 전진이 더 이상 계속된다면 <한국>의 존립이 위태로와진다.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며 장래 실지를 회복하는 방법은 미지상전투부대를 한국의 전투지역에 투입하는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이까지 부르고난 맥아더는 타자를 끝마친 부관 시드니 워프가 뭔가 더 기다리는 태세로 있는것을 보자 가슴 한구석에서 은근히 머리를 쳐들고 그를 압박하는 생각을 입에 올렸다.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들의 행동이 완전한 실패로 끝날지 모른다.》

이 시각 워싱톤의 블레아하우스에서는 트루맨대통령이 집권이래 처음 국회의 사전 동의없이 단호하고도 엄격한 태도로 일부 지상군을 포함한 해군, 공군을 총동원하여 조선전선에 파견할 결심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맥아더의 불안어린 웨침을 접한 트루맨은 이로부터 24시간후 일부 지상군이라는 말을 수정하여 미지상군전체를전면 개입시킨다고 바꿔 정식 명령으로 선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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