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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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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1-02-18 16:55 조회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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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산에서 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시였다. 책상에 앉아 신간도서나 문건을 뒤지기도 하셨지만 어느 하나도 손에 잡히는것이 없었다. 비감에 감겨있던 걸음이여서 그런지 가슴속깊이 묻어두었던 아픈 추억들이 새라새롭게 떠오르는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린 시절의 그날을 회상하시였다.

… 밤을 자고 일어나니 어머님께서는 침상에 누워계시였다. 여직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기때문에 어리신 그이께서는 깜짝 놀라 다가가시였다.

《어머니! 편찮으세요?》

이불밖으로 내놓인 어머님의 팔을 가슴에 가져다대며 물으시였다.

《아니 일없다. 좀 피곤해서 그런다.》

어머님께서는 미소를 머금고 어깨를 잡아주시는데 그이께서는 한층더 의문이 생기시였다. 피곤하시다는것은 알수 없는것이다. 이 며칠동안은 줄곧 방안에 계시지 않았는가. 이전에는 어느 하루 빠짐없이 집안팎을 손수 거두시였다. 그리고는 평양학원이나 그밖의 여러 군부대들을 찾아가시였다. 결국 군건설을 도우시자는것이였다. 올해에 들어서서는 만경대혁명학원에 자주 나가시였다. 사방에 흩어졌던 유자녀들을 데려다 공부를 시키는것인데 그 일이 여간만 품이 들지 않는다고 하시였다.

《어머니! 다리를 주물러드릴게요.》

어리신 그이께서는 낯이 흐려져서 이불밑으로 손을 밀어넣으신다.

《아니 일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곧 기운이 나겠지.》

《내 주물러드릴래요!》

고집을 쓰신다. 오래전부터 들어온것인데 어머님께서는 산에서 자주 몸을 얼구었기때문에 그 후과로 무릎이 쏘군한다는것을 알고계신다. 그러나 벌써 어머님께서는 그이의 팔을 붙잡으시였다. 그리고는 아드님의 손을 가슴으로 가져가시는것이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한사코 침대에 올라가시여 무릎을 주무르기 시작하시였다. 더이상 지체해낼수 없다고 생각하신 어머님께서는 자그만 손이 무릎에 닿고 진심으로 병이 덜어지기를 바라시는 순박한 아드님의 얼굴을 쳐다볼 때 정말 병이 덜릴것만 같은 기분에 잠기시는것이였다. 그렇지만 어머님의 선량한 마음과는 달리 병마는 참아낼수 없을만큼 몸에 아픔을 주었다. 몇분 간격으로 온 내장을 비틀어짜는것 같은 고통을 주었고 그중에서도 심장은 밖으로 튀여나올만치 세찬 박동을 일으키는것이였다.

《음!》 방금전까지 무릎을 주무르니 한결 아픔이 덜린다고 하던 어머님께서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내시는것이였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그이께서는 또 어디를 주물러야겠는가고 물으며 당황해하시였다.

《일없다. 그만하고 공부하러 가야지.》

어머님께서는 짐짓 태연해지려고 애를 쓰시며 식당칸에 밥을 차려놓았으니 빨리 세수를 하라고 재촉하시였다. 어머님께서 이때 먼저 생각하신것은 아드님께 시름을 주어서는 안된다는것이였다.

《어머니! 나 오늘 하루 어머니를 돕겠어요. 그럼 안돼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빨리 가거라.》

어머님의 대답은 단호하시였다. 그렇게 되자 그이께서는 《그럼 가겠어요.》 하고 침상에서 물러나 옆방으로 나가시는것이였다.

서둘러서 세수를 하고 밥상에 마주앉으시였다. 밥맛이 없어 몇술 뜨다말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학습장과 필갑을 넣은 가방을 메시였다.

《어머니, 갔다오겠습니다.》

마루에 내려서자 그이께서는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고개를 숙이시였다.

《오냐, 잘 갔다오너라!》

다른 날과 다름없는 어머님의 음성인데 왜 그런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으시였다. 마당에 나섰지만 걸음을 떼지 못하시였다. 우리에서 달려나온 털이 복실복실한 검둥이가 발목에 감겨들면서 가지 말라고 붙잡는것 같았다.

《들어가라. 검둥이!》

그이께서는 강아지를 쫓으며 몇걸음 내짚으시였다.

그때 담장밖에서 풍을 씌운 승용차가 삐익 소리를 내며 멎어서더니 흰 위생복을 입은 의사와 간호원 두셋이 급히 걸어들어왔다. 인사를 하고 길을 비키시였는데 그들은 현관을 통해 방안으로 들어가는것 같았다. 어리신 그이께서는 《검둥이》를 쫓는척하면서 마당안으로 되돌아와 방안동정을 살피시였다. 별로 다른 기색은 느낄수 없었는데 이따금씩 들려오는 의사의 목소리가 어덴지 모르게 불안한 감을 주었다.

《병원으로 곧 자리를 옮기셔야겠습니다.》

남자의 목소리다.

《그렇게 해서라도 빨리 진정시켜야지요.》 이것은 보초장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는 계속되였다. 《아무래도 장군님께 알려드려야 하지 않을가요?》

뒤이어 어머님의 음성이 들리였다.

《그럴 필요는 없어요. 절대로 그러지 마세요. 오래전부터 벼르시다가 현지에 나가셨는데.》

《지금 토산지방에 나가셨다고 하니까 잠간 오셨다고 해서 사업에 큰 지장이…》

《아닙니다. 그래선 안됩니다. 이제 좀 진정이 되겠지요.》

그다음에도 대화는 한참이나 계속되였지만 잘 알아들을수 없었다. 이윽해서 의사들이 현관으로 나왔다. 그들은 올 때처럼 급히 풍차에 앉아 곧 창광산쪽으로 멀어져갔다.

어리신 그이께서는 마당에 그냥 서계시였다. 온몸의 느낌으로써 불안을 받아안으셨던것이다. 부엌쪽으로 문이 드르르 열리더니 보초장아저씨가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그이의 손목을 잡고 현관쪽으로 들어가자고 하였다.

《어머님께서 부르셔요. 들어갔다 가자요.》 혹시 공부하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막연한 기대와 불안을 가진채 방안에 들어서시였다.

《이리 오너라!》

어머님께서는 다정하게 부르며 허리를 안아 침상에 가까이 다가세우더니 말씀하시였다.

《네가 어머니 걱정을 해서 공부하러 못가는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사람이 살아가느라면 누구나 앓는 때가 있기마련이다. 어머니병은 큰것이 아니다. 좀 지나면 인차 낫는다. 오늘만은 내가 아파서 마당밖까지 바래주지 못하겠다. 그러니 너혼자 떠나거라.》

여기까지 말씀하신 어머님께서는 아드님의 어깨를 쓸어만지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네가 왜 하루도 빠지지 말고 공하러 가야 하는가…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될수 있기때문이다.

너는 아버님의 뜻을 꼭 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아는것이 많아야 한다. 우리 나라는 아직 절반밖에 해방되지 못하였다. 그러니 우리는 혁명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 아버님께서는 산에서 싸우실 때처럼 해방이 되였어도 밤이고 낮이고 먼길을 걸으며 일을 하고계신단다.… 명심해 듣거라. 공부를 잘해서 아버님의 기대에 꼭 보답해야 한다. 네가 나라에 충신이 되고 아버님앞에 효자가 되겠거든 어머니의 이 부탁을 명심해두어라. 알겠느냐?》

분명 어머님께서 울며 말씀하신다고 생각하셨는데 정작 쳐다보니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고 여느때처럼 인자한 빛이 어려있었다.

《어머니! 알겠습니다. 공부하러 가겠습니다.》 다시 꾸벅 머리를 숙여 인사를 올린 그이께서는 현관을 거쳐 마당으로 나와 꼿꼿이 한길쪽으로 사라지시였다.

몇시간후, 정오무렵에 집으로 돌아오시였다.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습관대로 인사를 하였지만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어머니!》 방문을 열어제끼였지만 어머님의 인자하신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까지 누워계시던 침상은 말끔히 정돈되여있었고 방은 휑하니 비여있었다. 웃방문을 밀어제끼며 《어머니!》 하고 좀더 크게 불러보시였다. 역시 텅 빈 공간이 허무하게 고함소리를 삼켜버리고만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어- 머- 니 -》 하고 기운껏 불러보시였다. 응접실에도 서재에도 부엌에도 보이지 않으시였다. 마당으로 뛰여나와 또 불러보시였다. 그제서야 복순이네 어머니가 동생 경희를 업고 마당에 들어서는것이였다.

《우리 엄마 어데 갔나요?》

《어머님께서 병원에 다녀오시겠다고 가셨다.》

《나 병원에 갈래요.》

《나와 같이 기다리자. 경희야, 오빠 왔다. 자 내려서 놀자요.》 경희는 오빠를 보자 업어달라고 손을 내민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병원에 가겠다는 소리를 더 못하고 경희를 안아서 마루에 내려놓으시였다.

《경희야, 뭘 하면서 놀가?》

《나 오빠하구 노래부를래.》

《응, 그러자.》

그늘지고 서느러운 마루에 오누이가 나란히 앉아 노래를 부르시였다.

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선창을 떼시고 경희는 포동포동한 손으로 박수를 치면서 따라부른다.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그루 토끼 한마리

제법 박수장단이 멋들어지다. 그럭저럭 저녁때가 되였다. 저녁해가 마당에 선 백양나무가지에 붉은 노을을 걸어놓았고 신비로울만치 길어진 그림자를 담장끝까지 가로질렀다.

경희가 보채기 시작하였다. 어린 넋이란 아침은 가리지 못해도 저녁에는 반드시 자기를 안아 잠재울 어머니품을 그리워하는 법이다.

어리신 그이께서는 재미난 놀이감을 이것저것 주어대기 시작하시였다.

《경희야, 우리 말타기 할가.》

목마를 가져다놓고 신이 나서 타는 시늉을 해보이시였다.

《싫어, 싫어.》

경희는 눈물이 가랑가랑해서 도리를 젓는다.

《그럼 경희야, 오빠하구 쌍그네 뛰자.》

그네터로 갈 때까지만 해도 그럴사했던것인데 정작 올려놓으니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몸을 흔들면서 땅에 누우려고 한다.

《경희야, 너 정말 이러면 오빠 성낸다.》 단호하게 위협하건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는수없이 끝까지 말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한것을 내놓게 되시였다.

《그럼 엄마한테 갈가?》 순간 경희의 흑진주같은 눈이 빛을 뿌리였다.

《오빠야, 엄마한테 가자!》 이렇게 되여 경희의 울음은 씻은듯이 가셔지고말았다.

병원에 이르니 현관을 지키고있던 부관아저씨가 장군님께서 돌아오셨다는것을 알리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슬픔속에서 시간은 정지된듯하다.

조객들이 모여왔다. 그중에는 항일혁명투사들이 많았고 그밖의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영결하는 시간이 왔다.

장군님께서는 관을 그러안고 울음을 터치시였다.

《산에서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별일없던 사람이 이게 웬일이요.》

관을 안은 두팔이 우들우들 떨었다. 《나에게 극진하던 사람이 왜 이렇게 가느냐말이요. 풀뿌리를 캐고 나무껍질을 벗겨 끼니를 이어주던 사람이 이렇게 가다니. 분하오. 원통하단 말이요. 한당대 고생으로 살아온 정숙에게 내가 푸짐한 밥 한끼 먹여보지 못하고 옷 한벌 변변한것을 걸쳐주지 못하였는데… 아 한스럽소. 이제 조국이 통일되면 그때 가서 마음껏 한을 풀어보자던 정숙이가 왜 이렇게 벌써 가는가…》

모란봉중턱 소나무숲이 벼랑턱까지 나앉아 사동벌과 그것을 거쳐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 내다보이는 잔디언덕에 봉분을 지었다. 눈물겨운 고별사가 있은후에 모두 명복을 빌어 묵상을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어리신 김정일동지와 함께 고개를 숙이시였다. 일단 장의식이 끝났을무렵 총알처럼 그이께서 무덤을 향해 달려나가시였다.

《어머니!》

봉분을 한아름으로 안을듯이 팔을 벌리고 푸른 잔디우에 쓰러지시였다.

《엄마!》

처절한 웨침소리는 숲을 흔들고 음산한 하늘로 치달아올랐다가 사정없이 내리꼰지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회상에서 깨여나 으스러지게 틀어쥐였던 창턱을 놓고 뒤로 물러서시였다. 바람이 불어 창가림이 날리였다. 부드러운 창가림의 자락이 어깨를 스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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