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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20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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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6-29 08:32 조회1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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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20 회)

9 장

1

서울주재 유피통신사 기자 재크 제임스가 날려보낸 조선전쟁발발기사가 일요조간신문들에 나간후부터 미국은 히스테리적발작속에 휘말려들어갔다. 텔레비의 아나운사로부터 주식시장의 거두에 이르기까지 흥분속에 밤을 보내고 새날을 맞았다.

국무성은 홍수처럼 밀려드는 재벌계의 거물들과 기자들, 외교관들과 모모한 인사들의 질문의 포화속에 벌둥지처럼 소란했다.

그러나 이 연극의 연출가인 해리 트루맨만은 끝없이 침착하고 조용하였다. 인디펜던스의 고향집에서 주말휴가를 보내다가 이 상보를 보고받고 떠날 때부터 그는 오랜 집지기가 아연할 정도로 태연자약하였다. 행장을 꾸릴 때 친히 검은 가죽뚜껑의 성경책을 집어 트렁크에 넣었으며 평소에 본척도 않던 늙은 집지기의 비만증에 대해서 물어도 주었다. 워싱톤의 디씨공항에 내릴 때 안내양의 어깨도 가볍게 두드려주었으며 카메라를 쳐들고 몰려드는 기자들앞에서는 약간 근심스러운 얼굴빛을 유지하면서도 례의있게 웃어줌으로써 미합중국대통령을 미화하려는 기자의 붓끝에 《해리는 강하다!》는 찬사의 제명까지 받게 되였다.

오늘아침 (6월 26일 이 시각은 조선에서는 어두운 밤이였다.) 그는 수리중인 《화이트 하우스》(백악관)를 돌아보았고 유명가수로 되려는 딸 리사이틀의 발성련습도 들었다. 그다음 그는 림시관저인 불레어하우스에서 국무장관 딘 애치슨의 조회보고를 받았다. 도수높은 안경의 두터운 유리를 통해 무표정하게 애치슨을 바라보던 그의 눈길이 갑자기 꼿꼿해졌다.

《뭐라고! 딘 다시 말하오.》

그는 책상앞으로 몸을 약간 숙이고 얼굴을 바싹 앞으로 내밀면서 볼을 뿔쿠었다.

이것은 그가 마음속으로 은근히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무쓸리니의 동작에서 본따온, 상대로 하여금 위압을 느끼게 한다고 생각한 연기였다. 그러나 애치슨은 그런 눈치는 전혀 못차린듯 들고온 문건철을 내려다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맥아더는 유엔결의안의 세번째 항목에 의견이 있다는것입니다.》

《그래 무엇이 불만이라오?》

《<《유엔》에 대해 원조를 주며>를 <《한국》에 대해 모든 군사적원조를 주며>라고 명백히 찍어 밝혀야 한다는것입니다.》

《허허.》

트루맨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웃을 때도 여전히 싸늘한 빛을 잃지 않는 파란 눈으로 애치슨을 응시하였다.

《그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애치슨은 이 물음에 애매몽롱한 웃음을 머금었다.

어제 노르웨이사람인 유엔사무총장 트리그브 리는 트루맨의 요청으로 안보리사회를 긴급소집하고 애치슨이 작성하여 제출한 《결의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아직 세계가 전쟁이라는걸 꿈에도 생각않던 저번주, 트루맨과 애치슨이 주말휴가라는 예비작전에 들어가기전 백악관 대통령실에서 세밀히 검토한것이였다. 특히 세번째 항목은 트루맨만이 할수 있는 치밀한 타산으로 심중히 검토되고 수정되였다. 그때 트루맨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대해 군사적지원을 준다고 하는것보다 <유엔>에 대해 모든 원조를 준다고 한것이야말로 명안이요.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한국》전쟁을 떠미는 호전국가로가 아니라 <유엔>의 기치를 따르는 평화애호국가의 체면을 그대로 유지할수 있을것이요.

더구나 우리는 몇달전까지만도 <한국>을 우리의 방위권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자고 하면 유엔의 동료들이 뭐라고 하겠소. 더구나 크레믈리의 <조아저씨>(쓰딸린을 야유하여 부른 말)가 알면 어쩌겠소?

때문에 우리가 어디까지나 유연을 내세워 유엔의 결정에 끌려가는 역을 해야 되오. 말고삐를 잡건 마차에 타건 씨저는 씨저인것이요.》

며칠전의 이 대화를 상기한 트루맨은 자기가 실언했음을 때늦게 느끼고 화제를 어디로 돌릴가 궁리하는데 애치슨이 입을 열었다.

《맥원수는 괜한 치기를 보이는셈이지요. 우리의 모든 의도를 잘 알면서도 자기라는 존재를 드러내려 그래본 말같습니다.》

《아니, 그는 우리의 의도를 다는 모르오. 그런 사람이라면 그와 내가 자리를 바꿔앉았어야지.》

트루맨은 롱담조로 말했으나 얼굴을 붉혔다.

맥아더를 모든 면에서 질시하고 경원하는 자기의 감정을 너무 쉽게 드러낸데서 오는 일종의 가책과 동시에 항상 자기앞에 커다란 그림자로 나타나는 맥아더라는 거상을 이 방에서나마 짓밟아 야유했다는 통쾌감이였다.

《그런데 맥원수는 지상군 투입명령을 언제 주겠느냐고 물어왔습니다.》

트루맨은 눈살을 찌프리였다.

《그런데 왜 <한국>사람들은 단독으로도 북진통일이 자신있다고 하다가 이모양이요? 맥아더도 그랬지. 그리고 당신의 고문인 그 덜레스씨도 그러지 않았소?》

트루맨은 이제까지 지켜오던 외면적 침착과 태연을 깡그리 잃어버렸다. 애치슨이 덤덤히 있자 트루맨은 더 열이 올랐다. 그에게는 잘 어울리지도 않고 또 별로 효과도 없는, 그러면서도 자기로서는 매우 유용한 때에 유용하게 써먹는다는 카우보이(서부의 기마목동)식 란폭한 말투로 넘어갔다.

《다 나발이거든. 그 허풍쟁이 맥아더는 닷새면 된다고 장담하더니 지금 뭐요. 서울의 군대는 아직까지 38도선인가 하는데서 뭉개고있잖소.》

《각하, <한국군>은 38도선으로부터 훨씬 이남으로 밀리웠습니다.

방금 받은 무쵸대사의 전문에 의하면 의정부가 함락되였답니다.》

《의정부?! 의정부란 어데요?》

《서울앞 소도시입니다. 그로 하여 지금 서울정부는 혼란입니다. 그때문에 장면대사가 지금 여기에 와있습니다. 그는 지금 절망상태입니다. 리승만대통령과 그들의 정부 전체가 흔들리고있습니다. 한번 만나서 용기를 주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장면은 울고있습니다.》

《그 사람은 우리가 참전하게 된다는것을 모르고있습니까?》

《그는 이미부터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의정부가 함락되자 이젠 망했다고 하면서.》

《그가 어제 안보리사회에 나가 연설했다는데 그때도 울었습니까?》

트루맨은 입가에 알릴듯말듯 웃음을 지었다.

《울지는 않았으나 영어로 한 류창한 그의 연설은 적잖은 동요분자들을 눌러놓았습니다.》

《그를 만납시다.》

《그런데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애치슨이 문건철에서 타자를 친 종이장을 내밀었다.

《뭐요?》

《무쵸대사로부터 나에게 온 전문입니다. 리대통령에 대한 자료입니다.》

《두고가시오. 어제와 같은 시간에 그 두번째 회의를 합시다.》

애치슨이 나가는것을 손으로 바래주고난 트루맨은 국무성명판이 찍힌 전신문을 날카로운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국무장관에게, 서울, 6. 26 밤, 12시, 무쵸로부터

리(리승만을 략칭으로 부르는 말)가 밤 10시 전화를 걸어와 경무대로 갔음, 대사관에 와있던 신성모국부총리와 동행. 리관저에는 전 국무총리 리범석도 와있었음. 대통령은 대단히 긴장, 안면은 경련, 말은 반복되고 끝을 못맺으며 앞뒤련결도 안됨. 의정부 함락상황을 이야기하며 정부를 대전으로 옮길것을 제의해왔음.

개인안전고려가 아니라 정부는 존속돼야 하며 대통령이 공산군에게 잡히면 <한국>의 존립에 중대한 타격인때문이라고 리유를 반복설명. 미국의 원조가 약속대로 안된다고 불평. 나는 무기와 병력이 투입될수 있을것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설득. 허나 대통령은 정부가 포로될 모험을 해서는 안된다고 고집. 이 결심을 꺾을수 없어 대통령은 대전으로 가도 나는 서울에 남아있겠다고 했음. 밖에 나왔을 때 신성모국무총리는 대통령은 서울천도를 토론없이 결정했다고 비난.

《겁쟁이들!》

트루맨은 그 종이장을 훌 던져버렀다. 그리고는 장면대사를 만나야 한다는것을 까맣게 잊고 아까 보다만 속기록을 천천히 번져나갔다.

트루맨은 모든 비밀회의 속기록은 례외없이 직접 자기가 검토하군하였다. 그 속기록이 백악관의 비밀문서고속에 좀이 쓸어 먼지가 될것이라 하더라도 후날 어느 눈에 띄여 비난받을 대목이 있을가봐 우려하는데서 오는 로파심때문이였다.

엊저녁에 이 집 소회의실에서는 만찬회의 명목으로 조선전쟁문제와 관련된 대비책을 토론하였다. 정치에는 내 알바 없노라는듯 모든 연기를 집어던지고 빨리 조선전쟁에 전면침투하자는 텔레타이프로 송신된 맥아더의 편지가 화제의 기본내용으로 되였다.

맥아더는 리승만군의 새벽공격이 실패한 조건에서 즉시 미지상군전투부대까지 포함한 미군의 개입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중국본토까지 공격하자는 뜻의 제의를 해왔다. 이미전에 이 모든것에 합의를 보았지만 세상의 여론과 눈이 있는 조건에서 다 때가 있고 방법이 있다는데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루맨은 속기록의 여러 대목을 수표용펜으로 벅벅 지워나갔다. 특히 그는 자기가 한 말들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의 검은 수표용펜에서 다음의 대목들이 사정없이 먹칠이 되였다.

트루맨:현재는 조선전쟁에 해군, 공군만 동원되고있다. 여론이 지상군투입을 원하게끔 모든 사업이 진행돼야겠다.

죤슨(국방장관):지상군파견에 대한 초기계획을 앞당겨야 한다. 왜 이래야 하는가. 북조선군이 예상외로 강한데 있다. 우리는 리승만군대가 38도선을 넘어 북진하는것을 전제로 2전선을 전개할 안이였다. 그러나 이제는 직접 1선에 나가야 할것 같다.

트루맨:나는 이미전에 《한국군》만으로는 쉽게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본토에서도 지상군이 가야 한다.

죤슨(국방장관):그렇다.

콜린즈(륙군참모총장):

애치슨:우리의 지상군이 전부 참전하는 경우 쏘련에 대한 견제에 보다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본다.

트루맨:쏘련의 극동공군을 없앨수 있는가?

반데버그(공군참모장):원자폭탄을 사용하면 가능하다.

이까지 읽고난 트루맨은 눈을 감았다. 거대한 버섯구름이 찌를듯한 백광과 불길을 안고 육박해왔다. 번쩍이는 섬광속에 무너져내리는 건물과 각이 찢겨지고 이지러진 시체의 무데기가 안겨왔다.

그의 얼굴은 살기로 이지러지였다.

뭔가 잘못 내다봤다. 5일전쟁이요 7일전쟁이요 하는 도꾜와 서울의 흰소리에 랭정한 리성을 잃었던것이다. 우선 미국의 참전을 합법화하기 위해 꾸민 여러가지 책략자체가 매우 소극적이였다는 느낌이 이 순간 트루맨을 몹시 괴롭혔다. 눈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이미 《2자》혹은 《3자》협의로 합의를 본 미군파견문제를 가지고 엊저녁 늦게까지 다시금 찧고 까분것도 다 소극적인것이고 완만한것이 아닌가.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북조선과 나가서 씨비리나 중국본토를 먹기 위한 대전쟁에 끌고나가기 위해서 구태여 이렇게 회의결정이라는것까지 만들 필요가 무엇인가. 모든것은 명백히 작성되고 결심지어진것이 아닌가.

(의정부?)

트루맨은 발음하기 힘든 지명을 상기하며 벌떡 일어났다. 서류함에 접혀진채로 놓여있던 1945년판 조선지도를 꺼냈다. 미국방성에서 편찬한 50만대 1조선전도였다. 그는 확대경과 갓 생산되여 나온 계산기까지 들고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서울을 찾고 주변을 살피던 그는 한치앞에 의정부라는 도시가 있음을 알아보았다. 거리를 재고 축척비를 보고 계산기단추를 누르던 그는 《음》하고 낮은 신음을 쳤다. 의정부는 서울로부터 불과 10mile밖에 안되는 거리에 있었다.

트루맨은 불시에 온몸을 엄습하는 오한을 느꼈다. 자기가 주관하고 《태평양의 씨저》라고 뽐내는 맥아더가 직접 작전하는 북조선공략작전이 어찌하여 잘 안되는가 하는 의문이 무서운 공포로 미쳐왔다. 이제까지 확고한 결심으로 굳어졌던 계획이 흔들리였다.

(중국본토에 대한 공격은 애치슨의 말처럼 좀 두고봐야 한다. 심중해야 한다.)

트루맨은 수화기를 들고 극동담당차관보인 딘 러스크를 찾았다. 15분후에 38도선을 만든 미국인중의 하나인 러스크가 들어섰을 때 트루맨은 매우 침울한 어조로 물었다.

《당신은 현재 북조선군의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하오?》

《그에 대해서는 제가 방금 씨비에스 텔레비에 자료를 주고오는길입니다.》

러스크는 활기있게 다가와 마치 먼 전쟁력사를 이야기하듯 유쾌하게 말을 떼였다.

《북조선군은 서방세계에 던져진 하나의 수수께끼로 되고있습니다.》

《수식사는 그만하오.》

《수식사가 아닙니다. 그들의 반공격속도는 실로 기상천외한것입니다. 그들은 리승만군대의 공격을 단 한시간동안에 진압저지시키고-》

《잠간, 당신은 기자들에게도 이런 식으로 말했소?》

트루맨의 눈은 유리알밑에서 위협적인 빛을 띠고 무섭게 번뜩였다.

러스크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각하, 저는 오랜 군인입니다.》

《알고있소. 계속하오.》

《그들은 맹렬한 기세로 반공격으로 넘어와 이틀째인 오늘현재 서부로는 의정부, 중부로는 춘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언제면 들어설것 같소?》

《그들의 공격속도대로 하면 리승만군이 아무리 잘 싸운다 하더라도 3일을 넘지 못할것 같습니다.》

트루맨은 러스크의 반들거리는 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당신은 서울이 점령될수 있다고 생각하오?》

《네.》

《그러면 어떻게 되오?》

《서울을 뺏기면 리승만군은 부산까지 도망쳐올것입니다.》

《그다음?》

《거야 대통령각하나 맥아더원수의 결심에 따를것이지요.》

《북조선군이 <한국>을 다 휩쓴 다음에 우리가 들어가는 경우, 전세는 어떻게 될것 같소?》

《그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뭐요?》

트루맨은 자기의 분노를 간신히 억제하며 소리를 낮추어 계속했다.

《당신은 극동담당일군으로 어떻게 그처럼 무관심할수 있소?》

러스크는 트루맨의 눈길에 외면하며 약간 짓눌린 소리로 대답했다.

《솔직히 개전전까지 저는 리승만군이 이기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불리한 경우에도 맥아더의 극동군이 조금만 개입하면 압록강까지는 쉽게 밀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형세로 봐서… 그처럼 잘 훈련되고 장비된 리승만군이 그처럼 치밀히 작성된 전략과 우수한 고문단의 지휘를 받으면서도 패퇴한다는것은 북조선군이 보통군대가 아니라는것입니다. 적어도 쏘련군 몇사단이 포함되지 않았는가 하는.》

《그런 정보는 없소.》

《여하튼 그 수수께끼같은 반공격을 놓고볼 때 맥원수의 군대로만 안된다는것입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그렇게 밝은 얼굴이요.》

《각하, 그곳은 수천마일의 타국입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서 얼굴을 찌프렸다 해서 해결될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트루맨은 러스크가 사라지고 방에 자기만이 남았을 때 불안감과 고독감을 더 크게 느꼈다. 그는 처음으로 혹시 이 전쟁에서 실패할수 있지 않을가 하는 무시무시한 예감을 접하고 맹렬히 머리를 저었다. 그는 량손으로 이마를 꽉 누르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하였다. 일본사람들이 심장흥분을 막기 위해 쓰는 방법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후부터 트루맨은 자주 이러군하였다.

회의속기록에 시선이 갔다. 《원자폭탄》이라는 단어가 두드러지게 눈에 띄였다.

(그렇다. 나에게는 믿음직한 저 주패가 있다. 아직 미국은 주먹을 쥐고 겨누고있을따름이다. 이제 그 주먹이 나가면 모든것은 달라질것이다.)

트루맨은 전화로 유엔대사 오스틴을 찾았다. 아첨기어린 억양의 말소리가 흘러나올 때 트루맨은 권위와 확신이 넘쳐흐르는 완강한 어조로 말했다.

《유엔사무총장에게 나의 이름으로 전하시오. 오늘내로 <유엔>군의 이름으로 <한국>전선에 군대를 파견하는 결정이 내려져야겠소. 결정이 내릴 때 당신은 미국을 대표해서 미국군참전을 웨치시오.》

전화를 끊고난 트루맨은 방안을 앞뒤로 거닐다가 긴 쏘파에 가 털썩 물앉았다. 쏘파 팔걸이옆에는 검은 가죽의 성경책이 놓였다. 트루맨은 파르르 떠는 손으로 그 성경책을 집어들었다.

노근노근한 가죽을 감촉한 순간 그는 불현듯 자기가 너무 어질다는데 신경이 뒤집혔다. 그는 서기를 찾았다. 그리고 녀서기의 짙은 금발에서 향수내를 강심제처럼 들이키며 단호히 말했다.

《쓰시오. 도꾜, 더글라스 맥아더에게.

귀관은 어떤 방법과 수단으로써라도 서울을 사수하라. 력사는 귀관과 미합중국의 힘을 지켜보고있다.

<한국>관리들과 군인들에게 유엔군참전으로 고무하라. 귀관의 성공을…》

트루맨의 무선전문이 날아간지 한시간만에 맥아더의 답전이 도착했다.

《…본관은 대세를 날카롭게 주시하고있으며 조금도 비관하지않고있다. 안심하도록.》

이 전문을 받아읽은 트루맨은 노발대발하였다.

대통령이 불안해하는데 맥아더는 여전히 허장성세로 을러대는것이다.

《허풍선이, 미친 총독!》

트루맨은 방안을 맴돌며 영국인들이 맥아더에게 붙여놓은 별명을 꺼들어 한창 

(내가 너무 신경과민이 아닌가. 서울을 내주게 된다면 아무리 허풍선이 맥아더라도 저렇게 흰소리치지 않을것이다.)

트루맨은 중위가 장령을 대할 때의 신빙감으로 맥아더의 답전을 다시금 읽어보았다.질욕을 퍼부었다.

그럴수록 이상스럽게도 마음이 너누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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