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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여름 19 -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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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기자 작성일20-06-28 08:32 조회1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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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9-U01.jpg

(제 19 회)

8 장

대동아전쟁이 막판에 기울어지고 온 나라 쇠붙이란 쇠붙이는 다 걷어들일무렵 서울장안에는 《만냥갑부》를 선전하며 다니는 광산청부업자들이 드문히 나타나 뜨내기인부들을 끌어가군 하였다.

여름방학을 리용하여 모래치기장에서 푼돈벌이를 하던 운학이도 몇몇 고학생들과 함께 화천 연광산에 와서 한달동안 밀차를 민적이 있었다. 그 반연으로 그는 화천, 춘천 지대를 어느 정도 알고있었다. 소요산전투장에 한번 나가본 뒤부터는 아예 지도앞에 붙박혀 점령지대나 그려넣는 《사도공》으로 되고만 림운학은 보위상 부관의 춘천행을 알자 두번다시 없을 이 기회를 놓칠수 없었다. 최용건의 부관은 그곳지대를 손금보듯 한다는 그의 말에는 별로 주의를 돌리지 않았으나 동행으로 떠나는데는 선선히 동의했다.

그런데 림운학은 최현사단에 올 때까지만도 연광산에서의 인부생활이 자기의 소망을 이루게 될 조건으로 될줄은 몰랐다.

최현의 사단지휘부는 소양강이 환히 내려다보이는 제방뚝밑에 있었다. 낮사이에 끊임없는 피로전, 화력전으로 적을 들볶은 사단은 밤이 되자 일체 사격을 중지하고있었다. 맞은편 봉의산의 적들도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이따금 탐조등의 시퍼런 불줄기가 강물을 이리저리 빗질하였고 예광탄이 길게 꼬리를 끌며 날았다.

소양교우에는 조명탄이 매여달려있었다. 허연 바가지같은 조명탄이 백광을 뿜다가 꺼져내릴라치면 펑! 하는 소리와 함개 또 다른 조명탄이 떠올라 소양교를 환히 비치였다. 소양교는 온종일 퍼붓는 적의 포사격에 삐야와 골조만이 남아있을뿐이였다. 꼬이고 비틀어진 철근들이 갈비뼈처럼 앙상히 드러나보였다.

최현은 장마통에 떠내려왔을 퍼런 린광이 번뜩이는 버드나무통에 앉아있었다. 류마치스의 동통때문에 자주 다리의 무릎관절을 윽죄여 비틀군 했으나 봉의산쪽에서는 한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의 발치에는 전화기가 놓여있고 댓걸음 떨어진 곳에서는 신호총수가 옹크리고앉아 명령을 기다리고있었다.

전방지휘소에서 보위상 부관이 도착했다는 말에 최현은 용무만 물었을뿐 만날념을 하지 않았다.

전투전의 엄숙한 정적이 무겁게 깃든 어둠속에서 림운학이와 보위상 부관이 한식경을 기다려있을 때 봉의산 정점에서 붉은 신호탄 세발이 날아올랐다. (이것은 봉의산 배후로 들어간 박로수의 기습대의 전투개시신호였다.) 그러자 최현의 옆에 섰던 신호총수가 재빨리 두발의 흰 신호탄을 쏴올렸다.

아름다운 불꽃처럼 련이어 오르는 그 신호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어둠의 심연속으로 떨어져내릴 때 수천개의 총과 포에서 발사되는 탄환이 날아갔다.

밤은 삽시에 깨여져버렸다. 누기찬 어둠이 꽉 엉켜붙은 공간이 총성과 함성으로 터져나갔다. 봉의산 기슭에 미리 도하하여 접근해있던 한개 련대가 돌격에 일떠서는것까지 지켜본 최현이 보위상 부관을 불렀다.

《수고했소.》

최현은 보위상 부관과 림운학에게 악수를 청하였다.

운학은 《군관 림운학!》 하며 경례를 했으나 너무 긴장한탓도 있겠지만 폭음속에 묻혀 그의 말은 가냘피 울렸고 최현 역시 못알아들었다. 보위상 부관이 참모장에게 이미 말한 보위상의 희망과 물음을 성급히 되풀이할 때 묵묵히 듣기만 하던 최현은 한 군관이 달려오자 용무는 끝났다는 식으로 손을 내밀었다.

《알겠소. 가서 보고하오. 래일 아침전으로 춘천에 들어가겠소. 그리고…》

최현은 부관의 손을 잡은채 잠시 말을 끊었다가 마디마디 씹어뱉듯 말했다.

《명령대로, 계획대로 하겠소. 잘 가오.》

그리고는 자기앞에 와선 온몸이 물에 젖은 군관에게 돌아섰다.

《무슨 일이요?》

《자동포가 넘어가자면… 현재의 기자재로는 어림없습니다.》

《이제 그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는가!》

최현은 다급스레 소리를 쳤다.

《다리파괴가 예상보다…》

《뽄똔(중도하창)을 뜯소. 그걸로 련결시켜보오.》

《그걸 생각해봤는데 철관이 없는 상태에선 그걸 다리에 펴놔도 하중에 견뎌 못낼것 같습니다.》

공병과장인듯한 군관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레루면 안됩니까?》

이때까지 최현의 동작 하나 말 한마디에 온 신경을 바쳐가며 말할 기회를 노리던 림운학은 전투와 관련된 실무적인 문제인것으로 용단을 내려 한걸음 내짚으며 말했다.

《여보, 레루가 어디 있소?》

공병군관은 운학의 팔목을 대뜸 틀어잡고 씨근거리며 단김을 뿜었다.

《30리밖에… 연광산이 있습니다.》

《정말이요?》

《정말입니다.》

《야.》

공병군관은 림운학의 팔목을 힘껏 흔들고는 사단장의 결론을 기다리듯 그의 앞에 차렷하고 섰다.

《그래, 광산이 있지.》

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림운학을 유심히 봤다. 림운학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사단장동지, 안녕하십니까. 총참모부 군관 림운학입니다.》

최현은 손에 든 전지로 림운학을 얼핏 비추고는 낮게 한숨을 지었다.

《이렇게 만나는구나.》

《사단장동지, 제가 레루를 구해보겠습니다.》

운학은 다시 없을 이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지금 뭘 하나?》

《…그저 이럭저럭 다닙니다.》

《그럼 안되지.》

자기 말을 나무라는지, 아니면 말그대로를 믿고 책망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보위상 부관이 좋지 않게 생각할수 있다는것을 알면서도 운학은 다시금 간곡히 말했다.

《사단장동지,… 저에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허허.》

최현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보위상 부관에게 고개를 돌렸다.

《강건참모장에게 가서 말하오. 사단전투행동의 필요로 이 동물 떨군다고… 수속절차는 서울에 가서 밟기로 하기요. 필요하면 그때 돌려보낸다고 하오.》

이렇게 되여 림운학은 사단장의 직속부관격으로 떨어지게 되였다. 그가 두대의 자동차를 가지고 아미산광산에 가서 레루를 실어왔을 때는 이미 봉의산을 점령한 사단이 2제대까지 도하를 개시할 때였다. 자동포와 포차들이 도로를 꽉 메워 레루를 실은 자동차가 빠져나갈수 없게 되자 두사람이 하나씩 레루를 메고 달렸다. 다리복구는 새벽녘이 되여 끝났다. 지칠대로 지친 운학이가 지휘부천막을 찾아가니 회의중이였다. 보초는 그 어방에도 접근할수 없게 하였다. 운학은 최현이 밤에 앉았던 구새먹은 나무통에 앉아 레루를 뜯어낼 때 덤벼치면서 찢겨진 바지를 기웠다.

운학은 언젠가 한 항일투사로부터 최현장령은 옷차림이 지저분한것에는 아예 질색이라고 한 이야기를 상기했던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전투구분대의 지휘관으로 갈수 있는 《공작》을 성사시킬것인가를 생각하였다. 봉의산너머 춘천쪽에서는 연신 화광이 뻗쳐올랐고 둔중한 포소리와 함께 저격무기의 세찬 사격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운학은 마지막 바늘뜸을 하고나서 실을 끊다가 발치에 잘게 끊어진 풀잎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는것을 보았다. 문득 처음 이리로 왔을 때 고목등걸처럼 앉아 봉의산쪽을 지켜보던 최현의 모습이 살아올랐다.

아바이가 꽤나 속을 썩였구나 하는 생각이 덜미를 쳤다.

풀잎을 매만지던 그는 천막쪽에서 수선거리는 인기척과 말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일어섰다.

최현이 여러명의 군관들과 함께 나오다가 운학이를 알아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저 동문 내가 서울까지 책임지고 데려가려는 사람이요.》

최현의 말소리는 낮았으나 운학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운학은 얼굴이 화끈해서 고개를 수그렸다. 자름자름 뜯어널린 풀잎들을 보자 눈언저리가 시큰거렸다. 최현이며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싸우고 애쓰는듯만싶었다.

최현은 방금 비상한 결심을 선포하고 나온 뒤끝이였다. 위청의 실패로 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아직껏 별로 은을 내지 못하였다. 봉의산전투만 해도 그랬다. 최현의 예견보다 곱절의 시간을 끈 전투였다. 적들은 봉의산정면전방의 강과 다리, 개활지와 도로를 온종일 포사격으로 누벼댔다. 괴뢰 6사와 8사의 린접점을 꿰뚫고 들어가던 박로수의 우회기습대도 증강된 적의 방어에 부딪쳐 더 멀리 우회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공격주력 역시 정면도하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부득불 소양강을 멀리 하류쪽으로 에돌지 않을수 없었다. 치렬한 화력전으로 적의 시선을 끌면서 한개 련대를 은밀히 우회시켜 강을 도하하여 봉의산기슭에 접근시키는데 한겻한밤이 흘렀다.

참모장이나 작전군관들은 이런 주도세밀한 전투조직에 쾌재를 올렸으나 최현은 조금도 만족할수 없었다.

그에게는 《27일까지!》라는 절대적인 명령기일이 있었다. 물론 이것은 위청의 전투실패로 하여 지나가버린 작전날자로 되고말았으나 김일성동지께서 일단 계획하셨던 날자라는것으로 의연히 그에게는 지상의 명령시간으로 굳어져있었다.

그런데 27일까지 서울측방에 도착한다는것은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밤새 봉의산을 마주하고 박로수대대의 진출신호를 기다리면서 최현은 이 27일을 생각하였다.

직선거리로 볼 때 서울은 자동차로 두시간 거리였다. 그러나 봉의산전투식으로 나간다면 열흘이 걸릴지 스무날이 걸릴지 한정없는 거리였다. 하여 최현은 두개 련대로 괴뢰 6사를 압박하면서 한개 련대로는 일행천리전술로 서울동남지구에 진출할 기상천외의 결심을 내렸다. 보병련대를 사단의 포차와 운수차에 분승시켜 기계화보병으로 변신시킨 후 자동포를 앞세워 적구 깊숙이 쳐들어가자는것이였다. 적의 역포위에 걸려들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최현은 코웃음을 쳤다.

《포위에 드는것은 우리가 아니라 적이요. 53사는 벌써 의정부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그따위놈들이 무슨 담보가 있어 역포위를 시도해.》

이렇게 되여 사단장의 결심은 정식 명령으로 채택된것이다.

춘천의 적을 포위압축한 련대들이 마지막 시가전을 벌릴 때 최현이 직접 이끄는 그 서울포위련대가 출발하였다.

매 차의 운전칸에는 춘천-가평-서울 일대를 알고있는 군인들이 탔다. 차들의 지붕마다에는 경기관총과 고루노바중기가 설치되였다. 맨 선두에는 기병정찰소대가 그다음 자동포가 섰다. 일체 정지상태에서의 전투는 불허되였다.

운학은 도하창을 실은 차에 탔다. 차가 출발할 때 그는 몹시 가슴을 울렁거렸다. 상상도 못한 어마어마한 싸움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거센 흥분이 그를 진정할수 없게 만든것이다.

순조롭게만 된다면 몇시간안에 그는 서울의 삼각산이며 북악산을 볼것이라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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