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전환 43. 종장 > 조선문학예술

본문 바로가기
영문뉴스 보기
2024년 5월 21일
남북공동선언 관철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조선문학예술

장편소설 전환 43. 종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3-22 19:57 조회377회 댓글0건

본문

20210207180057_72e6827d6e5b93b2c808cc24a84fc691_gwt8.jpg

종  장

이깔나무숲이 바다처럼 펼쳐졌다. 촘촘히 들어선 오동나무그루들사이로 아침해빛이 눈부시게 비쳐들었다. 가느다랗게 휘여들어간 오솔길에는 젖빛안개가 흘러 그것이 마치 개울물처럼 보이였다. 안개에 실려 나무향기가 코가 저릴만치 진하게 풍기였다.

요새 며칠째 김일성동지께서는 아침해가 떠오를무렵이면 이 길을 걷군하시였다. 스적스적 걸음을 옮길적마다 길바닥에 깔려있던 엷은 안개가 가볍게 흩어진다. 하지만 그자리에는 또다시 흘러드는 안개로 해서 자리가 메꾸어지군하였다.

한걸음 떨어져서 김정일동지께서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이께서는 어제 청진을 거쳐서 이곳 삼지연에 도착하시였다. 다른 때보다도 이렇게 조용히 숲속을 거니실 때에는 머리를 쉬우는 한담도 하고 때로는 당과 국가 사업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나누기도 하시였다.

수령님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머리우에 늘어진 이깔나무가지를 휘여잡으시였다. 수정같이 령롱한 이슬방울들이 잎에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신비한것을 발견하신듯 잠시 그것을 들여다보다가 발자국소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훌쩍 가지를 놓아주시였다. 그바람에 물방울이 후두둑 어깨며 팔소매에 떨어져내렸다. 자연의 재롱도 어린 아이들만 못지 않아 그이께서는 온 얼굴에 웃음을 담고 흐느적이는 나무가지를 바라보시였다.

두분께서 나란히 걷게 되시였다. 두분 다 같은 닫긴옷인데 김정일동지의 옷은 좀더 연한 곤색이였다.

《오늘아침 무슨 새 소식이 없소?》

김일성동지의 물음에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다가서시였다.

《특별한건 없습니다. 어제 허담부상이 왔는데 아프리카의 말리에 주체사상연구소조가 결성되였다고 합니다. 이제 뒤이어 여러 나라들에 조직될것으로 보인답니다.》

《주체사상연구소조?》

《그렇습니다. 아프리카대륙에서 동방을 향해 정치리념을 연구하는 조직이 나온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처음이라…》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히 되뇌이시였다.

《그건 그렇고 다음엔…》

《다음에는 천세봉위원장한테서 전보가 왔습니다. 체스꼬로 휴양을 가는 도중인데 모스크바에서 쳤습니다. 당의 배려에 감격하고있다는것과 돌아와서는 인차 소설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떠날 때 저한테 말하기를 먼저 길림시기를 배경으로 쓸 작정이라고 했습니다.》

《길림시기를 쓰면 잘될수 있을게요. 그때 김혁이나 차광수가 투쟁을 잘했으니까.》

《그외는 대개 통신에 실려있는것들입니다.》

《그래?》

김일성동지께서는 항상 아침 첫소식에 관심을 가지고계시였다. 오늘도 좋은 소식들로 날이 밝는셈이여서 기분이 상쾌하시였다. 얼마간 대화없이 걸으시였다. 그러다가 문득 돌아서시며 《이번에 수고가 많았소.》 하고 김일성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한동안 복잡하기도 했고 또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도 얽혀있었으니까.》 이번이라고 시기를 지적하시는것은 당중앙위원회 제4기 제15차전원회의를 중심으로 하는 그 전후시기를 포괄하는것이고 복잡하다든가 힘든것이라든가 하는것은 문제의 중요성과 그것을 처리함에 있어서 여러모로 고려되여야 할 성질을 의미하는것이였다.

《과정은 어떻든 지내놓고보니까 우리 당 건설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전환적인 단계였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품을 들이고 힘을 넣어야 할 일은 이제부터 있게 될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빛나는 시선으로 수령님의 안색을 살피며 걸음을 옮기시였다.

《그래, 그 말이 옳소.》

그런 정도면 벌써 방대한 사업이 구상되고있다는것을 알수 있으시였다. 하지만 김일성동지께서는 그것을 재촉하거나 호기심을 가지고 대하지는 않으시였다.

이렇게 시작하며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원회의가 있은후에 반당반혁명수정주의자들의 사상여독을 뿌리뽑기 위해 취해진 일련의 조치에 대하여 간단명료하게 말씀을 올리시였다.

그런후 나중에 가서 《결국 교훈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대책을 세웠어야 했을것이라고 봅니다.》라고 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이쪽으로 돌아서시였다.

《그것은 옳은 말이요.》 하고 그이께서는 김정일동지를 그윽한 시선으로 건너다보며 뒤를 이으시였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지난날을 후회하지는 않소. 어째서 그런가? 그것은 우리 당이 자기 발전에서 일정한 특성을 가지고있다는 사정과 관련되여있기때문이요. 그 특성이란 도대체 무엇인고 하니 내가 길림바닥에서 혁명투쟁을 시작할 때 아예 과거공산주의운동과는 결별하고 새로운 길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했었소. 그렇지! 1929년, 30년 그때는 국내에서는 물론 국외인 간도나 연해주, 상해, 아메리카 또는 일본 등에서 뜻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산당재건운동에 떨쳐나섰던거요. 나는 그때 동북지방에 있던 이름난 재래식공산주의자들을 거의다 만나보았소. 그 사람들모두는 욕망이 좋고 열의는 대단했으나 종래의 그런 관점, 그런 방법에서 헤여나지 못했소. 그래서 전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소. 그들은 모두 입을 벌리기만 하면 다른 사람이나 다른 파한테 욕설을 퍼붓고 28년 국제당에서 조선공산당이 제명되게 된 책임을 넘겨씌우려는 악담뿐이였소. 그렇기때문에 나는 결심을 품고 나로서의 새 길을 택했던거요. 과거의 파쟁에 오염되지 않은 백지와 같은 깨끗한 로동자, 농민 출신의 새 세대에 의거해야겠다는 생각을 굳게 가지였소. 지금도 그것이 열백번 옳았다는 생각이 드오. 그렇게 해서 청년공산주의자들의 핵심골간이 육성되고 그것으로 해서 마침내 우리는 8.15를 맞이하게 되였거던… 걷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아득히 먼 옛일을 자못 감회깊이 회상하시면서 두손을 한덩어리로 꼭 움켜잡으시였다. 그것은 대오의 통일단결이 그만치 공고해졌다는것을 보여주기 위한것이였다.

《이런 조건하에서 해방되는 해 10월에 우리는 조선공산당을 창건하게 되였소. 해방이 되고보니 도처에서 공산주의 <영웅>들이 나타났소. 영웅백출이란 말이 있지만 이런 때를 두고 한 말일거요. 자, 판국이 이런데 우리가 그들을 다 제껴놓겠는가, 아니면 다 한울타리에 넣고 하나로 만들것인가? 이를테면 로선상 갈림길에 서게 된거지.

나는 그때 대담하게 다 포섭하자고 생각했소. 우리 새 세대 청년공산주의자들의 가마가 커진 조건에서 그들을 능히 소화할수 있을것으로 타산한것이요. 또 과거 파쟁군들도 해방된 이날에 와서는 생각이 달라질것이라고 보았고 그리고 공산당이 신민당과 합당할 때도 역시 그렇게 타산했더랬소. 당시 정세로 보아 공산주의정수분자 몇명만 가지고는 남조선에 들어온 미제와 그 앞잡이들과 싸워이길수 없었소. 결국 나는 우리자신을 믿었고 또 과거에는 파쟁놀음을 했다 해도 오늘에 와서는 그들이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되리라고 믿었던거지. 이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사람을 대하는데서 우선 그를 믿어보자는 립장이요. 의심부터 앞세우면 결과가 좋지 않을것은 물론이고 누가 우리를 따라오겠소.

나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을 믿다가 범하는 과오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소. 믿고 사랑하고… 그것이 혁명투쟁에서 내놓게 되는 나의 신조라고 할수 있소. 지금 와서 보면 이번에 제명한 그들을 우리가 믿었다는것이 결코 잘못일수 없지. 나쁜것은 믿는것을 악용해서 리속을 채우고 당을 변질시키고 색갈이 다른 당으로 만들려던 그들이 아니겠는가.》

여기까지 말씀하신 그이께서는 어깨우에 드리운 사시나무잎을 쭉 훑더니 그것을 확 뿌려던지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56년도에도 그랬고 전쟁시기에도 그랬소. 이렇게 놓고보면 종파주의나 수정주의는 고쳐낼수 없는 무서운 암종이요. 그 암종을 제때에 수술하도록 용단을 내린것은 천만번 정당했소. 집도한 외과의사가 좀 수고는 했지만말이지…》

이깔나무가지가 한껏 늘어진것을 손으로 휘여넘기며 수령님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우리가 몇십년동안 혁명활동을 해본데 의하면 대오안에서 변절자, 배신자들은 나오기마련이요. 변절자, 배신자들은 이전에도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을수 있소. 그런데 그것은 대체로 혁명이 가장 어려운 때에 나타나군했더랬소. 하긴 그것이 혁명의 변증법이기도 하지. 우리가 길림을 중심으로 광범한 농촌지대를 대상으로 혁명활동을 벌리고있을 때 리종락이란 사람이 있었소. 머리가 영민하고 연설도 꽤 잘했지. 그때 우리는 그와 손잡고 무장을 가진 정치공작소조로서 조선혁명군을 조직했었소. 반일인민유격대를 내오기전에 말이지. 그런데 하루는 리종락이 나에게 조선혁명군의 총책임자가 누구인가고 묻는것이 아니겠소.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혁명군이 해야 할바를 잘하면 되는것이지 하고 대답해주었지. 그후 얼마 있다가 그는 일제에게 체포되여 감옥에 들어갔소. 세월이 흘러 1938년 겨울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시기가 닥쳐왔소. 일제는 대륙침략을 발광적으로 다그치면서 압록강, 두만강 연안의 혁명조직을 샅샅이 뒤져 공산주의의 씨종자를 말리우려고 달려들었단 말이요. 그래서 우리는 남패자에서 군정간부회의를 하고있었는데 하루는 리종락이 우리 밀영에 나타났더란 말이요. 나는 옛정을 생각해서 한천막안에서 같이 자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소. 우리 경위대원들은 변절자과 같이 있는것은 위험천만이라면서 반대하였소. 나는 일없다, 리종락이도 사람이니까 함부로 접어들지는 못할게다 하고 술을 구해오라고 해서 먹이기까지 했소. 하루는 나에게 말하기를 일본사람들의 말인데 승산없이 고생만 하지 말고 산에서 내려오라, 그러면 최소한 평안도쯤 뚝 떼줄수 있다, 만약 그것이 싫으면 조선군사령관 직무를 주겠다, 그래서 같이 미국과 싸워이기자, 그러면 그 누구만 못지 않게 살아갈수 있을것이다, 이런다지 않겠소. 그래 내가 웃으며 평안도를 가지라는것은 너무 적다. 그렇게 해서는 김일성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조선 13도를 몽땅 다 돌려달라. 그러면 나는 반일을 안하겠다라고 대답해주었소. 그러니 리종락이 하는 말이 그럴줄 알았다. 여기 올 때 한영애를 만나 의견을 물으니까 가지 말라, 김성주는 어떤 수로써도 그의 신념을 꺾지 못한다, 헛걸음을 하지 말라, 그러더라는거요…》

갑자기 말씀이 중단되였다. 그이께서 손을 들어 가리키시는 저앞발치 길바닥에 토끼 한마리가 나타나 어쩔바를 모르고 고개를 갸웃갸웃 하고있었다.

수령님께서는 조심조심 걸어나가시였다. 한 둬메터 가까이 다가갔을 때 재빛산토끼는 냉큼 풀섶으로 뛰여들어 가뭇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시였다.

잠시동안 동심에 사로잡히시였던 수령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회의를 다 끝내고 떠나올 때 우리 동무들이 괘씸해서 그를 처단해버리였소. 그래놓고는 종이에다 <누구든 우리를 변절시키려는자는 모두 이렇게 처벌할것이다.>라고 써서 붙이였소. 나는 조선혁명군의 총책임자가 누구냐고 그가 따지고들던 생각이 났소. 결국은 그자에게 출세욕이 있었던거지. 그런자의 눈에는 그런것밖에 보이지 않았을터이니까. 그러니 우리의 교훈이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야심가들은 아무때고 변절한다는 그거요. 야심가들은 꼭 변절하오. 이것은 국제공산주의운동에서도 그랬소. 그러니 우리는 당안에서는 물론 전체 인민대중이 야심가들을 제때에 밝혀내는 밝은 눈을 가지도록 준비시키는것이요. 앞에서는 만세를 부르고 돌아서서는 칼을 빼드는자들을 제때에 색출해내도록 해야 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중단하시고 엷은 안개가 떠돌고있는 숲속을 내다보다가 고개를 돌리시였다.

《이번에 보니까 허담동무는 대가 바른 사람이야.》

김정일동지께서는 한걸음 앞으로 나서시였다.

《그렇습니다. 토론을 잘했습니다.》

《로동계급출신이 역시 다르거던.》

《도당채임비서 림귀현동무도 잘 나왔습니다.》

《옳소. 그 동문 우리가 홀동광산 막장에 들어갔을 때 거기서 착암공을 하던 동무요.》

말씀이 끝나는것과 거의 동시에 이깔나무숲에서 벗어나 등판에 나서게 되였다. 거기는 온통 키낮은 들쭉이 덮여있고 그속에 드문드문 오리나무들이 서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길에서 벗어나 풀밭에 들어서서 덩굴을 헤치시였다. 토실토실 살이 오른 열매가 쥐여붙인것처럼 가지에 달리였다. 순간 뽀얗게 당분이 서린 들쭉열매에서 진한 향기가 확 풍기였다. 열매에 달라붙었던 벌레들은 냄새에 흠뻑 취해버렸는지 땅에 떨어져 딩굴고있다.

《그런데 저는 이번에 당건설에서 이런 점을 하나 생각해보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허두를 떼자 수령님께서는 풀잎이 묻은 손을 털면서 가까이 다가서시였다.

《당건설에서 말이지.》

관심을 가지고 물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전에도 이렇게 격식을 갖춤이 없이 정치적중대사를 제기하군하시였던것이다.

《그렇습니다. 제가 가만 생각해보니까 당건설을 규률이나 사상일면만 가지고 내밀면 이러저러한 편향들이 계속 생겨날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래 공산주의사상 그것 하나만 가지고말이지?》

《그렇습니다. 이전에 공산당의 원형이란 맑스나 레닌이 만든것인데 그것은 주로 사회주의와 계급투쟁에 대한 리론을 가지고 만들었고 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목표로 대오를 정비하는데로 나갔습니다. 맑스나 엥겔스는 당건설에서 단결을 기본으로 보았고 레닌이나 쓰딸린은 파쟁을 반대하면서 규률을 기본으로 보았습니다. 물론 이런것은 당건설에서 기본원칙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오늘처럼 정세가 복잡해지고 적들의 음모가 보다 더 교활해진 조건에서 부족점이 있는것 같습니다.

특히 집권당이 된후에도 규률과 투쟁만을 내세우니까 대렬의 통일단결이 공고하지 못하고 자주 대내투쟁이 벌어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사실이요. 또 그것이 불가피한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래서 저는 당안에 신념과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념과 의리!》

《그렇습니다. 당대오의 통일과 단결, 강철같은 규률을 낳게 하는것이 곧 신념과 의리라고 생각합니다. 신념과 의리에 의해 안받침되지 못하는 단결이나 규률은 공고하지 못하고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것은 이제와서 새삼스러운것이 아니고 이미 항일무장투쟁과정에 이룩된것입니다.》

《매우 흥미있소. 어서 말해보우.》

김일성동지께서는 만면에 미소를 담고 손짓을 하시였다.

《거기에는 공산주의리론이나 규률만 있는것이 아니라 확고한 신념과 뜨거운 동지적의리가 있었던것입니다. 그것이 있었기때문에 통일단결이 강했고 규률이 있었으며 그 어떤 큰 힘도 이겨내는 강철의 대오로 되였던것입니다. 자기 수령의 사상과 령도를 신념으로 간직하고 수령의 믿음과 사랑을 피와 살로 만든 동지적의리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만나본 항일투사들은 한결같이 그것을 말했습니다.》

《그 말이 옳소. 전적으로 동감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을 높이 들었다가 힘있게 밑으로 내리후리면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이의 이러한 동작은 대단히 만족하고 통쾌하실 때만 볼수 있는것이였다.

얼마동안 말씀이 없으시였다. 그것은 제기한 문제의 중요성이나 문제풀이에 대한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께서 생각하고있는것과 그렇게도 신통히 같을가 하는 일종의 감탄때문이였다.

걸음은 더 옮겨져 늪가에 나서게 되였다. 마침 거울같이 잔잔한 물우에서는 안개가 피여올랐다. 부드럽고 싱그러운 대기가 얼굴이며 손목에 와닿으며 온몸을 상쾌하게 어루만지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늪가를 걸으시였다. 여기 삼지연이 아니고서는 볼수 없는 알알이 여문 콩알같은 부석이 발밑에 한벌 깔리였다. 걸음을 옮길적마다 구두가 한절반씩이나 부석에 묻히군하였다.

아무때 보아도 정답고 감회가 깊은 늪이였다. 벌써 옛일로 되였지만 부대와 함께 행군해가다가 조국의 물을 실컷 마셔보자고 휴식하던 때가 어제런듯 삼삼히 떠오르시였다.

《왜 그런지 난 요새 꿈에 김책동무를 자주 보군하오.》 하고 김일성동지께서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씀하시였다.

《김책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요. 공산주의자의 전형이라고 할수 있지. 어제밤에도 꿈에 나타났는데 어떻게나 모습이 생동하였던지 잠에서 깨여나서도 금방 눈앞에서 본것 같았소. 전쟁이 한창때였는데 나는 그때 건지리에 있었고 김책이는 시내에 자리잡고 일을 보았더랬소. 어느날엔가 최고사령부에 문득 나타났길래 왜 이렇게 기별도 없이 왔는가 하니 급히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였소. 그래 무슨 일인가 다그치니 사실은 김정숙동무생각이 나서 왔다는것이 아니겠소. 그런 생각은 왜 하게 되였는가고 물으니 나도 모르지요 하며 허허 웃었소. 김책은 이런 사람이요. 이렇게 핑게를 대서 내가 건강한가 혹시 감기에라도 걸리지 않았는가 와보고서야 마음을 놓군하였소. 내가 왜 김책이의 그 심정을 모르겠소. 전쟁의 불길속에서도 우애의 감정과 심려는 이렇게 끊임없이 흐르고있었더란 말이요. 결국 김책이 말은 그렇게 례사롭게 했지만 내 가슴속에 하나가득 고였던 시름을 모두 끄집어냈던거란 말이요. 나는 그때 몸도 좀 말짼데가 있었지만 나쁜놈들이 자꾸 쏠라닥거려 속을 썩이고있었소. 이말저말하다가 우리는 1941년인가 하바롭스크에서 처음으로 만난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조국에 나가서 한바탕 잘 싸워보자던 일을 돌이켜보았소.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말고 문득 그가 하는 말이 아침에 김정숙동무가 통강냉이범벅을 만들던 생각이 났다는거요. 그래 무작정 나한테 올 생각을 하게 됐다는거지. 그래 나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면서 통강냉이범벅은 없어도 메밀국수는 있다고 했지만 끝내 사양하여 이야기를 좀 하다나니 밤이 깊었는데 기어이 초소에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겠소. 기왕 늦었는데 자고 가라 하니 꼭 나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떠나겠다고 우기였소. 그때 언뜩 일어나는 그의 발을 보니 양말 뒤축에 구멍이 뚫어져있었소. 그래 내가 아무리 전쟁이라 해도 꿰진 양말을 그냥 신어서야 되겠는가 하니 괜찮습니다, 온 나라가 가난한데 일 있습니까라고 하더란 말이요.

그래 새 양말을 억지로 신겨보냈소. 그런후 몇시간 안돼서 심장이 멎었다는 전화가 오지 않았겠소. 아!》

김일성동지께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수령님께서는 몹시 비통해하시였다. 이야기가 어떻게 번지여 여기까지 이르렀는지 알수 없지만 매번 먼저 간 전우들을 회상할 때면 눈앞에 령구를 눕혀놓고 가슴을 쥐여뜯는 그런 심정에 잠기군하시는것이다. 거기다가 통강냉이범벅이요, 메밀국수요, 양말이요하고 추억의 맨 밑바닥까지 들추게 되고보니 그 비애와 고통이 어느정도인가 하는것을 짐작할수 있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갑자기 가슴이 저려드시였다. 그러나 가까스로 참으면서 말씀을 받으시였다.

《그렇습니다. 김책동지의 경우에도 신념과 의리에서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높은 경지에 오른 공산주의자였습니다.》

《김책이 그립소. 이번 회의까지 치르고보니 더욱더 김책이와 같은 전우가 그리워진단 말이요. 하긴 김책만이 아니지. 차광수, 김혁… 리광, 량성룡… 오중흡, 마동희… 안길, 강건, 최춘국 그들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가. 그들중 단 몇사람이라도 말이지…》

뭇별처럼 총총히 떠오르는 전우들의 얼굴이였다.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다가 문득 낯색을 달리하며 말씀하시였다.

《아! 진작 내가 말한다던걸 잊은것이 하나 있소. 생각났을 때 말해두어야지.

작년 언젠가 나하구 같이 대성산을 돌아본적이 있었지. 그때 먼저 간 동무들이 그 안골짜기에도 얼마간 있고 또 전국각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걸 어데 한군데 모이게 하자고 하잖았나. 그걸 곧 착수하도록 하자구. 왜 그런지 날이 갈수록 옛전우들이 더 그리워져. 번영하는 조국을 잘 볼수 있게 높은데 자리를 잡아야지. 그러자면 역시 대성산이 좋을것 같구만. 그중 높은 언덕에 품을 들여서 릉을 잘 세워주자구. 우리 평양을 한눈으로 바라볼수 있게 말이요. 그건 그렇고 하던 말을 계속하기요…

내 요새 인생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니까 사람에게서 제일 무서운것은 량심이 없는것이요. 량심을 버린자는 벌써 인간이 아니며 혁명가라고 볼수 없소. 량심이 없으면 자기 지조를 버리고 변절을 식은죽먹기로 하게 되오. 그러고보면 배신자들은 우리에게만 있는것이 아니라 다른 당에도 있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요새 우리 당의 형편보다도 국제공산주의운동에 대해 무척 걱정을 하고있소. 특히 쏘련당이 맘이 놓이지 않아. 몇번 회의에 가서 만나보기도 했고 그후에 나오는 자료를 보면 그냥 이대로 나가다가는 아무래도 크게 재구를 칠것 같아. 흐루쑈브는 사람이 허장성세가 많고 또 인간으로서 솔직하지도 못했소. 우리가 최창익, 박창옥도당을 청산한후에 쏘련당에서 우리에 대한 간섭이 있지 않았나. 그후에 흐루쑈브를 만났는데 솔직하게 잘못했노라고 한마디 하면 되겠는데 나를 만나자마자 미꼬얀 그 사람이 시키지도 않은 미친짓을 하며 돌아다녔다고 욕설을 퍼붓더란 말이요. 내 그때 당신은 총비서자격은 고사하고 인간으로서도 덜 됐소 하고 속으로 비웃었소. 그래 몇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었지만 면담을 대강하고말았더랬소. 그후에 쏘련당이 놀아나는 꼴을 보면 이게 도대체 공산당이 하는짓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요. 솔직히 말하면 쏘련당은 지금 악성종양에 걸려있소. 흐루쑈브가 제거된 이후에도 수정주의는 그대로 계속되고있으니까. 지금은 별일 없는것 같은데 이제 곧 말기증상이 나타날거요. 당의 로선과 정책은 이랬다저랬다 하고 비틀거리지, 제국주의자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이르는곳마다에서 양보에 양보가 거듭되지, 계급투쟁과 프로독재를 포기하고 국제주의는 집어던진지 오래고… 그건 그렇고 그동안 100년사상사총화는 어느 정도에 이르렀나?》

《계속하고있습니다. 한 1년 남짓한 기간 기본문제들은 대체로 론의하고 이제는 기본적으로…》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에 대해서도 이미 말씀드릴 준비가 되여있었다. 그의 알맹이는 우리가 들고나가고있는 주체사상이 론의할 여지없이 옳다는것과 현재 국제공산주의운동안에서 일어나고있는 이러저러한 편향들은 좌우경기회주의자들이 사상리론면에서 혼란을 가져온 후과라고 말씀올리였다.

그리고 나중에 신랄한 표현으로 끝을 맺으시였다.

《지금 쏘련공산당은 제국주의자들의 책략에 맞추어 춤을 추고있습니다. 그것은 <까리브해위기>, <바크보만위기>등에서 나타났습니다. 그 양보가운데서 제일 큰 양보는 제국주의가 과거보다 리성적이고 양순해졌다는 사상적양보입니다. 그러면서 한편 쓰딸린을 미친듯이 헐뜯고있습니다.》

일단 말씀을 끝내면서 그이께서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도 쓰겁게 웃으시였다.

《방향이 뚜렷이 선다니까 좋은 일이요. 사실상 맑스나 레닌을 놓고보면 그들은 모두 리상을 앞세운 락관주의자들이였소. 왜 그런고 하니 그들은 프로레타리아혁명과정이 순탄할것으로만 보았던것이요. 하긴 그때는 혁명에 대한 신심과 긍지가 무엇보다 중요했고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혁명의 우여곡절에 대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고 또 그것을 전면에 내걸수도 없는 때였으니까. 그러니 우리는 누구의 본을 따거나 남이 찍어놓은 발자국을 골라짚으며 나갈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해나가야 돼.》

《말씀의 뜻을 알겠습니다.》

《이제는 당안에 온갖 병을 일으키는 종파주의나 수정주의, 사대주의 잡균을 다 소멸해버렸으니까 차츰 건강해질거요. 당이라는 심장이 박동하면 온몸에 깨끗한 피를 보내게 될거란 말이요. 아무때고 우리는 대사변을 한판 겪어야 하니까. 그러자면 당이 강해야 하오, 당!》

《당을 강화해야 한다는것은 론의할 여지가 없을것 같습니다. 제가 보건대 쓰딸린이 도이췰란드를 어떻게 타승할수 있었는가 하는겁니다. 공산당을 위주로 군대를 동시에 장악한것이 그를 승자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렇소. 당을 강화해야 하오, 무조건.》

《저는 요새 이런것을 하나 생각해보고있습니다.》

《어서 말하오.》

이야기에 심취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구두가 잠길만치 물가에 나섰다가 한걸음 비켜서시였다.

《이전에 나왔던 조선공산당이 3년만에 국제당에서 제명되지 않았습니까.》

《그렇소. 그것은 사실이요.》

《그것은 우리 조선공산주의자들의 수치인 동시에 우리 민족의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이지. 나는 당시 국제당의 처사에 대해서 의견이 노상 없은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오죽했으면 국제당에서 제명하는데까지 이르게 되였겠는가. 결국 파쟁놀음이 당을 망치고 혁명을 망쳤지. 그것을 보면 우리가 당한것처럼 요새 각 나라 당에서 큰 진통을 겪고있소. 당이 두개, 세개로 쪼개지는것을 보게 되오. 참으로 비극이지. 이것은 비오기전 우뢰와 비슷한것이라고 보아야지.》

《그렇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저는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 당을 진정한 의미에서 주체형의 당으로 건설해서 28년도 수치를 우리 대에 와서 완전히 씻어버리자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열정적으로 말씀을 끝내시였다.

《옳은 말이요. 결국 28년도의 락제생을 오늘에 와서 최우등생으로 만들겠다는것이지.》

김일성동지께서도 두손을 들어 흔드시였다.

《오늘은 내가 혁명을 해오다가 제일 통쾌한 말을 듣게 되는구만. 대찬성이요. 28년도에 제명당했던 조선공산주의자들이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공산당의 본보기가 되고 국제공산주의운동에서 돌격대가 되면 혁명을 한 보람이 있을거요. 그것은 필요한거구 또 능히 가능한거요. 그렇게 하기요. 그러니 조선로동당이란 함선은 이제야 영명하고 대담한 타수를 만난셈이요. 이제는 어떤 풍파도 이겨내고 목적지에 무사히 가닿게 될거란 말이요. 아주 통쾌하오, 통쾌해!…》

그때 난데없는 어린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였다. 모래판에 잇닿은 나지막한 둔덕에 들쭉밭으로 통하는 오솔길이 나있었는데 그쪽에서 나는것 같았다. 별로 사람들 래왕이 없는곳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먼저 언덕에 올라서시였다. 서너살 났을가한 사내애가 주먹으로 눈을 비비며 비척비척 걸어오는것이 보이였다. 깡충한 반바지에 줄무늬 샤쯔를 입고 야외용 물병을 어깨에 멘것을 보면 어데서 온 휴양생네 아이같았다. 앞에서 문득 사람을 발견하게 되자 울던 아이는 울음을 뚝 그치고 걸음을 멈추는것이였다. 분명히 길을 잃은 아이가 틀림없었다.

《오! 너냐. 어서 오너라.》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주 나가면서 손짓을 하시였다. 아이는 잠간 망설이는것 같더니 두팔을 벌리고 달려와 안기였다.

《왜 우나요. 어머니 잃었나요?》

《엄마 어디 갔어.》

가슴에 안긴 아이는 손을 들어 숲속을 가리키며 또 울먹울먹해진다.

《이제 온다. 우지 마. 용한 아이도 우나. 그렇지?》

알아들었는지 어쩐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에 달린 물병을 들어올린다.

그러는 사이에 김일성동지께서 그리로 다가서시였다.

《오, 멀끔하게 잘 생긴 녀석이 길을 잃다니.》

그이께서는 수건을 꺼내여 눈물, 코물이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주시였다. 그러자 그 엉뚱한 아이는 비위좋게 팔을 벌려 수령님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이께서는 아이를 받아안고 말을 시켜보시였다.

《이름이 뭐나요.》

《길나미.》

《오, 길남이》

《아니 박길나미.》

《그래. 박길남이.》

《몇살이나요?》

아이는 머루알같은 눈을 대룩대룩 굴리다가 마침내 생각이 났던지 엄지손가락을 하나 굽히고 그밖의 네손가락을 펴보인다.

《요렇게.》

《오 그러니 네살인게구나. 참 똑똑한데. 그래 아버지는 뭘하나요?》

《아버지? 이거 빵 빵!》

아이는 두손으로 무엇을 돌리는 시늉을 하였다. 그게 무엇일가 생각해보시는데 김정일동지께서 《운전수구나.》 하고 물으시였다.

그러자 사내애는 고개를 까딱이며 방긋 웃었다. 잴잴거리는것이 재미있어 계속 말을 시키는데 나이에 비해서는 모르는것이 없고 말을 잘하였다. 셈세기도 할줄 알고 《내가 입은 저고리 색동저고리》 노래도 할줄 알았다.

그때 숲속에서 《길남아! 길남아!》 하는 녀인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그러자 한순간에 마음이 풀린 어린애는 땅에 내리겠다고 몸부림을 쳤다. 녀인은 이쪽을 바라보더니 머리수건을 날리며 달려오는것이였다.

아이는 달려가고 어머니는 마주오고 하여 잠간사이에 그 거리가 가까와졌다. 그런데 웬일인지 길남이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더니 이쪽으로 달려오는것이였다. 아이는 술래잡기라도 하는것처럼 깔깔거리며 정신없이 다가온다. 이쪽에 거의 오게 되자 아이는 더 속도를 내여 금방 엎어질것처럼 삐뚝삐뚝 하였다. 그렇게 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엎어질라.》 하면서 맞받아나가 늬큼 들어안으시였다.

길남이는 어머니를 골려준것이 장해져서 그런지 손발을 버둥거리며 깔깔 거리고있다.

녀인은 애꾸러기 아이를 붙잡으려고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한댓걸음앞에서 태옆이 풀린 인형처럼 스르르 멈춰섰다.

《아니…》

너무나 놀란 녀인은 손에 들었던 머리수건을 땅에 떨어뜨리며 신음소리 비슷하게 탄성을 질렀다. 한참동안이나 서있던 녀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수령님!》

입새로 겨우 한마디 흘리였을뿐 더 말을 잇지 못하고있다.

너무나도 뜻밖이였다. 이런 숲속에서 그것도 아이를 찾다가 녀인은 자기가 어떤 환각에 잠긴것이 아닌가 하는 모양이였다.

녀인은 어떻게 처신했으면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

《얘 길남아! 그럼 못써, 여기루 와. 저 옷, 옷이 어지러워져.》

녀인은 한참만에야 아이를 받아안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팔을 벌리며 다가섰다.

그러자 길남이는 수령님의 목을 꼭 그러안고 발을 버둥거리며 좋아서 야단이다.

《야, 그럼 안된대두.》

그러거나말거나 길남이는 수령님의 볼을 쓸어보고 귀를 만져보기도 하면서 놀자고든다.

《참 야때문에 애를 먹습니다. 가족휴양을 왔는데 들쭉따러 가자고 야단을 해서 데리고 왔더니 잠간사이에 온데간데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 얘아버지는 저쪽으로 가고 나는 이쪽을 헤매는데 글쎄…》

《얘 아버지직장이 어덴데요?》

김정일동지께서 웃으며 물으시였다.

《무산광산에서 중량차운전을 합니다.》

《아! 그래요. 거 매우 중요한 일을 합니다.》

《오래간만에 백두산구경을 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어른들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는것을 보니 더욱더 응석부리고싶은 생각이 났던지 길남이는 수령님의 얼굴을 찬찬히 익혀보면서 해죽해죽 웃고있다.

《길남아, 이리 온. 엄마 이젠 가야 돼.》

《아니 나 더 놀래.》

《그럼 못써.》

녀인은 너무 난처해져서 아이를 향해 들어올린 손이 부들부들 떨기까지 한다.

《엄마, 나 다 안다.》

《뭘 아니? 얘야.》

녀인은 아이의 허리를 붙잡자고 하였다. 그때 아이는 《우리 집에 아버지김일성원수님 사진 있지. 나 봤다.》

《아유, 이 비위데기야.》

《하 하 하.》

김일성동지께서 고개를 제치며 웃음을 터치시였다.

《그러니 너는 구면이라 그 소리구나. 이놈 이거 대장감이야.》

그이의 웃음소리가 숲의 고요를 흔들었다. 녀인과 어린아이 그리고 수령님의 정이 한데 어울렸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시였다.

아! 여기에 인간의 미가 한껏 풍기는 모든것이 다 있는것이 아닌가. 처음 보는 사람, 그러면서도 이미 다 알고있는 구면, 철부지 아이, 무산광산의 녀인 그리고 수령님!

어데가나 정답게 이야기할수 있는곳 그리고 서로 쳐다보면 잘 알수 있는 한집안식구들, 녀인은 아이를 안더니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우연히 맞다들린 하나의 생활세부가 이토록 큰 충격을 가져온 환희로 해서 가슴이 부풀어오름을 느끼시였다.

《우리 집에 아버지김일성원수님 사진 있지. 나 봤다.》

어린넋에 깊이 새겨진 인상이 이제 한생토록 간직되여 기회가 있을적마다 그애한테 환기될것이다.

한편 김일성동지께서는 또 그이대로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아득한 옛일이 상기되시였다.

1938년인가 그무렵 어느 겨울날밤 눈이 내리였다.

대오는 흘러가는데 어느 한 산골짜기에서 두 어린아이를 만난적이 있었다. 하나는 일곱살, 다른 하나는 그아래 네살, 바로 오늘 길남이와 같은 사내애였다. 《토벌》에 아버지, 어머니를 다 잃고 어데론가 간다는것이다. 어데 무엇하러 가는가고 하니 일본놈들이 우리 아버지, 어머니를 다 죽였다고 김일성장군님한테 대주러 간다고 하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그애 이름은 《처어리》라고 하였다.

《길나미》와 같은 식이다.

그래 숙영하기로 되여이던 대오는 야간행군을 계속하기로 했었다. 그리하여 하루빨리 이 어린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조국으로 나가자고 하였다.

그밤의 그 철이와 오늘의 이 길남이나 다를바가 없다. 길남이의 그 머루알같은 눈동자에 이 나라 민족의 운명이 비껴있었던것이다.

어른들이 며칠을 두고 해도 못다할 많고많은 그 말을 길남이는《사진봤다, 안다.》그것으로 표현한것이다. 그 한마디 말속에 우리 인민의 념원이 깃들어있고 한없는 기대가 실려있는것이다. 방안의 초상화를 무시로 쳐다보며 그들이 바라는것이 과연 무엇일가? 그렇다! 당장에는 조국통일, 전체 우리 인민이 착취없고 압박없이 화목하게 잘사는 륭성하는 사회주의조국 그것일것이다. 그것을 위하여 쉬임없이 가고 또 가자…

두분께서는 숲속길을 계속 걸으시였다. 가슴이 짜릿하면서도 긍지가 샘솟는 사색속에 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언제나 싱그러운 기운을 풍겨주는 한여름의 숲인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깔나무 우듬지를 올려다보면서 팔을 벌려 크게 숨을 쉬시였다. 그러면서 말씀하시였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 말이 옳은것 같아. 난 숲에 들어서야 기분이 맑아지고 생각도 잘 떠오르거든. 그리고 힘도 생기구. 더구나 백두산 여기에 오면 신심이 생기구 담이 커지는것이 알려!》

혼자소리처럼 하시는 이 말씀에서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단히 장쾌하고 심오한 철학적령감을 받아안으시였다. 그리하여 그이께서는 한걸음 다가서며 말씀하시였다.

《저는 숲과 동시에 저 푸른 하늘입니다. 어머니의 등에 업혀다니면서 늘 제가 보아온 하늘은 좁다란 댕기오리같은것이 아니면 손바닥만한 하늘이였습니다. 나무가지사이로 또 산과 산이 올리솟은 그 짬으로 약간 트인 좁다란 하늘뿐이였습니다.

그러다가 혹시 령마루에 올라서는 때면 넓디넓은 하늘이 머리우에 펼쳐집니다. 그러면 하늘로 날아오르고싶은 생각이 들군했습니다. 저는 노을이 비낀 하늘을 바라보느라면 언제나 사색에 날개가 돋습니다.》

《백두산마루에서 태여난 사람이 하늘이 그립다. 하하하.》

김일성동지께서는 팔을 활짝 벌리며 웃으시였다.

숲속에 깊이 가라앉았던 정적이 갑자기 느물느물 물결치기 시작하였다.

얼마간 또 걸어서 활짝 트인 둔덕에 올라섰다.

《저기 백두산이 보이누만.》

김일성동지께서는 손을 들어 가리키면서 큰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두분께서는 동쪽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천리수해의 하늘에 거대한 기폭처럼 아침노을이 찬란하게 빛을 뿌리였다. 주위는 온통 붉게 물들었다.

백두산정도 노을에 불타고있었다.

《날씨가 좋을것 같은데 오늘 같이 올라가보기요.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넓은 하늘을 보게 될거요.》

《그게 좋겠습니다.》

백두산!…

아무리 훌륭한 필치로 묘사해보았대야 한마디 말로 불러보는 의미를 도저히 당해낼수 없는 대자연의 거상.

그것은 벌써 가슴속으로 한걸음한걸음 다가오고있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부고]노길남 박사
노길남 박사 추모관
조선문학예술
조선중앙TV
추천홈페이지
우리민족끼리
자주시보
사람일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한겨레
경향신문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
재카나다동포연합
오마이뉴스
재중조선인총련합회
재오스트랄리아동포전국연합회
통일부


Copyright (c)1999-2024 MinJok-TongShin / E-mail : minjoktongshin@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