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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30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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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12 10:20 조회7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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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30 회)

12 장

추악과 혼돈속에 죽어가던 서울은 그 낡은 수의를 벗어버리고 신천지의 부활을 맞았다. 미국산 군화와 미국산 군복을 떨쳐입고 거리와 골목을 휩쓸며 다니던 괴뢰군들은 사라지고 이 나라 어데서나 나는 목화로 실을 자아 짠 천에 이 땅의 가을색을 입힌 군복을 입고 지하족을 신은 어제날의 로동자, 농민들이 미소를 담고 거리에 밀려나온 사람들의 환호에 손을 저어주었다. 골목마다에서 쏟아져나온 사람들은 귀가 아플 정도로 들은 《이마에 뿔이 나오고 손도 얼굴도 빨간》 《빨갱이》들이 의외로 자기의 형제, 자식들과 다를바없는 애된 보통젊은이들인것을 신기롭게 보며 박수를 쳐주고 《만세!》를 불렀다. 그러나 호화주택가의 높이 솟은 대문들은 굳게 닫겨있었고 창문마다에는 음울한 눈길들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가. 어느 시각에 타도가 올가.) 하고 바깥동정을 주시하고있었다. 그렇게 닫혀있던 돈의동의 김규식 집대문이 시가전의 총성이 채 사라지기전에 찌쿠덩-하고 열리였다. 김규식이 앞에 서고 뒤에 흰 두루마기의 최동오와 한쪽테가 깨여진 안경을 낀 안재홍이 따라나서자 안채의 식구들이 신발도 제대로 못찾아신고 마당에 달려나와 이들의 신상에 재액이 없기를 바라며 길게 절을 했다. 김규식의 호위병이 먼 상해에서부터 들고다니던 도이췰란드제 모젤권총을 괴춤에 찌르며 따라서자 김규식은 낯을 찡그리였다.

《그만 들어가게. 그놈의 피스-톨 한자루로 지켜질 목숨이 못되네.》

이들은 한밤을 꼬바기 눈뜨고 밝혔다.

새벽녘에 이 집으로 뛰여든 안재홍은 이들에게 또하나 눈물의 폭탄을 던졌다. 지난밤 안재홍은 서울에 남아있으면 다 죽는다는 국회족속 마나님들의 아우성에 기가 질린 가족들한테 포박되다싶이 되여 남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한강교어귀에서 앞질러나가는 장갑차꽁무니에 들이받기운바람에 차가 도랑창에 굴러떨어졌을 때 한강교의 폭발이 일어났다. 안재홍은 눈앞에서 한강다리가 거꾸로 서고 앞서가던 차와 사람들이 순식간에 재처럼 날려 한강에 수장되는바람에 반정신을 잃었다. 더구나 차가 도랑창에 빠져들었을 때 옆으로 지나가는 리윤병의 차에 성송암이 타고있는것을 본 그는 친구의 죽음에 더욱 비감했다. 가족들을 도로 집에 끌어간 그는 혼자의 심경으로는 그 비극의 인상을 이겨낼 힘이 없어 김규식의 집으로 달려왔던것이다. 세사람은 천고에 없는 그 참사에 다 울었다.

《제편이… 제 사람들을 죽이다니!》

날이 밝아 총성이 즘즉해졌을 때 김규식의 신변호위원이 대문짬으로 내다보고 와 인민군땅크들이 세종로에 들어섰다고 했다.

《국군 다섯개 사단이 그렇게 쉬이 물러설수 있나?》

반신반의하는중에 나가보자거니 말자거니 의논이 벌어졌다. 안재홍은 나가는것을 꺼려했다.

《대형들에게야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수심찬 그의 말에는 미군정시 《민정장관》이요 현재 《국회의원》인 자기의 수치스런 처지를 비겨보는데서 오는 불안의 빛이 력연히 비꼈다. 《대의》를 안고돌던 두뇌가 일단 신변에 대한 문제로 떨어지자 얼굴색들이 달라져갔다.

《민세나 나나 피장파장이요.》

김규식이 말을 받자 안재홍은 거의 쓸쓸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

《대형들이야 년전에 김장군님을 만나뵈였을제 과거를 불문하시겠다는 말씀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에 김규식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평양에 갔을 때 내전만은 없으리라고 다짐했는데 그게 빈말로 끝났으니 산다 해도 무슨 낯으로 뵈인단 말이요?》

한생을 내 나라, 내 민족을 위해 애썼다는 일문의 긍지마저 다 잃어버린 그들은 이 순간만은 하나같이 인종과 체념속에 죽음을 바라보는것이였다. 최동오가 분연히 떨쳐일어났다.

《어쨌든 한번 시내구경을 하는것이 어떻소? 한강교를 우선 봅시다. 송암의 시신이라도 찾아야지 않겠습니까?》

《찾지는 못할겁니다. 무리죽음사태이겠는데. 허나 마지막으로 나가라도 봅시다.》

안재홍도 결국 따라일어섰다.

날씨는 밝았다. 하늘에는 희디흰 구름 몇점이 떠돌고 때늦게 밥짓는 연기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여흘렀다. 모든것은 잠시의 꿈이런듯 불바다가 되리라던 시가는 이제까지의 상상과는 너무나 다르게 구태의연하였다. 세사람은 너무나 뜻밖의 모습에 넋을 잃은것처럼 서있었다.

《모나리자》라고 쓴 다방옆에 인민군대 포차 한대가 하수도홈채기에 바퀴 한쪽이 빠져들어 서있었다. 그 차가 달고온 어마어마하게 큰 대포옆에는 장농과 식기따위를 실은 달구지 한대가 놓여있고 나귀 한마리가 그 달구지채에 비끄러매이여 머룩머룩 보고있었다. 그런데 그 포차에는 장총을 등에 진 인민군대 군인들과 함께 이 주변에서 다 떨쳐나온듯 장년과 로인들, 아낙네들과 아이들까지 달려붙어 《영차 영차》 하며 밀어대고있었다. 《영차!》소리를 지를 때마다 자동차는 부릉부릉하고 요란한 소리를 지르며 배기구에서 검은 연기를 뿜었고 그때마다 달구지채에 매인 당나귀는 기겁을 하여 길길이 올리뛰였다. 차에 붙지 못한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좋아라 떠들썩했다.

《어찌된 일이시오?》

최동오가 거기서 떨어져 팔짱을 낀채 서있는 흰모시샤쯔에 파나마모를 쓴 중년사나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 사나이는 세사람을 알아보고 몹시 놀란 기색이 되였다가 안재홍에게 알릴듯말듯 목례를 하였다.

《5개사단의 대군이 막지 못한 인민군을 저 달구지가 멈춰세웠습니다.》

어딘가 이지러진 역설조의 말투였으나 얼굴에는 감동의 빛이 력연했다.

《인민군을 피해 교외로 나가던 저 달구지가 용약 돌따서 인민군을 맞받아 들어왔습니다. 저 나귀의 사령관은 아마 피난도중 자기가 피압박 민중임을 깨닫고 새 제도가 분명 호의를 베풀수 있을것이라 믿었던가 아니면 포위망을 치고 들어오는 인민군선동가의 말에 공감했던가 했기에 돌려세운것이지요. 정처없는 타향 행각보다 제 보금자리가 좋아 성수나 달리던 저 나귀는 골목을 에돌때 진군해오는 군용포차도 못알아보고 냅다 달렸지요. 어떤 국군의 반격보다 더한 영웅적인 육박돌격에 저 인민군대 포차 운전수는 그만 조향륜을 꺾어 차를 길밖으로 돌렸습니다. 나귀의 사령관은 죽었구나 했는데 차는 나귀를 빗서며 저처럼 멈춰섰습니다.

그 값으로 나귀도 달구지군도 다 깜장콩알을 먹는구나 했는데 오히려 저 인민군들은 까무라치듯 서있는 나귀의 사령관-달구지군에게 다가가 상하지 않았는가, 놀라지 않았는가 걱정을 해주고 그 달구지에 탔던 아이를 안아다가 총소리가 무섭지 않더냐, 밥은 먹었느냐 하면서 건빵까지 주고 안고돌았습니다. 창문으로 이걸 지켜보던 사람들은 너무나 신기한 이 군대를 더 잘 알려 몰려나왔고 지금은 차를 끌어내려 자원적인 부역에 투신하는것이지요.》

관조자의 랭정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 애쓰며 하는 그의 말을 유심히 듣던 김규식과 최동오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채 외따로 떨어져있는 포를 향해 슬밋슬밋 걸음을 놓을 때 안재홍은 그 사람에게 의아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선생은 소설감을 찾아 남았소?》

《글쎄요. 이렇기도 저렇기도 하지요. 북에 간 옛 동료들도 만날겸, 우리같은건 맑스의 리론대로 봐도 사회간층이니 독재대상은 아닐거구요.》

그 사람은 벙긋 웃고 동정어린 태도로 말을 이었다.

《선생님이야말로 예 남은게 이상하군요. 공산주의자들한테 생명담보라도 받은게 아닙니까?》

안재홍은 이마살을 찡그리였다가 허허 웃고 《좋은 글감을 찾기를 바라오.》 하고는 걸음을 떼였다.

《몸조심하십시오.》

통속련애소설가로 이름이 짜한 이 작가는 일행을 더없이 측은한 눈으로 전송했다.

군복을 입어 표날뿐 막사람과 다를바 없는 순진한 군인들이라는데서 오는 위안과 동시에 달구지군을 살리려 자동차를 길녘에 꺾어돌렸다는 놀라운 사실에서 받은 감동으로 순간적이나마 불안을 잊은 김규식과 최동오는 대포의 포가다리에 걸터앉아 소년들의 말동무로 되고있는 팔에 붕대를 칭칭 동인 스무살이 될가말가 한 인민군전사에게 다가갔다. 인민군전사는 두루마기차림에 단화를 신은 여느 사람들과는 뭔가 달라보이는 세사람이 나타나자 두 눈길이 간자름해지다가 귀밑에 허옇게 불린 은발과 조글조글한 주름살들을 보고 다시 그 유쾌하면서도 방심한듯 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임자, 이 대포의 최대사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최동오가 불쑥 묻자 전사의 눈은 또다시 가느스름해졌다. 로인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군사술어인 《최대사거리》를 묻는데서 경각성이 머리를 쳐든 모양이였다. 최동오는 빙긋이 웃었다.

《허허, 달리 생각 말라구. 나두 임자만할 때 왜놈들과 해보려 총포를 배우던 사람일세.》

붙임성좋은 최동오의 너그러운 얼굴빛과 말이 전사의 의혹을 훌 가셔버린듯 발그레한 뺨에 웃음이 감돌았다.

《이 포는 말입니다.》

전사는 매우 자랑스러운 기색으로 자기를 우러보는 졸망구니까지 휘둘러살피고 말을 이었다.

《수십리밖의 콩크리트구조물도 단방에 박살을 냅니다.》

《그러면 대단한 위력일세. 분명 이 포도 전투에 참가했겠지?》

《우린 전투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예까지 들어오면서 싸워보지 못하다니?!》

번쩍거리는 페쇄기를 만져보던 최동오가 놀라 고개를 쳐들며 물었다. 전사의 얼굴빛이 심각해졌다.

《김일성장군님께서 포사격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 포를 쏘면 어떻게 됩니까. 시내가 다 날아날 판인데. 장군님께서는 한채의 집, 한사람의 인민도 상하지 말게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인민군대는 인민의 생명재산을 첫째로 여기는 군대이니까요.》

전사는 마지막 말을 점잖게 하고나서 어딘가 시뜻한 눈길로 최동오를 바라보았다.

《장군님께서?》

세사람은 다같이 감심한 얼굴로 굳어졌다.

이때 중앙청쪽에서 《만세!》소리가 터져나왔다. 뒤미처 군악의 나팔소리와 소고소리가, 살벌한 침묵에 잠겼던 도시를 잠깨웠다. 세사람은 허둥이는 걸음으로 중앙청과 세종로가 한눈에 보이는 덕수궁쪽 등길로 올라갔다. 고궁의 푸른 담벽밑에 이른 그들은 너무나도 황홀하고 장엄한 광경에 한동안 얼빠진듯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북악산쪽으로부터 밀려든 인민군땅크대와 보병부대가 근감하게 렬을 지어 중앙청앞을 지나 세종로로 빠져나가고있었다. 넓은 광장과 대도로에는 시민들이 꽉 몰켜나와 장사진을 이루고있었다. 언제 준비했는지 손에손에 꽃다발과 수기를 든 사람들은 인민군대렬을 향해 만세를 웨치며 환성을 올리고있었다.

《저 흐름을 어떻게 막는단 말입니까. 이야말로 민심의 철리가 아니겠습니까.》

최동오가 감격하여 부르짖었을 때 김규식이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진행된 삶에는 수정이 있을수 없지만 이 도시는, 우리의 력사는 갱생을, 수정을 보게 되였소. 망조의 력사는 종지부를 찍고…》

《여하튼 도시가 살았습니다. 새 세상, 새 도시! 그러고보면 나같은건 저 흐름에서 밀려난 과거의 그림자일것이고.》

안재홍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경알밑에서 눈물이 솟구쳐 볼로 흘러내렸다.

《국회의사당》후문으로부터 인민군군인들이 나타났다. 김규식이네를 발견한 그들은 수상쩍은 기색을 감추지 않고 다가왔다. 《순찰》완장을 두른 그들은 누구에게라없이 건성으로 경례를 붙이고 매우 례절바르면서도 딱딱한 태도로 말했다.

《증명서를 봅시다.》

세사람은 뭔가 례사롭지 못한 일,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던 일이 닥쳐왔다고 생각했다. 김규식이 먼저 증명서가 아닌 명함장을 꺼내 내밀었다. 그러자 안재홍이 하얗게 질린 얼굴에 한줄기 웃음을 머금으며 국회의원의 신분을 증명하는 빠스포르트를 꺼내여 내밀었다. 김규식의 명함장에서 민족자주련맹 총재라는것을 보고 잔뜩 긴장하였던 하사관은 안재홍이 내미는 국회의원신분증까지 보자 얼굴이 험하게 이지러지였다.

《반동들이군, 갑시다.》

따라선 전사가 자동총을 벗어들었다.

최동오가 다급히 말했다.

《총기는 쓰지 마우.》

《아바이, 증명서를 봅시다.》

하사관이 예리한 눈길로 최동오를 훑어보았다. 최동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없소. 구태여 말한다면 이전 국회의원 최동오요.》

《한통속이군. 우리와 함께 갑시다.》

그들은 네거리교차점에 있는 순찰장인듯 한 군관에게 끌려갔다. 하사관이 그에게 김규식의 명함장과 안재홍의 신분증을 주며 뭐라 말하였다. 중성 한알의 군관은 김규식과 안재홍을 날카롭게 쏴보았다. 당장 《이자들을 쏴갈기시오.》라고 할듯 한 기상이였다. 그러나 안재홍의 옆에 낯이 해쓱하여 서있는 최동오를 향해 물을 때 인상과는 달리 온화한 목소리였다.

《성함을 어떻게 부르신다구요?》

《최동오라고 하오.》

군관은 흥미있게 최동오를, 다음에는 김규식을 보다가 무뚝뚝히 말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선생님과 김규식선생님은 돌아가십시오.》

《간다는건?》

최동오가 얼떠름해 묻자 군관은 여전히 표정변화없이 말했다.

《가십시오. 선생님들이야 평화통일을 바라지 않았습니까. 남북협상에도 참가하신분들이고-》

그리고는 그들을 체포한 하사관에게 안재홍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국회의원만은 경무부에 호송해가시오. 미군정시 장관까지 해먹던 령감이요.》

《그렇습니까. 대단한 놈이군.》

하사관은 안재홍에게 독기어린 눈길을 주고는 《갑시다》 하고 호령조로 웨쳤다.

《군관선생, 데려가려면 다 데려가시오.》

최동오가 용기를 내여 나서자 군관은 유심히 그를 살폈다.

《저 안재홍선생으로 말하면 반동이 아니요. 량심적인 사람이요. 왜정때 독립지사고-》

《선생님, 량심이 있다 해서 죄가 없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떠나십시오. 혹 가다가 단속이 있을수 있는데 남북협상때 장군님을 만나뵈였던분들임을 밝히십시오.》

군관은 이 말을 하고는 더 응대할 기분이 없는지 하사관에게 재촉하는 눈길을 보냈다. 창졸간에 변화된 사태앞에 안재홍은 웃음을 지으려 애썼으나 하얗게 질린 얼굴가죽만이 실룩거렸다.

《민세!》

김규식과 최동오가 동시에 부르자 안재홍은 머리를 끄덕여보였다.

《인과응보지요. 가족들을 부탁합니다.》

김규식은 표연한 태도로 서있다가 군관에게 다가갔다.

《저 사람을 어떻게 하려고 하시오?》

《전 모릅니다.》

《저 사람은 당신네가 생각하는것처럼 반동은 아니요.》

《네-?!》

군관은 싸늘한 어조로 반문하고는 격분을 억제 못하며 말했다.

《선생님, 저러루한 <정객>들때문에 우리 인민이 얼마나 고통을 받은지 모르십니까. 수많은 인민들이 노예처럼 짓밟히고 죄없는 사람들이 감옥에 갇혀 살해되였습니다. 저 사람이 설사 량심이 있었다 해도 그 학살의 법에 손을 들고 아전노릇한 죄는 죄로 남을것이 아닙니까. 모든 불행의 화근에는 저런 사람들, 아니 선생님들까지의 죄도 있단 말입니다.》

군관의 얼굴은 비참할 정도로 이지러지였다. 김규식은 낯을 흐리였다.

《그 말은 옳소. 나도 그런데서는 례외가 되지 않지. 그러니 우리도 죄책에 해당한 처분을 받겠소. 그것이 맘편한 일이기때문이요.》

김규식과 최동오는 군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끌려가는 안재홍의 뒤를 죄인처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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