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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예술

장편소설 전환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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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3-09 18:59 조회3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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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장

천세봉은 중앙당에서 온 전화를 받고 자기 방에서 현관으로 나오고있었다.

무슨 용무라는것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말마디들에서 울려나오는것으로 보아 역시 《안개흐르는 새 언덕》과 관련되여있을것이였다.

그는 차에 앉아 무엇때문일가 하고 같은 생각을 줄곧 반복하고있었다. 원래 약체인데다가 불면증에 시달리다보니 형편없이 몸이 수척해졌다. 얼굴은 더 길어지고 목은 가늘어 힘줄이 드러나보이였다. 차에서 내려 접수실에 들어섰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문학예술부문의 담당일군이 접수에 나와있었다.

《저와 함께 가십시다.》

천세봉은 손가방을 옆에 끼고 그의 뒤를 따라 단풍나무가 서있는 넓다란 정원쪽으로 가다가 본청사현관층계에 올라섰다.

일군은 걸음을 멈추고 옆으로 가까이 다가서며 다정히 그러나 명확히 말하는것이였다.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위원장동무를 만나겠다고 하셨습니다.》

《네?!》

천세봉은 어지간히 놀랐다. 그이앞이라고 한다면 말씀을 올리거나 물음에 대답해야 할 사전준비가 있어야 할것이 아닌가.

일군은 이쪽의 심정을 알수 있다는듯이 말하였다.

《별로 준비는 필요없을것 같습니다. 그저 만나시겠다는것이니까.》

천세봉은 무슨 일인지 예측할수가 없었다. 언제보나 김정일동지의 사색이나 판단 그리고 그 처리와 대책들은 모두 비범하고 독특한것이여서 그것을 사전에 예측한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것이였다.

손기척을 하자 그이께서 문을 열고 나오시였다.

《아, 이거 안됐습니다. 오시느라고 수고했습니다.》라고 하시며 그이께서는 천세봉의 손을 이끌어 안락의자가 놓인데로 데려가시였다.

《사실은 제가 나가야 하는건데 거기는 이야기할만한 조용한데가 없다고 하여 이렇게 되였습니다. 량해하십시오.》

따뜻한 인사의 말을 듣게 된 천세봉은 고개를 숙이며 건강한 모습을 뵙게 되여 기쁘다고 인사를 올리였다.

지금 천세봉의 눈앞에는 지난해 1월 영천에서 뵈옵던 그때보다 훨씬 더 건강해진 그이께서 서계시였다. 천세봉은 옆에 끼고 들어갔던 손가방을 탁자에 놓지 못하고 그냥 안고있었다.

《가방을 여기에 놓고 편안히 앉으십시오.》

그이께서는 담배갑을 들어 권하시였다. 이렇게 되자 같이 들어왔던 일군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목례를 하고 돌아서나가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같이 앉아 이야기합시다. 별다른건 아니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이니까.》라고 하시였다.

일군은 천세봉옆에 자리를 차지하였다.

천세봉은 허리를 꼿꼿이 편 자세로 그이만을 우러러 보고있었다. 부드럽고 자애로운 눈 그리고 진심으로 이편을 존중하고있는 겸허하고 소탈한 몸가짐은 상당한 정도로 불안했던 천세봉의 심정을 대번에 평온하게 만들었다. 마치 풍랑이 심한 바다로부터 잔잔한 호수로 옮겨앉은것과 같다고 할가.

《몸은 작년에 볼 때나 별로 달라진것을 모르겠는데… 건강이 어떻습니까.》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며 다시 담배를 권하시였다. 그래서야 천세봉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담배가치를 뽑아들면서 말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건강이라는건 원래 병다리다보니까 그저 그렇습니다.》

《그러나 실망할것은 없습니다. 차츰 나아질테니까요. 그런데 사냥을 좀 해보았습니까. 지난 겨울에는 기러기와 물오리가 전에 없이 많이 나타났더랬는데요.》

천세봉은 빙긋이 웃음을 지었다. 사냥이야기가 나오고보니 지난해 정월 노루사냥을 하면서 밤을 새우던 생각이 났다. 사냥총을 받던 뜻깊은 일도 떠올랐다.

《사냥말입니까. 마음은 없지 않은데 전혀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그 총을 한번도 써보지 못했겠습니다. 혹시 작품때문에 고민에 빠져있는것이 아닙니까. <안개흐르는 새 언덕>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를 보시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원작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계시였습니다. 그에 대한 교시를 전달받았습니까?》

《전달받았습니다.》 하고 천세봉은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외교를 하거나 무엇을 숨길 필요가 어데 있겠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것때문에 지금 고민을 하고있습니다. 어떻게 그 과오, 그 죄를 씻을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잠을 자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럴테지요.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 심정을 충분히 리해할수 있습니다. 저도 며칠동안 잠을 잘 자지 못했으니까요. 우리 제도하에서는 작품이 출판되면 그것은 곧 작가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우리 당의 작품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오늘 이 시각부터 그 고민을 다 줴버리십시오. 말끔히…》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를 당겨 그앞으로 한걸음 가까이 다가앉으시였다.

《네?!》

천세봉은 고개를 기웃하며 리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나서 말을 보태였다.

《과오를 크게 범하고 어떻게 고민하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그것은 작가로서도 그렇고 인간으로서도…》

《아니, 아닙니다》 하고 그이께서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흔드시였다.

《고민을 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그게 무슨 창작이고 예술이겠습니까. 용기를 내십시오. 제가 오늘 천세봉위원장을 직접 만나는 목적은 고민을 말끔히 씻고 용기를 내도록 권고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뒤소리를 좀 들은것이 있습니다. 위원장자리를 내놓게 된다, 책벌을 받는다 어쩐다 하는 소리가 돌아간다고 합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위원장동무에 대해서 교시가 계셨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이미전부터 작가와 작품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영화를 개작해서 살려낼데 대한 안은 대체적으로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위원장동무는 제가 영천에서 제기한 새로운 혁명문학을 건설할데 대한 대책을 빨리 세우고 그것을 힘있게 내밀어야겠습니다.

창작에서 범한 과오는 창작을 통해서 시정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길이 유일하게 옳은 길입니다. 때문에 창작과정이 곧 혁명화과정으로 되여야 한다고 하는것입니다.》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이고 듣고있던 천세봉은 어느덧 가슴속에 꽛꽛하게 얼어붙었던 얼음덩어리가 스르르 녹아내리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차츰 넘어나서 눈굽을 적시는 모양인지 저도 모르게 손수건으로 코밑을 훔치게 되였다.

천세봉은 자애로운 그이의 시선을 줄곧 쳐다보기만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운채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작가들은 창작을 하면서 누구나 걸작을 만든다는 불같은 욕망과 자기과신에 빠져있기마련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이 다름아닌 창작이고 또 사람이 하는 노릇이기때문에 전혀 과오를 범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바라지 않는것이기는 하지만 창작상과오는 누구에게나 있을수 있는것입니다. 기왕 말이 난김에 참고삼아 한마디하겠습니다. 인민들속에 많은 독자를 가지고있고 사랑을 받고있는 위원장동무가 어떻게 되여 과오를 범하게 되였겠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여 당의 계급로선과 군중로선, 그와 함께 당의 문예정책을 잘 모르는데서 온것입니다. 이를테면 문학에서 정치성을 잘 구현하지 못한것입니다. 가장 선진적이고 혁명적인 우리 로동계급을 우락부락한 왈패로 형상했다든지, 민족주의영향하에 있는 녀성을 적들의 편에 넘어가게 한것이 바로 그런것입니다. 위원장동무도 잘 알고있는것이지만 부르죠아문예문학에서는…》 하고 그이께서는 진지하게 말씀하시였다.

진, 선, 미의 일치를 문학예술평가에서 기본원칙으로 삼고있다. 진실한것, 선한것 그리고 아름다운것의 결합과 조화가 평가의 기준이다. 그러면서 저들은 문학예술은 정치가 완전히 배제된 《순수》한것이라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바로 《순수》라는 이점에 부르죠아문학예술의 반동성과 독소가 있는것이다. 《순수》, 바로 그것을 가지고 저들의 반동성을 교묘하고 그럴듯하게 은페하고있다. 우리는 공개적으로 문학예술에 당성, 로동계급성이 있어야 한다고 선포한다. 전, 선, 미의 조화, 그것은 좋다. 그런데 그밑에 반드시 정치가 깔려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문학이 정치제강으로 되여서는 안된다. 하지만 로동계급의 문학예술은 가장 예리하고 섬세한 정치분야이다.… 로동계급의 주인공을 사람깨나 치며 날치는것으로 형상했으니 그것은 과오이다. 실지 그렇지도 않고 또 그런것이 현실에 있다 해도 그것은 전형이 아니다. 그리고 조선에 공산주의사상이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것으로 하였는데 그것도 역시 사실과 맞지 않는다. 조선에서 맑스-레닌주의가 보급된것은 썩 오래전부터이고 직접적으로는 로씨야 10월혁명의 영향에 의해 이룩되였던것이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하고 그이께서는 약간 동안을 두었다가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씀하시였다. 《그런즉 여기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얻을수 있는가 하는것입니다. 교훈은 문학예술도 당의 령도를 받아야 한다는것, 즉 다시 말해서 수령의 사상과 령도를 떠나서는 진정한 문학예술이 될수 없다는것입니다.

그런데 위원장동무는 본의아니게 수령의 사상과 의도에 어긋나는 작품을 내놓았단 말입니다. 한동안 <안개흐르는 새 언덕>을 보고 각기 제나름으로 좋다 나쁘다 하던 사람들도 수령님의 교시를 전달받고 모두 그것이 옳다고 감탄하고있습니다.

수령님의 사상과 의도는 인민의 지향과 념원을 반영한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정치일군이나 문예창작가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수령님의 사상을 끊임없이 학습하고 체득해야 사업도 옳게 하고 창작도 바로 해날갈수 있는것입니다.》

그이께서는 말씀을 중단하고 고개를 숙이고있는 천세봉을 바라보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과오에 대해서는 이쯤 해두고 새로운 혁명문학건설에 대하여 더 깊이 설명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시였다.

《잘 아시는것처럼 수령님께서는 영천에서 무려 보름이상이나 걸쳐 하루에 보통 3∼4시간, 어떤 때는 5∼6 시간씩 항일혁명투쟁시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말씀가운데에는 창작에 직접 쓰일 소재도 있지만 우리의 문학예술에 구현해야 할 방법과 방식이 다 명시되여있습니다.

저는 그때 일을 상기하게 되면 <고난의 행군>이야기를 듣고나서 위원장동무가 수령님의 그 발을 좀 보여줄수 없겠습니까라고 청을 드렸다는 일화가 떠오르군합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번져가자 벌써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천세봉은 오래동안 그리고 가슴속깊이에까지 파고들었던 불안과 위구 같은것은 말끔히 가시고 흔연한 기분으로 문학담을 나누게까지 되였다. 하여 그는 명랑하게 웃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 되풀이해줄것을 요청하는데까지 이르게 되였다.

《위원장동무는 그때 솔직한 감정이 발도 발이지만 수령님의 심정을 한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고싶었던것이 아닙니까?》

《그때는 감격한 나머지 엉겁결에 그렇게 하였는데 지금 와보면 생각되는바가 많습니다. 외람되기도 하고 또…》

《그러니 제 짐작이 맞았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때마침 더운 차를 들여왔다. 탁자에 각각 접시를 받친 잔이 놓이였다. 차잔에서는 실날같은 김이 서려오르고 향긋한 냄새가 풍기였다.

《왜 그랬겠는가. 그것은 수령님의 혁명 사상과 리론이 너무나 비범하고 독특하며 창조적이여서 세계혁명사상사에서 단연 높은 자리에 솟아 빛나기때문일것입니다.

그 사상과 리론의 높이, 그것을 위한 사색의 깊이… 그것이 어데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알아보고 싶었을것입니다.》

《옳습니다. 이건 정말 신통한 명중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바로 그것이였습니다.》

천세봉은 신기하다 할 정도로 이쪽 심리를 낱낱이 꿰들고있는데 대하여 감탄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창작가들은 환상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진실로 육박해들어가는데 이런 경우에도 그것이 환상이겠는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에 의한것일가 하고 생각해보았다.

《사색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수령님께서 도달한 혁명 사상과 리론은 서재에서 나온것이 아니라 항일의 혈전장에서 나왔습니다. 그것이 바로 주체사상입니다. 때문에 수령님의 풍모를 한마디로 특징짓는다면 사색형의 인간이라고 말할수 있을것입니다. 우리 수령님의 사색은 언제나 온 인류적이고 민족적이며 인민적이고 또한 인간적입니다.》

그이께서는 차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고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수령님의 사색, 그 맨밑바닥에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사랑이 깔려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그것을 표방하고 도용한 사람은 세상에 수없이 많지만 진짜로 인간을 사랑해서 사상과 리론을 짜내고 정책을 작성하고 사회주의정치체제를 만들어놓은분은 우리 수령님뿐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은 인민을 하나로 묶어세우게 하고 그것으로 해서 혁명과 건설에서 기적을 낳게 합니다. 우리에게는 남이 가지지 못한 사람중심의 철학, 주체철학이 있고 그에 기초한 전체인민의 단결, 이것이 있는것입니다. 다음에는 아마 위원장동지가 보고싶었던것은 수령님의 비범한 안목이였을것입니다.

눈! 천리혜안이라는 전설이 생겨난 그 눈말입니다. 세월을 앞질러 멀리 앞을 내다보는 눈!

관찰이 예리하며 지략이 샘솟고 번개치듯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주는 눈.

온 세계와 혁명전반을 한눈으로 굽어보시는 넓은 시야, 창조적이면서 동시에 거시와 미시 세계를 다 갖춘 그 안목일것입니다.

다음에는 열정일것입니다. 무쇠도 녹일만한 열을 내뿜는 심장, 백만대군의 강적앞에서도 눈섭하나 까딱하지 않는 의지와 담력을 지니신 그 위대한 심장을 보고싶었을것입니다. 우리 수령님의 풍모는 모든것에서 그토록 평범하신듯싶으나 실지 그 평범함에 위대성이 깃들어있습니다. 이점이 다른 위인이나 명사들과 구별되는 우리 수령님께서 위대한 점입니다. 위원장동무! 저의 의견을 하나 들어보십시오. 그리고 맞는가 생각해보십시오. 그것이 무엇인가?》

천세봉은 어느덧 마음이 가벼워지고 흔히 농민들이 그런것처럼 어깨가 들썩일만치 흥분되여있었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모든것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는데 습관된 한 작가의 손목을 잡고 리성의 깊은 골짜기로, 때로는 감정이 눈부시게 소용돌고있는 단애와 폭포속으로 끌고 들어가시였다. 변화무쌍한 골짜기마다에서는 서로 다른 경치도 볼수 있고 서로 다른 음향을 들을수 있었다. 창작에 들어서면 욕심이 이만저만이 아닌 천세봉은 큼직한 인간학의 자루에 보물을 하나 가득 채워볼 잡도리를 하였다.

《어서 말씀하십시오.》

《저는 우리 수령님의 그 소박하고 평범한 인민적풍모를 어데서 보았는가. 저는 철이 들어서부터 오늘까지 그것을 매일매일 느끼고있습니다. 항일투사 그 누구를 추억하면서 어느날에는 통강냉이죽을 쑤어놓고 그 당시 전우들을 청해다가 옛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잡숫고있는것을 보았습니다. 또 제가 인민학교에 다닐 때 우리 담임선생이 가정방문을 왔었는데 마당에까지 나가시여 깍듯이 《선생님 수고스럽게 오셨습니다.》 하시며 인사를 하고 손을 잡아 방안에 모셔다가 잘 대접했던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래 작년에 위원장동무가 직접 당한 생생한 일을 놓고 말해보겠습니다. 영천에서 10여일간 항일혁명투쟁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때 위원장동무가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이야기전체를 통해 하나의 문제를 잡아낼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열네살에 압록강을 건느시여 개선하실 때까지 20년간에 보고 듣고 느끼고 당한 그 숱한 이야기가운데서 자기자신에 대한것은 별로 없고 모두 전우들의 이야기, 당시 인민들이 잘 싸운 이야기뿐이였다는 그 점입니다. 수령님께서 제일 꺼려하시는것이 티끝만한것이라도 자신의 자랑이 묻어나가거나 어떤 이야기에 섞이게 되는것이였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천세봉은 만년필을 든채 탄성을 올리였다.

《듣고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김혁이야기, 차광수이야기, 리광이, 김금순이, 한영애, 오중흡, 최희숙, 마동희 하여튼 수백명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수십년이 지난 오늘에도 이름까지 다 기억하고계셨으며 그들의 경력과 그들의 마지막이 어떠했다는것까지 생동하게 다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수령님의 위대성은 바로 그 비상한 기억력과 끝없이 겸허한 그 점에 바탕을 두고있습니다.》 천세봉은 팔을 흔들며 웨치다싶이 하였다.

《위원장동무가 그렇게 알게 되였다니 반갑습니다. 그렇습니다. 평범성과 위대성의 결합, 거기에 우리 수령님의 사상과 풍모의 찬란한 빛이 깃들어있는것입니다. 때문에 수령님의 혁명 사상이나 리론은 리해하기 까다롭고 난해한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어린 학생들은 물론이고 부엌일을 하는 가정부인들에게 말해주어도 인차 알아들을수 있는것이 수령님의 혁명사상이고 우리 당정책입니다.

이쯤해놓고 우리 한번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위원장동무는 작가니까 저의 심정을 충분히 리해하리라고 믿습니다. 까놓고말하면 맑스와 엥겔스는 참으로 위대한분들입니다. 인류사상사에서 처음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사상을 과학화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공산주의리념을 만들어내놓았을뿐이지 자기들이 제기한 사상과 리론의 실체는 창조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레닌도 훌륭한 혁명가입니다. 그는 맑스나 엥겔스가 내놓은 리론에 의하여 력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실체를 이 땅우에 창조해놓았습니다. 그런즉 맑스와 레닌의 공적은 리론과 실천의 어느 한쪽면만을 가지고있을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수령님께서는 주체사상을 창시하시고 그것을 이 땅우에 주체조선이라는 실체를 만들어 놓으시였습니다.

그러니 결국 우리 수령님께서만이 자신의 사상과 리론을 제기하고 그것을 실체화한 공적을 가지고있는것입니다.

우리는 자화자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겸손성이라는 미덕을 지키기 위하여 현실에 있는것을 우정 보지도 않으며 그것을 말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곧 력사의 위조로 되며 바보나 천치들만이 할수 있는짓을 저지르게 될것입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저는 지금도 과장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려는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런것을 글로 적어놓을 가치가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작가들이 붓을 들라고 권고를 하는것입니다.

어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무릇 그 어느 누구건 관계없이 아는 사람은 인류를 괴롭히는 역병이나 재난을 보았거나 반대로 인류를 위해 공헌한 사람을 목격했다면 마땅히 그것을 적어 후대들이 알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렇게 말입니다.

저의 의도를 알만합니까?

위원장동무! 이 정도 말해놓고보면 새로운 혁명문학을 왜 기본으로 내세워야 하는가, 우리 수령님의 령도와 그 업적을 형상하는 문학이 무엇을 내용으로 해야 하는가를 알수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습니다.》

천세봉은 숭엄한 감정에 젖어들었다. 여직까지 아득히 쳐다만보이던 새로운 혁명문학이라는 풍요한 대지의 첫머리에 오늘 이 시각에 홀연 들어서게 되였다는 느낌을 받았던것이다.

《이렇게 일깨워주시니 저는 새로 밝은 눈을 가진것 같습니다. 새로운 혁명문학의 총주제가 무엇으로 되여야 하는가를 알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문학의 주류를 이루어야 한다는것도 충분히 리해됩니다.》

《그러니 수령형상문학에 대한 신심이 생긴다는거지요.》

《그렇습니다. 싹이 트고 형상이 뿌리내릴 창작의 핵을 잡은셈입니다.》

천세봉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것처럼 환희에 젖어들고 신심에 넘쳐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이렇게 되자 처음부터 아무말도 없이 한쪽 옆에 앉아 분위기를 지켜보기만 하고있던 담당일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신심이 생깁니다. 문학예술부문에 대한 당적지도에서 선이 명백해집니다. 위원장동지가 이 정도 흥분하게 되였다면 벌써 창작에서 전망이 내다보인다고 말해야 할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으로 만족할수 없다고 보시였다.

여직까지는 목표가 정해졌을뿐 그 로정과 방도는 이제부터 찾아내야 하였다. 새로운 혁명문학이라고 할 때 그것은 내용에서나 형식에 있어서 말그대로 완전히 새로운것으로 되여야 한다. 기성틀에다가 맞추는식으로 해서는 되지도 않을뿐더러 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온전한것이 될수 없는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앉은자리에서 해설하거나 강의하는식으로 할수도 없거니와 또 그렇게 해서는 되지도 않는것이다.

《위원장동무! 이제는 혁명문학의 문이 완전히 열렸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언제나 그이께서 이렇게 자리를 바꾸실 때에는 사색의 방향각이 달라지거나 흥분도가 한층 높아질 때에 그러하시였다.

천세봉은 고개를 들고 창가에 다가서신 그이를 주의깊게 쳐다보았다. 그이께서는 재빨리 손동작을 해보이며 말씀하시였다.

《새로운 혁명문학은 그질에 있어서 최고의 수준에 이르러야 합니다. 위대한 수령님을 형상하는 문학, 그것은 위대한 인간학이여야 합니다. 저는 이전에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국제부의 어느 한 동무가 프랑스공산당의 어느 한 간부와 면담을 하였는데 그자리에서 오고간 이야기입니다. 프랑스사람은 말하기를 우리는 로씨야의 레닌을 알고 그다음에는 고리끼의 <어머니>를 알게 되였다. 영국에 대해서는 쉑스피어의<햄리트>나 <오쎌로>를 통하여 알수 있다.

그런데 조선 하면 김일성동지를 알고있다. 그다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조선에 대하여 더 잘 알려면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우리 사람은 대답을 못했다고 합니다. 실정은 이렇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대답해야 하는것입니다.

몇해전의 일입니다. 위대한 수령님의 접견을 받은 어느 나라 국가수반이 김일성동지의 반일민족해방투쟁도 훌륭하고 미제와 대결한 3년간의 전쟁도 대단한데 그 경험들을 적어서 세상사람들이 다 읽게 하는것이 좋지 않겠는가. 다시말해서 수령님의 전기나 회고록을 써내는것이 어떤가 제기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 수령님께서는 아직은 그럴 생각도 없고 시간도 없다, 이제 나이 퍽 들어서 한가해졌을 때 가보아야 알겠다고 하시였습니다. 이것을 놓고도 우리 수령님의 겸허성을 알수 있으며 동시에 우리 수령님의 고상한 풍모를 알수 있지 않습니까. 바로 이것이 비범성이며 위대성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정치가라고 하는 사람들이나 또는 돈깨나 있는 사람들은 거의다 50대에 이르면 자기의 전기나 회고록을 출판하고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회고록을 쓰시는 경우에도 수령님께서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쓰시지 자신에 대하여서는 쓰지 않으실것입니다. 그러니 혁명문학이 이것을 대신해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앞에는 거대한 문학적과제가 놓여있습니다. 아마 이것은 우리는 물론 세계문학사에도 있어보지 못한 첫사업으로 될것입니다. 그러자면 수령님의 위대성을 깊이있게 폭넓게 연구해야 하는것입니다.

위대한 문학은 위대한 작가에 의해 탄생하는것인데 우리 작가들가운데 어느 누구를 갑자기 위대하게 만들수야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그바람에 천세봉도 고개를 젖히며 웃게 되였다. 얼마나 소탈하고 통쾌한 말씀인가.

《그러니 그에 대한 대책으로서는 어느 개별적작가에게 기대를 걸것이 아니라 작가들의 집단을 하나 꾸리면 됩니다. 집단말입니다. 개별작가는 위대한 사업을 하지 못한다 해도 집단은 그 사업을 능히 감당할수 있을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명의 작가를 한군데 모아놓았다고 해서 해결되는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매개 작가들이 수령님의 문예사상으로 철처히 무장하고 혁명화, 로동계급화되여야 하는것입니다.

이것은 당의 령도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앞으로 <안개흐르는 새 언덕>과 같은것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됩니다.》

류창하게 흘러내려가던 김정일동지의 말씀은 여기서 잠시 끊어졌다. 그이께서는 자못 신중해진 천세봉을 바라보시였다. 시작은 명랑하고 락관적으로 떼였지만 그것이 차차 심화되여 문학예술이라는 당사상전선에서 큰 분야를 차지하는 거창한 사업에서부터 근본적전환을 일으켜야 한다는 심각한 문제앞에 나서게 되였다.

천세봉은 갑자기 온몸에 긴장이 흐르면서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새로운 혁명문학이 아무리 어려운것이라 하더라도 바로 저분, 영명하고 재능있는 김정일동지, 저분의 지도가 있는 한 그 어떤 어려운것이라도 능히 해낼수있을것이라는 신심이 생기였다. 그리하여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씀을 올리였다.

《해낼수 있습니다. 신심이 생깁니다.》

원래 천세봉은 낮고 온화한 음성으로 말하는데 습관되여있었는데 이때만은 목소리가 한음계 뛰여올라 크고 기운차게 울리였다. 이순간이 천세봉이라는 작가이며 평범한 인간인 그에게 있어서 그리고 한 나라의 문학발전에서 결정적의의를 가지는 매우 중요하고 뜻깊은 순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력사발전과 생활이 모두 그런것처럼 천세봉 그자신은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채로 지내보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앉더니 직접적담당자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하시였다. 그러나 천세봉은 너무 흥분했던탓으로 갑자기 의견을 내놓을 생각을 못하고있다고 말씀드렸다.

천세봉은 처음부터 이때까지 노상 듣는데만 열중하였지 자기가 무엇을 제기하거나 말해야 하겠다는데 대하여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고 또 그럴 여유가 없었던것이다. 천세봉은 이번에도 그이를 만나는 순간부터 그이의 말씀 한마디한마디 그리고 그이의 손이나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그 풍모에 끌리여 자신을 깡그리 잊고있었던것이다. 그만치 그이의 말씀이 모두 새로운것이였고 온넋을 사로잡을만치 심오한것이였기때문이였다. 혁명과 관련된 그리고 문학예술과 관련된 크고 심각한 문제들이 평범한 말로 자연스럽게 거침없이 흘러나왔던것이다.

천세봉은 벌써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섰다고 할수 있는 나이이다. 또 인간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작가인 그는 여태 별의별 각이한 사람들을 수없이 대하고 연구하여왔다. 그러나 이번까지 세번에 걸쳐 뵈옵게 된 김정일동지이시지만 그때마다 그 풍모에 더욱 매혹되군한다. 사상리론적으로 아득히 높은 경지에서 먼 앞날을 내다보시는 천리혜안, 사람을 믿고 친근하게 대하며 지어 범한 과오가 크고 무거워 속죄할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한테까지 벌을 주거나 꾸중 한마디 없이 뜨거운 한가슴에 안아주시는 그 넓고 따사로운 품…

(참으로 뛰여난 위인이시다. 우리는 또 한분의 위인을 모시게 되였구나!)

《어서 말씀하십시오.》

김정일동지께서 재촉하시였다. 하지만 천세봉은 거의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완전히 넋을 잃은 사람처럼 그이를 그냥 쳐다보기만 하였다.

옆에 같이 앉아있던 일군이 천세봉의 팔을 약간 건드리며 말하는것이였다.

《위원장동지, 무슨 제기할거라든지 혹은 물어볼게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아, 아니요. 제가 뭘 제기할것이 있겠습니까.》 하고 천세봉은 자리를 고쳐앉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제가 이자리에서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말씀드린다면 저는 얼마동안 캄캄한 그믐밤같은속에서 허둥지둥 헤매고있었습니다.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말입니다. 그런데 제앞에 오늘과 같은 이런 순간이 있으리라고는, 광명이 비쳐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 눈앞이 열렸습니다. 캄캄한 밤이 새고 새날이 밝았습니다.》

격정과 흥분으로 숨이 꺽 막혔다가 흐느낌이 터지는것이였다. 그 바람에 반백이 되였고 숱이 형편없이 성글어진 머리카락이 야단스럽게 흔들리였다. 근엄한 좌석이고 또 지체로 보아 실례되는줄도 모르고 그는 감격의 눈물을 참아내지 못하였다.

방안은 고요하였다.

《그만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자 천세봉은 그제서야 너무나 자제력이 약한 자기를 느끼면서 손수건으로 눈굽을 훔치며 가방을 집어들었다. 그는 인사를 올리고 현관으로 나왔다.

천세봉은 승용차있는데로 걸음을 옮기면서 끓어오르는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무진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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