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여름 25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 조선문학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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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25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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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07 08:38 조회8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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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 회)

10 장

홍명희부수상은 쏘련대사 쓰티꼬브가 심각한 얼굴빛으로 계단을 내려가는것을 보다가 김일성동지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오늘아침 홍명희는 전쟁이 일어난 새벽보다 더한 흥분속에 비감과 울분을 맛보았다. 공화국을 《침략자》로 오도하고 유엔성원국들의 일치한 행동으로 《응징》과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 유엔안보《결정》은 이 담백하고 박식한 로인의 심장에 모진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여러 사람들이 그의 방에까지 뛰여들어 격분을 터뜨려놓을 때 평소의 물흐르듯 하던 언변도 다 잦아든 로인은 굳게 입을 다문채 이마전이 댕댕하여 서슬푸른 기상으로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 고뇌와 노기를 참아내지 못한 그는 김일성동지를 만나뵈옵고저 서기실을 통해 전화를 걸었다. 그때는 김일성동지께서 작전회의를 지도하고계실 때였다. 홍명희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보건상으로부터 첫 부상병렬차가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고 그 즉시로 평양역에 내달아갔다. 엊저녁에 조직된 군사위원회에서 보건사업을 담당하기로 된 그는 부상병렬차를 보게 되자 김일성동지께 접견을 요청한 사실도 까마득히 잊고있다가 평양역 사령전화를 통해 그를 불렀을 때야 천방지축 달려온것이다.

《부상병들이 많았습니까?》

자리를 잡고앉자 김일성동지께서는 홍명희에게 담배를 권하며 물으시였다.

홍명희는 담배를 집어들었으나 그이의 심중한 기색때문에 말문을 열수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 성냥을 그어 불을 붙여주시였다. 그러시고 그이께서도 담배를 붙여무시였다.

전쟁이 일어나 이 방에 처음 들어와보는 홍명희는 낯설은 작전지도며 군용부호자며 보위성공인이 찍힌 문건들을 살피면서 가장 준엄하고 긴장된 정황을 안고계시는 장군님의 시간을 침해한데 대하여 일순간 가책을 느끼며 짤막히 부상병수자와 병원파송정형에 대하여 말씀드렸다. 파상풍주사가 미처 보장 못되여 오는 도중 한사람이 사망하였다는 보고를 들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탁상일력에 《파상풍주사약》이라고 쓰시고는 화제를 돌리시였다.

《아침에 저를 찾았다지요?》

《네.》

홍명희는 얼굴을 약간 붉히였다.

《무슨 용무였습니까?》

《사실은 유엔<결정>때문에… 찾아뵈오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저… 좀 뵈옵고싶었습니다.》

홍명희의 솔직한 대답에 김일성동지께서는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이시고 저으기 활달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나도 선생을 만나고싶었습니다. 이자 방금 쏘련대사도 그 문제때문에 왔다갔습니다만…》

홍명희는 놀람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김일성동지의 안색을 우러러 살피다가 참고참던 울분을 터치듯 말씀드렸다.

《글쎄 그런 언어도단이 어데 있습니까… 이거야 너무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불안해합니다.》

《그럴수 있지요! 선생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걱정입니다. 유엔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는 미국때문에가 아니겠습니까. 세계의 절반이 미국놈의 손끝에서 놀아나는판이니.》

순간 김일성동지의 안색은 흐려지셨으나 인츰 부드러운 빛을 띠셨다.

《놈들의 그 <결정>에 대해서 서울에 있는 선생의 옛지기들은 어떻게 생각할것 같습니까?》

《좋아할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름지기 약소민족의 불행을 통탄하겠지요. 옛날 리준이 만국대표들의 외면에 통탄하여 피눈물을 뿌리듯이…》

홍명희부수상의 여위여 훌쭉해진 얼굴살이 떨리고 눈에는 당금이라도 눈물이 쏟아질듯 안개가 피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언젠가 홍명희의 집에 가서 보신 명주수건을 상기하셨다. 을사조약이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온 나라를 비감속에 몰아넣을 때 홍명희의 선친은 고향땅이 한눈에 보이는 산자드락에서 그 명주수건으로 목을 대여 자결한것이다. 리조의 조락과 구한국의 멸망사가 가문의 족보에 점점이 피로 얼룩져있는 집안태생의 홍명희야말로 지금의 사태발전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 예민할것이였다. 선친 잃은 때부터 오매불망 민족과 나라의 광복을 빌며 문필로 싸워온, 해박한 지식과 깨끗한 인격의 소유자인 홍명희의 말은 망국의 처절한 쓰라림을 경험한데서 오는 지사의 피타는 절규이기도 하였다.

《난 오늘 유격대초기 진퇴량난의 적의 포위속에 든 때의 느낌을 체험했습니다. 참 그때 별의별 생각이 다 들군 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을 떼시였다. 지금까지 엉켜끓던 온갖 사색과 감정이 뚝을 터치듯 흘러나왔다.

《어떤 때 보면 <토벌대>의 불무지가 수백리지경으로 우리를 둘러싸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검은 하늘밑에 사방은 흰눈뿐 그런 겨울밤엔 마음이 무거워지며 고독과 동요가 머리를 쳐들기도 합니다. 이것은 무서운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정의가 승리한다. 참된 사상의 힘은 불패이다, 지금은 험난하고 외로우나 우리는 인민이 바라는 길을 심장의 피를 뿌려나가며 헤쳐가는 선각자들이며 그 정의로 하여 우리는 불사신이다 하고 자기 신념의 기치, 반항의 넋을 고무했습니다. 우리까지 이 진리의 기치를 던지고 한몸의 안락을 추구하는 생리적본능의 노예로 굴복한다면 인간의 위대성이 모독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 쓰러진 동지들의 유언, 그들이 남기고 간 원쑤에 대한 불타는 중오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뒤에는 정의로운 위업을 따라 일떠서 싸우려는 각성하는 인민이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고무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무지는 하나의 죽어가는 시체에서 떠도는 린광처럼 보이고 끝없는 어둠의 심연은 무한정 내달릴 거침없는 광야로 보일뿐 두려움은 가셔집니다. 이 사상의 불길, 시인들이 말하는 심혼의 웨침에 따라 내달릴 때 나는 인간의 위대성, 정의와 진리의 힘을 더욱 미쁘게 깨달으며 정의와 진리가 승리해야 될 책임을, 그 책임을 걸멘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됩니다.

불무지뒤에는 그 불무지를 포위하고있는 수백수천만의 인민이 있다. 비록 무기는 못들었지만 정의와 량심으로 침략자, 강도를 규탄하는 심판의 목소리와 눈길이 있다. 이쯤되면 불무지앞에서 총대를 메고 두릿거리는 돈에 팔리고 거짓에 기만당하고 강제에 끌려온 적들이 더없이 가련해보이면서 비상한 용기와 담이 생기고 지혜가 트이고 방도도 열립니다. 진리에 자각된 인민의 힘은 위대한것입니다. 인민대중이 이 진리로 무장되고 자기의 위대성을 깨달았을 때 며칠전에도 말했지만 력사는 그야말로 우연과 필연의 사이길에서 방황하는 나그네로가 아니라 필연의 길로 줄기차게 내닫는 기관차로 될것입니다. 우리의 광복도 그 필연의 길에서 이루어진 결실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막막하고 불안할 때마다 이런 생각속에 자신을 고무합니다. 오늘 역시 그랬습니다.》

김일성동지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여있었고 빛나는 안광에는 다감하고도 세찬 정열의 후광이 어려있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는 인간만세의 시를 들려주십니다.》

홍명희는 깊은 감동속에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그러자 슬픈 과거가 되살아오르며 안타까운 한숨처럼 말이 흘러나왔다.

《장군님, 자고로 놈들은 우리를 얼마나 숙봤습니까. 엉큼하고 교활한것은 또 얼마였구요. 서양침략배들과 왜놈들이 쓴 글을 보면 례외없이 칭찬속에 독이 있고 멸시속에 탐심이 스며있었습니다.

황금의 복지, 은자의 나라, 금단의 땅, 근면하고 성실하고 담백한 민족, 가야금의 선률속에 달을 맞고 막걸리속에 잠들며 은금의 보물과 비단을 감고 사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 써놓아 허기진 식민주의자들의 식욕을 자극하여 병기를 장만하고 배를 띄워 덤벼드는것이 과거 수백년이였습니다.

지지리 못난 량반들은 간혹 얻어듣는 칭찬에 <옳거니, 우리는 인의를 중히 하고 백성 또한 성실하고 문명한 동방례의지국이거니…> 하며 수염을 쓸며 음풍영월로 소일하다가 총포로 들이닥치면 극상한다는것이 독을 먹고 숨진것밖에 없었지요.》

홍명희부수상의 로안에는 눈물방울이 비꼈다.

《선생, 마음을 고정하십시오. 오늘이 어제로 되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것입니다. 유엔안보<결정>은 력사과정의 하나의 수치입니다. 그러나 세계는 조만간 이 수치를 깨닫게 될것이고 력사는 누가 옳았는가를 밝힐것입니다. 나는 미국놈들의 도전에 대하여 서울해방으로 대답하려고 합니다. 늦어도 래일이면 우리는 력사깊은 이 도시로 들어갈것입니다.》

홍명희는 격한 호흡을 묵새기기 어려웠다. 흐느낌이 터져나올것 같아 입을 꼭 다물었다. 어린애처럼 환성을 지르고싶기도 하였다.

《서울!》

홍명희는 젖은 눈에 웃음을 담고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저흰 소인배들입니다.》

《허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사실 장군님, 전 부상병들을 만났을 때 그들에 대해서 장군님께 꼭 말씀해드리겠다 생각했습니다.》

홍명희는 부상병들속에서 보고들은 몇가지 이야기를 열정을 기울여 말하기 시작하였다.

종종 전화가 와 이야기가 끊어지였으나 김일성동지께서는 끝까지 다 들으시였다.

어떤 유개차들에서는 부상병들이 내리려조차 하지 않았다. 한 방통에서는 담가를 들고선 간호병들이 울상이 되여 어쩔줄을 모르고있었다. 붕대투성이의 부상병들이 버티고 누운채 일어나지를 않았다. 한눈만 남기고 온통 붕대로 감긴 석줄배기 부상병은 자기를 담가에 실어눕히는 애어린 처녀에게 욕설을 퍼붓고있었다.

《안된다 안돼! 날 도로 전방으로 보내라…》

《정말이요. 우린 싸울수 있소. 보내주오…》

옆에 군인들도 하나같이 부르짖었다. 인솔군의가 홍명희에게 마취제와 수면제로 잠재운 이 중상자들이 평양에 실려왔음을 알고 딱 버틴다는것이였다.

홍명희가 석줄배기의 어깨를 부여안고 그러지 말라고 달래자 그는 울며 말했다.

《…분대원들을 다 싸움판에 두고… 리승만을 그대로 두고… 제가 예 와서… 어찌합니까…》

홍명희는 그때의 감격이 되살아올라 말을 떠듬거리였다.

《어떤 군인은… 위생차에 실리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엇때문에 미안한가고 나무람하자 그 군인의 말인즉은 승리자로 돌아와 장군님앞에서 개선열병식을 하자고 했는데 부상 당해왔다고… 수치라고 울먹거렸습니다.… 저도 그때 따라울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 장군님께서 키우신 인민이요, 장군님께서 보신 인민이로구나 하고 말입니다.》

《우리 인민은 원체 그런 인민입니다. 어저께 문산앞고지전투에서는 21살난 한 청년이 자기의 가슴으로 적화구를 막았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천천히 거니시였다. 홍명희는 몇번이고 따라 일어서려고 하다가 김일성동지께서 깊은 사색에 잠기신것을 보고 숨소리마저 죽이고 까딱 안했다. 전화종소리가 김일성동지를 집무탁에 오시게 하였다. 전화를 받던 김일성동지의 안색이 눈띠게 확 변하셨다.

《응답이 없다?!… 계속 찾아보시오.》

그이께서는 작전탁에 놓인 지도의 한점을 뚫어지게 보시다가 전화기를 놓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늘 오전 서울시가 정찰비행을 나갔다 온 리학비행부사단장으로부터 불길한 보고를 받으시였다. 리학은 서울시가 정찰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도중 서울-춘천지대에서 미군 《B-26》전투폭격기편대의 집중폭격을 목격한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지대가 최현이 서울포위를 위해 한개 련대를 이끌고 내닫는곳임을 알아보시고 통신국에 그를 찾을 과업을 주셨었다. 그런데는 최현이 무선호출에 응답이 없다는것이다. 매우 좋지 않은 일이였다.

이날은 그이께 기쁜 일보다 괴로운 일이 겹쳐다가드는 불안스러운 날이였다. 유엔안보《결정》, 그에 대한 불안스러운 반향들, 쏘련대사 쓰티꼬브는 미군개입으로 3차대전이 일어날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무상은 미국에 빌붙는 호소를 하자고 하고, 동해선철도는 오늘아침부터 적의 비행대와 군함의 폭탄과 포탄사격속에 들고 그리고 아까운 전사들이 희생되고있다. 최현?! 아무리 날고뛰는 최현이라지만 항공습격에서는 어쩌는수가 없지 않은가. 조선인민혁명군출신 지휘관들 거의가 다 아직 항공습격을 겪어보지 못한것이다. 최현의 신상에 무슨 상서롭지 못한 일이 생기지 않았겠는가 하는 불안과 함께 서울측방으로의 진출이 늦어지게 되였다는 위구가 밀려들었다. 최용건이며 강건의 얼굴이 떠오르셨다. 보조타격부대들이 도착해야만 서울해방전투를 단행할수 있다고 생각하던 그들이 최현부대가 폭격당한것을 알면 어떻게 할가 하는 생각이 집요한 물음으로 떠오르셨다.

(명령을 받은이상 그들은 흔들리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신심있게 움직이는가 아닌가가 문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집무탁에 다가가 리학이 공중촬영을 해온 서울시가 사진필림을 집어드셨다가 송구해 앉아있는 홍명희에게 눈길이 머무르셨다. 로인의 긴장된 자세를 보시고 자신께서 일순간이나마 여유를 잃은것을 아셨다.

《서울시가를 찍은것인데 좀 보십시오.》

그이께서는 사진필림을 홍명희에게 내여미셨다. 홍명희는 의아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필림을 받아 살피다가 숫진 미소를 담고 말씀드렸다.

《필림을 봐선 잘 모르겠습니다.》

《찬찬히 보십시오. 여기가 경복궁이 아닙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창문쪽으로 필림을 들어보이며 손가락으로 짚으셨다.

홍명희는 안경을 고쳐쓰고 호기심에 넘쳐 다시 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안에는 서울시가가 금방 눈앞에 환히 펼쳐지는것 같았다.

《네, 알아보겠습니다. 그우에 점이 분명 백범의 자택일것이고… 참, 저쪽 저 길게 누운것이 창경원입니다. 그런데 길목이 달라졌군요.》

《그건 바리케트를 쌓은 자리입니다.》

《서울이 말이 아니게 됐군요. 그 고현놈들이 하필 창덕궁에다가 진지를 꾸리다니.》

문소리에 홍명희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김책이 들어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이 오전작전회의때와는 판달리 활기넘친 기색임을 보시였다.

《전방지휘소에서 답전이 왔습니다.》

김책은 푸른 마분지접이에 끼웠던 종이장을 서둘러 꺼내 김일성동지께 드리였다.

홍명희가 앞상밑에 의자를 밀어넣으며 일어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냥 종이장에 시선을 쏟고계시다가 홍명희가 다시 말씀을 올려서야 고개를 돌리셨다.

《선생이 좀 수고를 해주셔야겠습니다. 오늘저녁 내각전원회의를 하자고 합니다. 토의안건은 유엔안보<결정>에 대한 우리의 립장문제를 천명하는것과 각성, 각국들의 사업을 군사위원회밑에 복종시키는것과 관련된 집행대책안입니다. 선생은 유엔안보<결정>에 대한 기조보고를 준비하였으면 합니다. 그걸 가지고 좀더 토론했으면 좋겠는데 제가 시간이 없을것 같습니다.》

홍명희는 속이 무르춤했다. 시간이 없을것 같다는 말씀도 그렇지만 김일성동지의 안색에서 심중한 일이 생겼음을 간파했던것이다.

《장군님, 제 능력껏 해보겠습니다.》

홍명희는 치미는 호기심을 간신히 누르고 그이의 방을 나섰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홍명희를 바래주신 문가에서 돌아서며 김책이를 향해 물으시였다.

《저는 의견이 없습니다. 현정황에서 다른 안은 없다고 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방지휘소가 서울공격단행을 주저하고있는데 대하여 오늘아침 김책이 몹시 조바심치며 불안해하던것을 상기하시며 다시금 수신지를 보시였다.

《내각수상 김일성동지 앞.

6월 27일 13시 수상동지의 명령에 따라 전방지휘소는 다음과 같이 전투조직을 하려고 합니다. 현재 적은 괴뢰 2보사, 3보사, 7보사로 서울 동북 11km지점의 창동계선 약 9km 전선에 괴뢰 1보사와 수도사단 5보사의 일부와 기타 부대는 문산, 서울방면에 집중배치되여 반달형밀집방어진을 형성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반돌격을 꾀하고있습니다. 적의 전선 우익린접은 6보사, 좌익린접은 수도사단의 1련대로 여전히 보강되고있습니다. 특히 적들은 종심방어로 이전하면서 서울시내에 포와 기관총을 비롯한 화력진지들과 바리케트를 구축하여 강력한 방어선을 꾸리려 하고있습니다.

현재 아군은 53사, 54사, 905땅크려단만으로 서울을 압축하고있습니다. 서울포위를 위해 접근하던 52사 사단장이 인솔한 련대는 좌표 20, 23지대에서 항공폭격으로 저지되여 기대할수 없게 되였습니다…

전방지휘소는 서울해방전투를 다음과 갈이 조직하려고 합니다.

l. 보위성직속 예비포무력과 서울진출부대들의 모든 포와 박격포들을 서울시가 사정거리에 접근시켜 포당 l~l.5정량의 포탄으로 시가에 있는 일체 적의 방어시설과 유생력량을 격파소멸하려고 합니다.

2. …

3. 공격준비완료시간은 20시. 시가에 대한 포병준비사격은 20시부터 21시, 최종공격시간은 22시…》

김일성동지께서는 수신지를 책상우에 놓으시였다.

《김책동무, 포사격 말고… 다른 방법은 없겠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매우 힘겹게 이 물음을 꺼내시였다. 어쩔수 없이 이 방법을 택한 최용건이며 강건의 로고와 심정이 마쳐왔기때문이였다. 김책은 그이의 시선을 외면하며 나직이 대답올렸다.

《장군님… 파괴된것은 다시 건설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우리 포병들의 사격술을 믿고… 그대로 했으면 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집무탁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뚜벅뚜벅 저겨딛는 발걸음소리와 함께 시계의 초침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셨다.

《김책동무, 도시는 복구한다쳐도 사람들은 어찌합니까. 사람이야 다시 만들지 못하지 않습니까. 포탄에는 눈이 없습니다. 그 포사격으로 페허가 된 도시에서 과연 승리의 만세를 부를수 있습니까. 그런 승리가 우리에게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거기 서울엔 수십만이 넘는 우리 인민들이 살고있습니다. 그래 우리가 그처럼 이 전쟁을 피하기 위하여 애쓴것이 무엇때문입니까.》

그이의 음성은 짙은 고뇌와 안타까움으로 떨리며 울렸다.

《장군님!》

김책은 한마디 웨치고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괴로운 눈길로 김책을 보다가 무겁게 말씀을 떼시였다.

《언젠가 홍명희선생은 서울의 옛건축물과 우리 인민의 문화유산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그 건축물과 유산들은 남아있는것보다 외래침략자들의 침입에 불타고 잃어진것이 더 많았다고 가슴아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얼마 남지 않은 선조의 유산들을 우리가, 바로 우리의 손으로 파괴할수 있습니까?》

김책은 불시에 눈앞이 흐릿해졌다. 멀리 경복궁의 단청이, 창덕궁의 퇴색한 바람벽이 얼른얼른 다가오는것 같았다. 서대문으로부터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하얗게 흐르던 사람들의 물결, 20여년전 서대문감옥에서 금방 나와서 지지는듯 뜨거운 해볕에 비칠거리며 걸을 때 근심어린 눈길로 부축하며 《에구 가막소에서 나왔능기요.》 하며 목청을 흐리던 파파늙은 로인의 모습이 보인다.

출옥후 허헌과 함께 종일 돌아본 서울의 이 골목 저 골목이 몇초의 순간에 생생히 밟히우고 거지애들과 짐을 인 녀인들과 감투를 쓴 로인들의 군상이 흘러간다.

김책은 숙연한 낯빛으로 김일성동지를 우러러보았다.

《장군님,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실 전방지휘소의 작전계획은 나무랄데 없이 째였고 훌륭합니다. 지금형편에서 포사격없이 서울을 해방한다는것은 용이하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는 경우엔 몇갑절의 피해를 입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포사격은 허용할수 없습니다.

나는 시가전을 한번 우리 식으로 산에서 익힌 유격전식을 도입해보자는것입니다. 아까 최용건동무에게 독촉할 때만도 명백치는 않았는데 이젠 떠오르는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야간공격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시가전에서 야간공격이란 인명손실을 크게 만들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집무탁에 가시여 부호자와 색연필을 집어드셨다.

일력장에 쓰신 글발에 피뜩 시선이 가셨다.

《17시: 우당련석회의 연설준비→사상동원! 물자보장!》

그이께서는 오늘 오후 각 정당 도위원장 련석회의에 나가 연설을 하시게 되셨던것이다.

《서둘러야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과 함께 보위성 작전국 사판실로 가시였다. 서울지구사판을 마주하신 그이께서는 시내에 종횡으로 뻗은 11개의 도로들에 장기쪽 비슷한 나무토막을 놓아가며 자신의 결심을 이야기하셨다.

《전방지휘소의 작전계획을 다음과 같이 변경하여야 하겠습니다. 공격시간은 래일새벽으로 하며 서울시가에 대한 포사격은 일체 불허하여야 합니다.

변경된 계획의 성과적보장을 위하여 우선 밤중으로 미아리-월곡리계선을 돌파하여 서울포위망을 최대한 좁힘으로써 총공격개시후 신속히 거리중심에로 돌입하여 시가전을 최단시간내에 결속지을 조건을 마련하는것입니다.

다음으로 오늘밤 보병과 땅크의 소부대들을 시내에 진입시켜 적방어거점들과 화력진지들을 기습타격함으로써 적방어에 일대 혼란을 조성하는것입니다. 야간습격은 항일무장투쟁시기의 성시 습격전투를 참작하여 진행하여야겠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특히 명심해야 할것은 서울에 있는 귀중한 우리 동포형제들의 생명재산과 유구한 민족문화의 재보들에 조그마한 피해도 없도록 하는것입니다. 이면에서 전투원들에게 정치사상사업을 잘하여야 하겠습니다.》

이 명령은 즉시 암호무선으로 변신되여 전방지휘소 무선대로 날아갔다.

고요한 수림속에서 청더구리가 그 긴 부리로 강대를 두드릴 때면 청아한 음악소리같이 따르락! 따르락! 공간을 울린다. 무전수들은 자기들의 전건소리를 딱따구리의 《연주》라고도 한다. 방음장치가 된 전방지휘소 최용건의 무전실에는 무선전신기가 그 음악을 《연주》하고있다. 최용건은 변신참모가 재빨리 암호문을 풀어 써넣는 무선전신테프를 왼손에 감아들고 한자한자 뜯어읽었다. 마지막부호가 《김일성》이라는 단어로 바뀔 때 최용건은 《음.》 하고 밀페된 방안의 긴장된 공기를 깨뜨렸다. 그는 오래동안 한자리에 서있다가 강건에게 테프를 넘겨주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위대한분이요!》

그의 눈굽에 뭔가 구슬같은것이 맺혀 주르륵 흘러내렸다.

최용건은 무선실을 나서기전에 무선수와 변신참모에게 자기의 이름으로 감사를 주었다.

잠시후 전방지휘소의 무선수와 전화수들은 《포사격중지!》라는 말을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음악의 선률마냥 되뇌이며 모든 포부대 지휘관들에게 날려보냈다.

저녁해는 마지막 미소를 뿌려던지고있었다. 금빛불빛의 그 수만개의 빛살은 산자드락과 골짜기 숲과 나무에 연붉은 노을을 입힌다.

포구씌우개를 벗긴 대구경곡사포의 포신들도 그 빛에 붉게 번쩍인다. 포들의 전투준비는 끝났다.

《옜다, 승만이다.》

《옜다, 트루맨이다.》

포의 고정말뚝을 박으며 흥겹게 뇌이던 포병들의 먹임소리도 끝났다. 림운학은 말뚝을 박느라 힘을 쓰는 통에 통세가 나는 왼손을 감싸쥐고 이제 미흡한 구석이 없는가 포들을 돌아보았다. 그는 이까지 오는중에 왼손새끼손가락을 상했다. 그가 탄 포차가 소귀고개에서 헛바퀴질을 하였다. 좌우쪽은 급한 비탈이였다. 자칫하면 포와 함께 자동차까지 굴러내려가게 된 위급한찰나에 운학은 각목을 쥐고 바퀴밑에 뛰여들었다. 너무 덤벼 각목과 함께 그의 왼손이 바퀴밑에 들어갔다. 다행히 새끼손가락만이 이지러졌다.

《이건 개승만이한테 줄거야.》

《이건 노랑대가리 무쵸거고…》

우스개소리들에 운학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곱등어새끼같이 생긴 포탄들에 신관을 맞추며 전사들은 기세가 올라 주고받고있었다.

(동대문?!)

운학은 아슴푸레 륜곽을 잃어가는 북한산장에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앞에는 마지막작별의 눈물을 옷섶에 휘뿌리며 섧은 웃음을 삼키던 련화의 하얗게 질린 얼굴이 피뜩 스쳤다가 사라졌다.

(이거 내가 너무 감상적인데.)

그는 싱긋 웃어보였다. 최용건보위상앞에서 한 물음이 맹랑한것이라고 상관들한테 꾸중을 받은 뒤끝에도 아직 자기가 정신을 못차린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될수록 랭정해지려 애쓰며 이제 벌어질 장엄처절한 전투를 그려보았다. 《중앙청》이며 《경무대》며 《미대사관》, 적의 온갖 화력진지들과 방어시설물들은 모조리 불바다속에 들것이였다. 온갖 악과 부정의가 그 불바다속에 타버리고말것이다.

《모조리! 무자비하게!》

그는 비장하고도 준절한 표정으로 지그시 어금이를 깨물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바람재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하였다. 그때의 순간순간은 전쟁의 준엄성과 무자비성을 심각히 깨닫게 하는 영원히 잊을수 없는 충격으로 기억에 새겨져있었다. 자기가 탄 말이 꼬꾸라지고 땅에 나동그라졌을 때 왁 달려들던 적들이며 앞서 달리던 정찰병이 되돌아서 그의 허리띠를 잡아일쿠던것, 정찰병의 부축을 받아 말잔등에 올랐을 때 울리던 총소리, 총소리… 뒤에 앉은 자기가 아니라 앞에 앉은 정찰병이 총알에 맞아 말머리에 쓰러지던것, 전방지휘소마당에 와 그 정찰병의 주검을 내리우며 피터지게 마음속으로 다졌던 맹세를 되돌이켜보았다.

전쟁에서는 개인의 운명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전쟁은 준엄한것이다. 여기서 개인만을 생각하면 결국 비겁쟁이로, 도피분자로밖에 될수 없다. 자기라는 존재를 잊어야 한다. 개인의 온갖 희망과 소원을 이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복종시켜야 하고 희생시켜야 한다. 그 정찰병은 바로 그것을 위해서 자기를 바치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찌하여 자기는 그때의 맹세, 그때 도달한 비장한 각오의 세계에서 떨어져 몇사람의 운명을 가지고 근심하는가. 운학이 이런 모순된 사색과 감정을 안고 포탄신관을 꽂고있는 포병들쪽으로 걸음을 옮길 때 《참모동무!》 하는 소리가 그를 멈춰세웠다. 화력부관이였다.

《련포군장감시소에서 찾습니다.》

운학은 숨을 크게 들이쉬였다.

(시작이로구나.)

그는 전투가방을 매만지며 다시금 북한산장을 바라보았다. 일순간 무서운 환각이 파도쳐왔다.

불바다가 된 도시, 대구경포탄의 폭발, 재개비로 화하는 집들… 운학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이 말을 뇌이며 화력부관에게 기세좋게 소리쳤다.

《갑시다. 음악을 연주해야지요.》

련포군장감시소앞 아카시아수림속에는 중대장이상 군관들이 다 와있었다. 운학은 자기의 림시상관인 포병부부장을 찾다가 만나지 못하고 맨 좌익 뒤줄에 가 섰었다. 《차렷!》구령과 함께 감시소에서는 련포군장과 함께 강건총참모장이 나왔다. 운학은 이때부터 모든 일이 어떻게 흘렀던지 기억이 희미하다. 강건총참모장은 김일성장군님의 명령서를 랑독하였다. 운학은 모든 군관들이 헤쳐갔을 때도 그자리에 그냥 서있었다.

《동무로구만!》

강건총참모장이 그의 앞에 다가와 서있었다.

《총참모장동지,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실수 없습니까?》

림운학은 꿈속에서처럼 물었다. 강건은 감회어린 눈길로 보다가 말했다.

《일체 포들의 서울시가포격은 금지되였소. 장군님께서 명령하셨소. 인민들과 도시의 구원을 위해 취하신 조치요.》

《장군님께서?!》

운학은 강건의 옆에 선 별로 잘 알지 못하는 포병부부장을 꽉 그러안았다. 흐느낌을 막으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강건은 젖어든 눈길로 그를 보았다.

전쟁이란 매 인간의 구체적인 심정까지 계산되고 고려되는것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싸움은 이 평범한 군인의 마음속에 깃든 어두운 그림자마저 가시기 위하여 모든 작전이 검토되고 수정된것이 아닌가.

《총참모동지, 오늘밤 저를 야간습격조에 보내주십시오. 전 서울시가를 잘 압니다…》

눈물을 털고난 운학은 비장한 결심에 불타는 얼굴로 청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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