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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22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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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7-04 08:56 조회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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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22 회)

9 장

…그 구름은 분명히 적란운이였다. 번개를 띤 그 구름속에 들어가면 비행기는 폭파될것이였다. 운학이는 자연이 주는 이 도움을 고맙게 생각하였다. 모름지기 도하수송대의 지휘관인 공병과장도 군사부사단장도 그렇게 생각했을것이였다.

비구름이다. 얼마나 고마운가, 적기는 못올테니 어서 가자, 남한강으로! 패잔병들의 먼 총질에는 외눈도 돌리지 않았다.

《항공!》과 《음페!》구령이 떨어졌을 때는 이미 적기들은 그들의 머리우에 나타났다. 무수한 까만 점들이 삽시에 십자가의 형태로 변했다. 따르락! 그 소리는 신호였다. 달리던 자동차가 훌 들리고 눈앞에 번개가 번쩍였다. 림운학은 운전칸지붕에 머리를 짓쪼으며 차에서 굴러내렸다. 화약내를 떠실은 폭풍이 그를 떠실어 몇메터가량 뿌려던졌다. 온몸이 지근지근 쏘고 눈앞이 캄캄했다. 눈을 뜰수 없었다. 손바닥으로 땅을 더듬었다. 돌멩이, 따끈따끈한 쇠쪼각이 잡혔다. 파편인가 아니면 부서진 자동차의 잔해인가, 나무와 뼁끼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귀청을 긁어대며 급강하하는 적기의 비행을, 기관총사격과 동시에 일어나는 폭탄의 폭발, 땅은 지진을 만난듯 떨었다. 흙비가 돌덩이와 함께 그의 어깨며 잔등을 두들겼다. 운학은 군관학교 강실에서 배운대로 될수 있으면 배를 땅에 붙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가까운곳에서 폭탄이 터질 때마다 밀어쳐오는 폭풍과 땅의 진동에 그는 몇번이나 태질을 당하였다.

(이렇게 죽는가.)

그는 폭격의 중심권에서 헤여나가려고 했으나 첫 폭발에 눈이 상했는지 아무것도 분간할수 없었다. 눈은 불맞은것처럼 따끔거렸다.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보았다. 흙부스레기와 껍진한 진흙이 매달려있었다. 와락 긁어내렸다. 눈물이 솟구치며 캄캄한 밤중에 별빛이 흘러드는 창문을 보았을 때처럼 주위가 희스름한 빛속에 안겨왔다.

(눈에 흙이 들어갔구나.)

그는 아까 운전칸 창문에서 본 풀어놓은 천필처럼 나타나던 강물을 생각하였다. 폭음과 아우성이 차넘치는 속에서 강의 여울물소리를 귀담아들으려 했다. 그리고 기여갔다. 시원한 강바람과 물비린내를 맡으며 일어나 달렸다. 발길이 물에 닿는 순간 풍덩 물앉으며 두손으로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그것으로 성차지 않자 자맥질하듯 물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두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손으로 눈을 씻었다. 쇠꼬치로 쑤셔대는듯 아파나는것을 참았다. 어린시절 눈앓이를 할 때 소금물사발을 들고나온 어머니가 싫다고 앙탈을 쓰는 그의 머리를 젖내풍기는 가슴에 안고 눈을 씻어주던 일이 불쑥 떠올랐다.

(어머니한테 편지를 써보게 될가.)

숨이 막혀 얼굴을 쳐들자 주변이 한결 밝아졌다. 그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머리우로 허연 배때기를 번쩍이며 적기가 날아지났다. 운학은 다시 물속에 잠겨들었다. 그러기를 몇번…

물속에서 다시 솟구쳐나온 그는 고막이 《앵-》 하고 진동하는것을 느꼈다. 그의 눈앞에는 스산한 광경이 펼쳐졌다. 뽀얀 안개가 자욱히 서린 강녘과 길에는 45포와 76산포를 끌던 말들이 향방없이 달리고 불타는 자동차와 빠롬(경도하창)주변에서 군인들이 뛰여다녔다. 말을 탄 기마수가 사방에 뛰여다니며 뭐라고 소리쳤다. 운학은 적기가 사라져간것을 알고 비칠거리며 강에서 걸어나와 자기가 타고있던 자동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 부서졌구나, 다.)

운학은 몇분동안에 사단의 도하기재와 적지 않은 포와 자동차들이 녹아난 사실앞에 너무 기가 차서 우들우들 몸을 떨었다.

《뭘하고있소?》

그는 박격포탄상자를 메고 걸어오는 한 군인의 힐난에 찬 부르짖음에 정신을 차렸다. 낯모를 포병군관이였다. 그 군관은 비난과 의혹어린 눈길로 보다가 거칠게 말했다.

《짐이 없는 군인들은 직위병종 여하를 불문하고 포탄을 나르게 되였소. 사단장동지의 명령이요.》

이때야 운학은 말을 타고 번개같이 앞뒤로 달리는 군인이 최현 장령임을 알아보았고 불타는 자동차들에 까맣게 달라붙은 군인들이 날라가야 할 《짐》과 《포탄》을 찾으려 한다는것을 알았다.

《빨리 움직이오. 사단장동지가 시퍼렇게 성이 났소. 빨리 맞은편 대안에 넘어가라는거요. 적기가 또 날아올수도 있거든… 너무 슬퍼마오.》

군관은 굳어져 서있는 운학에게 마지막으로 동정조의 말을 남기고 강으로 들어섰다. 그의 뒤를 따라 온통 흙투성이의 군인들이 따랐다. 운학은 저도 모르게 최현장령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현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있었다. 마상에 앉은 그는 불타고있는 경도하창을 보며 동상처럼 굳어져 까딱하지 않았다. 그가 탄 말의 한쪽 허벅다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땀에 번들거리는 말의 궁둥이가 이따금 푸들푸들 경련하듯 떨었다. 운학은 못볼것을 본듯 가슴이 아릿하여 포탄차에로 다가갔다. 운전칸은 뭉청 날아났으나 포탄이 튀지 않은것이 놀라왔다. 그는 기계적으로 상자를 메워주는 한 군인에게서 포탄상자를 받아들었다. 몹시 무거웠다.

그는 경도하창을 가설하기 위해 박아놓은 말뚝에 하마트면 부딪칠번 하였다. 물속에 들어가서는 몇번이고 넘어질번 하였다. 어떤 곳은 물이 목에까지 차올랐다. 대안의 버들숲에까지 이르며 두번이나 물을 먹었다. 여기저기서 옷을 벗고 쥐여짜는 군인들속에 섞여 그도 옷을 벗어 짰다. 옷주머니에 있는 딴딴한 지갑을 감촉하고 군인증과 함께 있는 어머니와 련화의 사진이 못쓰게 되였을것이라는것을 생각했을 때는 다 짜고난 뒤였다.

《…이 상태에서 쳐나갈수 있을가.》

《중포나 싸마호트(자동포)들이 하나도 못건너게 됐으니 야단이지.》

불안스럽게 울리는 말을 들으며 운학은 사단의 전투행동에 엄중한 난관이 생겼음을 깊이 생각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웃쪽 버들숲에 몇명의 지휘관들이 있는것을 보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최현장령이 네명의 자동총수와 함께 강을 건너오는것을 보았다. 최현도 포탄 두개를 옆구리에 끼였다.

여러 군인들이 사단장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한 군인에게 포탄을 넘겨준 최현은 물녘에 넘어져 있는 버드나무통에 주저앉아 장화를 뽑기 시작하였다. 련락병이 그 장화에 손을 대자 최현은 강을 건너오는 군인들을 처염한 눈길로 바라보고있었다.

운학은 불시에 최현장령이 측은해지며 가슴이 저릿해왔다.

오늘 새벽 최현은 그 어느때보다 너그럽고 락천적인 사람이였다.

《애인생각이 나지?… 이제 불이 번쩍나게 가보자.》

련락병에게서 장화를 받아쥔 최현장령은 그것을 꺼꾸로 쳐들었다. 좌르륵- 물이 쏟아져내리였다. 최현은 장화에서 마지막 물방울이 떨어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신었다. 운학은 저도 모르게 그앞에 다가갔다. 그를 본 최현은 이마살을 찌프렸다.

《왜, 우는가?》

《네?!》

운학은 이때야 폭격시에 다친 눈에 피가 졌고 눈물이 계속 내리는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음을 알았다. 좀전에 본 포병군관이 비난과 의혹속에 주시하던것이 자기가 울고있는것으로 알았기때문일것이다. 운학은 애써 웃어보였다.

《폭탄바람에 먼지가 눈에 좀 들어갔습니다.》

손바닥으로 눈굽과 볼을 훔쳤다. 볼가죽이 불에 데인것처럼 뜨끔거렸다. 손바닥에는 눈물과 함께 점점이 피가 묻어났었다. 최현은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군사부사단장과 지휘관들이 있는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서는 무선수가 애처로울 지경의 급한 목소리로 《청천강》을 불러댔다.

잠시후 최현이 운학이를 불렀다.

최현은 손에 종이쪽지를 들고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무선수가 울상이 되여 흙투성이 된 무선기를 분해하고있었다. 운학은 직감적으로 무선기가 고장났음을 알았다.

《말탈줄 알아?》

《못타봤습니다.》

《의정부의 도봉산을 알겠지?》

《압니다.》

《거기에 전방지휘소가 있소. 이제부터 내 말을 똑똑히 기억해두라구.》

최현은 날카로운 눈길로 림운학을 살펴보다가 종이쪽지에 눈길을 떨구었다.

《…포화력기재로 증강된 서울진출부대는 남한강 좌표 20, 23지점에서 적의 항공습격을 받았음.

손실-중도하기재 전부, 포차 8대, 122포 3문, 76포 2문… 자동포 1대… 》

최현은 수자를 부르다 말고 그 종이쪽지를 구겨버렸다. 입귀가 떨리고 눈길이 사납게 번쩍거렸다. 운학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눈에는 면도칼로 도려낸듯이 포탄파편에 잘리워나간 사단장의 장화코숭이가 안겨들었다. 불그스레한 물거품이 그 코숭이를 덮고있었다. 장화굽으로 물매미 한마리가 엉금엉금 기여오르다가는 떨어지고 떨어졌다가는 다시 기여올라갔다. 최현은 그 물매미를 집어 강물에 휙 던져넣고는 한결 침착한 음성으로 계속했다.

《중도하기재의 파괴로 자동포, 포,… 등 중화력기재들과 자동차의 시급한 도하는 불가능하게 되였음. 나의 결심에서 변화된것은 없음. 사단장 최현.

복창하시오.》

《사단장동지!》

《복창하시오.》

운학은 속이 떨렸다. 기계적으로 받아외웠다.

《포화력기재로 증강된 서울진출부대는 북한강 좌표 20, 23지점에서…》

중부회랑으로 이름지어진 춘천-서울방향의 도로에 대한 미5공군전투폭격기들의 맹렬한 폭격은 최현사단의 도하기재를 거의 다 부셔버렸다. 그 도하기재의 파괴는 중포를 비롯한 전투기재의 서울방향으로의 이동을 파탄시킨것이였다. 대담하고 기발한 이 전투행동은 불의에 나타난 60여대의 대폭격기편대의 도로절단작전으로 부득불 지체되지 않을수 없었다.

최현은 이 불의적인 사태를 전방지휘소에 보고하지 않을수 없었다.

《동문 이제 기마정찰수 두명을 데리고 도봉산에 가오. 늦어도 두시간안으로 도착해야겠소. 가서 무선기가 마사졌다는것도 보고하오.》

《사단장동지, 절 여기에 그대로 있게 해주십시오.》

최현은 엄한 눈빛으로 운학이를 쏴보았다. 운학이 머뭇거리자 최현은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이건 명령이야.》

최현의 음성이 부드러워지고 그 눈에 서글픈 미소가 지나갔다.

《게 가야 서울에 빨리 갈수 있어. 우린… 좀 늦었다.》

《사단장동지!》

운학은 열띤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래서가 아닙니다. 전 전… 여기서 이 난관을 함께 헤쳐보고싶습니다. 서울엔 못가도 좋습니다.》

《명령이야. 가서 여기 정황을 그대로 말하라구. 미국것들의 까마귀떼한테 맞아 이 최현이 넙적해있더라는걸… 그러나 청년! 우리가 서울에 못들어가리라는 생각은 집어치워. 문제는 내 계획에서 늦었다는거야. 내 계획에서!》

최현은 절통하게 부르짖었다. 오늘안으로 서울 측방이 아니라 한강 넘어 서울 뒤계선까지 나가볼 욕심이였다.

최현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서 정찰과장을 소리쳐 불렀다.

《이 동무에게 길을 가리켜주게-》

그리고는 어쩔바를 질정 못하는 사람처럼 서성이다가 련락병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내 말을 가져와-》

련락병이 뛰여가더니 다리에 붕대를 동인 불빛말을 끌고 나타났다. 최현은 말고삐를 넘겨잡고 말머리를 쓸어주었다. 말은 코를 벌름거리며 최현의 손바닥에 자꾸 입을 가져갔다. 최현은 말고삐를 운학의 손에 넘겨주었다.

《하루 타봤는데 순한 말이야. 눈치도 빠르고.》

《사단장동지 말이 아닙니까.》

《타고가라구. 이젠 말을 타고다니긴 글렀어.》

운학은 주저주저하다가 말고삐를 잡았다. 이제 최현이와 헤여지면 다시 못만날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쳤다.

《가보라구. 더 할말이 있나?》

《없습니다. 사단장동지, 명령대로 수행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아니, 올 필요는 없어.》

《사단장동지, 이 상태에서 정말 내밀수 있습니까.》

《허허, 이사람 봐라. 우린 옛날에 소총만으로도 몇배나 되는 적과 싸웠어.》

최현은 웃으며 운학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말고삐를 잡은채 강을 건너던 운학은 중복판에서 돌에 미끄러졌다. 간신히 몸을 다잡으며 무심코 돌아본 그는 최현장령이 량손을 허리에 얹은채 자기를 지켜보는것을 보고 눈앞이 부얘졌다.

두명의 기마정찰수와 함께 도봉산을 목표로 길이건 산이건 관계없이 직선으로 내닫던 림운학은 바람재라는 등마루에서 둬개 중대의 전투서렬과 부딪쳤다. 보리밭을 배경으로 움직이던 그 서렬은 운학이네가 가까이 갈 때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한걸음 앞서 달리던 기마정찰수가 말을 끄당겨 멈춰세웠다.

《적입니다.》

《여기엔 적이 없기로 되여있지 않았소?》

운학이 길을 잘못 들었나 주위를 살필 때 그 대렬이 넓게 산개하며 사격을 개시했다. 운학은 뒤에 선 기마정찰수에게 급히 최현장령에게 가 알리라고 한 후 말을 짓쳐몰아 오른쪽으로 에돌아달렸다. 말은 최현의 말대로 무척 령리하였다. 기관총탄이 날아오고 륙공포탄까지 터지자 말은 주인이 고삐를 채기전에 총탄이 적게 미치는 뽕나무밭속으로 뛰여들어 요리조리 나무사이를 에돌며 빠져달렸다. 드디여 적의 사격이 멀어진다고 생각했을 때 초가집이 듬성한 길목에서 또 한패가 나타나 《빨갱이다!》 하고 총질을 하며 쫓아왔다. 총알이 팽팽- 날아가는것에 바빠난 운학이 몸을 수그리는데 말이 푹 꼬꾸라졌고 운학은 호되게 땅에 부딪쳐 딩굴었다.

《생포하라!》

하는 귀따가운 웨침에 운학은 권총을 뽑아들며 훌쩍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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