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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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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3-21 17:05 조회3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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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해질녘.

허담은 혜산려관에 숙소를 정하였다. 트렁크를 들여놓고 작업복차림을 하고나섰다.

공사가 채 끝나기전에 주변정리로 흙이라도 한삽 떠옮기려고 결심한것이다. 그런데 괘궁정언덕에 올라서자 그는 놀라게 되였다.

얼마나 크고 엄청난 변화에 직면했는가? 수십만이 살고있다는 도소재지가 한해가 되나마나한 사이에 완전히 면모가 달라졌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이쪽은 혜산, 강건너는 장백땅인데 아래로 차츰 내려가면서 무연하게 펼쳐진 버덩에 기다랗게 거리가 형성되였었다. 하던것이 이제와서는 거리가 통채로 한계단 높은데로 훌쩍 옮겨앉았던것이다. 옛날 국경경비에서 하나의 거점으로 되여있던 여기에 괘궁정이라는 정각을 하나 세웠다. 글자풀이를 하면 걸괘자에 활궁자인데 언제나 싸움준비가 되여있다는 뜻으로 전해지고있다. 이전에는 느티나무들이 몇그루 여기저기 서있었고 그사이로 지름길이 몇가닥 감겨돌아갔을뿐인 한적한 언덕이였다. 여기에서는 온 시내를 한눈으로 내려다볼수 있었다. 참으로 장쾌한 변화가 아닐수 없었다.

허담은 먼저 기념탑건설지휘부에 들렸다. 설명을 들어보아도 그렇고 직접 살펴본데 의하더라도 작업을 도울만한데는 어데도 눈에 띄우지 않았다. 공사는 다 끝나고 하늘높이 솟아오른 기념탑에는 백포를 씌워놓았다. 교양마당이라고 하는데도 포장작업이 다 끝나고 자갈판들까지 눈이 부실 정도로 말끔히 세척되여있었다.

《부상동지! 성의는 알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시다싶이 작업은 이미 다 끝났습니다.》 안내원이 손을 들어 가리키면서 하는 말이였다.

《하아, 놀라운 광경입니다. 정말!》

허담은 근시경이 번뜩이는 얼굴을 들어 기념탑뒤로 뉘엿뉘엿 져가고있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감탄하였다.

저녁을 먹고나서 허담은 다시 건설지휘부에 나갔다. 혹시 밤에라도 그 어떤 일감을 찾아낼수 있지 않겠는가 해서였다. 조각단이 자리잡은 가설건물을 향해 다가가는데 앞에서 오던 웬 군인이 걸음을 멈추고 손짓을 하는것이였다.

《그게 허부상동무가 아니요?》

《네?》

그 사람은 오백룡이였다. 오백룡은 손끝으로 군모채양을 밀어올리더니 급히 다가오며 반가와하였다.

《하아, 이렇게 만났군요. 나는 행사 당일에나 혹시 나타나지 않겠는가 했는데 벌써…》

《벌써라니요, 죄송합니다.》

지난 3월 어느날 중앙당회의실에서 만났을 때 오백룡은 《우리가 혜산에 세우는 조각상때문에 제기한것 있잖습니까. 그게 바로 해결되는것 같습니다. 나는 다 끝날 때까지 현장에 나가 지키고있을 작정입니다.》 라고 했던것이다. 그후 허담은 인차 해외출장을 떠났었다.

《그래 어떻습니까?》

허담은 오백룡의 령장을 여겨보며 말하였다.

《잘되고있지요.》

《다행입니다. 투사아바이들의 노력이 컸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말 마시오. 대외사업이 바쁘다는건 우리가 잘 압니다. 여기는 15차 전원회의가 있은 담부터는 중앙당에서 직접 틀고 앉았으니까 일이 잘됩니다. 그래 선전부 전상환부부장을 만나보았습니까?》

《전상환부부장이라구요?》

《그러문요. 벌써 거의 보름가까이 나와있지요.》

허담은 불현듯 전상환이와 어성버성했던, 지어 절교까지 하려던 지난일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전상환부부장은 여기에 내려온 첫날부터 현장에 거의 붙어있으면서 자리를 뜨지 않지요.》

이밖에도 오백룡은 전상환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는동안 어느덧 그들은 백포를 내리드리운 기념탑앞머리에 이르게 되였다.

적위대복차림의 경비원에게 물었다.

《전상환부부장이 어데 있소?》

《저기 저 기단밑에 있습니다.》

오백룡은 기념탑앞머리쪽으로 걸어나갔다.

《전부부장 계시오?》

큰소리로 부르면서 백포 한쪽귀를 들어올리였다. 안쪽에서 《누구요?》 하는 거쉰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왔소, 오백룡이.》

《왜 그럽니까?》

《평양서 손님이 왔소. 외무성 허부상말이요.》

《허부상말입니까?》

오백룡은 허담의 등을 떠밀며 기념탑기단이 보이는데까지 몇걸음 앞으로 들어갔다.

그때에야 전상환은 허담한테로 몸을 돌리였다.

허담이 전상환의 앞으로 다가서며 말없이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들은 한참이나 서로 손을 놓지 못했다. 그것은 천만마디의 말을 대신하고도 남는것이였다.

허담은 뿌옇게 흐려진 안경을 거쳐 전상환을 바라보았다. 전상환의 눈에서도 불빛에 이슬이 번쩍이는것을 분명히 볼수 있었다.

허담이 말했다.

《왜 이렇게 밤늦게까지…》

《오늘같은날 방안에서 편안히 잠을 잘수야 없지 않습니까.》

《나도 같은 심정이여서 이렇게…》

제막식을 앞둔 이날밤, 세사람은 오래도록 거기서 떠나지 못하고있었다.

수령님의 영상을 모신 동상을 지켜 력사의 이밤을 지새우고싶은것이다.

하늘에는 달빛이 흐르고 저아래 압록강기슭에서는 30년전 그날의 사연을 이야기하듯 여울물소리가 주절대며 끝없이 들려오고있었다.

×

6월4일 아침.

력사기록에 의하면 벌써 1,000여년전부터 백두산기슭의 서남쪽에 위치한 이 혜산땅에 인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이 형성되고 지명이 생긴것도 벌써 500여년, 그때로부터 세월이 흘러 지금에는 몇십만의 인구를 가진 도시로 되였다. 하지만 혁명의 수도 평양을 제외한 그 어느 도시에서도 이날 여기 혜산에서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또한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격앙된 감정으로 끓어번져본적이 없었다.

날이 밝기전부터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아이, 어른, 늙은이, 부녀자 할것없이 모두 떨쳐나섰다. 대개는 공장이나 광산, 농장, 림산사업소 등으로 대렬을 지었지만 그렇지 않고 저절로 흘러드는 사람도 그 수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였다.

기념탑정면에 주석단이 꾸려지고 그앞으로 대렬이 들어섰다. 대렬을 짓지 못한 군중들은 백암방면으로 넘어가는 경사진 산턱에 올랐다. 강건너 장백에서도 사람들이 하얗게 나와 건너다 보았다.

보천보로 통하는 대도로에는 조선인민군열병대렬이 정렬해있었고 거리로 통하는 한길에는 시위용가장물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혁명가요를 울리던 고성기가 잠시동안 침묵하고있더니 문득 환영곡이 터져올랐다.

일제히 주석단을 향해 박수를 치면서 발돋음을 하였다.

주석단에는 김일부수상을 비롯한 당과 국가의 지도간부들이 등장하였다.

바로 이 시각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평남도 개천지구의 현지지도를 위한 로상에 계시였다.

초대석 한가운데 서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처음에는 바다처럼 설레이는 군중을, 그다음에는 축포가 터져오르는 하늘을 또 그다음에는 초대석 좌우를 둘러보시였다. 오른쪽에는 오진우와 오백룡 등 군사지휘관들이 서있었는데 누렇게 보이는 장령견장이 시선을 끌었다. 오백룡의 옆에는 근시경을 낀 허담이 서있었다. 왼쪽에는 전상환이 보이였고 그다음에는 중앙기관간부들과 외국손님들이 눈에 띠였다. 사회자의 발언에 이어 김일부수상의 제막사가 있었고 뒤이어 백포가 벗겨지기 시작하였다.

하늘중천에 석재로 된 붉은기가 찬란히 빛을 뿌리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하늘이 진동하는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그렇게도 보고싶고 그리웠던 항일혁명투쟁시기의 수령님의 모습이 나타났던것이다. 순간 《만세!》의 우렁찬 환호가 하늘땅을 진감했다.

그 순간이였다. 옆에 섰던 허담이와 오백룡이 약속이나 한것처럼 동시에 와락 달려들어 김정일동지의 팔을 붙잡았다.

《고맙습니다.》 오백룡이 웨친데 뒤이어 허담이 《끝내 이렇게 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분위기가 좀 이상해지자 옆에 섰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쏠리였지만 항일투사이며 현역장령인 오백룡이와 이름있는 외무성 책임일군인 허담이 왜 그렇게 남다른 몸가짐을 보이고있는지 그 사연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좌우에 갈라선 두사람의 등을 떠밀면서 손을 들어 가리키시였다.

《저걸 보시오, 저걸!》

때마침 백포가 완전히 미끄러져내려 조각군상이 전모를 드러내놓게 되였다.

조국진군의 맨 선두에 서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한쪽손에 망원경을 드시였고 다른손에는 모자를 벗어쥐시였다. 바야흐로 높고 험준한 령을 힘겹게 넘어서서 아득히 펼쳐진 조국강산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것 같았다. 뒤에는 총을 비껴든 유격대원, 원호물자를 한짐진 농사군아바이,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리고 따라가는 소년… 무려 60여명에 달한다는 군상은 6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여있다는데 통털어 이것은 당시 항일전선에 떨쳐난 조선인민의 전형적모습을 집약시켜 내놓은것으로 되였다.

사상예술적으로 높이 승화된 이 조각상은 김정일동지의 심금을 사정없이 울려놓았고 그것으로 해서 그이께서 펼치시는 상상의 나래는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예였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 곤장덕에서 내려오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림천가에 서있는 황철나무밑에서 진격의 신호총을 울리시였다. 조선의 넋은 살아있다, 조선의 정신은 살아있다라고 온 세상에 선포한 총소리였다.

지금 그 대오가 계속 진군을 다그치고있는듯싶다. 보천보에서 8.15해방을 맞는 평양공설운동장으로, 그다음에는 미제를 타승한 전승의 열병식광장으로그리고 앞으로 있게 될 조국통일의 단상에 수령님을 모시는 그날로 이어지게 될것이다.

지금 환호성을 울리는 흥분된 군인들, 군중들 가운데는 항일투사들도 있고 락동강을 건너온 전사들도 있을것이였다.

오백룡이 갑자기 터져오르는 사나이의 오열을 참을수 없어 얼굴을 싸 쥐였다.

이때 또하나의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허담이 전상환에게로 가더니 그를 덥석 그러안았던것이였다. 전상환이도 허담을 그러안고 한덩어리가 되였다. 오랜 세월 헤여졌다가 다시 만난 벗들처럼…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관계 그리고 지금 이 시각에 두사람이 어째서 저렇듯 격동과 환희에 도취되여있는지 잘 알고계시였다. 그리고 또 그이께서는 오늘과 같은날이 오기를 그토록 바라고계시였던것이다.

열병식에 뒤이어 군중들의 시위행진이 있었다.

가장물과 함께 기관, 기업소, 협동단체 행렬이 주석단앞을 지나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쉴새없이 박수를 치면서 대하처럼 흐르는 군중들을 바라보시였다.

여기 이 마당에 하나의 기념탑이 서고 이 나라, 이 민족을 대표하는 수십만의 군중이 모이였다. 그것을 놓고 하나의 사상을 도출해낼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수령과 인민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혁명이라는 이를데없이 복잡하고 준엄처절한 개념속에서 단순명백한 하나의 진리가 더욱 뚜렷이 부각된다.

(수령, 그렇다. 모든것이 여기서 시작되고 여기서 신념과 의리와 량심이 나오고 구경에는 당의 무기인 단결이 이루어져 모든것을 성취할수 있게 되는것이다. 수령과 인민의 혼연일체…)

불현듯 쟈까르따의 부두가를 거닐던 그밤을 상기하게 되시였다. 그다음에는 베이징, 모스크바, 와르샤와 등 수령님을 우러러 보내는 환희와 흠모의 열광적장면들이 련달아 떠올랐다.

그이께서는 허담의 귀에 대고 말씀하시였다.

《쟈까르따생각이 나지 않습니까? 그때의 열광적인 환호가…》

허담은 인차 말씀의 뜻을 몰라하는것 같더니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하였다.

《여기에다 대겠습니까? 그건 아득히 먼데서 울리는 하나의 지진파와 같은것이였지요. 지진파는 진원의 세기에 비례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오늘의 이 감격은 세계와 세기를 울리는 진동이라고 봅니다.》

《옳습니다.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한번 만면에 웃음을 지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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